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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성공적인 틈새 파고들기
공정성 취약하지만 현안에 대한 다양한 관점 제공
제구실 못하는 주류 언론 시스템 보완재 역할도


개인적 차원에서, 별로 인기 없는 팟캐스트 방송을 2년6개월 동안 진행해왔다. 취미로 하는 아마추어 동네 밴드를 홍보하려는 취지에서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전공(?)을 살리게 돼 시사 문제 해설과 사연 낭독, 그리고 약간의 코미디가 결합된 조금 독특한 포지션의 방송이 되고 말았다.

그동안 팟캐스트 세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지상파 라디오의 다시듣기를 제외하면 처음에는 그야말로 개인들이 만드는 소박한 형태의 방송이 많았다. 대부분 특정한 취미와 관련된 정보나 일상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를 나누는 것이 내용이었다.

하지만 <나는 꼼수다>가 현실정치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등 활약을 하고 나서는 더 본격적으로 ‘언론’ 형태의 팟캐스트 방송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근 조세회피처에 설립된 페이퍼컴퍼니의 소유자 목록을 폭로한 <뉴스타파>도 이런 맥락에서 생겨난 것으로 볼 수 있을 정도다.

이제 팟캐스트는 기성 언론의 한계를 뛰어넘는 대안언론으로서의 플랫폼으로 자리 잡게 됐다. 공중파·종합편성채널·케이블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제공되는 방송 콘텐츠들의 한계가 계속 지적돼왔는데, 팟캐스트는 이런 한계에 얽매이지 않고 비교적 쉽게 제작·유통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언론은 ‘관점’과 ‘공정보도’를 동시에 요구받는 데서 늘 모순적 처지에 놓인 존재라고 말할 수 있다. 사실만을 기계적 중립을 지켜 보도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특정한 정치적 관점을 편파적으로 제공하는 것도 비판받을 만한 일이다. 따라서 언론은 늘 이 두 요구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다양한 팟캐스트의 출현은 이런 상황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소규모 팟캐스트들은 팩트를 공정하게 보도하는 기능은 취약하지만, 듣는 사람에게 다양한 관점을 제공해줘 세상 보는 눈을 더 넓게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공정한 보도’에 대한 요구를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메이저 언론들의 대안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틀로 보면 대안언론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뉴스타파>나 인터넷 언론사 등을 통해 제공되는 무게감 있는 인기 팟캐스트 등은 팟캐스트라는 형식을 통해 역할을 한다기보다 오히려 메이저 언론들이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보완적 역할을 한다는 통찰도 얻을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나도 지금 진행하고 있는 팟캐스트를 할 수 있는 데까지 계속해볼 작 정이다. ‘루저’와 ‘잉여’들의 방송을 자처해왔으나 부족한 게 많다. ‘못난 사람들의 관점’을 말하며 외로움에 빠진 우리 세대와 공감하고 싶다.

김민하 정치평론가


» 가볍고, 작고, 날렵한 팟캐스트는 미디어계의 아이돌이다. 팩트를 공정하게 보도하는 기능은 취약하지만 현안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제공함으로써 세상을 보는 눈을 풍부하게 만들기도 한다. 한 시청자가 팟캐스트 방송 ‘뉴스타파‘를 시청하고 있다. 한겨레 정용일 기자

작고 날렵한 미디어계 아이돌
하이테크와 로테크 사이를 부유하는 중간자적 존재
숨어서 모험심 자극하는 은둔형 도발자의 매력에 빠져보길


프랑스 인류학자 레비 스트로스는 인간사 이야기가 대립항에서 시작함을 주장했다. 선과 악이 경쟁을 벌이는 것이 그 대표적 예다. 대립항 사이에는 중간자적 존재가 끼어 있어 인간사 이야기를 윤택하게 해준다는 말도 보탠다. 중간자적 존재에 주목해보라는 말이다. 정의와 불의 사이를 분주히 오가는 배신자적 존재, 물도 아니고 뭍도 아닌 해변, 그들은 인간사 이야기의 보물창고쯤에 해당한다. 팟캐스트를 미디어계의 중간자적 존재로 뽑아보았다. 그리고 그것이 최근 미디어 생태계를 흔들고 소란스럽게 만드는 블루칩임을 알리려 한다.

하이테크 시대를 사는 이들에게 팟캐스트는 참으로 낯선 존재다. 첫사랑처럼 자신만이 몰래 감추며 즐겨왔던 라디오 같은 느낌을 준다. 팟캐스트를 통해 전해오는 DJ의 소리는 오랫동안 익숙해온 인터넷에선 찾을 수 없는 육감적 매력을 지닌다. 사람 냄새 나는 존재인 셈이다. 이미 많은 이들이 <나는 꼼수다>의 매력으로 시끌벅적함, 가식 없는 웃음을 손꼽은 바 있다. 육 감적인 면을 지니면서도 웹이나 모바일을 통해 배포된다는 점, 즉 하이테크이면서 로테크이기도 한 모습에서 중간자적 매력을 읽는다.

한국에서 팟캐스트의 등장은 기술적인 면보다는 정치적인 면과 더 밀접하다. 정치공학적인 이유로 기성의 라디오·텔레비전 이 제구실을 못할 때 팟캐스트는 성큼 성장했다. 대안적 매체여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무장한 채 등장했다. 그래서 팟캐스트에는 의외로 비장함이 많이 배어 있다. 연예인에 기대 연명하는 기성매체의 꼴을 지우겠다며 개인·조합·집단이 나선 탓에 늘 절절한 사명감이 넘친다. 한국의 팟캐스트 안 목소리들은 위트와 유머로 포장되지만 그 밑바닥엔 비장함의 페이소스가 깔려 있다. 그래서 그것은 묘하게도 ‘웃픈’ 중간자적 존재다.

올드미디어는 시청취자를 기다리게 하는 힘으로 그 존재를 과시해왔다. 방송 시간을 기다리시라, 그러면 멋진 신세계를 보여주겠다는 식으로 주변을 끌어왔다. 팟캐스트는 거꾸로 말한다. ‘우리는 여러분의 손길을 기다립니다’라는 식이다. 팟캐스트의 세계에 이르면 시청취자는 기다리는 존재가 아닌 찾는 존재가 된다. 곳곳에 편재해 있을 팟캐스트를 찾아 뉴미디어의 밀림을 헤치고 나서는 모험가적 존재가 된다. 그런 점에서 팟캐스트는 숨어 있으면서 모험을 자극하 는 은둔형 도발자의 모습을 한다. 시청취자를 모험적 존재로 만들어주는 은둔형 도발자의 꼴을 한 팟캐스트, 또 다른 중간자적 매력이다.

시작한 시간이 얼마 되진 않았지만 팟캐스트의 퍼포먼스에 물이 오르고 있다. 팟캐스트가 특종을 하고 기존 언론이 그것의 기자회견을 지켜보며 받아 적는 진풍경도 연출 하고 있다. 제한된 자원을 가진 팟캐스트가 주체 못할 큰 덩치의 기성 언론을 부축하는 우스꽝스러운 신이 펼쳐진다. 파릇하고 앳되지만 기성에 삿대질하며 이끌려 하는 팟캐스트는 그래서 애늙은이 같아 보인다. 풋풋하지만 유치하지 않은 묘함을 묻히고 있는 존재다.

몸이 가벼운 팟캐스트는 매체 풍경 내에서 뛰고 난다. 모바일도 타고, 웹에 실리고, 유튜브로도 진출한다. 없는 듯하지만 언제 어디든 편재해 있다. 모든 무거운 것은 가라앉고, 큰 것은 쪼개지고, 눈에 보이는 것은 간섭당하는 시대에 가볍고, 작고, 날렵하며, 없는 듯한 팟캐스트는 그래서 미디어 생태계의 아이돌이다. 아직 그 아이돌의 매력을 접하지 못한 분들께 그 신세계를 권하고 싶다.

원용진 서강대 교수 

댓글 '2'

2013.06.20 18:15:02
*.7.56.232

http://youtu.be/5YpTsaUvb28

이상한모자

2013.06.21 02:37:55
*.192.210.237

윽, 그만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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