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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미디어스> 기자가 쓴 책에 대한 서평을 <미디어스> 기자에게 청탁하는 ‘몰상식’에 이 지면 담당자에게 항의를 했다. 그러자 “그것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 지면에서 내 역할은 ‘웃기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남을 웃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책을 쓴 필자의 흉을 보는 것이라는 ‘통찰’이 한순간 머릿속을 스쳤다.

저자 한윤형과는 10년 이상 친구로 지내왔다. 늘 특이한 친구라고 생각한다. 그는 자신이 사교적인 사람이라고 자평하지만 내가 보기엔 ‘수완 좋은 호인’보다는 ‘사회 부적응’에 조금 더 가깝다. 그럼에도 그가 많은 사람과 친하게 지낼 수 있는 비결은 술을 많이 마시기 때문이다.

이 친구는 특이하게도 술을 마시면서도 온갖 것을 고민하며 진지한 이야기를 끝없이 풀어놓는다. 술자리 자체가 고민의 공유와 토론의 장이다.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 ‘이거 같이 술 먹으면서 한 얘기들인 것 같은데….’

책은 크게 세 가지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1부는 작자의 일상에서 얻는 통찰에, 2부는 ‘88만원 세대’로 통칭되는 젊은 세대에 대한 고민에, 3부는 정치 및 사회 전반에 대한 문제의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재미’는 1부에서 가장 많이 얻을 수 있다. 혼자서 자주 출입하던 집 근처 치킨집의 흥망성쇠에서 동네 상권과 대형마트를 대하는 소비자들의 태도에 대한 통찰을 얻는 부분은 1부의 백미다. 한윤형은 영세 자영업자와 자기 사이에 형성된 인간적 신뢰가 폐업으로 인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경험을 통해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한 판매자-소비자 관계에 일상이 포섭되는 순간을 포착해냈다. 

그의 이러한 성정은 다른 부분에서도 드러난다. 2부에서 드러난 작자의 세대론에 대한 통찰은 세대론에 대한 편의적 논평만 반복해온 기성세대의 태도에 일침을 놓을 만한 것이다. 한윤형은 젊은 세대로서의 경험과 이를 둘러싼 논의에서 드러난 사실들 사이를 종횡무진하며 세대론 자체가 기성세대의 부속품이 되는 현상을 질타한다. 이런 문제의식은 자기 세대의 문제와 세대론 그 자체에 대한 끈질긴 탐구 없이는 가질 수 없는 것이다.

한윤형은 100을 알고 10을 쓰는 사람 

교육, 정치, 노동 등 사회문제에 대한 평론을 보여준 3부에서도 이러한 그의 특성은 여지없이 드러난다. 인터넷 세계에서 벌어지는 소모적인 논란의 특징에서 대한민국 교육의 문제를 포착하고, 이는 다시 정규교육 이후 부딪칠 수밖에 없는 노동의 문제에 대한 탐구로 이어지며, 여기에서 이어지는 정치의 문제를 사고하는 일련의 과정은 한번쯤 곱씹어볼 만하다. 특히 평소 자유주의자를 자처하는 한윤형이 노동 문제에 대해 가진 진보적 시각을 이 부분에서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각 문장에 녹아 있는 작자의 세상만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도 놀랍다. 종종 한윤형의 글이 어렵다는 사람들을 본다. 한윤형에게 “네가 10을 알더라도 글에는 3만 쓰는 게 사람들을 이해시키는 방법인데 너는 꼭 10을 다 쓴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내가 아는 한윤형은 100을 알고 10을 쓰는 사람에 가깝다.

가끔 한윤형이 (내가 보기에) 황당한 일을 할 때마다 나는 시계를 삶아 먹으려 했던 뉴턴을 떠올린다. 이런 평가가 같은 회사를 다니는 친구의 그저 낯 뜨거운 칭찬인지는 책을 통해 확인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 이 글은 시사IN에 게재되었습니다. :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6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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