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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천이오겹살 - 오겹살

식당 재판 조회 수 5785 추천 수 0 2013.02.03 03:27:56

전에 방문한 일이 있었던 천이오겹살을 모처럼 다시 방문하게 됐다. 오겹살로서는, 합정역 근처에서 꽤 알려진 집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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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겹살은 국내산으로 표기돼있으며 9천원이다. 삼겹살이 만원, 만천원, 만이천원 하는 세상이니 9천원이면 감사하면서 먹는다. 다른 메뉴가 더 있었던 모양인데 없애버리고 고기는 오겹살 하나만 남았다. 수급이나 가격이 안 맞았던지, 아니면 일시적인 조치일 수도 있겠다. 뭐가 됐든 잘하는 것 한 가지로 집중하려고 하는 것은 좋은 전략이라는 생각이다. 나머지 메뉴들은 점심식사를 위한 것으로 보였다. 이 중에서 오겹살과 계란찜을 시켜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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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가 붙어있는 삼겹살을 오겹살이라고 부르는데 정식 명칭은 아닌 것 같다. 우리가 흔히 아는 것처럼 삼겹살에는 지방질이 많이 포함돼있다. 사람은 설탕과 지방의 노예이기 때문에 지방질이 많은 삼겹살이 인기가 좋은 것이다. 특히 그냥 아무 사전작업 없이 불에 굽는 것이라면 당연히 지방이 많은 편이 부드럽게 느껴진다는 측면도 있다.


고기의 보관상태는 괜찮았고 질에 있어서도 중간 이상은 돼 보였다. 불은 가스불인데 어설프게 숯불을 쓰는 것보다 차라리 이런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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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찬은 이 정도로 나온다. 웬수같은 양배추 새콤달콤 소스와 양파절임, 그리고.. 열무물김치로 불러야 할 것 같은 약간 맵고 단 음식이 있다. 결코 높은 점수를 줄 수는 없다. 소금은 기름장이 나오지 않고 굵은 소금이 그냥 나온다. 소금의 상태도 좋다고는 할 수 없는 것 같았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건 어쨌든 고기를 중심으로 구성된 상이라는 거다. 고깃집에서는 고기를 먹기 위한 사이드면 충분하다. 이것 저것 내놓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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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이 계속해서 고기 굽는데 개입을 한다. 이러한 경우는 둘 중 하나다. 첫째는 자기 집 고기 맛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경우고 둘째는 판 등을 타지 않게 관리하려는 것이다. 이 집의 경우는 후자가 강했던 것 같다. 김치와 콩나물이 타서 판에 늘어 붙게 되는데, 그것을 긁어 먹으려고 하면 주인이 만류를 한다. 차라리 김치와 콩나물을 더 줄테니 판을 긁지 말라는 것. 불판을 상하게 하느니 김치와 코안물을 차라리 더 주겠다는 거다. 올바른 태도라고 본다. 어떤 목적인지 모르겠지만 불판이 다른 고깃집하고 다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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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이렇게 마음껏 고기를 먹게 된 것은 100년도 채 안 됐을 것이다. 이제는 웬만한 환락가에 들어가면 어디에서나 쉽게 고깃집을 찾을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쉽게 찾는 걸 넘어서서 아예 고깃집으로 도배가 되다 시피했다. 같은 양의 원료와 노력으로 곡물과 채소를 생산하는게 훨씬 합리적인 것이겠으나 사람의 욕심은 몇 배의 노력을 들여 굳이 소, 돼지를 키우고 잡아먹는 일에 몰두한다. 현대인은 고기를 너무 많이 먹는다. 좀 줄일 필요가 있다. 물론 아예 먹지 않는 것은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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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찌개다. 된장과 고추장을 넣고 호박, 양파, 고추, 두부, 파를 넣고 끓였다. 맛은 뭐 그저 그렇다. 고깃집에서 된장찌개를 주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그냥 안 줬으면 좋겠다. 그 가격을 다른 데에 반영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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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로 1인분을 더 시켜봤다. 이러면 품질이 저하된 고기가 나오는 가게가 많다. 이 집 역시 마찬가지다. 최초의 구성과는 사뭇 다른 모양을 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래도 사람의 탐욕은 웬만하면 이 정도의 품질저하 같은 것은 신경쓰지 않는다. 그저 구워서 먹는다.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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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찜은 엄청난 시간을 소요하고서야 나왔다. 중간에 "아주머니, 여기 계란찜이 안 나오네요!" 라고 했더니 주인은 "아이고, 잊어버렸네.." 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식사가 다 끝나갈 때에야 겨우 나왔다. 고급 레스토랑이었다면 환불이라도 요구했겠지만 여기서 무슨 그런 걸 바라겠나. 그냥 준 걸 감사하게 여기며 먹는다. 기다리면 어련히 알아서 나올까 왜 재촉하냐는 듯 말하는 것보다는 그냥 솔직하게 잊어버렸다고 하는 게 더 나은 것 같다.


계란찜의 양은 많다. 계란찜은 그냥 적게 해서 감질나게 먹는 음식 아닌가? 언젠가부터인가 계란찜이 좀 이상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과거의 촉촉하고 부드러운 맛이 이제는 많이 없어졌다. 그냥 퍽퍽하다. 어딜 가도 스타일이 다 비슷하다. 참 이상한 일이다. 무슨 계란찜에 대한 어떤 유행이라도 휩쓸고 지나갔던 것일까?


계산을 할 때 주인이 미안하다며 서빙 한 명이 나오지 않아 혼란이 있었다는 점을 이야기 했다. 주인 내외를 포함한 서빙 3명, 주방 1명으로 운영하는 구조인 것 같았다. 사람을 좀 더 늘려야 할 것 같은데. 3명이 서빙을 하는 날도 산만하긴 마찬가지다. 싸니까 큰 걸 바라지는 말자.


어쨌든 황송하지만 유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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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 391-17 이다.


댓글 '4'

2013.02.03 03:36:25
*.137.25.160

계란찜.. 전에 보니까 급식용으로 깨서어 푼 달걀물이 팩으로 포장되어 나오던데.. 식당도 그런거 쓸지도요...

마포주민

2013.02.04 12:13:36
*.159.124.78

합정역 앞에 있는 곳이군요. 근데 요즘 고깃집에서 주는 된장찌개는 왜이리 고추장찌게라 할 정도로 고추장을 많이 넣는 걸까요.

이상한모자

2013.02.04 17:51:33
*.193.210.48

된장들이 다 시원찮아서 그렇든지, 아니면 다들 단 맛에 중독되어 그런 것 같습니다.

unknown

2013.03.06 17:07:09
*.93.79.50

계란찜은 계속 저어서 양을 많이 보이게 하는 게 유행인가봐요.

그냥 요리하면 주저 앉는데 말이죠.

"화산계란찜"으로 검색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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