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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추적 6분, 그리고 천안함 음모론

조회 수 3748 추천 수 0 2010.11.20 10:56:58

0. 일단 <추적 6분>이라는 아래 짤방. 유용원의 군사세계 게시판에서 나왔고 블로거들 사이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것 같다.




1. 천안함 사태와 음모론에 대해선 한번 기고한 적이 있다.

2010/04/17 - [정치/성토] - [경향신문] 음모론 권하는 사회


2. 일단 나는 해당사안을 자료만 보고 순전히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없다. 사태 초기엔 판단이 잘 서지 않았고 정부가 사건을 덮었다는 일종의 '음모론' 가설을 블로그에 퍼온 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렇게 주장하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 양쪽 주장을 들어보면 "천안함은 북한이 침몰시켰다."는 쪽이 더 설득력있다. 아래 내용은 그것을 전제로 이어진다.


3. 정부에 대한 언론과 누리꾼의 문제제기는 정당할 수 있다. 보고서가 정밀하지 않거나 오류가 있다면 지적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지적은 필연적으로 정부가 보고서를 너무 일찍 완성했다는 비판으로 나아갈 것이다.  보고서가 정밀하지 않거나 오류가 있다는 건 필요 이상으로 사건을 급박하게 정리하려고 했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다. 아마도 지금 지적할 수 있는 최대치는 그것일 것 같다.그리고 그 와중에 '투명함'과 '소통'(요즘 어디서나 화두가 되는 그놈의 빌어먹을 소통)이 없었고 그래서 많은 국민들이 여전히 의혹을 가진다는 비판도 성립할 수 있다.


4. 정부가 부랴부랴 보고서를 완성한 이유로, 미국측의 정치적 이해(일본과 오키나와 미군 문제 협상 및 대중국 포석 어쩌구 저쩌구)와 한국측의 정치적 이해(6.2지방선거 북풍 어쩌구 저쩌구)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비평도 성립할 수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노선을 천안함 사태 대응을 통해 해석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것도 이 세상을 사는데 도움이 될 것 같기는 하다.


5. 그런데 그런 차원의 비판 및 비평과 1) "천안함은 북의 소행이 아니다." 혹은 더 나아가 2)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의 진실을 조작/은폐했다."는 믿음을 가지는 것은 전혀 별개의 일이다. 개인적으로 1)이라고 믿는 거야 그럴 수 있다. 정확한 진실이야 먼 훗날 북한의 문서가 공개될 때 밝혀지겠지. 하지만 2)라고 믿고 그 믿음을 끊임없이 언표하는 것이 문제다. 오늘날의 인터넷 여론에선 타당한 문제제기(3에서 4)와 악성 루머에 불과한 것(위에 언급한 1)과 2), 특히 후자)가 항시 같이 나타난다. (광우병 정국에서도 그랬다는 걸 부인해선 안 된다.) 반MB 진영에선 이런 것을 구분하지 않고 MB에 대한 혐오감을 확산시키려고 한다. 반대편에선 이것을 근거로 진보개혁을 말하는 이들이 왜곡과 조작을 일삼는 선동꾼이라 말한다.


6. 진보매체들도 참여하고 있는 이 '음모론' 공방의 승자는 누굴까. 음모론을 믿지 않는다고 주장할 이들조차, "하지만 저쪽도 존나 치사하고 더러운데 우리도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MB를 까야 하는거 아닌가요??"라고 말하겠지만 일이 이렇게 진행되면 극우 블록이 유리하다. 소위 진보개혁 세력은 지난 세월 동안 많은 사안들을 침소봉대하며 '재미'를 보다가 사람들이 사태의 다른 일면을 알게 되면 "저 선동꾼들, 지겨워."라며 분위기가 짜게 식는 경험을 해왔다. 사람들이 민주당이나 진보정당을 믿지 않는 이유는 조중동의 선동때문만은 아니다. 민주당이나 진보정당 쪽 정치세력들도 우리를 선동하려고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도찐개찐아니냐 할 수 있겠지만, 자본력도 권력도 쪽수도 딸리는 쪽에서 '신뢰'까지 잃어버리면 중도파에게 무엇을 요청할 수 있으랴. 더구나 한겨레신문이나 미디어오늘이 부릴 수 있는 정보량이 조선일보만큼 많지가 않아서, 같이 '선동'하면 조선일보 쪽 게 훨씬 그럴듯해 보인다는 것도 큰 문제다.  


7. 정부가 내세운 가설에 의문점들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현존하는 사건을 설명하는 모든 가설이 그러니까. 그런데 이 사건을 설명할 다른 가설들이 비슷한 검증을 받으면 그 정도의 의문점이 없을까? 아마도 훨씬 심할 것이다. '주도적 가설'에 대해 다른 가설들이 누릴 수 있는 이점은, '주도적 가설'은 모든 가설들로부터 공격받지만 다른 가설은 서로는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 정부 보고서에 제기되는 의문들은 제각기 다른 가설을 지지할 수 있지만, 그 가설들은 자기들끼리도 상충되는 것일 수가 있다. 시뮬레이션과 현실의 사건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연구를 한다면 확률이 높은 결과를 사용해야 하지만, 현실세계에선 확률이 낮은 사건도 이따금 일어난다. 동전을 던졌는데 스무번 연속 앞면이 나온다면 이게 사기일까 의심이 들 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습니다.'가 진실일 수도 있다.


8. 여러모로 음모론은 창조과학과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다. 주도적 가설이 설명해내지 못하는 문제들의 이면에 '의지를 가지고 이 사태를 주관하는 어떤 주체'를 상정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음모론은 창조과학만도 못하다. 창조과학이 주체로 내세우는 '신'이야 검증될 수도 반증될 수도 없는 것이고 정의상 전지전능하지만, 음모론이 주체로 내세우는 것들은 비록 실체는 있으되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는 능력이 있음과 실제로 그런 일을 했음을 입증해야할 처지에 있기 때문이다.


9. 일단은 여기까지. 오류 지적 및 반박 댓글 중 쓸만한 것이 있으면 본문에 반영하도록 하겠다.




P.S 쓰고나니 미네르바 음모론과도 이어지는 것 같아서, 그 문제에 대해 예전에 쓴 글을 추가. 미네르바에 대한 환상을 분석할 때 '음모론'의 환상이 무엇인지도 좀 나오는 것 같다.

2009/01/20 - [정치/분석] - 미네르바 이야기


다시다

2010.11.20 11:53:33
*.149.189.228

대부분의 사람들이 1차자료를 보고 맞다/아니다를 가를 수 없는 처지라는 데 동의한다면요. 지금 떠돌고 있는 근거들을 종합해보면 (북한 어뢰설을 퐇마) 모두 결정적으로 아귀가 맞는 건 없으므로 결론을 유보한다, 정도가 옳은 태도 아닌가요? 북한 어뢰설을 흔드는 증거들 (예를 들어 선체보다 더 큰 물기둥이 10초 이상 지속되야 하는데 초계경 포함 아무도 본 사람이 없다. 뺨에 물이 스쳤다 같은 증언은 오히려 그 정도로 멀쩡하게 서있던 군인조차 못 봤다는 얘기인 것 같습니다) 은 설명이 가능해야 하지 않나요? 그 정도 결함을 이해하고 넘어가면 피로파과나 좌초 따위의 가설도 다 설명 가능합니다. 이게 다수결도 아니고, 제일 유력하니 (사실 저는 그게 왜 제일 유력한지도 모르겠으나) 채택한다 수준이 되나 모르겠어요.
창조론 얘기하시는데 저는 과학이라면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할 수 말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는 지금 상충되는 증거로 지금은 진실을 알 수 없는 상태라는 걸 인정 해야 합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조작했다기 보다는, 모르는 걸 안다고 말해야 하는 입장에서 무리하는 거라는 거죠. (그 수많은 말바꾸기 보세요) 이게 다수결식으로 '북한이 그런 걸로 보자,' 보다 비합리적인 태도인건지요.

하뉴녕

2010.11.21 06:37:37
*.149.153.7

500m가 시계거리인데 2km 떨어진 물기둥을 야간에 식별했다면 더 이상한 것이고 '섬광'으로 본 것이 아마도 그걸 거라고 추정을 하고 있는 거죠. 초병이 못본건 별로 이상한 것도 아닙니다.

저는 여기서 '다수결'을 말한게 아니죠. 다수 얘기는 천안함 사태의 진실에 관한 것이 아니라, 그것에 대해 진보/개혁 진영이 말하는 것이 다수에게 신뢰가 가겠느냐 그런 질문을 던진 차원이었구요.

밀덕들 논리구조가 이렇게 진행되더군요.

1) 선체 파괴된 모양을 볼 때 뭔가를 맞았다. (피로파괴 배제) -> 2) 뭘 맞았는지를 판단해 볼때, 다수 전문가들이 기뢰는 아니라고 한다. (기뢰설 배제) -> 3) 그렇다면 남는게 어뢰 밖에 없다. -> 4) 남아있는 물질이 어떻게 생성됐는지는 오리무중이지만, 하여튼 존나 선체 여기저기 붙어 있는 것으로 봐서 폭발물과 관련이 있다. (이게 황화물인지 수화물인지는 대세에 지장이 없음) -> 5) 남아있는 어뢰 추진체가 북한의 것임이 설계도임에서 확인된다. 증명 끗.

나머지는 부수적인 것이다, 이거죠. 사소한 뭘 덮어서, 혹은 사태파악이 덜 되서, 보고서가 부정확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세에는 지장없다가 된 거죠.

뮤탄트

2010.11.21 08:16:27
*.140.125.127

/한윤형... 근데, 저두 밀덕 아저씨들 이야기를 유심히 살펴본 적이 있는데, 그 아저씨들의 논리구조를 만들어주는 소스는 진보니 보수니 하는 정치 성향도, 정보 자체의 신뢰도와도 상관없이 거의 무의식적(?) 성향에 따라 가져온 것들이 대부분인 듯 하더라구요. 이를테면 인간 어뢰 어쩌구 해서 웃음 거리가 되었던 조선일보의 경우에 이후 해당 매체가 제공하는 정보의 신뢰도 자체를 조금 의심할 필요가 있을텐데 그런 과정이 완전히 생략되는 것이 밀덕들의 소위 '기계적 균형감각'입니다.
이와 같은 '기계적 균형감각'이 '객관성'으로 쉽게 오인되는 것이 밀덕들의 약점이자, 한편으로는 장점이기도 한데요....정치적 성향이 뚜렷한 매체와 리포트들이 가공해낸 정보를 정치적 성향에 영향받지 않는다고 믿는 밀덕들이 해석한다는 절차 자체가 명백한 약점을 가지고 있죠. 근데 저도 한편 환타지로 버무려진 소스로부터 배제된 밀덕들이야말로, 소스를 뒤덮은 환타지를 폭로하거나, 혹은 환타지를 넘어 그것의 실재를 가능하게 만드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하뉴녕

2010.11.21 16:35:32
*.149.153.7

뮤탄트// '인간 어뢰' 한번으로 그 매체의 정보를 믿지 않는다면 그게 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그 보도는 사건초기였죠? 여러 종류의 가설들이 판치던... 저도 안티조선 운동을 했습니다만 조선일보 소스의 정보를 모두 불신해야 한다고 믿지는 않습니다. 그들 나름의 정치적 고려가 들어가 있겠지만, 그건 다른 매체도 마찬가지. 그걸 염두에 두고 자료를 해석하면 될 뿐이죠.

밀덕들이 이 문제에 관한 한 우리보다 식견이 높다는 건 인정해야겠지요.

뮤탄트

2010.11.21 20:58:42
*.140.125.127

딱히 '조선일보'의 소스만 의심해야 한다는 건 아니고, 밀덕들의 소스 자체가 멸균 실험실에서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천안함의 정부 보고서를 정치적 지향만으로 의심하는 음모론이든, 밀덕들의 식견들 양측 모두 일정한 지향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거죠. 밀덕들의 경우에 자신의 일정한 지향을 스스로 자각하고 그 자기 자각에서 출발해야 비로소 그나마 '객관성'이 확보 가능하다는 기초적인 매너? 자체를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사실 더 많구요...그런 점에서 저는 머 그들의 식견이 어떤 납득할 만한 방식으로 객관성을 확보하는지 알 수 없다는 이야기임....정말 밀덕들의 네트가 광대하기 그지 없어서 각 개별 정보의 벡터가 아무리 지멋대로라도 일정한 사실 관계를 드러내는 데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는 생각하기가 어렵고...또 정치적 고려를 걷어낼 수 있는 오리지널리티로써의 사실이라는 것이 따로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좀 너무 나이브하지 않나 싶기도 하구요....

하뉴녕

2010.11.21 21:36:45
*.149.153.7

1) 선체 사진, 2) 남아 있는 물질의 형태, 3) 어뢰추진체와 설계도. 뭐 이런 것들이 매체마다 다른 버전으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잖아요?

모든 종류의 회의주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판단을 해야 하는 것인데, 그렇게 아무곳에나 인식론적 회의주의/상대주의/정치성 같은 테제를 같다붙이면 논의를 지리하게 만들고 해답을 유보하는 것 이외의 의미가 없습니다.

인문학도들은 대개 자신만의 고유한 전공을 가지지는 못하는 반면 사유하는 힘에선 우위에 있을 수 있는데, 그 힘을 모든걸 희미하게 만드는데 집중하면 욕을 먹어도 쌀 겁니다...-.-;;

뮤탄트

2010.11.21 23:20:37
*.140.125.127

제가 말씀드린 건 인식론적인 회의주의나 상대주의라고 하긴 좀 그렇구. 우파 버전의 객관성에 대한 상식 수준의 최소 정의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좀 너무 나갔나요.

천암함 정부 리포트 자체에 대한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는 논란이 어떤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이상 판단이 유보되는 게 더 나은 방법이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머 천안함이 왜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미스테리다. 그럼 어떤가요.

우리가 그렇게 관대하고 치밀해질 수 없었던 이유는 선거국면에 돌입한 mb정부의 '정치적 입장' 때문이 아니었나요? 쩝 말이 또 샜습니다. 밀덕들의 논리 구조를 제가 정치적 상상력으로 재단하는 게 문제라기보다, 자신의 지향과 사실 관계에 대한 해석 사이의 인력 자체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밀덕들의 가공할만한 상상력이 더 문제가 아닐까요?

모르겠습니다. 저는 밀덕들이 그냥 타진요 아저씨들이랑 별반 차이가 없어 보여요.

하뉴녕

2010.11.21 23:45:36
*.149.153.7

지금까지 본바로는 타진요에게 대입되는건 음모론자들이 아닐까 합니다만. 불가지론자나 판단유보론자들은 "난 타진요는 아니지만 타블로 사태가 완전히 규명된 건 아니잖아?"라고 말하는 사람들이겠고요.

말줄임표

2010.11.20 14:14:56
*.33.40.134

"이 사건을 설명할 다른 가설들이 비슷한 검증을 받으면 그 정도의 의문점이 없을까?"라는 말 자체는 맞는 말이죠.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태도를 강조하면서 천안함 음모론을 비판하는 분들이 보통 이러한 태도를 취하던데 그러나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이 사건을 설명할 다른 가설들이 합조단 수준의 인력과 자원으로 증거를 찾으면 그(북한 어뢰설) 정도의 증거가 없을까?'라는 점은 왜 생각하지 못하는 걸까요? 천안함 합조단만큼의 인력과 자원이 투입된다면 다른 가설들도 합조단이 내세운 허점많은 증거 정도는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도 지적하셔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주인장 분의 글이 소위 내부비판적 성격(저들을 이기기 위해서는 소위 진보좌파는 더 객관적이어야 한다같은)을 띄고 있다는 점에서 이해가 가는 부분은 있지만 그 전에 '합리적인 의심'들을 해소하는 데에는 정부에 1차적 책임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전제하셔야 오해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꼭 천안함 사건이 아니더라도 4대강, 새만금, 한미FTA 등등 정부의 '팩트'에 반대하는 모든 의견들은 이 글의 기준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음모론'일 수 밖에 없습니다. 개인 등 민간이 국가적 차원의 연구와 조사에 대항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죠. 저는 정부의 천안함 발표에 다수의 '합리적 의심'들이 존재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말줄임표라는 개인이 정부의 천암함 발표를 뒤집을 새로운 증거들을 내세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겠지요. 시민단체, 언론, 야당 등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 지언정 정보를 독점하고 막대원 자원을 투입할 수 있는 정부에 대항하기에는 역부족이긴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런 측면에서 주인장 분의 글은 자칫 '정부의 발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니들이 더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반박해야 한다'는 식으로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천안함 사건이든 새만금이든 간에 정부의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면 가장 좋은 건 물론 그들 스스로가 새로운 증거를 찾아내는 거겠지만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정부의 발표에 합리적인 의심을 제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고 그러한 합리적인 의심을 정부가 제거하지 못한다면 정부의 정책들은 재검토되어야 하겠지요. 그리고 국민들은 보다 정확한 결과가 나올 때 까지 판단을 유보하면 될 겁니다.

하뉴녕

2010.11.21 06:41:05
*.149.153.7

님의 말씀은 천안함에 대한 의심의 강도를 다른 모든 사건과 철학적으로 동등한 위치에 위치지음으로서, 사실상 모든 사건을 정부가 독점할 수 있는 것처럼 설명하고 있는데요.

그렇지가, 않습니다.

4대강이나 새만금이나 한미 FTA 등은 전혀 다른 영역이에요. 각각의 영역에서 논쟁하는 사람들에게 실례되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음모론'적 의심을 품자면 끝이 없습니다. 그게 해결되기 전에 넘어갈 수 없단 건, 국민의 신뢰를 얻지 않으면 행동이 곤란하다는 건, 이게 무슨 '정책 사안'일 때 성립하는 것이죠. 지금 천안함이 누구 소행이다라는 걸 추정하는게 무슨 정책을 추진한다는 건 아니죠?

"북한이 천안함 사과 하기 전까진 남북 대화 거부한다."라는 정책사안을 추진하는 것을 정부가 국민에게 허락받는 것과, (저는 여기에 동의해줄 생각 없습니다.) 천안함을 실제로 누가 터트렸는지 추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뮤탄트

2010.11.20 15:21:17
*.140.125.127

천안함에 대한 사실 관계가 어떻게 되느냐의 이야기가 아니라, 음모론에 대한 이야기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음모론이라고 호명하는 이상, 배제된 질문들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는 것만은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관계를 밝히는 데 있어 중요한 혹은, 이미 그렇게 합의된 질문에 어떻게 대답하느냐의 여부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음모론이라는 말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네트의 바다는 광대하고, 오리지널리티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공각기동대를 떠나, 음모론이나 메타비평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좀 더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딴소리지만, 님께서 세대론 종결자라고 부르시는 엄기호 선생의 책들의 성과는, 어떤 잘못된 기존 담론을 걷어내고 그들의 오리지널리티, 혹은 리얼리티를 살려서 얻어낸 것이 아니라, 우리가 찌질이, 잉여라고 부르는 사람들의 몽상을 오리지널리티가 필요없는 그것 자체로 인정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저는 물론 엄기호 선생의 책이 세대론의 종결이 아니라, 세대론이 왜 첨예한 문제인가를 조명하기 시작이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만....암튼 이야기가 샜습니다....쩝...

하뉴녕

2010.11.21 06:41:18
*.149.153.7

으흐흐.

가디

2010.11.20 23:12:51
*.248.6.57

"동전을 던졌는데 스무번 연속 앞면이 나온다면 이게 사기일까 의심이 들 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습니다.'가 진실일 수도 있다."

나온 결과가 저런 확률을 통과했다면 사실상 의심을 해봐야 합니다. 실험이 잘못되었을 확률이 제대로 된 실험으로 저런 결과가 나올 확률보다 비교할 수 없을만큼 월등하게 크니까요.

하뉴녕

2010.11.21 06:43:25
*.149.153.7

님이 실험실에 있는 공대생이라면 실험 다시 해야죠. 하지만 현실세계에선 그 정도의 사태는 언제든지 일어나고, 누구도 이유를 설명하지는 못합니다. 이를테면 5년된 사체가 발견되었는데, 다른 부분들은 썪어서 백골이 진토되어 있는데 손만 남아 있어요. 거기에 지문이 남아 있어서 살인사건의 범인은 잡습니다. 하지만 왜 이게 손만 남아 있는지는 영원히 미스터리에요. 범인을 잡는 데에는, '대세에는 지장없죠.'. 현실세계에선 이렇게 실험실의 확률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있으니 "신비한 TV 서프라이즈"가 살아넘는 거에요.

그 여성의 원혼이, 손을 썪지 못하게 한 것은, 아니어쓸까~~~~???

가디

2010.11.21 17:09:42
*.249.18.180

중요 의혹 중 하나는 정부에서 "이렇게 저렇게 실험했더니, 사체에서 손만 남게 되었고 거기서 지문을 얻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는데 다른 사람이 같은 조건에 실험을 했더니 손은 얻어졌는데 지문이 아닌 손톱때가 얻어졌다는거 아닌가요. 이렇게 될수도 있습니다가 아니라, 실험적으로 증명했으니 같은 실험적 반박에 답변을 해줘야죠.

가디

2010.11.21 17:12:39
*.249.18.180

실험을 통해 해명해 놓고는 같은 실험을 통해 반박하니 서프라이즈처럼 이해할 수 없는 "미스테리였다" 이게 무슨 괴변인가요??? 애당초 엄청 희박한 확률로 그렇게 되었다고 하던가.

하뉴녕

2010.11.21 18:07:14
*.149.153.7

정부 보고서는 일어난 사건을 설명해보려는 시도였지 않습니까. 자연에서는 엄청 희박한 확률의 사건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 제 말의 요지였습니다. 서프라이즈 얘기를 한 것은 그런 일들이 있으니 사람들이 이러쿵 저러쿵 할 수 있다는 것이지 유령을 믿겠단 얘기가 아니죠.

흡착물이 황화물인지 수화물인지는 대세에 지장없다는 얘기가 제가 링크한 짤방에 포함되어 있는데요. 님의 주장이 성립하려면 흡착물의 성분에 대한 반박이 정부 보고서 논거를 어떻게 결정적으로 허물 수 있는지를 설명해주셔야겠죠.

뭐 물론 저한테 설명하실 일은 아닙니다. 저는 스스로 주장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주장들을 보고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에 불과하니까 말이죠.

svinna

2010.11.21 23:32:22
*.136.156.221

엥? 흡착물의 성분에 대해 정부가 아닌 다른 쪽 분석결과가 반박하는 것은 흡착물의 성분이 폭발로는 생성되지 않다는 것 아니었나요? 이건 어떻게 시체에 손이 썩지 않았냐를 밝히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인 것 같은데요. 굳이 그 비유를 빌리자면 이런 반박을 하는 사람들은 손 자체가 썩었는데 어떻게 지문을 채취했느냐? 라고 묻고 있는 것 아닌가요?

물론 전 잘 모르니 판단을 못합니다. 근데 어뢰와 선체의 흡착물질 분석 여부가 지엽적인 문제인 것 같지는 않은데요.

svinna

2010.11.21 23:37:10
*.136.156.221

근데 저도 돈 걸라면 북한어뢰에 돈 걸겠어요.-_-;;;

하뉴녕

2010.11.21 23:48:07
*.149.153.7

svinna// 알루미늄 성분이 선체 여기저기 붙어 있는 건 분명 폭발물에서 나온 건 맞다는 전제하에서 (침전으로 생길 수는 없다는 전제하에서) '흉기'에 해당할 것 같구요. 어뢰추진체가 북한의 설계도와 같다는 건 '지문' 정도가 될 것 같아요.

다만 이게 황화물이라면, 도대체 이 황은 어디서 나왔는지 황화물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설명이 되지 않는데, 이게 바로 '썪지 않은 손'이 되겠지요.

Skynyrd

2010.11.22 00:10:22
*.88.212.254

흡착물 성분에 대한 브릭 http://bric.postech.ac.kr/scicafe/?SciCafeId=warship 의 토론을 지켜본 결과, 흡착물의 성분에 대한 논의는 일단 합조단이 이 흡착물을 폭발에 의한 산화물로 규정함으로써 이를 어뢰 피격의 한 증거로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반박하는 것은 이게 산화물이 아니라 수화물이며, 따라서 이를 증거로 할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허나 수화물을 주장하는 사람들조차 이 물질이 단시간 내에 흡착 내지 침전되는 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는 아무 것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여기서 좀 더 막나가는 견해가 바로 이 흡착물 자체가 (주어진 환경에서) 과학적으로 발생할 수 없는 물질이기 때문에 조작이라는 것이고요. 하지만 제 생각에는 굳이 흰 물질을 흡착 혹은 침전시켜서 증거조작을 하려고 했다면 왜 이견이 나올 수 없는 확실한 물질이 아니라 이런 애매한 물질을 발랐을까 하는 의문이 드네요.

결국 이것은 흡착물 내지 침전물이 어뢰 피격의 한 증거로 인정되느냐 아니냐의 문제이지 이것을 부정한다고 해서 어뢰 피격 자체를 부정하는 결론이 도출되지는 않습니다.

하뉴녕

2010.11.21 23:55:28
*.149.153.7

Skynyrd// 감사합니다. 제 위 덧글도 부정확했네요. ^.^;;

철학자

2010.11.21 03:03:13
*.100.101.175

지금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회현상은 아직민주주의 경험부족에서 오는 현상들이라 생각된다. 일반적인 논쟁까지는 좋은데 정치인들이 아마추어 논리수준에도 못미치니 일반인들이 모두 자신이 전문가인듯이 착각하고 그결과로 모두들 자신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으면 무슨 큰 일이 벌어질 것처럼 조급해한다. 1차적으로는 정치인들이 자신의 소신과 여론사이에서 자존심이없고 업무와 인기를 혼동하는데 있다. 정치인들의 머리가 돌xxx이더라도 권리와 의무의 한계는 지켜야 한다. 촛불이나 투쟁이 필요한 일이라면 그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의회를 만들거나 선거제도를 고쳐야하는 것이지, 모든 사람들이 직접정치를 할수는 없는데 정치인들을 뽑기만 하면 꼭두각시가 되거나 새대가리가 되어버리니 이러지도 저러지도....그래도 소신있는 정치인을 뽑는수밖에 방법이 없다...

svinna

2010.11.21 23:43:18
*.136.156.221

옳소! 그러므로 저도 대한민국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시민으로서 북한의 소행이라는데 100원은 걸 수 있습니다! 물론 1000원 이상은 좀 곤란하지요.

철학자

2010.11.21 03:47:02
*.100.101.175

이미 뽑아놓은 정치인들을 어찌하랴만은 천안함 문제의 경우는 4번이고 물기둥이고간에 정답은 영원히 모르는 일이다. 목적은 범인을 찾자는 것인데 크게보면 정일이 아니면 명박이가 될 것이고 혹시 둘다 아니라면 오바마, 후진타오가 되거나 그들도 아니면 지나가던 돌고래가 범인이 되어야 할 것이고 그것도 아니라면 남은 용의자는 하나님밖에 없다. 그런데 직접증거를 제외하고나면 간접증거로는 과거의 행동양식이나 인격, 발언을 보고 추론하는수 밖에 없다. 국제재판소가 판결을 내려주는 것도 아닌데 객관이란 것은 희박한 것이고 정일이나 명박이 둘중에 누구의 말을 믿을지를 선택하는길밖에 없다. 모든 국민의 정치성향이 달라서 명박이보다 대중이나 무현이를 신뢰할 수는 있겠지만 아무리 극단적이라할지라도 정일이를 보다 더 신뢰한다는 사람이 있다면 이는 남한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고 자신의 안녕을 위하여 북으로 망명하는 것이 옳다. 설사 이명박에 표를 던지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우리헌법을 지킬 생각이라면 대통령을 인정해야하고 김정일이말보다는 조금더 신뢰해야한다.

하뉴녕

2010.11.21 06:44:03
*.149.153.7

유신철학자세요?

하뉴녕

2010.11.21 20:28:13
*.149.153.7

경찰관계자는 “두 손만 썩지 않은 것이 정말 미스터리했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도 뚜렷한 이유를 밝혀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억울한 망자의 한이 두 손을 온전히 보존시켜 살인사건이 해결된 것 같다”고 전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11191154491&code=940202


...살다보면 이런 일도 있는 겁니다, 여러분. 지문이 나왔는데 구체적 범죄행각에 대한 경찰의 브리핑이 실제와 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살인이 없었다고 주장할 수는 없겠죠. 손이 안 썪은 원인을 과학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해서 사건 해결을 영원히 미제로 남겨둬야 하는 것도 아닐 거구요.

다시다

2010.11.22 01:04:03
*.149.189.228

처음 댓글 단 사람인데요. 물기둥을 보지 못했다는 건 배에 타고 있는 초병(경계병?) 및 병사들 말이었어요. 자기 배를 뒤덮는 수백미터짜리 물기둥을 못 보았다는 게 말이 그럴 수도 있다 정도로 넘어갈 수 있는 일인가요? 병사중에 뺨에 물이 튀었다고 증언하는 병사를 물기둥의 증거라고 하던데, 그건 오히려 대규모 물기둥이 있었다면 그런 병사가 발견했을 텐데, 그렇지 못했다는 증거로 보는 게 타당하지 않을까요? 뭍에서 봤다는 초병 주장이 이상하다는 것도 보통 다들 인정하잖아요. (봤다는 방향이나, 그 거리에서 그런 식으로 보이는 거나, 옆 초소에서 못 봤다는 거나)
피로파괴나 좌초가 아니라는 증거도 맞은 곳이 '심하게' 위로 휘었다는 건데, 그거야 말로 전문가의 영역이지만 그게 정확하게 식별될 수 있는 정도로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거 하나만 아니면 다 엎어질 수 있는 건데 말이죠.

북한 어뢰일 수도 있죠. 그러나 그게 지금 확실하냐라고 할 때 아직 모른다고 보는 게 창조론에까지 비교되야 할 그렇게 이상한 억지냐는 겁니다.

하뉴녕

2010.11.22 01:27:48
*.149.153.7

합조단 보고서의 물기둥 관련 부분 인용해볼게요.


"침실에서 샤워를 하기 위해 준비 중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공중으로 몸이 뜨면서 오른쪽으로 넘어졌으며정전이 되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화염이나 연기는 없었고 기름냄새는 났음(조리병)

동근무복에 방한복을 착용하고 함수만 보면서 좌현 견시근무를 하던 중, 갑자기 ‘꽝’ 소리와 동시에 몸이1m 공중으로 떴다가 바닥으로 떨어졌으며, 당시 화약냄새, 물기둥, 화염 등은 보지 못하였으나 얼굴에 물방울이 튀었음(갑판병)

통신실 당직 근무 중 ‘꽝’ 하는 소리와 함께 몸이 의자에서 30~40cm 뜬 상태로 앞쪽(우현)으로 넘어졌으며, 좌현으로 올라왔을 때 물이 고여 있어 발이 첨벙첨벙하였고, 당시 화약냄새는 나지 않고 기름냄새는 났음(통신장)

생존자 다수 인원이 공중으로 떴다가 떨어졌고 폭발음을 2회 청취한 인원이 있었으며, 화염·불꽃·물기둥 목격자 및 화상환자는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물기둥을 볼 겨를이 없었을 수도 있지 않나요? 본 사람들은 죽었을 수도 있구요. 물론 확률이 낮은 일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일어날수도 있는 일이죠.


문제의 본질로 가면, 북한 어뢰 추진체가 북한 어뢰설의 증거인데 다른 가능성이 있다고 하시면 정부측이 증거를 조작했다는 말밖에 안 되겠지요? 그래서 일단 '음모론'이라고 한 거구요.


위에서 봤듯이, 정부의 가설이 전체 상황에 대해 볼 때 아귀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지요. 그런데 아귀가 맞는 부분도 꽤 많으니, 정부 가설이 오류라면 정부가 그 아귀에 맞는 부분을 전부 조작했다고 가정해야 합니다. 이건 더 어려운 일이고, 상식적으로 아귀가 다소 안 맞는 일이 조금 일어났을 가능성보다 확률이 더 아래로 떨어지죠? 그래서 창조과학에 등장하는 '신'과 비교한 겁니다.


그리고 정부가 덮어버린 '진실'에 해당하는 가설들(좌초설, 피로파괴설, 기뢰설 등)은 서로가 서로를 심하게 공박하는, 양립할 수 없는 가설들인데, 의혹을 제기하는 측은 이 가설들 중 하나를 택하는게 아니라 왔다갔다 하고 있습니다. 이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겠습니까?

Skynyrd

2010.11.22 02:04:58
*.88.212.254

위에 언급된 증언 뿐 아니라, 합조단 보고서를 보면 생존자 중 절대다수가 함내에 있었고(천안함의 함교에 당직사관 등 7명, 전투상황실 7명, 통신실 2명, 함수포 상비 탄약고 3명, 기관조종실 7명, 유도조종실 1명, 디젤기관실 2명 등 총 29명이 당직근무 중이었고, 기타 인원은 식당, 침실 등에서 휴식 및 취침하고 있었음), 갑판에 나와 있던 병사도 사고 지점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충격과 함께 정전이 되었죠. (21:28경 천안함 포술장은 정전으로 함내 유·무선을 이용한 통신이 제한되어 휴대전화를 사용하여 2함대 상황장교에게 구조를 요청) 사건 발생 시각이 한밤 중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물기둥이 육안으로 보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더 높은 것 아닌가요? 게다가 실제로 물기둥을 본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살아남지 못했다면 당연히 증언을 못하는 거죠. 하지만 증언자들이 공통되게 주장하는 것은 충격이 있었다는 것, 특히 "무엇인가에 맞았다는 느낌, 외부 충격의 느낌"입니다.

나아가 "피로파괴나 좌초가 아니라는 증거도 맞은 곳이 '심하게' 위로 휘었다는 건데, 그거야 말로 전문가의 영역이지만 그게 정확하게 식별될 수 있는 정도로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라고 하시는데요. 그렇다면 '심하게' 휘지 않았다, 그래서 피로파괴나 좌초라고 주장하는 '전문가'가 과연 있는지 모르겠네요. 일단 그 '전문가'부터 데려오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젊은노인

2010.12.04 00:20:36
*.27.6.179

예로 드신 지문이 남았다와 침전물의 비유는 조금 부적절한 듯 합니다. 어째서 지문이 남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남았다와 지문자체가 잘못됐다는 다르겠죠. 정부에서 자신이 있었다면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어뢰추진체에 있는 샘플을 좀 분석해보라고 줬으면 어땠을까요.

제 생각엔 어뢰에 의해서 침몰된 것이 가능성이 높지만 증거물로 제시한 어뢰추진체는 엄한 놈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전쟁때까진 아니더라도 은근슬쩍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었던 옛날에 사용된 어뢰추진체가 아닐까 해요. 드넓은 바다에서 천우신조로 지방선거 며칠 전에 찾은 것도 그러하고요. 물론 정부측 사람들이야 북한이 한것임을 굳게 믿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조작했거나 은폐하지는 않았을 거 같아요.

문제는 증거가 완벽하지 않은데 북한이 했음을 선포하고 몰아붙였다는데 있지 않을까요.

국가간의 일이 아니라 개인간의 일이었다면 미제사건으로 남지 않았을까 생각이 됩니다만.

하뉴녕

2010.12.04 14:14:12
*.149.153.7

정부가 좀 성급히 발표해서 보고서에 허점이 있을 수는 있을 거라는 얘기는 저도 본문에서 했죠. 문제제기는 아마도 그 점을 향해야 할 거라는 얘기도...

한국 정부는 정보공개에 폐쇄적인 편인데 그게 언제나 뭔가 엄청난 걸 숨기고 있기 때문에 그런 건 아닐겁니다. 그냥 가리는게 편한 거죠. 위키리크스가 공개하는게 경천동지할 소리들이 아니라도 사람들이 반응하듯이...뭐 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단 건 아니지만 그래서 뭘 가리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뭘 숨기고 있다고 주장하는 건 어폐가 있죠.

그나저나

1) 천안함을 피격한 어뢰가 그 근방 수역에 떨어져 있었을 가능성,과

2) 천안함을 피격하지 않은 한국 전쟁 당시 어뢰가 지금의 북한 어뢰 설계도와 일치하는 추진체를 가지고 그 근방 수역에 떨어져 있었을 가능성,

을 비교하면 어느 쪽이 더 높을까요? 차라리 음모론자들이 얘기하는 바 3) 정부가 모든 증거를 조작했을 가능성, 이 그보다 더 위로 가겠네요. 아 물론 전 정부의 정보통제가 완벽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에 3)의 확률은 (음모론자들의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 이상) 시간이 갈수록 급락한다고 봅니다만....

젊은 노인

2010.12.04 21:07:28
*.27.6.125

네 확률로 보면 그러하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어뢰추진체에 붙은 침전물에 대해서 석연찮은 부분에 대해서 해명을 못하고 조개까지 나오니 저거 예전 어뢰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더군요. 마음에서는 북한이 한거라는 생각은 들지만요.

한국전쟁 당시 어뢰라고는 안했습니다. 다만 그 근방에서 이런 저런 일들이 있었을테고 크게 사람죽은일이 아닌 이상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일들이 많았을텐데 그 중에 유실됐거나 오발된 어뢰일 수도 있다는 거죠. 1)이건 2)건 3)이건 확률이 적은 건 마찬가지기에 뭐 비교하기도 애매하지 않을까요.

그나저나 바닥까지 뒤져서 어뢰추진체 찾을 정성이면 조개나 침전물에 대해서 조사해서 밝히는게 훨씬 좋을 것 같은데 답답하긴 합니다.

헐렁이

2011.02.08 14:30:08
*.227.173.55

글쎄요. 전 한윤형님의 의견에 동의하기 힘들군요.

가리는 게 편한것이다? 가리는 게 낫다라는 판단을 관성적으로 할 수도 있겠죠. 어떤 특정 사실을 꽁꽁 숨기기 위해 굳이 정보를 통제하는 게 아니라 그냥 평소 하듯이 국민들이 특별히 묻지 않는 사실들에 대해서 두리뭉실 넘어가는 정도라는 것 아닙니까?

근데 그게 천안함하고는 별 상관이 없는 거 아닌가요? 가리는 게 편한사람들이 잔여 생존 시간이 20시간 남았다느니, 10시간 남았다느니 하는 헛소리를 그것도 뻔히 들통날 거짓말을 '주목을 끌지 않기 위해'하지는 않을 것 아닙니까. 그렇죠?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해서 그랬다? 설령 그렇다 할지라도 그 뒤에 터질 엄청난 비난을 감수할만큼 중대한 정보보호를 위해 그리했다면 '평소 하던대로 안 가르쳐주는 식'하고는 이미 거리가 먼거죠. 미리 중대한 정보보호라고 왜 전제했냐면, 그 생존시간 타임어택 쇼를 위해서 UDT 대원 한 분이 쓸모없이 희생되었기 때문이죠. 그래도 어쩌면 의도치 않은 죽음이니 죽음과 정보의 가치가 별로 연관관계가 없다고도 할 수 있겠죠. 그렇다면 별 중요하지도 않은 정보 통제를 위해서 목숨을 걸어야 하지만 사실 필요하지 않은 작전을 강행한다는 건데, 그렇다면 그동안 그저 평소 하던 식으로 가리느라 이런 안타까운 죽음이 대체 몇 번이나 (발생하고) 은폐되었을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군요.

헐렁이

2011.02.08 14:01:12
*.227.173.55

밀덕들의 논리구조를 이야기 하기 전에 그 분들의 정치성향도 감안하는 것이 좋죠. 누군들 자기가 중립적이고 객관적이라고 생각 안하는 사람이 있겠습니까만, 그 분들 정치성향 좀 오른쪽인 거 같던데요? 광주폭동 진압 잘했다는 식 아니던가요? 물론 제 개인적인 편견에 따른 헛소리일 수도 있지만 암튼 이게 중요한 것은 아니고...

중요한 건 다음의 논리 진행에 있어 각 단계마다 제기된 의문부호에 별다른 답이 없다는 겁니다.

1) 선체 파괴된 모양을 볼 때 뭔가를 맞았다. (피로파괴 배제)
-> 왜 선체 스크류가 뒤틀려져 있는가? 더구나 뒤틀린 방향이 회전에 의한 관성과는 역방향임.

2) 뭘 맞았는지를 판단해 볼때, 다수 전문가들이 기뢰는 아니라고 한다. (기뢰설 배제) -> 3) 그렇다면 남는게 어뢰 밖에 없다.

-> 그렇다면 어뢰는 어떤 어뢰? 단순 폭발? 관통 폭발? 수중 버블 폭발? 재미있는 것은 선체의 절단 모형에 대한 설명은 버블 제트로 제시하면서 그 원인으로 제시된 어뢰는 매우매우 구식 모델이라는 것 아닙니까. 맞은 상태는 크레모어인데 그 총탄 파편은 5.56미리에서 나온 거라 제시하면 그걸 어떻게 인정할 수 있죠?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아니죠. 이 때는 오병이어의 기적이라도 되야 하는 거겠죠.

사실 다수 전문가의 판단이라는 기뢰는 아니다 라는 것도 다만 그렇게 정리되었을 따름이지, 기뢰로는 불가능한 어떤 명확한 현상이 있어서 그렇게 증명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 쯤되면 사실 이 논증은 한윤형님의 초월적 논증의 구조를 갖고 있는 셈이죠.

-> 4) 남아있는 물질이 어떻게 생성됐는지는 오리무중이지만, 하여튼 존나 선체 여기저기 붙어 있는 것으로 봐서 폭발물과 관련이 있다. (이게 황화물인지 수화물인지는 대세에 지장이 없음) -> 5) 남아있는 어뢰 추진체가 북한의 것임이 설계도임에서 확인된다.

그러나 그 어뢰 추진체와 북한 어뢰 설계도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까지 나온 걸로 압니다. 실수로 엉뚱한 설계도를 보고서에 포함시켰다는 해프닝도 나왔지만 뭐 아무튼 실수(?)라고 치고 나중에 제대로 맞는 거라도 제시하면 되는데 아무튼 저는 그 제대로 맞는 설계도면을 본 적이 없어요. 설령 맞는 걸 가져왔다 할지라도 그게 진짜 북한 어뢰 설계도면인지 아니면 군복을 몸에 맞추는 식으로 그려온 건지 의심해봐야 되는 지경이죠.

이쯤되면 대세고 뭐고 개판 5분 전인거 아닙니까?
성급히 어떤 결론을 내리는 것 보다 그저 미제로 남겨두는 게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더 나은 것 같아요. JFK의 마법탄환을 봐도 그렇고... 당장 어떤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해서 믿을 수 없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면 굳이 논증의 절차를 밟을 이유가 있나요. 그냥 굿을 하면 어떨까요?

헐렁이

2011.02.08 13:59:35
*.227.173.55

그리고 어뢰 추진체 안에 들어있던 조개 껍데기를 파기하는 장면까지 이르면 진짜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죠. 그 조개가 대체 언제 들어가 있었는가 하는 문제는 사실 상당히 중요한 거 아닙니까? 어떤 조개가 추진제 뒷면의 손가락 만한 구멍 속으로 들어가서 도로 나오지 못할 정도로 크게 몸을 불린 뒤 사망하고 부패되서 하얗게 탈색된 조개 껍데기만 달랑 남겨두는 시간이 한달 이내라는 거죠. 와우. 이게 확률 문제나 되는지 모르겠어요.

한 달 전 발생한 어떤 총기 사건에서 증거 탄환이라고 수거해 왔는데 증거 탄환에 묻은 흡착물질이 몇 년 전 사건 현장에서 인테리어 공사에 사용한 페인트라는 의문이 제기 되었다면 이건 반드시 검증해봐야 되는 문제죠. 근데 우리 군이 한 일은? 그 페인트를 쓱싹쓱싹 지운 겁니다.

난 오히려 이해를 못하겠어요. 이걸 북한이 한 소행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각자의 자유(?)이지만, 군이 이 사건에 대해서 뭔가 중립적으로 조사했다고 미리 전제하는 것을 전 이해 못하겠어요.

조갑제의회개

2011.03.21 14:10:03
*.17.103.184

천안함 사건 1년이 지났네요.
답답할 따름입니다. 참여연대가 보낸 건 어떻게 됐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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