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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샤브스토리 - 버섯샤브샤브

식당 재판 조회 수 4934 추천 수 0 2013.01.16 14:37:13

홍대에서 밥을 얻어먹을 일이 있었다. 그런데 이 양반이 무슨 한약을 먹고 있어서 돼지고기, 닭고기 등을 먹지 못하고 자극적인 음식도 먹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샤브샤브라는 음식을 먹는 것으로 결론을 내고 이 집에 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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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에는 샤브샤브가 맛있는 집이라는 것을 자칭하고 있다. '스페셜 모듬샤브'의 컨셉 사진을 크게 실어놓고 있으니 이게 가장 뭔가가 많이 나오는 메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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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전형적인 저가형 샤브샤브집의 정도이다. 주로 쇠고기, 야채, 버섯의 구성인데 왼쪽의 메뉴를 보면 육수를 특이한 것으로 구성해서 만드는 메뉴가 있는 모양이다. 샤브샤브인데 육수가 뭐 어떻든 무슨 상관인가 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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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브샤브를 먹을 때 이 장면에서 깊은 상념에 빠진다. 샤브샤브를 먹는다는 것이 무엇인가? 과연, 그것은 무엇인가? 이 육수는 무엇인가? 무엇으로 만들었는가? 사람 키만한 솥에서 쇠고기 육수를 우려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다시마 등이 보이는 것도 아니다. 아마 조미료와 소금 등의 조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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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설명하기 뭐한 물김치와 양배추 샐러드이다. 물김치는 뭐 딱히 평가할 말이 없고 양배추 샐러드의 드레싱은 노랗다. 머스타드가 들어간 드레싱이다. 이름을 뭐라고 불러야 할 지 잘 모르겠다. 파슬리가 뿌려져 있는 점이 이채롭다. 무엇을 위한 파슬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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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사소스와 간장소스이다. 기름장으로 순간 착각했다. 과거에는 소위 참깨소스가 유행한 때도 있었는데 요즘 일반적인 샤브샤브집에서는 이렇게 두 종의 소스를 주는 것 같다. 간장의 농도가 엷은 이유를 잘 모르겠다. 샤브샤브라는 것이 전통은 과거에 있지만 결국 현대적으로 변형한 요리이기 때문에 어떻게 먹든지 사실 상관없는 것이기도 하니 크게 신경쓸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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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경을 보고 알 수 있는 점은 두 가지다. 첫째, 이 가게에는 바퀴벌레가 산다. 둘째, 그래도 식당 주인은 바퀴벌레를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긍정적인 부분도 있고 부정적인 부분도 있는데, 저 물건으로는 역부족일 것이다. 차라리 돈을 들여서 세스코 멤버스 같은 것에 가입하는 편이 훨씬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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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일인당 만원인 버섯샤브샤브를 시켰다.팽이, 느타리, 새송이 등의 버섯이 있고 숙주나물과 배추 등의 푸성귀가 나온다. 죽을 만들기 위한 밥이 저 위에 보이고 기름이 별로 없는 부위의, 아마 등급도 낮아 원가가 저렴할, 얇게 썬 냉동 쇠고기가 나온다. 국수를 만들기 위한 면은 특이하게 주황색과 녹색으로 되어 있다. 작은 만두는 노랗다. 왜 이래야 하는지 모르겠다. 면이 그냥 하얀색이면 안 되나? 보통 이런 면은 주황색의 경우 당근즙을 넣었고 초록색의 경우 녹차 등을 넣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뭘 넣었는지 대체 알 게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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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수에 숙주나물과 야채를 넣은 후 쇠고기를 담궜다가 건져서 데쳐진 야채와 함께 먹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일 것이다. 이런 특징 때문에 재료를 재활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샤브샤브란 음식에는 뭔가 눈 앞에서 재료를 조리해서 먹는다는 그런 재미가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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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먹고 나면 이렇게 죽을 만든다. 왜 그러는지 잘 이해는 안 된다. 밥을 먹고 싶은 마음과 뭔가 눈 앞에 국물이 있다 라는 것이 합쳐져서 이런 음식 문화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죽이라고 해도 신경을 써서 잘 쑨 죽이 아니라 그냥 밥과 다진 야채, 계란을 넣고 남은 국물에 적당히 끓인 것이다. 기분이 썩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몸이 좋지 않으신 분과 하는 식사이니 죽이 있다는 것을 고맙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샤브샤브가 고급음식으로 여겨지던 때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많이 대중화 됐다. 하지만 본래 샤브샤브의 유래라는 것은 그냥 막 먹는 것이다. 도구가 변변찮을때 그냥 끓는 물에 각종 야채와 고기를 데워 먹던 데에서 유래한 요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막 먹으면 된다. 막 먹는 것이니 퀄리티가 이러니 저러니 따지는 것도 좀 창피하다. 최근 식자재 원가를 고려하면 가격의 수준도 나름 합리적인 데가 있었다.


하지만 법의 세계는 냉정한 것. 당연히 여기도 유죄다.


yyy.jpg


주소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 346-46이다.


댓글 '1'

트리키

2013.01.16 15:13:39
*.46.8.35

흑.. 냉정한 법의 세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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