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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경향신문] 비둘기와 매의 시간

조회 수 4324 추천 수 0 2010.11.26 22:44:31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11262132005&code=990000
경향신문 2030 콘서트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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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두 명 전사와 민간인 두 명 사망이라는 참혹한 비극 앞에서 비둘기파와 매파가 싸운다. 매는 말한다. 햇볕정책이 김정일 정권에게 핵을 쥐어주고 정권 붕괴를 지연시키면서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둘기는 말한다. 최근의 강경책이 북한 군부강경파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위기관리 능력을 상실하게 하여 이런 일이 생겨났다고.


양쪽 논리는 평행선이다. 매는 햇볕정책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바뀌지 않았다고 말한다. 주면 줄수록 우린 북한의 도발에 힘을 실어주는 격이다. 비둘기는 강경책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굴복시킬 수 없다고 말한다. 대적하면 대적할수록 북한의 도발을 자극하는 꼴이다. 매는 문제점을 지적당하면 ‘그러므로 더 강경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한다. 비둘기도 문제점을 지적당하면 ‘그러므로 더욱 퍼줘야 한다.’고 한다. 이 일관된 두 세계관은 주어진 모든 정보를 제 좋을 대로 해석한다. 그러므로 양립할 수 없다. 그래서 이렇게나 반목한다.


여기서 지워진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북한’이다. 양쪽 모두 우리의 행동이 북한을 무리 없이 바꾸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게 말해야 하는 이유는 유권자들이 북한을 잊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압록강까지 도달하는 것이나, 굶주린 북한 주민들에게 쌀을 건네주는 인륜적 행위에 사실 그다지 관심이 없다. 그들은 다만 한국 사회가 일구어낸 알량한 부가 어떤 무력에 의해 위협당하는 상황을 원치 않을 뿐이다.


그래서 비둘기와 매는 똑같이 유권자들에게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약속한다. 그들은 상황을 관리할 수 있다. 왜냐하면 관리해야만 하니까. 그러므로 사건이 터졌다면, 그건 우리 사회가 상대편의 주장에 조금이라도 동의했기 때문이라고 서로 믿는다. 오늘날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갑론을박의 형식이 이렇다.


물론 찬찬히 따져보면 쌍방의 주장은 모두 오류다. 비둘기는 햇볕정책이 북한을 항시적인 군사도발을 요하는 체제에서 이탈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햇볕정책 십 년 동안 그런 변화는 조금 진행되는 듯하다가 사라졌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미국이 보조를 맞췄다면 훨씬 나았을 거란 가정도 있지만, 그건 우리 소관이 아니다. 오히려 햇볕정책이 지속됐더라도 북한에게 3대승계를 위한 어떤 도발이 필요했을 거란 예측이 더 의미있다.


매는 강경책이 북한정권의 전투성을 거세하거나 그것이 거세된 다른 정권을 창출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선 국지전, 전면전, 체제의 전면붕괴로 인한 혼란 등이 리스크로 발생한다. 매의 전략은 성공할 길이 있다 하더라도 아찔한 줄타기의 길이다. 그렇다고 비둘기가 의기양양해야 할 이유도 없다. 비둘기의 노력과정에서도 도발과 국지전에 대한 리스크는 존재하고, 그런 북한에 실망한 우리가 매파로 이동할 경우 문제는 고스란히 반복될 테니까. ‘적화통일’의 가능성은 매의 소심증으로 취급하더라도 그렇다.


오늘의 비둘기는 매를 공격하기 위해 매파 정권의 안보무능력을 열심히 질타한다. 비둘기나 매나 북한만 욕해선 답이 없으니 정부를 욕한다. 그런데 매와 비둘기가 이렇게 합창하면 정권이 다음 도발 상황에서 ‘확전’의 가능성을 무릎 쓴 보복전의 유혹을 느끼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런 면에서 비둘기의 정부 비판은 자기파괴적이다.


비둘기도 매도 옳지 않지만, 우리에겐 둘 이외에 다른 방도도 없다. 쌍방 모두 자신의 무능력을 인정하고 북한을 직시하는 것이 논의의 출발점이리라. 하나의 시대가 어스름하게 저무는 시간, 비둘기와 매가 구별이 안 가는 시간, 비둘기와 매의 시간이 왔다.


 


idler

2010.11.27 00:22:25
*.182.132.40

햇볕정책의 요점이 북한과의 관계에서 협상 카드를 최대한 확보하는 걸텐데요. 그걸 포기하면서 북한을 압박할 수단도 점점 사라지고, 이렇게 연평도 도발 이후에 또 강경책의 악?순환으로 가면 나중엔 정말 군사적 공격 외에는 제재 수단이 없어지는 것 아닌가요? 북한이 바뀔 수 있다는 기대 대신, 북한을 단지 외교 상대로 직시한다면 역시 방도는 퍼주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매와 비둘기의 시간이 되었다면, 비둘기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하뉴녕

2010.11.27 00:24:16
*.149.153.7

그 말씀은 맞는데 결국 시소처럼 이리로 되돌아오게된다는 것이지요.

왜냐하면 남북한 문제가 국제적이라, 남한만의 의지로 북한체제의 안정을 보장해 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북한은 핵이라는 카드를 버릴 수가 없지요. 미국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거든요.

더구나 남한은 민주주의 국가고, 국민여론이 이렇게도 저렇게도 튈 수 있으며, 햇볕정책을 펴는 정권이 강경책을 펴는 정권으로 바뀌는 걸 목도한 이상, 다음 번에 한번 더 (유사시 제재수단으로서의) 경제원조가 제공하더라도, 그걸 신뢰하고 무력을 줄이는 선택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결국 두 노선이 서로가 서로를 완전히 배격할 수 없고...즉 완전한 강경책도 완전한 햇볕정책도 가능할 수가 없는 건데 서로 완전한 우리의 물건만이 문제를 해결할 거라고 얘기하고 있는 셈이죠.

더구나 지금 시점은 햇볕정책으로 '턴'할 수가 없는 시국입니다. 정부가 그럴 의지가 있어도 북한이 적당히 기회를 줄 때까지 침묵할 수밖에 없는데, 북한 역시 남한 정부가 굴복하고 공물을 바치지 않으면 국지전 한 두 번쯤은 더 터트릴 '요량'인듯 하니가요. 이런 상황에서 '햇볕정책으로의 턴'이 성립할 수 있는 방책이 있을지요?

하뉴녕

2010.11.27 00:32:54
*.149.153.7

음 그리고 한마디 덧붙이자면, idler 님의 말씀은 전형적인 햇볕정책 옹호론자의 말씀이신데, 이 반대편 입장은 이렇지요.

"줘도 줘도 북한은 변하지 않고, 주는 걸 줄이면 도발을 할 거고(지금처럼) 계속 계속 주다보면 적화통일 밖에 답이 없다."

여기엔 비약이 있다고 보겠지만, 뭐 하여간 형식이 이렇습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양쪽 다 두 개의 대안을 상정하고 한쪽의 대안에는 궤멸의 종말이 있을 뿐이기 때문에 '배제'를 하고 내 것이 옳다고 주장한다는 건데요.

현실세계가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북한도 그때그때 생각이 바뀐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 일단 저런 형식의 주장전개부터 버려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가 마지막 문단에서 말하려고 했던 게 바로 그거죠. 이 두개의 선택지 밖에 없는 건 맞는데, 이게 둘중 하나가 오류라서 배제되고 나머지 하나가 진리임이 증명되는 이런 차원의 선택지는 아니란 거죠. 양 진영 모두 그런 면에서 일종의 야바위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슨 사건이 일어나도 그게 상대편이 오류임을 증명하는 논거로 기능하는 되는 겁니다. 양쪽 모두에게.

idler

2010.11.27 01:04:41
*.182.132.40

분명한 건, 강경책이란 것이 일단 햇볕을 쬐어주는 상황이라야 '턴'을 하거나 말거나 할 수 있는 것인데, 이미 남한 자체에서 햇볕이 강경으로 바뀌어 버렸으니 지금 상황에서 어떤 방법도 취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는 거죠. 이미 이렇게 된 건 어쩔 수 없는 것이고 ‘민주주의라는 시소’에서 필연적인 일이라고 볼 순 있겠습니다. 하지만 ‘강경할 수 있기 위한 준비로서의 햇볕’ 밖에 한국이 할 수 있는게 없다고 생각되네요.

그리고 매와 비둘기가 자신만이 옳다며 싸우고 있는건, 절대적 모범답안은 없는 상황에서 단지 서로가 반공이라며 또는 극우라며 색깔싸움이나 한다는 문제가 있죠. 외부폭력에 대항하지 못해서 수평폭력을 휘두르는 것처럼, 내부 경쟁자에게 원인을 뒤집어씌우고 정치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봅니다. 진보측도 그래서 만날 북에는 입다물고 있고 내부비판만 하는 것 같구요. 저는 햇볕이 아니었다는 원인으로 지금의 사태가 발생했다고 생각은 못하겠습니다. 다만 지금과 같은 강경책을 계속한다면 북한의 인질극에 대처할 순 없다고 봅니다. 실은 지금 아무 방법도 없으니 언론에서 전면전도 불사할 것인가라는 앙케이트 설문이나 하고 앉아있다고 생각되요; 중요한건 북한이란 대상의 도발 행위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고, 색깔론으로 국민들 혼란시키는 것 비판해야 한다는 점이겠네요.

하뉴녕

2010.11.27 01:16:45
*.149.153.7

저들이 사용하는게 색깔론이라 하더라도 논점 자체가 정책에 대한 책임론이라면 '햇볕정책 책임론'을 '색깔론'으로(만) 공박하는 것은 논쟁을 회피하는 태도입니다. "너희들은 딱지를 붙이고 있으니까 나쁜 짓을 하는 거다." 그리고 끗-. (그리고 상대편에게 '냉전세력'이란 딱지를 붙이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그래서 논의 자체가 사라지게 되었죠.

햇볕을 쬐어주어야 강경책으로의 '턴'이나 '효과'가 가능하단 건 성립하는 말씀인데 그래서 님이 언급하신 딜레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작정 햇볕으로 턴하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턴을 할 수가 없으니까...

그리고 만약에 몇 번의 국지전 시도가 있은 후 북한의 체제붕괴라는 결말이 온다면 저쪽에서는 햇볕정책의 시기를 '문제해결을 유예한 기간'으로 색칠할 테고 이쪽에서는 '굶고 있는 북한 주민에 대한 윤리적 접근이 있었던, 그리하여 북한 체제 붕괴 후 북한 주민에게 말을 걸 수 있게 해준 그런 정책'이라고 계열화하고 싶겠지요.

결국 상황상황에 따라 취해야 할 방책도 의미평가도 달라지는 것이지 언제 어느 때고 무조건 햇볕이 답이라고 얘기할 수도 없습니다. '색깔론 비판' 역시 "저들이 색깔론이다."라는 말만 하고 끝내서는 논쟁 회피 밖에 안 되겠고 국민들에게 이 두 대안이 모순적인 것이 아니라 병행할 수 있는 경쟁하는 정책임을 납득시켜야 합니다.

저와 생각이 크게 다르지는 않으신 것 같은데, 결국 햇볕정책을 그렇게 방법적으로 사용하는 인식을 전파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에, 북한 핵실험의 원인이 햇볕정책으로 지목되었을 때 이명박 정부는 극단적인 역주행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 생각됩니다.

idler

2010.11.27 01:47:03
*.182.132.40

지적하신 점들이 햇볕정책이 실패한 내부 문제점이기도 할 것입니다. 굳이 색깔론이 아니더라도, 쌀 퍼주는 게 아깝다라는게 아니더라도, 북한이란 대상 자체가 저렇게 나오리라는 것에 대한 햇볕의 보완책도 불완전한 것이고, 햇볕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 떨어지구요.

하지만 말씀하신 대로 ‘두가지 방안’ 중에 하나를 취할 수 밖에 없는 거라면, 강경책으로 순환할 때의 결말이 군사적 통제라던지, 북한 자체의 내부 붕괴라는 것이므로 최대한 안전한 길로 대북 외교 카드로서 햇볕 밖에는 할 만한 방법이 없을 것이구요. 지금 상황에선 햇볕으로 전환조차 어려워졌으니 저도 그에 대해선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답답한 상황 같아요.

다만 색깔론을 지적한 것은, 우파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진보측에서 역시 북한이란 대상을 직시한다기보다 일단 ‘매’편에 책임을 돌리자라는, 정치적 현실주의를 취하는 듯한 태도에 머문다는 점과 함께 꺼낸 얘기였습니다. 지적하신 것처럼 진보측도 실상 극우의 논리를 빌려와서까지 MB 깎아내리기에 바빠하니까요. 비둘기, 매들만의 정치적 공세를 자제하고 ‘북한이란 새’을 대상으로 한 실효성있는 대안을 연구해야 한다는 것밖엔 없는 것 같네요. 그래야 '올바른' 정책 경쟁이 성립되겠죠. 단지 제 주장은 그래도 햇볕과 같은 식의 방법 밖에는 없다는 쪽이구요.

하뉴녕

2010.11.27 01:43:10
*.149.153.7

예 말씀 잘 들었습니다. :)

창틀

2010.11.30 05:13:27
*.162.73.96

한윤영 님 안녕하세요. 일전에 한번 뵈었지요. [세상의 창, 생각의 틀] 블로그의 창틀이라고 합니다. 칼럼 잘 보았습니다. 비둘기와 매의 논리가 대립되는 상황에 대하여 말씀하시고, 양비론의 결론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것은 저의 오해일 수도 있겠습니다.)

아무래도 저널리스트의 시각에서 보면 현재 보도되는 많은 정보를 기준으로 삼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매파도 비둘기파도 존재하지 않았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글쎄요, 미국에서의 매파와 비둘기파라는게 존재할런지 모르지만, 적어도 한국에서는 매파와 비둘기파가 존재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어느쪽이 강경책을 지지하고, 또 어느쪽이 대화를 지향하냐의 논리상의 문제가 아니라, 그럴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의 문제라고 봅니다. 현 정부와 여당이 매파라면, 지난시간 갖가지 국방예산 삭감과 국방개혁과제의 보류, 사건초기 대응에서의 "확전되지 않도록" 하라는 통수권자의 메시지가 하나의 일관성을 가지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현재 강경한 자세를 했기 때문에 매파가 된 것이지요.)

또 반대로 참여정부는 햇볕정책 계승과 6자회담, 남북 정상회담 등의 평화를 위한 대화의 노력과 동시에 국방비 증액, 국방개혁, 전시작전권 환수 등의 정책적 행보는 비단 비둘기파라고 말하기가 애매하지요. (참여정부는 국방비 증액등의 정책기조로 되려 진보진영으로 내내 비판에 시달렸으니까요.)

참여정부 당시에 지금과 같은 북의 도발이 있다고 가정하면, 햇볕정책의 방향 때문에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햇을 것이다가 아니라, 이미 햇볕 정책과 자주국방이라는 두 가지 카드를 가지고 있다고 해석합니다. 하나의 포지션에 얽매여 있으면, 급변하는 상황에 대처할 수가 없습니다. 반면 현 정부는 아무런 카드를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지휘체계의 혼란이 있다고 봅니다.

햇볕정책과 강경책이 진보와 보수의 잇슈가 되는 큰 정책임은 틀림없지만, 그네들이 그것을 말하는 현상과 주장에 앞서, 그간의 궤적을 봐야 합니다. 강경책을 말하냐, 대화를 말하냐의 양분이 아니라, 애초에 자주국방을 하지 않는한 우리 스스로 그 어떤 해법을 내 놓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강경책을 하든, 대화로 풀든 우리 국가와 국민의 의지에 기인하는 것이 역사적으로 외교적으로 의미가 부여되는 것이고, 외세에 의지한 강경책은 애초에 의미가 없습니다. 어느 방향이 되었든 강대국의 도구로서 기능할 뿐 임을 역사적으로 알 수 있고, 지금도 익히 경험하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의 어수선한 상황은 한일합방 이전의 청일전쟁, 러일전쟁 전후의 분위기와 흡사합니다.

햇볕정책을 말하는가? 강경책을 말하는가?에 따라 비둘기파, 매파를 양분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과의 관계에서 이니셔티브를 가지고 주도하는가? 외세에 의존하는가? 의 관점으로 보아야 해법이 나올듯 싶습니다.

하뉴녕

2010.11.30 04:05:37
*.149.153.7

창틀 님 안녕하세요. 참여정부가 국방예산 증액과 자주국방 노선을 추진한 반면 이명박 정부는 그것을 후퇴시켰기 때문에 '비둘기'와 '매'로 구별짓는 것이 무리가 있지 않느냐는 말씀이신데요. 저도 참여정부 시절 국방력 강화 정책을 높이 평가하고 있고, 햇볕정책이 마치 북한에게 안보의 뒷문을 열어준 것처럼 왜곡하는 태도에는 반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상황의 효과인데요. 참여정부 시절 계승된 햇볕정책이 북한의 도발 수위를 적절하게 제어했다는 점은 옳지만 그 기간 동안 핵개발 프로세스가 진행되었다는 것 역시 분명한 사실입니다. 햇볕정책 찬성론자 쪽에선 이에 대해 부시의 강경책에 문제제기를 할 수 있겠지요. 이를테면 2000년에 고어가 당선되어서 국민의 정부-참여정부와 미국 민주당 정권이 파트너를 맞췄다면 훨씬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았겠느냐라고 예측하는 것도 가능하구요.

그런데 그런 '운수'가 없었던 상황에서 (본문에선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고 표현했고, 이 다음 글에선 그런 확률이 좀 기대하기 힘든 확률이 아닐까라는 견해도 피력했구요.) 한국은 북한핵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었던 건데 이에 대해 전적으로 강경책에만 책임이 있다고 보는 건 온당하지 못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햇볕정책을 진행한 것이 틀렸다는 차원의 얘기를 하는게 아니라, 우리가 뭘 할 수 있었고 뭘 할 수 없었는지, 실제로 변한 것이 뭐고 변하지 않은 것이 뭔지를 얘기해야 출구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지적이었지요. 물론 출구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만...;;

그리고 국방력강화 문제를 이 논의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분량의 문제도 있었거니와, 사실 참여정부의 국방력강화 프로젝트가 북한을 대상으로 했다기보다는 중국과 일본을 겨냥한 측면이 더 강했다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북한을 상대로 할 거라면 쓸데없는 과잉투자라는 의견이 당시에도 있었지요.(대표적으로 임종인.) 물론 참여정부가 그렇게 장기적인 안목의 투자를 한 것은 평가받을 만한 지점입니다만, 그게 대북정책에 있어 어떤 변수가 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북한만 생각한다면 사실 MB처럼 "아 몰라 귀찮아. 돈 왜 이렇게 많이 들어. 그냥 다 취소해. 물러."라고 반응하는 것이 '경제적인' 태도인지도 모르지요. ;;;;

창틀

2010.11.30 05:47:31
*.162.73.96

한윤영 님, 늦게까지 주무시지 않고 계시죠? 저도 어쩌다 보니 그리 되었습니다.

고어가 당선되었더라면... 하는 가정법은 현재에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참여정부 기간동안 북핵 프로세스가 돌아갔다는 그 사실이, 강경론자의 논거로서 의미가 있을 지는 몰라도, 6자회담의 틀 안에서 설령 북한이 그러한 핵무기를 가지고 있더라도 사용할 수 없도록 억지되는 효과가 있으니까요.

이번 북한의 도발도 그렇고, 단지 김정일의 독단적인 판단에 의하여 가능하지 않습니다. 외부로부터 정보 혹은 에너지를 인지하여 반응하는 결과로서 사건이 생겨나는 것이고, 6자 회담은 그것으로서 충분히 기능을 했던 것이지요. 북 핵 자체를 폐기 하는데에는 더 시간이 필요했을지 모르지만, 이것 역시 가정임으로 말 할 가치가 없습니다.

국방력 강화 프로젝트는 단지 북한을 상대로 한 것은 아니지만, 중국과 일본을 겨냥했다는 것 또한 정답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가 국방력을 강화해야하는 당위는 전시작전권 환수에 있다는 것이 맞겠지요. 주적 개념의 북한이 아니더라도, 전시작전권에서 북한이 포함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북한이 어떤 식으로 나오든, 혹은 일본이, 중국이, 미국이, 러시아가 어떤식으로 나오든 대응할 수 있는 카드가 있어야 합니다. 강경책이거나, 햇볕정책은 그 결과물 일 뿐 입니다.

한국의 보수언론, 정당 단체, 혹은 진보 언론, 정당, 단체에서 하는 모든 말은 그저 말 뿐일 뿐이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럴 능력이 없으니까요. 한윤영 님께서 쌍방 모두 자신의 무능을 인정해야 한다고 언급한 부분과 상통하지 않나 싶습니다.

때문에 어차피 말뿐인 비둘기와 매를 나누어서 분류하는 것 자체가 문제해결에 있어서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하는 것이구요. 본질은 문제해결능력이 있는가? 없는가?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비둘기 파(라고 말하는 사람들이)가 주장하는 것이 참여정부가 추구한 것과 서로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같을 뿐, 문제인식에서의 차이가 있기에 현재 아무런 기능을 못하는 것이겠지요. 또한 현 정부 역시 문제 해결을 위한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습니다. 천안함 침몰 이후에도 말이지요.

근본적인 차이는 이러한 사건을 귀납적 으로 보는 시각과 연역적 적으로 보는 시각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논쟁하고자 쓴 글이 아닌데, 어쩌다보니 글이 길어졌습니다. 그저 한윤영 님과 지속적인 교류를 하고 싶다는 의미로 받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뉴녕

2010.11.30 13:05:06
*.149.153.7

예 감사합니다.

그런데 클린턴의 제네바 합의가 북핵을 1단계에서 붙들어 두었고 부시 행정부 시절(2001-2008) 북핵이 1단계에서 3단계로 진전했다는 얘기가 팩트라면 부시 행정부와 가장 기간이 겹쳤던 참여정부의 핵억지력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위키리스크에서 폭로되었듯 이명박 정부도 이면으론 정상회담을 추진했다고 하는데요. 북한 쪽에서 먼저 지원을 재개할 것을 요구해서 성사가 되지 않았다고 하지요. 이명박 정부도 처음부터 모든 걸 다 닫아주지는 않았다는 뜻이겠지요. 몇달전의 보도를 보면 남한에서 넘어간 달러의 양만 치면 MB 정부 절반 동안 넘어간 것도 참여정부 절반 이상이더군요.(기간 생각하면 약간 더 많은 수준.)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한 상황이지만 지금의 정부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기 보다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는 것이 더 정확한 판단일 것 같습니다.

이상한 모자

2010.11.30 09:15:23
*.114.22.131

한윤영님, 안녕하세요.

창틀

2010.11.30 14:38:04
*.162.73.96

이명박 정부에서 북한으로 많은 량의 달러가 넘어갔다는 그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러한 방법론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판을 누가 주도하는 가가 중요합니다. 중국, 러시아를 움직이지 않고, 북한을 움직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지요. 뒷돈으로 북한을 달래서 문제가 해결이 될거라는 그 자체가 순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기 보다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스스로 내 몰았다가 맞는 얘기 같습니다. 서해 앞바다에서 3,700 발의 사격을 한 것부터, 북한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려는 방향부터, 미국과 일본 보다도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가 소홀해 진 것부터, 국민에 정보를 차단하고, 민간인 사찰하고, 반대의견을 묵살할 때부터...

스스로 포지션을 제한시킨 것이고, 그로부터 유사시 쓸 수 있는 카드가 사라져버린 것 입니다. 군중 앞에서 모욕을 주고, 뒤에가서 얼러준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북으로 달러가 갔다는 그 사실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돈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북한이 도발을 해오니, 북한이 잘못된거라는 논리도, 북한에 돈을 쥐어보냈으니, 현 정부로서는 할 만큼 했다는 논리도 불완전하지요. 최철원이 사람을 야구방망이로 쥐어패놓고, 돈 쥐어주는 행위가 용서 받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는 그것이 문제의 해결이라고 생각했겠지만... 늘 예측과는 다른방향으로 전개됩니다.)

팩트가 그런것처럼, 사건도 결과일 뿐, 사건이 발생하기 까지의 근본적인 이유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팩트가 아니라, 철학의 부재가 상황을 이렇게 끌고 온 것이지요.

의사결정에 있어서 보수는 상대를 배제하는 방법으로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정치에서 말하는)진보는 다양한 여론이 개입하여 의사결정의 정확도를 높이자는 건데, 배제하여 속도를 높이다보면 이런 외통수에 걸리게 되고, 의사결정의 정확도를 높이려다보면, 속도가 늦어져서 망합니다. 후진국, 개발도산국 일때에는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는 독재가 먹히지만, 선진국으로 갈 수록 더 정확한 의사결정을 필요로 하게 됩니다.

근본적으로 철학의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하는 것이고, 그 연장선에서 숭례문이 불타고, 용산 참사가 일어나고, 천안함이 침몰하고, 연평도에 대포알이 떨어지는 상황을 맞이한 것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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