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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저그가 플토 상대로 5드론을 뛰게 만들더니 이젠 플토가 저그를 굶겨 죽이고...

슬슬 택빠 언버로우 중...

그나저나 OSL 4강 이제동-김택용을 기대하고 있는데...ㅠ.ㅠ 가능할런지.......;;





김택용 vs 김준영 in 백마고지 Review.
흥야 ( 2008 년 02 월 21일 05 시 42 분 / 219.254.123.244 )

프로토스가 저그를 만나 취쥘대는 가장 큰 이유는, 저그 특유의 기동력이다.

기동력. 아드레날린으로 필 충만한 저글링은 언제나 사정없이 달려가 언제나 사정없이 두들긴다. 그들의 넥서스 일점타는 가히 가공할 만한 파괴력을 지니며, 프로토스는 요 녀석들 때문에 멀티 가져가기도, 지키기도 쉽지가 않다. 폭탄 드랍은 언젠지도 모르게 와서 떨어져 버린다. 포톤 캐논을 아무리 많이 박아도 디파일러 한 마리 있으면 느므 힘들다. 말 그대로 짓밟혀 버리는 꽃밭.

멀티가 많아지고 후반으로 갈 수록 이러한 경향은 심해진다. 프로토스가 지킬 곳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지금 이 확장을 밀려도, 저 확장을 밀려도 상황이 불리해진다. 그런데 저 쪽을 막으러 이만큼 달려가서 수비하고 있으면 요 쪽의 넥서스는 이미 필 충만한 저글링에게 일점타 당하고 있다. 아아, 슬프다. 뭐 돈을 먹어야 병력 찍고 싸울 것 아니냐.

오랫동안 프로토스는 저그의 이 기동력과 속도를 극복하지 못했으며, 지금도 마찬가지다. 저그전 승률 60% 이상의 프로토스, 송병구나 윤용태는 전부 "힘"과 "전투"를 바탕에 둔 저그전을 한다. 선대 프로토스들이 쌓아온 것들이며, 역시 그 영향으로 마재윤, 김준영, 이제동 등의 정상급 저그들을 상대로는 상당히 어려운 경기들을 펼친다.



그로타면은, 김택용 vs 김준영의 어제 경기를 돌아보자.
꽤나 말들이 많다. 김택용이 고전적 프로토스 스타일로 경기했다느니, 그랬다느니, 요랬다느니. 하지만 김택용은 이전에도 이런 경기를 보여준 적이 있다. 바로 2006 신한은행 스타리그 시즌2, 24강 조별리그 대 조용호 in 신 백두대간 경기다.

그 때 당시에도 커세어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었다. 김택용은 무난하게 더블을 가져갔고, 조용호는 아예 5시 지역부터 해처리를 펴며 초반부터 자원에서 우위에 섰다. ……이 경기가 끝나고 엄옹은 그런 대사를 날렸더랬다.

"조용호는 분명 자신이 짜 온 대로 판을 그리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도 이렇게 밀렸다는 것은, 조용호가 김택용의 그릇을 완전히 잘못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랬다. 조용호는 3해처리를 펴는데 모든 해처리를 자원 지역에 펴는 데 성공했고, 그리 큰 견제도 받지 않았다. 서로 확장하며 병력 뽑았고, 조용호는 어, 어ㅡ 어!? 하는 사이에 본진 앞마당까지 밀려버리며 gg를 선언했다.


사실 이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김택용 특유의 유격전술이 드러나기 시작한 경기라는 것이다. 치고, 빠지고, 확장하고, 막고, 다시 치고. 김택용은 그 타이밍을 너무나도 완벽하게 알고 있다. 김택용의 저그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Pain님께서 많이 분석하셨지만 그 중에서도 나는 "견제 중 확장, 견제 중 폭발" 이라 생각하고 있다. 김택용의 미칠듯한 피지컬과 상황 판단 능력이 이러한 플레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인데, 과거 조용호와의 경기와 어제 김준영과의 경기에서는 "난전 중 확장, 난전 중 폭발" 이라고만 바뀌었을 뿐이다.

두 번째 넥서스를 가져간 타이밍은 다크 템플러가 나온 후다. 이것은 템플러 테크로 다크 템플러를 확보한 후, 오버로드 속업이 안 된 저그는 견제가 거의 불가능한 것을 노리는- 과거부터 있어왔던 빌드다. 여기서 특기사항으로 김택용은 아칸을 4기나 생산한다. 그리고 그것으로 저그의 9시 방향 멀티를 향해 공격을 들어감과 동시에, 12시 미네랄 멀티 지역으로 확장한다. 그 후 중앙 지역으로 주력 병력을 내려보내 전투를 치름과 동시에, 3시 멀티를 가져간다. 다시 생산된 병력으로 저그의 9시 멀티를 견제하고, 그 후엔 11시 멀티 시도.

착, 착, 착 맞아 떨어지는 전투 타이밍과 확장. 김택용의 최대 강점은 이 경기에서도 그대로 발휘되었다.
김준영이 못했느냐? 그렇지 않다. 신백두대간과 마찬가지로 그의 3해처리는 시작부터 전부 자원이 있는 곳에 펼쳐졌다. 상당히 빠른 타이밍에 하이브를 끌어올려 가디언을 생산한 것은 김택용의 판단 외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 김택용이 커세어를 생산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 것 만으로도 가디언의 판단은 좋았다. 그 가디언 덕분에 3시 멀티는 꽤나 오랫동안 견제를 받아야 했으니까.

신백두대간이나 백마고지와 같은 난전형 맵의 경우, 말 그대로 끊임없이 전투가 벌어진다. 김택용은 이 맵들에서, 그냥 저그에게 말한다.

"3해처리 다 자원에 폈어? 어, 그래, 그거 먹어. 어? 하나 더 폈어? 응, 뭐 그것까진 먹어도 돼. 근데 나도 그 만큼 먹을 거거든? 그리고 너 말이다……. 더 이상 먹을 생각 꿈도 꾸지 마라!"

집요하다. 절대로 그 이상의 해처리를 자원 지역에 펴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소규모 전투로 확장을 견제하고 나면 주병력으로 본진을 공격하고, 강하게 치고 빠지고 약하게 치고 빠지고 막고, 또 강하게 친다. 평범한 물량형 맵이 아닌 난전형 맵에서는 기동력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상황 판단력이다.
이 시점에 여기에는 이 정도의 병력, 데리고 나갈 애들은 딱 얘네 정도, 얘네는 전멸해도 상관없다. 본진에 아까 뽑아놓은 애들이랑 이만큼 나오는 애들 합하면 대규모 병력이 된다. 얘네로 한 번 들어가고. 이런 것들이 훨씬 중요하다는 말이다. 난전형 맵에서는 끊임없이 전투가 벌어지므로 상황 판단을 내리는 것이 그만큼 더 쉽지 않다. 게다가 그 전투들이 대형 전투보다 소규모 전투가 많은 경우가 크고, 그 경우 병력의 '질'에서 확실히 앞서는 프로토스가 우위를 점하기 쉽다.

게다가 이러한 난전형 맵에서 비수를 상대하는 저그는 한 가지의 강력한 카드를 봉쇄당하게 되는데, 바로 "폭탄드랍" 이다. 끊임없이 전투가 벌어지는 가운데에서는 저글링 한 기가 아쉬운 상황이 잦다. 게다가 디파일러의 다크스웜 아래에서 최강의 전투력을 발휘하는 유닛이 저글링임을 감안하면, 그 저글링을 효과를 볼 만큼의 양 - 적어도 오버로드 3~4기 가량이라고 가정할 때, 그것도 템플러가 있다면 ㅈㅈ - 을 이 난전 상황 가운데서 빼돌리는 것이 쉽지 않다. 김준영이 시도한 본진 드랍은 아칸과 템플러 등에 의해 너무 쉽게 막혔고, 3시 멀티 넥서스를 한 번 부수는 데는 성공했으나 그걸로 끝이었다. 신백두대간 경기에서도 조용호는 소수 병력을 드랍시켜 김택용의 본진에 타격을 주는 데 성공했으나, 바로 그 타이밍에 자신은 앞마당까지 주욱 밀려버렸다.
그러니까, 커세어에 투자할 필요가 다른 맵에 비해 현저하게 줄어든다. 오버로드 폭탄 드랍의 천적은 뭐니뭐니해도 커세어인데, 상대에게 그 폭탄 드랍은 꿈도 못 꾸게 하는 것이다.

저그가 가진 최강의 카드, "기동력"을 김택용은 "최적의 상황 판단"으로 묶어버린다. 3시 확장 구원 가던 병력은 "아, 저걸로 막겠네?" 라고 생각되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저그의 9시로 달려간다. 이미 해처리를 펴고 있을 것을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며, 가서 또 해처리를 깨고 돌아온다.



김택용의 플레이에서는 "경기의 주인공은 나다!" 라는 마인드가 느껴진다. 테란전에서 그가 한 번 수세에 몰렸다가 경기를 뒤집으면, 그 경기는 정말 확 뒤집어져 이미 승기는 완벽하게 김택용에게 넘어가 있다. 저그전은 대부분의 경우 원사이드하고, 마재윤이나 김준영 등을 만나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언제나 프로토스가 좋아보인다.

그는 모든 전투를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해내려 노력한다. 그것이 극대화된 것이 바로 질에서 상대를 압도하는, 그의 저그전이다. 양? 그거야 상대에게 '그 이상'의 자원만 주지 않으면 된다. 감당 못할 자원만 주지 않으면 어쨌든 양에는 한계가 있는 것 아닌가. 어제 경기에서 김준영은 결국 3~4군데의 자원이 한 순간에 바닥이 나버렸다. 그러면, 이제 먹는 것 없고 쫄쫄 굶고 있는 저글링들 밟아주러 가는거다. 질럿 가시는 길에 케찹이나 뿌려 주시는 거다.
녜녜.





한 줄 요약 : 스타일은 고전적일지 모르나, 김택용이 하면 고전적인 스타일도 비수류다.


 
123 2008-02-21 05:46( 125.128.186.146 )
김택용이하면멋있어보여
RMadrid 2008-02-21 06:05( 85.97.137.104 )
잘 읽었습니다. 택의 유격전술이 저그전에서 빛을 발했다는 거군요.
.., 2008-02-21 07:14( 61.101.149.31 )
아 깔끔하다. 잘 읽었어요.
묘한 2008-02-21 08:09( 220.93.75.192 )
김택용 마재윤 IEF 결승 1경기때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때에 전투를 이끌어 내는 김택용의 유격전술 보면서 감탄했었는데... 김택용 경기는 보는 즐거움이 있음
다크택플러 2008-02-21 08:30( 155.97.198.98 )
택빠질 하면 살맛난다는게 사실?
1 2008-02-21 08:43( 220.81.249.67 )
사실
돌스 2008-02-21 08:59( 221.142.104.129 )
김준영은 그렇다 쳐도 마재는 빼야하지 않나? 정상급은 무슨...
ㅎㄷㄷ 2008-02-21 09:03( 211.247.16.230 )
뭐 김택용이 경기만하면 리뷰같은게 나오네
2008-02-21 09:18( 219.249.173.86 )
좋은글 잘 읽었삼
잘봤습니다 2008-02-21 10:26( 124.5.223.111 )
공감가는 부분이 많은 글이군요..
댓글쓰기


maybe

2008.02.21 21:34:55
*.253.54.23

김택용의 경기는 외줄타기를 보는 느낌입니다.
더도 덜도 아닌,딱 그 만큼만의 그 절묘한 밸런스와 타이밍.
하지만, 플토로는 송병구를 미는지라, 양립이 어렵죠...
전 병구 웃는 게 좋더라구요. 물론, 마재의 거만한 표정이 젤 귀엽구요.
덧)요즘 마재의 경기는, 문자 그대로, 차마 눈 뜨고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통고품격찌질찌질

2008.02.21 20:59:45
*.216.114.61

"비밀글입니다."

:

하뉴녕

2008.02.22 14:44:37
*.176.49.134

어쩔까? 가능하면 하고 싶기도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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