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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제가 목수정 선생께 보낸 이메일입니다.

조회 수 6397 추천 수 0 2011.12.16 14:38:36


목수정 선생님께,

 

선생님이 보내주신 메일은 제 인생에 대한 감사한 충고까지 잘 갈무리해서 제 기억의 다락방에 집어넣겠습니다만, 제가 쓴 이 메일은 웹에 공개할 생각입니다. 전후사정을 모르고 선생님의 주장을 그대로 믿을 사람들이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메일의 공개를 제 항변권의 행사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생각의 차이는 분명하고 이견을 좁힐 방법이 없을 것이나 사실관계만을 말하겠습니다.

 

 


1.

제가 그간에 선생님을 거듭 비판하고 다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제가 과거에 운영하던 블로그를 날려 버렸습니다만, 친구 홈페이지에 백업파일을 올려두었기 때문에 ( http://weirdhat.net/xe/ahriman )기억에 의해서가 아니라 검색으로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저는 선생님이 하시는 작업들에 대해 별로 아는 바가 없었으며 민주노동당에서 담당하신 문화정책 관련 일들은 제 스스로 문화예술인들의 생계 문제를 조사할 때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영화인노조 홈페이지에도 자료가 있고 하더군요. 그러나 이런 문제에 대해 제가 님을 언급한 적이 한번도 없으니 더 말씀드릴 것은 없겠죠.

 

 

2.

검색해 보면 2008년에는 고양 덕양갑의 심상정 선거운동 관련 글을 퍼오는 과정에서 선생님의 이름이 언급됩니다.

전 이때도 선생님이 어떤 분인지 잘 몰랐습니다.

 

2009년 1월에는 변희재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선생님이 레디앙에 쓰신 진중권 관련 글을 비판적으로 언급합니다.

 

"진중권이 그의 옹호자들에게 올바른 평가를 받고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가령 레디앙 메인에 올라 있는 목수정의 글, 진중권의 가치를 반MB 전선의 탁월한 카피라이터 정도로 축소시키고 있다."라고 썼죠. 선생님이 이때 진중권 선생님을 참 좋아하셨나 봐요. 아마 요즘 나꼼수에 찬사를 보내시는 것과 비슷한 문맥이 아닐까 추정됩니다.

 

 

3.

그리고 2009년 4월에 목수정 선생님에 관한 글을 세 편 씁니다. 저 ‘정명훈 사건’ 직후의 일이네요. 왜 그랬는지 설명드릴게요. 선생님이 진보신당 말아먹을 것 같았습니다. 선생님은 제가 선생님을 비판한 이유가 ‘진중권 버전’의 사건이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 거라고 추정하십니다.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죠.

 

“아마도, 진중권씨의 저에 대한 의견에 근거해서겠죠.

이제 와서 보니, 진씨는 마치 자기가 거기 현장에 있었던 것 처럼,

자기 버전의 사건일지를 갖고 있더구만요.

한윤형씨는 그 말을 바이블처럼 믿고... 계속 확대 재생산했구요.

그 자리에서 벌어졌던 일을 잘 아는 사람, 저와 제 친구, 그리고 정씨 밖에 없습니다.

제가 한 말이 틀렸다면, 정씨 쪽에서 반박이 있었겠죠.”

 

그러나 그런 추정은 불필요합니다. 당시엔 누구나 다 선생님이 쓰신 글을 가지고 얘기했으니까요. 아마도 ‘진중권 버전’의 사건이해라는 것도 선생님께서 직접 쓰신 그 사건의 개요에 대한 진중권의 해석일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진중권은 사리에 맞지 않는 소리를 한 것일 텐데, 그건 두 사람이 잘 알아서 해결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선생님이 정명훈에게 험한 일을 당하셨다고 생각하고, 레디앙에 공개된 그 글을 본 이후에도 저는 선생님을 지지하는 입장이었습니다. 레디앙에서 이례적으로 댓글 삭제를 한 것에 대해서도, 사석에서 친구들에게 ‘그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고 말한 기억이 납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습니다. ‘진보신당과 목수정’의 처신을 비판하는 일군의 블로거들이 선생님의 다음 글을 링크하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은 본인의 블로그가 드나드는 사람이 별로 없어 무슨 말을 쓰시든지 문제가 될 게 없다고 생각하시는 듯합니다. 평소엔 그럴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 한번 여론의 주목을 받은 후에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선생님이 블로그에서 오페라 합창단 복귀 투쟁은 반정명훈 운동으로 발전되어야 하며 이 길에 진보신당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신 것이 사람들의 링크를 통해 진보신당 당원들의 대체적인 생각인 것 마냥 여겨지게 되었죠.

 

정명훈이 부당한 권력이나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여기신다면 당연히 비판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오페라 합창단 복귀 투쟁과 결부되어야 했는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저는 그런 시도가 명분도 없고 운동의 동력을 떨어뜨린다고 보았습니다. 합창단을 지지하는 이들 중에는 진보신당과 정치적 이념이 현저히 다른 클래식 애호가들도 있었고, 합창단을 돕기 위해서는 이런 사람들까지 규합해 나가야 했는데, 정명훈에 대한 비판은 이들을 떨궈내는 행위나 다름없었기 때문입니다. 이건 선생님이 정명훈에게 모욕을 당하신 것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차라리 선생님이 그 모욕에 대해 개인적인 차원에서 대응을 하셨다면 제가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겠으나, 선생님은 ‘오페라 합창단 운동을’ ‘정명훈 반대 투쟁을 통해’ 전개해야 한다고 주장하셨습니다. 오페라 합창단원들이 인식이 부족해서 정명훈을 감싸는 것처럼 말씀하시기도 했지요. 본인이 쓰신 글이니 굳이 링크는 안 하겠습니다. 그런 인식이 퍼지면서 블로고스피어에서 “진보신당이 운동을 하는 방식이 얼마나 폭력적인지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습니다.

 

저는 선생님의 의견에 반대했기 때문에 이런 조류를 반전시켜야 한다고 믿었던 겁니다. 블로그에는 세 편을 썼지만 당원 게시판에도 몇 편의 글을 쓰고 논쟁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카르멘 님이나 모기인간 님 같은 분들과도 이때부터 부딪혔겠지요. 당시 진보신당 당원게시판의 분위기는 선생님에게 우호적이었습니다. 운동하다가 험한 꼴을 당했으니 얼마나 안타까웠겠습니까. 그리고 선생님이 블로그에 올리신 글들을 네티즌들은 이미 다 읽고 있었지만 정작 당원들은 몰랐습니다. 제가 거기다 대고 “지금이 목수정을 옹호할 때냐.”라는 식으로 썼었죠. 당시 당게시판에서 저와 비슷한 입장을 취한 당원들로 소설가이며 번역가이신 송경아 님이나 <88만원 세대>의 공저자인 박권일 님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들을 모두 ‘진중권 일당’이라고 말씀하실지 모르겠으나 저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진중권 버전의 사건이해’를 가지고 글을 쓴 것이 아니었습니다. 선생님이 쓴 글이 버젓이 있는데 도대체 왜 그래야 한단 말입니까. 진중권 선생님이 당게에서 몇마디 정도 한 것은 겨우 생각이 납니다만, 참고를 할 만큼 길게 적으신 적도 없는 것으로 기억합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저야 과거에 진빠였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이분들은 진중권 선생님에 대해서도 그렇게 좋은 감정이 없는 분들입니다.)

 

블로고스피어에선 당시 허지웅 님과 노정태 님이 선생님의 입장을 옹호하였습니다. 그래서 진보신당은 ‘꼴통 집단’이란 조소를 받게 되었죠. (사실 박권일 님에 비한다면 노정태 님이 훨씬 더 진빠에 가깝습니다. 적어도 당시 기준으로는) 그리고 제가 그에 맞서 선생님을 비판할 당시 저와 비슷한 포지션을 취했던 사람으로는 capcold님 정도가 기억납니다. 당시 지형에 대한 설명은 이 정도로 마치겠습니다. 핵심은 이 사건에서 ‘다른 버전의 사건 이해’를 가지고 논의를 전개한 사람은 없었다는 겁니다. 그런 버전이 유포되지도 않았습니다. 있는 것은 선생님이 쓰신 글과 그에 대한 해석들 뿐이었죠.

 


4.

한달 후인 2009년 5월에 제가 선생님을 언급한 한편의 글을 더 씁니다. 그런데 이는 선생님 때문이 아니라, 김규항 선생님이 선생님의 비판자들을 강력한 어조로 비판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에 대한 답변을 다소 늦게 하게 된 것이지요. 그리고 저는 제 입장에선 다소 황망했던 ‘제재’를 받게 됩니다. 오페라 합창단 팀블로그를 함께 운영하시던 어떤 분이 “목수정 관련해선 언급하지 않기로 한 약속을 깼다”고 제게 글을 가려둘 것을 요구한 것이죠. 저는 제 글이 오페라 합창단 문제와는 별로 관련이 없고 블로그에만 올린 것이기 때문에 그 요청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끝으로 블로그에서도 선생님을 언급한 일이 없습니다. 오페라 합창단 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싫어하니 더는 쓰지 않은 것이지요. (딱 하나 더 있는데 이것의 맥락은 이따가 설명드리겠습니다.) 즉 저는 당시의 사건의 문맥에서만 선생님의 주장에 대해 비판을 한 것입니다.

 


5.

다른 ‘인연’은 선생님과 있었던 것이 아니라 카르멘 님과 모기인간 님과의 인연이지요. 두 분이 진보신당 내 락동호회 운영진 이름으로 당원들의 사교육 인식의 불철저함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는데, 이 성명의 내용이 “진보신당 당원은 사교육에 종사해서는 안 된다.”는 수준의 윤리강령(?)을 내포하고 있어서 제가 그 부분을 비판하는 논쟁을 했습니다. 논쟁과정에서 두 분은 락동호회의 규정에 따른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성명서를 발표했음이 밝혀졌고 락동호회와 진보신당을 탈당하신 것으로 압니다.

 


6.

그후 제가 선생님을 언급한바가 없었습니다. 근 1년 반의 시간 동안 그랬지요. 그러다가 한번 언급하게 된 것은 선생님만이 소재가 아니라 전체 진보지식인을 대상으로 한 유머 포스트를 만들면서였습니다. (2011년 1월의 글입니다.) http://weirdhat.net/xe/32279 선생님이 여기 등장하시는게 언짢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그런데 한윤형씨는 제 이름 몇번이나 써보셨나요.

그리고, 어떤 내용이었죠?

한윤형씨가 여기 저기에 다니면서,

저에 대한 비난의 글을 올렸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사실 한 번도 읽어보진 않았습니다. 전, 트윗도 안하고, 저에 대해 누가 무슨말 하는지

별로 알고 싶지 않기 때문이죠. 그런데도 그렇게 많이 들려오는 걸 보면

한윤형씨가 저를 엄청나게 비난하셨던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라고 말씀하실 사안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일단 중간에서 남들이 하는 말만 들었고 본인은 무슨 상황이 벌어졌는지 잘 모른다는 실토 밖에 안 되니까요. 당시 제가 온갖 진보 지식인이 등장하는 저 유머글을 쓰자 카르멘 님과 모기인간 님이 트위터에서 저를 격렬하게 비난하더군요. 저 때문에 진보신당을 탈당한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 아느냐고 질타하며 한국에서 만나면 이단옆차기를 하니 마니 했습니다. 뭐 그것도 그런갑다 했습니다. 저는 그분들과 논쟁할 당시 제 견해에 대해 후회하지 않고, 그분들 역시 여전히 본인들이 옳다고 말씀하시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 후에 선생님이 블로그에서 ‘헬싱키’에 친구들과 놀러가 저에 대해 품평하셨다는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검색어가 걸려서 들어가 보았는데, 처음에는 선생님의 글인지도 몰랐지요.

 


7.

선생님이 저에 대해 쓰신 것들을 추려 봅시다.

 

“잔혹한 학창시절의 추억담은 한윤형이라는 인간의 찌질함에 대한 이야기 끝에, 결국 나온 얘기다. 이 사람 저 사람 헐뜯는 일을 자기의 정체성으로 삼는 이 시대 좌파의 기형아. 결국 논술교사나 하겠지 하는 이야기를 하다가... 논술이라는 과목이야 말로 아이들의 사고하는 방식을 정형화시키는 최악의 과목이라는 의견.”(2011년 2월)

 

“진보신당 당게에도 글이 올라갔고,

진중권은 또 다시, ‘어렸을 때부터 떠받들여 자란 사람이니, 그냥 그러려니 하라고.

내버려 두자고. 봐주자고...’ 정명훈을 수호했었다. 그리고 한윤형을 비롯한 진중권빠들은 그의 뜻을 곱게 따르며, 진중권의 의견을 듣지 않은 나를, 배신자라는 식으로 욕했다.

이 상황에서 정명훈은 곱게 봐주고 넘어가야 하고, 나는 죽자고 욕을 먹어야 하는

진중권식 논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2011년 12월)

 

“이제 서야 뭔가 알 것 같다.

왜 저 많은 사람들이, 마치 자기네들이 그날 빠리에 있기라도 했던 것처럼, 왜곡된 그림을

한결같이 반복하고 있는건지.

그리고 왜 진중권과 그 일당들은 내게, 개인적 감정을 가지고 공적인 일을 망치고 있다고

말해왔는지.”(2011년 12월)

 

서울시향 문제에 대한 제 견해는 제대로 정립된 것이 없고 여기서 밝히는 것도 부질없는 일이 될 것입니다. 다만 저는 진보언론이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이 너무나도 수준이 떨어져 제대로 된 문제제기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보고, 더불어 진중권이 정명훈을 옹호하는 방식에도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8.

이제 선생님의 악담을 재구성해봅시다.

 

1) 진중권은 본인의 누나가 서울시향과 일하는 진은숙이란 이유 때문에 정명훈을 옹호합니다.

2) ‘진중권과 그 일당’들이 진중권의 논변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3) 그 일당의 대표주자는 한윤형이란 사람입니다.

4) 그는 진중권의 거짓말을 믿고 지난 몇 년간 목수정을 비방하고 다닌 아주 나쁜 놈입니다.

5) 그런 그가 목수정이 한 두번 본인을 언급한 것을 두고 불평을 토하는 건 공정하지 못한 일이죠.

 

“암튼, 이렇게 메일까지 드리게 된건,

제가 한윤형씨의 이름은 단 한번, (앞으로도 없으리라 봅니다) 제 블로그에서

언급했다고 해서 그리 억울해 하실 건 없다는 걸 말씀드리기 위해섭니다.”

 

라고 하셨고,

 

“하지만, 메일로 개인적으로 말씀드리고 싶었던 건,

너무 억울해 하지 말라고. 긴 시간 동안 당신이 나한테 한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니까.

당신이 그 정도 일로 억울해 하는 건, 너무 아이처럼 보인다고.”

 

라고 하셨습니다. 누가 보면 제가 정명훈인 줄로 알겠습니다. 제가 선생님을 비판한 것은 ‘긴 시간 동안’이 아니라 단 두달 동안이었다는 것은 이미 설명드렸습니다. 그러면 그 기간에 제가 선생님에 대해 쓴 것 중에서 가장 감정적으로 격앙된 것들을 붙여보겠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정명훈에게 폭언을 들은 후 진보신당이 정명훈 타격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서 자신뿐만 아니라 진보신당도 우스갯소리로 만들어 버렸다. 지금도 정명훈을 비판해야 하는 이유를 설득하며 비판의 '건수'를 찾고 있고 그걸 아무도 제어할 수도 없으니 이쯤되면 욕먹는 것도 자업자득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09년 4월)

 

“목수정 등이 정명훈을 찾아가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말하는 건 목수정 자신의 입장에서 쓰여진 문건 하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문건으로만 판단해도 정명훈과 대화를 나누었을 때의 목수정의 행동이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나의 사회문제에 대해 운동을 하고 연대를 모색한다는 것은 그 사회문제를 중심으로 전선을 구축한다는 것을 말한다. 목수정 본인이 자신의 행동을 옹호하기 위해 썼듯이, 오페라단 해고문제에 문제의식을 가지는 이들은 진보적인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나라당 지지자든, 민주당 지지자든, 민주노동당 지지자든, 오페라단 해고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모두 오페라단을 돕기 위해 나설 수 있고, 그렇게 되도록 판을 짜야 하는 것이다. 촛불시위에 대한 판단 역시 그렇다. 촛불시위가 우스꽝스러운 일이었다고 생각하는 이에게도 오페라단의 문제를 설명하고 서명을 구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목수정은 정명훈이 촛불시위를 폄하한 순간부터 정명훈의 말을 ‘오물’로 취급했다. 서명 받으러 간 사람이 그런 태도를 취한다는 것은 자기 모순이다. 정명훈이 원래부터 진보적인 수사를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막연한 신뢰를 가지고 갔는데, 그런 발언을 해서 실망했다... 라면 그런 실망이 당연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것도 아니지 않았던가?”(09년 4월)

 

“목수정이 오페라단원들을 위해 정명훈에게 서명을 받으러 갔다가 실패했을 때, 그 이후에 오페라단원을 논하지 않고 정명훈의 문제를 널리 이슈화하기로 결심했을 때, 그녀는 오페라단원의 이득보다 자신의 자존심을 위에 둔 것이다. 내가 목수정 등을 활동가의 윤리라는 측면에서 비판한 건 그 때문이다.”(09년 5월)

 


9.

적어도 저는 선생님의 주장과 행동을 비판하고 있는데 선생님은 모종의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음모론을 쓰고 있는데다가, 제 주장과 행동이 아닌 저라는 인간에 대한 총체적인 악담을 퍼붓고 계시죠. 제 윤리적 직관으론 선생님이 저에 대해 쓰신 것이 제가 선생님에 대해 쓴 것보다 훨씬 더 저열합니다. 하지만 선생님이 이런 판단을 공유할 분이면 그렇게 쓰시지도 않았을 테니 그 관점을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런 모든 부분을 양보하더라도 피장파장일텐데, “너무 억울해 하지 말라고. 긴 시간 동안 당신이 나한테 한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니까.”라고 말씀하실 이유가 뭐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보기에 선생님은 우연히 저와 구연이 있는 친구분들을 가지고 계시기에, 자신을 비판했던 몇 사람 중에서 하필 저만을 선택적으로 기억하게 되고 본인이 들어야 했던 모든 비판의 책임을 제게 물리고 계신 것 같습니다. 제가 선생님을 비판했던 기간은 09년 4월에서 5월의 기간이 전부이고 11년 1월에 유머에 한번 등장시킨 것이 전부이며 이번에 트윗에서 서울시향 문제에 대해 몇 마디 거들 때조차도 목수정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선생님 얘기를 꺼낸 것은 외려 친구분이신 모기인간 님이죠. 진중권의 의견을 비판하며 선생님 얘기를 꺼내더니, 진중권에게 멘션을 보내 결국 진중권의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그런데 그후 선생님이 진중권을 욕하는 글을 쓰면서 저도 같이 걸고 넘어졌는데 그럼 제가 억울해 할 수도 없겠습니까? 설령 09년 4월에서 5월 사이에 제가 한 일들 때문에 억울해하는 것이 불가하다고 한다면, 서로 피장파장이 되니 그냥 서로 신경쓰지 않고 뒷담화나 까면 되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의견이 다르면 비판하고 그러다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또 옹호하는 것이 정치적 글쓰기를 하는 이들일 것입니다. 제가 놀라고 화가 난 이유는 선생님의 악담 그 자체 보다도 남의 뒷담화(?)가 아닌 자신의 악담은 매우 정당하다고 믿는 그 태도 때문이었습니다. 선생님이 진중권 선생님의 가족의 경력까지 들먹이는 것은 올바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나, 제가 관여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제가 옹호할 만한 글을 쓰시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건필하세요.

 


- 한윤형 드림

 


댓글 '2'

김하나

2011.12.19 22:51:16
*.66.168.18

저는 이번 논쟁으로 하나 배운 것이 있습니다. 싸움도, 논쟁도 사람 봐 가면서 해야 한다는 거요. 이 여자는 메일에 본인이 썼듯이, 정말 과거는 생각하지 않는 인간인 것 같습니다. 유아적인 것은 본인이죠. 저도 이번 논쟁에서 정말 화가 많이 났었는데, 이 여자의 무논리와 진중권 가족 운운하는 비열함도 있었지만 그보다 자기가 당한 것만 억울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그 이중잣대와 태도 때문이었어요. 이건 태도, 그리고 인격의 문제입니다. 사실, 이렇게 반성할 줄 모르는 인간이 진보 쪽에서 활동을 한다는 것은 매우 불쾌합니다. 정말 프랑스에서 맛난 바게뜨나 먹으면서 조용히 살아주는 게 국민들을 위해 이 여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 봅니다. 이 정도면 또라이도 상 또라이죠. 살면서는 정말 피해가는 게 상책인 인간들이 분명 있어요. 이런 인간들은 진보고 보수고 간에 그냥 조용히 찌그러져 있는 게 인류를 위한 길입니다. 저 같으면 이렇게 예의바르게 메일 못 썼을 것 같은데 한윤형 님도 참 이성적이시고 감정 조절 잘 하시네요. 건필하세요. 그리고 다음 부터 저런 인간들은 그냥 깔끔히 씹어주세요. 일일이 대꾸하면 홧병 생깁니다.

ㅉㅉ

2011.12.23 11:25:35
*.112.211.225

주변에서 떠받들어주는 남성들이 더 문제다. 민주노동당때부터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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