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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http://www.ddanzi.com/articles/article_view.asp?installment_id=272&article_id=4768

2009.09.18.금요일
한윤형


똥오줌을 못 가리는 변희재


지난번 글 '강의자로서의 진중권의 능력 검증' 을 요약해보자. 진중권을 대학들이 부른 것은 그의 상업성 때문이다. 그의 임용을 방해하는 학칙이란 물건은 진중권이라는 8t트럭이 진입하는 것을 방해하는 항만 도로의 전봇대라고 할 수 있다. 전봇대가 장사에 방해가 되면 뽑아야 한다는 것이 가카의 통치철학이 아니었던가? 변희재는 도대체 대학들더러 장사를 하라는 건가, 하지 말라는 건가? 만일 상아탑이 상업주의에 물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변희재의 고귀한 신념이라면, 왜 그는 상아탑이 정치권력의 눈치를 볼 가능성에 대해서는 별 것 아닌 일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뭐 어떻게 따져도 말이 하나도 안 맞는다, 정도가 되겠다.


근데 이쯤에서 이 시리즈의 체제에 대해서 좀 말해봐야겠는데, 여러분이 보다시피 나는 지금 '강의자로서의 진중권의 능력 검증'과 '논객으로서의 진중권의 능력 검증'을 별도의 논점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리고 논리적으로 생각해 볼 때는 그게 정상이다. 근데 풍부한 전문성을 지닌 논객 변희재 선생님은 아무래도 이걸 구별하지 않는 것 같다.


1) 진중권은 능력이 업ㅅ어!!!
2) 강의가 잘리는 게 정상적인 거야!!!!
3) 논객시장에서도 퇴출시켜야 해!!!! 대충 이런 정서의 흐름인 것 같고


2)와 3)이 분리된 사안이라는 걸 이해하지도 못하는 것 같다. 진중권을 위한 논객 5인 성명서에다 대고 디워 사태와 미네르바 사건 때의 진중권의 활동을 얘기하는 걸 보면 그렇다. 성명서의 논객들은 어찌됐든 논점을 2)로 잡았는데, 변희재는 2)와 3)에 대해 모두 대꾸한 셈이다. 더구나 마지막에 “독립신문 신혜식도 참여정부 시절에 탄압받았쩌여~”라고 이르는 걸 보고 뿜을 뻔했다. 만일 신혜식이 참여정부 때 그렇게 쪼잔한 탄압을 받았다면 그건 일선의 담당자들이 옹졸한 탓이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하지만 그 탄압도 아마 MB정부가 말하는 '법치주의' 의 관점에서는 전혀 위법이 아니었을 거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진중권 문제를 두고 신혜식을 끌어들여서야. 정말로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나 보다.


변브란트 자화상(1974~?)


이처럼 변희재는 똥오줌을 못 가린다. '강의자'로서의 능력과 '논객'으로서의 능력을 구분하는 것이 너무 세밀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은 다음의 사례를 들어보시라. 변희재는 최근 광우병 발언을 한 김민선과 그녀의 발언을 옹호한 정진영 등에 맞서 그들의 '지적수준'을 비난하며, 정진영과 김민선을 연예계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번 양보해서 정진영과 김민선의 발언이 부적절한 것이라 보았을 경우, 그들을 공론장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는 점은 하나의 의견으로 이해할만 하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그들을 연예계에서 퇴출시켜야 할 이유는 뭐란 말인가? 변희재는 안티조선 운동에 한발 걸치고 있을 때에도 J.S 밀을 읽으며 운동권의 교양없음을 질타하는 자칭 자유주의자였고, 게다가 지금은 시장주의를 설파하는 조선일보와 코드를 맞추고 있다. 그런데 시장자유주의자가 '보이지 않는 손'을 대신하여 누구 누구를 퇴출시키라고 말하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일까? 이처럼 한국 보수주의의 특징은 시장의 룰을 따르는 게 아니라 '나=시장'이라고 생각하면서 경쟁자를 처단하는 데에 있다. 경쟁자들을 모두 죽여 놓고 재화를 독점하는 것을 시장주의라고 믿는 거다. 그러니 똥오줌을 못 가리는 변희재의 논변은 그를 '비정규직 청년 이데올로그'로 고용한 한국 보수주의자들의 수준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변희재의 자승자박 전문가론


그런데 강의자 문제와는 또 다르게 논객 자격 검증에 오면 변희재의 주장은 한 편의 잘 짜여진 열폭의 코미디가 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저 진중권이 강의할 자격이 없다고만 우기면 되는 강의자 자격검증과는 다르게, 칠렐레 팔렐레 이 문제 저 문제 다 논평하고 진중권을 이기려 드는 변희재는 스스로 "진중권은 논쟁에 끼면 안 되지만 나는 끼는 이유" 에 대해 설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노빠들과 개새끼 소새끼 하며 싸우던 진중권이 참여정부 시절 '친정권 인사'였다는 것을 논증(?)하는 것도 충분히 기가 막히지만, 변희재 본인을 진중권 대신 내세우려는 욕망이 그득한 논객 자격 검증론에 뻥뻥 뚫려 있는 구멍만큼 보기 흉하지는 않다. 그러나 이 보기 흉한 논변의 구멍은 <디워>의 서사에 뚫려 있는 커다란 구멍들과 마찬가지로, 제작자의 콤플렉스를 드러내면서 그 자체로 부조리극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이 세상이 연극이라면 변희재도 명연기를 펼치는 연극배우인 거다. 우리는 그 점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


이건 결코 농담이 아니다. 나는 정말로 진지하게 얘기하고 있다. 변희재가 어떤 비논리로 '자기에의 배려'를 실천하는지 현장을 본다면 독자들도 내 말이 이해가 갈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디워>는 SF영화, 미국 대중문화시장, 컴퓨터 그래픽 등 3가지 영역의 전문가들이 논쟁해야 했던 사안이다. 이러한 전문가들의 진단이 내려져야지만, 진중권과 386들이 몰아붙인 대로 ‘<디워>에 열광하는 젊은 파시스트’라는 표현에 대해 검증할 수 있다. 진중권이 이 세 가지 영역 중 단 한 가지의 전문성이라도 확보하고 있는가? (...) 미네르바 건 역시 법률 영역, 경제 영역, 그리고 인터넷 정책 영역 세 가지의 전문분야가 뒤섞여있는 사건이다. 진중권은 미네르바 건에 대해서도 온갖 매체를 헤집고 다니고 있다. 진중권이 위의 세 가지 중 전문성을 확보한 영역이 하나라도 있는가?"


그런데 변희재는 <디워> 사태 때도 진중권을 공격했고, 미네르바 사건에 대해서도 진중권과 야후에서 토론했다. 그렇다면 변희재는 자신은 저 '3가지 영역의 전문가' 중 하나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는 셈이다. 얼마나 수준높은 코미디인가? 그게 도대체 무슨 분야일지 모두 함께 숙고해 보자. 변희재의 코미디는 이렇게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니 훌륭한 코미디인 거다. 훌륭한 관객이라면 제멋대로 정리한 저 3가지 영역 안에 이미 변희재 자신을 위한 안배가 숨어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SF영화나 컴퓨터 그래픽을 안다고 우길 수는 없으니 '미국 대중문화 시장'은 알고 있다고 우길 생각인 모양이다. 마찬가지로 법률이나 경제를 안다고 말했다간 뽀록이 날 게 뻔하니 '인터넷 정책 영역'은 알고 있다고 우길 생각인 모양이다. 그러니까 변희재는 자칭 미국 대중문화 시장과 인터넷 정책 영역의 전문가인 셈이다.


그런데 누구에게 인증을 받은 전문가일까? 이 점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변희재의 열폭의 미학은 클라이막스에 도달한다. 그는 온 몸의 힘을 쥐어짜면서 이렇게 얘기할 거다. "변희재는 <스타비평>이라는 책을 썼다. 그러므로 그는 대중문화에 대한 전문성을 지니고 있다." 혼자서 그 분야에 대해서 책을 내면 저절로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통해, 그는 88만원 세대를 유혹한다. 이것이 그가 젊은이들을 배려하는 방식이다. 그럼 인터넷 정책영역의 전문가는 어떻게 된 걸까? 변희재는 이렇게 말할 거다. "오랫동안 포탈 문제에 대해 글을 쓰고 비판을 하고 송사를 했다. 그러므로 나님은 전문가란 말이다." 혼자 놀기의 진수를 보여주신다. 혼자서 그 분야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글을 쓰면 저절로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그의 웅변 역시 연대성을 잃고 파편화된 이 시대의 젊음을 대변한다.


"놀구 자빠졌네.ㅋㅋ"


더구나 자의적으로 정리한 저 3가지 영역이 변희재의 진술조차도 포괄하지 못할 때의 그 미학성이란! 모름지기 훌륭한 예술작품은 제작자의 의도조차 배반하는 법이다. 가령 변희재가 진중권을 비난한 '젊은 파시스트'라는 표현을 보라. 이 표현을 그의 말대로 SF영화, 미국 대중문화 시장, 컴퓨터 그래픽에 대한 전문지식을 통해 검증할 수 있을까? 설령 <디워>가 SF영화로서 무리없는 서사를 지니고 있었고, 컴퓨터 그래픽도 뛰어났으며, 그리하여 미국 대중문화 시장에서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악평을 한 평론가나 기자들에게 우루루 몰려가 욕설을 퍼부은 행위는 파시즘적이라고 평할 수 있을 것이 아닌가? 나같은 범인은 폴크스바겐이 훌륭한 자동차를 만들어냈다고 하여, 거기에 대한 독일 국민의 열광이 파시즘의 코드로 해석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걸 그냥 재미없게 논리적으로 기술할 거다.


하지만 변희재와 같은 예술가라면 다르다. 그는 재미없다고 딴지일보 독자에게 맨날 까이는 밋밋한 논리 따위가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내뱉은 말의 부조리를 통해 진실을 드러낸다. 자신이 나눈 3가지 영역을 벗어나는 범주를 자신의 입으로 도입하면서, 변희재는 한 문제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층위가 있음을 무의식적으로 발설하고 있는 거다. 변희재의 예술은 변희재의 의식보다 위에 있다. 이처럼 예술작품은 무의식을 통해 우리에게 말을 거는 법이다. 


한편 파시즘에 대한 판단 여부와 별개로 진중권이 <디워>의 작품성을 논할 자격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코미디인가. 변희재의 빅뉴스는 김휘영을 내세워 아리스토텔레스를 끌어들여 서사를 논하는 것은 영상에 대해 무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상을 좀 아는 이들은 <디워>를 사랑하게 될 거라는 건데, 이쯤되면 눈물겨운 신파극이다. 영상 전문가는커녕 관객의 수준에서도 <디워>는 영화를 잘 안 보던 이들이 흥행을 주도한 특이한 작품이었다는 마케팅 전문가의 견해가 있다.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그들의 주관적 예술을 박살내는 객관적인 지식이란 것이 존재한다. 우연히 어떤 책 광고를 보니 책 저자가 진중권도 아닌데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이해하면 시나리오를 잘 쓸 수 있다고 말하더라. <스토리텔링의 비밀: 아리스토텔레스와 영화>라는 책이며, 저자는 마이클 티어노다. 변희재와 김휘영을 위해서 저자 약력을 보니 "시나리오 작가 겸 독립영화 [오디션]의 감독. 미라맥스 필름, IDT 엔터테인먼트 등에서 스토리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다. 현재 이스트 캐롤라이나 대학(East Carolina University)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라고 적혀 있다. 김휘영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전문가'다. 이게 논쟁할 가치가 있는 일일까?


변희재는 <디워> 팬카페에서 디워 매출이 1억불을 돌파했다는 소리를 주워듣고 그걸 가지고 '구 지식인에 대한 파산 선고'를 한다. 전문성을 가지고 논해야 한다는 분이 팬카페 회원들의 정보에 의존해 글을 쓴다. 훗날 검찰은 돈을 빌렸다가 제때 갚지 못해서 사기혐의로 고소된 심형래를 무혐의 처리하면서 <디워>는 170억원의 적자를 봤다고 발표했다. 사기를 친 게 아니라 이윤이 안 나와서 못 갚았다는 것이다. 100만원을 들여 200만원을 버는 이보다 1000만원을 들여 400만원을 버는 이를 높이 평가하는 어이없는 시장주의가 변희재의 발화 뒤에 숨어 있다. 그러나 변희재는 이미 저 옛날 진중권에게 파산을 선고하면서 훗날의 자신에게 파산을 선고한 것이 아닌가? 변희재는 이렇게 스스로의 파멸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오이디푸스만큼이나 비극적이고 예술적이다. 


전문가가 아니면 논의를 할 수 없나?


이제 예술작품을 벗어나 좀더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얘기를 해보자. 전문가가 아니면 논의에 낄 수 없을까? 변희재는 그 자신을 파멸로 이끌어가기 위해 그렇게 말한다. 정진영에 대한 '지적 수준' 논란을 해명하면서 변희재는 일주일에 인문 교양도서 두 권을 읽어야 하고 어쩌고 한다. 안쓰럽다. 그의 지적 수준으로 읽을 수 있는 인문 교양도서가 많지는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주에 읽을 책을 추천드린다. <키보드워리어 전투일지 2000-2009>와 <뉴라이트 사용후기>. 별로 안 어려우니까 앞에 책은 두 시간, 뒤에 책은 세 시간이면 될 거다.


여하튼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어떤 사안에 대해 각자의 코멘트를 하는 건 '공론장' 형성을 위해 매우 좋은 일이다. 그리고 그 사안을 논의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을 많이 아는 사람의 말이 더욱 존중받는 것은 공론장을 위한 중요한 조건이다. 가령 디워의 서사를 논한다면 아리스토텔레스가 영상과 무슨 상관이냐는 볼멘소리를 하는 김휘영보다는 미학자인 진중권이 더 존중을 받아야 한다. 변희재는 그 존중을 거부한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고 변희재의 입을 막을 수는 없지 않은가. 변희재를 논박하고, 합리적인 의견을 개진하면서, 공론장을 유지하고 수준을 높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런 게 민주주의 사회의 의사소통 과정일 게다. 그런데 변희재는 스스로 시장의 주인인 것처럼 정진영, 김민선, 재범 등의 '퇴출'을 논하더니, 이 지점에서는 공론장의 주인인 것처럼 진중권의 퇴출이 필요하다고 논한다. 본인이 만물의 주인인가? 게이트 오브 바빌론의 주인인 길가메쉬라도 되나? 이쯤 되면 코미디도 실이 없어진다. 만인이 변희재의 변설을 황당해 해도 그 하나 퇴출시키기가 어려운데, 자기네 패거리 몇몇이 진중권이 마음에 안 든다고 그를 퇴출시켜야 한다고 방방 뛰는 꼴이니 말이다.


"똑바루 해 이거뜨라~~"


변희재가 공론장에서 전문가들이 대접받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따로 있다. 광우병 문제에 있어서 김민선이나 정진영을 괴롭히지 말고 진정한 전문가인 서울대 수의학과 우희종 교수에게 시비를 거는 것이다. 우희종에게 발리면서 공론장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볼 일이다. 미네르바 문제에 대해서 진중권에게 질문하지 말고 송호창 변호사 같은 사람에게 인터넷 정책에 대해서 질의하는 것이다. 야후미디어에서 나와 진중권을 부르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허구헌날 진중권을 괴롭히는 빅뉴스는 왜 공론의 영역을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활용되지 않는 걸까? 야후미디어가 진중권과 변희재를 섭외한 바로 그 상업성에 빅뉴스는 편승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진중권은 대중적인 아이콘이고, 변희재의 가치는 그 아이콘에 들러붙는 빈대라는 것밖에 없으니까, 그렇게 선택한 것 아닌가? 빅뉴스에서 허구헌날 진중권을 물고 늘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1) 진중권을 퇴출시키기 위해서
2) 빅뉴스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서

정말로 1)이라고 우길 생각일까?


논객이 기득권인가?


진중권은 변희재 말대로 인터넷 정책영역의 세부적인 사안에 대해 무지할 수도 있다. 그런 부분에서는 변희재가 더 앞서 있을 수도 있다. 그 외 대부분의 영역에서 변희재가 진중권에게 뒤처지듯이. 여하튼 진중권은 미네르바 문제에서 세부적인 법리보다는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를 중요하게 본 것일 게다. 그런 태도 역시 비판의 대상은 될 수 있다. 그러면 비판을 하면 된다. 본인이 더 설득력있는 논변으로 미네르바 사태를 설명하면 된다. 그런 설명이 대중에게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이 일어날지도 모르지만, 그런다고 '전문가'도 아닌 정치권력에 빌붙어 '전문성' 도 없는 논객이 지정한 이들을 강제로 퇴출시키는 것은 공론장을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공론장을 깨는 행위인 거다. J.S 밀을 읽었다는 양반이 그런 것도 모르나?


변희재는 진중권에 대한 증오심이 지나쳐서 이제는 진중권이 사라지면 자신도 존립기반이 사라진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릴 지경에 온 모양이다. 퇴출 운운하는 것이 진심인 것 같아 보이니 말이다. 그런데 진중권이 논객에서 퇴출되면 변희재가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을까? 그가 그는 쓰는 글을 보건대, 택도 없다. 설령 그 자리에 오른다 한들 그게 변희재 인생에 큰 도움이 될까? 그것도 의심스럽다. 진중권이 여기저기서 말했듯 논객질은 생계에 도움이 안 된다. 아마 그 사실을 한국에서 진중권 다음으로 잘 알고 있을 인물을 꼽으라면, 변희재를 들 수도 있겠다. 변희재는 정말로 진중권이 누리는 게 기득권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진보신당 당원 게시판에 툭툭 올린 것들을 기사거리로 만드는 그 상황은 진중권에게 즐거운 것일까? 변희재가 진중권이 전문성에 비해 너무 많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투덜거리는 그 상황은, 진중권에게는 축복일까, 아니면 굴레일까? 물론 진중권은 그런 상황을 잘 알면서도 어떤 의미로는 진보신당의 홍보를 위해 당원게시판에 코멘트를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로 공론장이 형성되어 각각의 사안에 대해 전문적 지식의 소유자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사회가 온다면, 진중권은 기꺼이 자신의 전공분야로 되돌아가리라. 그리고 변희재는 이편에서도 저편에서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실업자가 될 것이다.


진중권이 논객의 대표가 된 건 역설적으로 MB정권 들어와서였다. MB시대의 개막 이후, 반MB정서의 확산 이후, 이놈의 정치평론이란 것은 "누가 누가 MB를 잘 욕하나" 수준의 것으로 퇴행해 버렸고, 거기서 이빨을 까보니 누구도 진중권을 이길 사람이 없더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 자체는 나도 불만이다. 진중권은 반MB전선의 허황함을 감추는 최후의 보루다. 그가 이빨까기 대회에서 짱을 먹고 있으니, 반MB전선이 아무리 쓸데가 없더라도 담론이 치명적으로 천박한 수준으로까지 굴러떨어지지 않는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여하튼 논객으로서의 진중권이 기득권을 누리고 있다면, 그 기득권을 준 건 '이명박 정부'라는 것이 확실하다. 그렇다면 진중권은 이명박 정부의 특혜를 받은 것인가? 논객질이라는 맥락에만 따르자면 그럴 수도 있다. 변희재는 진중권의 인기를 막기 위해 빨리 MB가 권좌에서 내려오길 바라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논객질이 진중권에게 주는 것이 뭐란 말인가. 요즘은 진중권이 하도 유명해지다보니 예전 책도 잘 팔리고 있는 것 같긴 하다. 여기에는 변희재의 공로도 큰 것 같고. 얼마 전에는 변희재가 <키보드워리어 전투일지 2000-2009>가 속한 '우리 시대의 젊은 만인보' 기획도 살짝 씹어줬다고 하는 걸 보니, 내게도 조금은 도움이 될 모양이다. 출판사에선 공짜로 홍보가 됐다고 좋아하더라. 글쟁이들의 자력갱생을 후원하려는 그의 노력에 감사드린다. 하지만 진중권의 경우 그가 자신의 일에 투입할 시간을 쓰면서 노력한 그 세월에 정당한 대가를 받았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사실 포기하는 것도 쉽다. 빠르다. 변희재의 소원대로 진중권은 잠깐 논객 세상을 떠날지도 모른다.


문제는 그후 변희재가 무슨 글을 쓰느냐이다. 변희재는 자신이 무슨 글을 쓸 수 있는지 알고 있을까? 진중권이 황우석 이후 디워 이전까지 침묵하는 그 시기, 자신에게 드리워졌던 무관심의 어둠을 그는 기억하고 있을까? 그러나 오늘도 변이디푸스는 자신의 파멸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간다. 미학을 이해하지 못한 남자는 자신의 삶을 미학으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아아, 역시 오이디푸스는 그리스 비극의 모범인 것이다! 


변이디프스 

<뉴라이트 사용후기>, <키보드워리어 전투일지 2000~2009> 저자 한윤형
(a_hriman@hotmail.com
)



간이

2009.09.18 19:17:36
*.115.124.173

매일 눈팅만 하는데...오늘 글은 특히 재밌네요^^ 잘 읽고갑니다.

outsider

2009.09.18 21:39:52
*.200.233.41

무려 변이디푸스나 되는 것입니까..;;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비극적인 운명으로...-_;;; 약간의 이의를 제기하자면, 뷔연 선생은 비극적 운명 때문이 아니라, 단지 자신의 삽질로 자신의 인생을 망치게 되겠죠. 그렇게 된 후에도 '이게 다 진중권 때문이야!'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갑자기 <광장>의 한 구절이 생각나는군요.

사람은 사람의 팔자를 망치지 못한다. 다만 자기의 앞길을 망칠 뿐이다.

asianote

2009.09.18 20:34:46
*.133.68.81

변희재의 최대 적은 바로 그 자신이로군요. 그걸 모르고 진중권을 최대 적으로 삼다니!

블랙프란시스

2009.09.19 05:17:37
*.223.177.110

"비밀글입니다."

:

dw

2009.09.19 23:53:30
*.42.48.52

아 쉬밤. 이 빵 ㅈㄴ 맛없어. 색깔도 이상하고... 잘 안팔릴 거 같애.

드보르잡 : 야. 넌 제빵학 공부해봤어? 색상학은? 경영학은 알어? 전문가도 아닌게 무슨 그딴 소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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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펌] 딴지일보 주대환 인터뷰 [2] 하뉴녕 2008-01-19 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