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기획회의] 책도둑의 욕망

조회 수 4595 추천 수 0 2010.11.15 01:15:27


기획회의 274호 (2010. 6.20)에 실렸던 글. 시간이 꽤 지났는지라 블로그에도 공개합니다...

-----------------------

책도둑의 욕망

자본주의 사회는 재산권을 무엇보다도 중시하는 사회다. 농촌사회의 소년들은 ‘서리’를 경험하지만, 산업사회의 소년들에게 ‘도둑질’은 상상해서도 안 될 크나큰 죄악이다. 어릴 적에 학교 문방구 앞에서 사서 읽었던 공포소설들은 ‘도벽’에 대해 악마나 귀신에 홀려서 생긴 습관이라 얘기하고 있었다. 그런 책들을 보고 있으면 무언가 알 수 없는 힘이 나를 홀려 내 의사와 상관없이 도둑질을 하게 될까봐 너무 무서웠다.


하지만 내 생애 최초의 도둑질의 욕망도 책에서 나왔다. 초등학교 3학년 즈음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학급문고에 브람 스토커의 <드라큐라> 축약본이 꽂혀 있었다. ‘드라큐라’는 어린 우리에겐 흡혈귀에 대한 보통명사였기 때문에, 당시 나는 그것이 세계명작에 속하는 문학작품이란 사실도 몰랐다. 나는 소설의 첫 챕터를 읽었다. 조나단 파커가 드라큐라 백작에게 구금되기 직전까지 쓰여진 첫 번째 편지였다.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십 분의 쉬는 시간 동안 그 챕터를 읽은 나는 아쉽게도 학교가 파해서 그 책을 다시 학급문고에 꽂아두고 집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실수였다. 어찌된 영문인지 그 책은 다음날부터 보이지 않았다. 다른 반에서 왔던 책이 다시 다른 반으로 갔던 것인지도 몰랐고, 나보다 더 그 책을 사랑한 녀석이 슬쩍 가져간 것인지도 몰랐다. 그만 나는 상사병에 걸리고 말았다. 가져간 녀석 못지 않게 그 책을 좋아했다는 걸, 책이 사라진 후에야 깨닫게 된 거다. 어린 소년의 꿈은 솔직하고 적나라했다. 그날 밤 내 영혼은 서점에 있었다. 책꽂이에서 <드라큐라>를 꺼낸 후 있는 힘껏 줄행랑을 쳤다. 식은 땀을 흘리며 잠에서 깼을 때 소스라치게 놀랐다. 본인이 도벽에 빠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몸서리쳤다. 나는 공포소설에 관한 욕망에서 시작된 나의 일탈을 공포소설에서 발견했던 교훈으로 필사적으로 억눌렀다. 악마나 귀신에게, 아니 드라큐라 백작에게 홀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부모님에게 부탁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내 부모님은 내가 책을 읽는 것을 언제나 좋게 보진 않았다. 초등학생 때도 이미 그랬고,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면서는 물론 더 심해졌다. 친구들은 부모가 책읽기를 금지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지만, 나처럼 하루 종일 책을 읽으려는 아이의 부모이고 보면 그런 것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어릴 때야 언어능력 향상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 조금 방치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국어점수가 충분한 상황에서 계속 책을 붙잡고 있으면 당연히 손에서 뺏고 싶을 거다. 게다가 어린 마음에도 <드라큐라>는 부모가 좋아할 책은 아니었다. 당시에는 서가에서 책을 보는 것을 용인하는 대형서점이 우리 동네에 없었다. 걸어서 찾아 갈 수 있는 도서관도 없었다. 나는 상심에 빠져 그저 참는 수밖에, 참는 수밖에 없었다. 몇 년 후에 나는 책 제목은 얘기하지 않고 그 꿈에 대해 장난스럽게 부모에게 얘기했다. 아버지가 충격을 받아 그 책이 뭐냐고 왜 사달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나는 그 책의 제목이 이제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변명했다. 나는 대학생이 된 후에야 브람 스토커 <드라큐라>의 정본을 읽었다. 십 년만의 해후였다.


도둑질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에게 책읽기는 언제나 모종의 범죄(?)와 연관이 되어 있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책을 읽는 것, 집에 와서 문제집을 펼쳐놓고 부모님 몰래 책을 읽는 것, 지금 생각해보면 별 것도 아닌 일탈이었지만 어른들은 그런 것을 ‘범죄’ 행위인 것처럼 치부했다. 하긴 나는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라 언제나 그러고 있었으니 정말이지 기만적인 삶을 살고 있었던 거다. 그리고 내게 그 기만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90년대 중반을 강타한 ‘도서대여점 열풍’이었다. 도서대여점이 범람하면서 <드라큐라>를 욕망했던 소년은 도벽의 공포와 싸우는 일 없이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본격적으로 도서대여점의 책을 빌려봤던 내가 즐겨 읽었던 것이 (또 한번 공포소설인!) 이우혁의 <퇴마록>이었다는 것.


<퇴마록>이 당시의 내게 가장 흥미로운 책이었다기보다, 당시의 도서대여점에서 고를 수 잇는 것들이 그런 종류의 책들이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유사장르소설’에 대한 이러한 가벼운 취향은 중학교 3학년 때 친구들이 무공비급을 몰래 보여주듯 <반지의 제왕>(당시 예문출판사에서 <반지전쟁>이란 이름으로 번역되어 있었다.)을 권하기 전까지 계속 이어졌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퇴마록>이란 오컬트 소설이 가지고 있는 명백한 민족주의였다. 그것은 환상의 영역에 있는 초고대사와 접속해 있는 것이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퇴마록>을 즐겨 읽던 내가 전여옥의 <일본은 없다>를 재밌게 읽은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어이없게도 <퇴마록>과 <일본은 없다>에서부터 나는 민족주의와 역사에 대한 관심을 발전시켜 중학생 때는 도서관에서 초고대사 서적을 뒤적거리는 소위 ‘환빠’(<환단고기>빠)가 된다. 중학생 때라면 내가 또래 남자아이들이 흔히 즐긴 다나카 요시키의 <은하영웅전설>이나 김용의 무협소설들(<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 당시엔 고려원에서 <영웅문>이란 이름으로 번역되어 나왔던)을 한참 읽던 시기였다.


이런 책들에 대한 취향은 얼핏 보기엔 별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실은 독서의 중요한 목적과 관련이 있었다. 그것은 부모나 선생의 권위를 빌리지 않고 나 스스로 보편의 세계와 접속하는 것이었다. 전인권의 <남자의 탄생>을 보면, ‘소년 전인권’은 ‘재떨이 고고학’이라 하여  자신의 아버지를 어떤 보편적인 것과 접속해 있는 위대한 인물로 생각했다. 즉,


나 - 아버지 - .... 박정희(국가지도자) - 미국 혹은 유엔


와 같은 방식의 구도로, 아버지를 경유하여 세계 속에 자신을 위치시켰던 것이다. 전인권이 한국 남성의 특징으로 지적하는 ‘비겁한 부친살해’와 ‘심리적 고아’의 관념이 등장하는 것은 그 이후다. 나도 더 어릴 때는 전인권의 궤적을 거쳤겠지만, 기억이 나는 청소년기의 나는 이미 내 관념 속에서 아버지를 배제하려 했던 것 같다. 아버지는 김훈처럼 미문을 구사하진 못하지만 그와 비슷한 냉소적인 세계인식을 지닌 인물로, 그를 거부하기 위해서 나는 민족주의자가 되기 위해 애썼던 것 같다. 한편 <은하영웅전설>이나 김용 무협소설의 주인공들은 대개 어릴 적에 부친을 잃고 제 가치관에 따라 이 세상에 부딪히는 이들이다. 십대의 소년들이 좋아하는 소설 속 주인공이란 것이 대개 그랬다. 오늘날의 나는 <환단고기>를 신뢰하지도 않고 <은하영웅전설>의 주인공 양 웬리가 말하는 ‘민주주의’가 정치학적으로 어딘가 모자라다고 느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의 감수성은 저 시절의 독서에 머물러 있다고 느끼게 될 때가 있다. 


‘범죄 행각’(?)을 통한 보편성(?)의 체험은 곧 나에게 새로운 골칫거리를 가져왔다. 물론 나는 대부분의 책을 빌려보았다. 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의 책장을 가지고픈 욕망을 억누른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나는 책을 사모으기 시작했다. 마침 고등학생이 되자 학교에 사물함이라는 게 생겼다. 넣을 만 했다. 사모은 책을 사물함에 수납하기 시작했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한국 창작 판타지 소설의 르네상스를 함께 해야 했고, 우연한 기회에 진중권의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와 강준만의 <인물과 사상>을 읽게 되면서 정치평론의 세계에 입문했다. 강준만과 진중권의 책을 도서대여점에서 빌려주진 않았다. 내가 판타지 소설을 더 잘 이해하겠다는 명목으로 빠져든 신화학이나 문화인류학 도서들도 대여점에서 찾기는 힘들었다. 나는 책을 사는 일에 익숙해졌다. 부모와 선생의 관점에서 볼 때 존재하지 않는 책장을 구성하는 일도 모종의 범죄와 관련되어 있었다. 문제지 값을 높여 불러 삥땅치고, 저녁을 굶고 돈을 모았다. 한국 남성 평균신장에 현격히 모자라는 나는 그 시기에 밥을 좀 더 잘 먹었다면 지금보다 몇 센티는 크지 않았을까,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그 몇센티 더 커져봤자 내 인생이 좋게 바뀌었을 것 같진 않다.



사물함은 너무 좁았다. 사물함이 미어터지자 나는 사물함을 넓게 쓰는 친구들의 양해를 구할 수밖에 없었다. 교실의 남는 사물함은 친구들의 양해 하에 내 차지가 되었고, 친한 친구들은 자기 사물함에 내 책을 몇 권씩은 수납하게 된다. 책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지자 학교 가까이 사는 친구네 집에 저녁시간을 이용해서 조금씩 갖다 두었다. 그 책들은 수능이 지난 후에야 찾아 왔는데 그렇게 그 친구네 집에 간 책만도 박스로 두 개였다. 수능이 끝나고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의 그 짧은 유예기간 동안 나는 친구들에게 간 책을 수소문하여 돌려받았다. 진중권과 강준만의 책을 탐낸 친구들은 없었으나, 다나카 요시키와 김용과 이영도의 소설들은 이가 빠진 채로 돌아왔다. 나는 마음 속으로 울었다.


인생의 문제란 게 한 번에 해결되는 것이 없어서, 이런 일들은 그 후에도 반복되었다. 군대에 가기 전에도 부모님과 관계가 언짢았던 나는 내 책을 부모에게 맡기기가 두려워 친한 친구의 자취방 창고에 책을 쌓아두고 떠났다. 친구가 나만큼은 책을 아끼지는 않았던 탓에 창고의 눅눅함을 견디지 못한 책들은 창고 속에서 시커멓게 썩었다. 전역 후에 그 책들을 다시 조우했을 때의 감상은, 마치 상추가 시커멓게 썩은 듯 했다. 나는 책이 그렇게 썩을 수 있단 사실을 처음 알았다. 나는 건사할 수 있는 책들을 골라냈고, 조금 썩은 책들을 구하기 위해 격한 걸레질을 했다. 하지만 내가 가장 사랑하는 판타지소설인 로저 젤라즈니의 <앰버연대기>가 구제불능의 상태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만 진짜로 소리내어 울어 버렸다. 절판되어 구할 수 없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앰버연대기>는 형이상학적 궁정암투극이라는 외피 속에 아버지와 형제들 간의 갈등을 정신분석학적으로 풀어낸 젤라즈니 최고의 수작이다. (물론 로저의 소설 중 다른 것들을 더 좋아하는 사람도 많지만, 나는 그들이 로저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다고 믿는다.) <앰버연대기> 2권 “아발론의 총”에서 주인공 코윈은 몇 년 동안 방치되어 있던 지구의 자기 집을 불현 듯 찾아가 집의 상태를 확인한다. 폐허가 된 집이고 귀중품은 모두 도난당했지만 책장만은 멀쩡하다. 코윈은 내뱉는다. “책을 훔치는 사람은 친구밖에는 없는 법이다.” 책은 가격에 비해 무거운 놈이라 도둑질하기에 적당한 물건이 아니다. (그래서 자신이 구입한 물건 중에서 가장 비싼 것은 독일어판 헤겔 전집이라는 부유한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의 답변은 우리를 즐겁게 한다.) ‘책도둑의 욕망’은 물질적인 욕망과는 조금 다른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것을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은 절대로 책을 빌려주지 않거나, 책도둑을 용인한다.


얼마 전 다시 아버지와 갈등을 빚었을 때, 아버지가 내가 하는 일들을 결코 인정해주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불현 듯 <앰버연대기>가 다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선배 집에서 술을 진탕 마시고 깨어났을 때 나는 그 책을 보았고, 가방에 스리슬쩍 넣었다. 선배에게 메신저로 고백하자 선배는 껄껄 웃으며 상관없다고 했다. 후에 나는 책장 정리를 위해 <앰버연대기>를 처분해야겠다는 친구에게 그 책을 받았고 선배의 책은 다시 반납했다. 다나카 요시키의 <은하영웅전설>은 비슷한 식으로 다른 선배에게 중고가로 매입했고, 김용의 소설은 재번역된 것들을 사려고 벼르는 중이다. 나는 언젠가는 내가 한때 가졌던 책들을 모두 다시 가지게 될 것이다.  
 



.....

2010.11.15 09:22:48
*.128.47.99

반지의 제왕에 골룸이 생각나네요.ㅋㅋㅋ

ideon

2010.11.15 18:44:28
*.252.109.239

김용의 소설들을 좋은 소설들이지만, 재간된 판본들은 김용이 수정한 개정판을 따르지 않나요? 개정판이 더 나은점도 있다지만, 대체로 엉망인 수정이라 알려져 있기 때문에 조금 의아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웅문 3부작으로 알려진 것들만 목표로 하신다면야 괜찮을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들지만요.
이 글을 보다 보니 제가 환빠가 되지 않을 수 있던건 어쩌면 퇴마록을 읽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저는 환단고기에 대해 안 이유로 환까에 가까운 입장이었어요)
저의 경우엔 앰버 연대기 읽다가 사정상 그만두고, 헤인 연대기도 읽다가 다 못보고, 마일즈 보르코시건은 아직도 있지도 않은 덴다리 용병대를 가지고 뻥을 치고 있고 은영전은 작중의 묘사에 반감이 들어서 읽다 그만둬버린 관계로 아직 라인하르트가 동맹의 세 함대를 격파하기 전이고 (...) 투르곤이 이제 막 놀도르의 대왕이 되었습니다. 다른것도 많은데...... 뭐 그렇네요...

시만

2010.11.16 19:58:38
*.25.134.65

1. 애고, 애잔하여라..

2. 책을 잃고 글케 슬퍼할 수가... 나도 슬펐던 적은 있지만 그 정도였던 적은 아직 없었음(무감동한 인간이라서일까.) 만일 내가 은하영웅전설 구판과 신판을 한꺼번에 날려먹으면 울 지...도...?

3. 김용 수정판들은 제대로 본 적은 없는데, 강룡십팔장을 '항'룡십팔장이라고 번역하는 부분만은 용서(?)가 안 됨. 이봐 그건 아무래도 강룡, 이 맞는 것 맞단 말여... 난 이 항룡 반댈세...

하뉴녕

2010.11.17 15:23:37
*.46.4.27

사실 소리내어 울었다는 구절은 다소 뺑끼가 있죠...ㅋㅋㅋ

아무래도 강룡,이 맞다는 건 분명한데 이게 한국어 독음 방식일 뿐이라 그렇게 중요한 문제일까 싶기는 하네요...근데 언젠가부터 김용소설은 사더라도 통독하지 않고 예전에 인상깊게 본 구절만 들춰보는 소설이 되었다능...ㅎㅎㅎ

leopord

2010.11.16 22:08:07
*.30.55.210

1980년대 초반생 남자아이들(사내아이라는 표현이 좀 낯간지럽긴 하지만, 굳이 '남성'이라고 하기에도 거창해서)이 받은 지적 자극이 어느 정도 나오지 않나 싶네요. 중학생 때 『퇴마록』과 『환단고기』, 『은하영웅전설』과 『영웅문』 시리즈. 생각해 보면 당시 나왔던 '최신' 경향에 나름 예민한 결과겠죠. 이게 한정된 경험을 너무 일반화한 건 아닌가 싶으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여기에 TRPG가 국내에 PC통신과 게임잡지를 통해 받아들인 경험 정도가 추가되겠네요(그때 충남 대천에서 D&D 유저가 몇 명 있는 걸 보면 TR 유저는 국지적으로 존재했다고 볼 수 있지 않나 추측합니다. OR 유저층을 생각해 보면 더 넓은지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젤라즈니 꺼는 다 보진 못했지만(『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내 이름은 콘래드』, 『신들의 사회』, 『별을 쫓는 자』, 『앰버 연대기』 1~2권), 젤라즈니는 후기보다 전기가, 장편보다 단편이 더 돋보인다고 믿습니다. 물론 『앰버 연대기』 첫 권의 공간 변이 묘사는 괜찮았다고 생각해요.

아, 그리고 블로그 이전했습니다. 자주 뵙죠ㅎ

하뉴녕

2010.11.17 15:25:40
*.46.4.27

블로그 이전 반갑습니다. ^_^

젤라즈니는 확실히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에 수록된 단편들이 빼어난데, <신들의 사회>가 훨씬 잘 읽힌다는 것도 분명한데, 이상하게 전 서양작가가 쓴 무협소설 풍채가 나는 작품들이 땡기더라구요. 그래서 제 취향의 균형점이 <앰버언대기>에 이른 것 같습니다. <앰버...>는 3권부터 스토리의 점핑과 철학적(?) 성찰이 활발해지니까 나중에 시간나실 때 한번 더 도전해 보세요...ㅎㅎㅎ

프리스티

2010.11.17 16:09:56
*.152.146.60

아무리 봐도 제 독서 이력하고 진짜 겹치네요 ㅋㅋㅋ 전 여기에 대하 역사 소설을 추가하면 될듯.

하뉴녕

2010.11.17 16:11:47
*.46.4.27

아 저도 고대사덕으로써 이거저거 봤는데 잘 기억은 안나네요...-0-;; (최인훈의 <잃어버린 왕국>과 이름 기억 안나는 사람이 쓴 <광개토대제>가 그나마 기억에 남아 있음...) <태백산맥> 이런 것들은 고딩때 읽었고..쿨럭;;;

프리스티

2010.11.17 16:54:42
*.152.146.60

저도 광개토대제 봤음 ㅋㅋㅋㅋㅋㅋㅋㅋ 좀 야한 장면이 많아서 긴장하면서 봤던 기억이 납니다. 뭐 연개소문 이런것도 있었고.. 혹시 이문열의 괴작 <대륙의 한>은 보셨나요 ㅎㅎ 요서 백제 떡밥 다룬건데, 삼국지스럽게 쓴 작품입니다.

하뉴녕

2010.11.17 19:20:03
*.149.153.7

아 그런게 있었다고 기억은 나는데 안 봤어요. 제가 은근히 어릴 때부터 이문열과는 궁합이 안 맞았따능... -0-;;;

광개토대제에선 광개토대왕의 군사적 영광의 절정을 후연의 숙군성 함락으로 묘사했었죠. 사실 능비를 보면 백제나 부여 바른 쪽을 훨씬 더 영광스럽게 묘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ㅋㅋㅋ 소설이 어떻게 민족을 재구성하는가에 대한 하나의 사례가 되겠죠. ㅋㅋㅋ

wallk

2010.11.17 20:21:26
*.116.64.35

제 경우에는 중학교 2학년때 대전 유성도서관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독서편력이 시작되었죠. 저는 판타지보다는 로빈 쿡/존 그리셤/톰 클랜시 쪽에서 시작해서 점차 국내 장편소설과 혜원세계문학 전집쪽으로 갔던 것 같군요.(저도 중학교때 '일본은 없다'를 읽었--;; 그땐 일본이 정말 타락했다고 생각했었죠) 지금 그 시절을 돌아보면 결국 당시에 제가 책에서 찾던 제일 원초적인 욕구는 섹스와 폭력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요즘은 미국드라마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고 있는 셈이고.

그리고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저는 군 진중문고에서 책 몇권을 슬쩍했다는...

하뉴녕

2010.11.17 20:31:11
*.149.153.7

저보다 서너살 가량 위이신듯? 저도 중학생 때 유성구도서관에 다녔는데 말입니다. ㄷㄷㄷ 집에서 자전거타면 30분 거리였어요. ㅋㅋㅋ (도서관에서 환빠질...을 했죠;;; 아 앤 라이스 소설도 봤구나;;; )

wallk

2010.11.17 20:48:58
*.116.64.35

아마 나이는 같은 걸로... 저도 자전거타고도 종종 다녔어요. TB중 출신입니다. 유성도서관 900번 서가가 제일 구석에 있었잖아요? 은근히 컴컴했는데 신기하게도 책읽기 편안했어요. 그리고 유성도서관 창가쪽 서가에는 분류에 관계없는 19금급 서적들이 중간중간 끼워져 있었죠. 봉사활동도 주로 유성도서관에서 했었는데 한번은 SC중 여학생 2명과 하루종일 새로 들어온 책 등록작업을 했던 기억도...

하뉴녕

2010.11.17 21:58:04
*.149.153.7

헐 대전 떠난지가 십년이 되니 이젠 이니셜로 들으면 추론이 안되는군요 ㄷㄷㄷ 저는 대전남선중-유성고를 다녔는데 말이죠 ;;;

wallk

2010.11.17 22:40:50
*.116.64.35

굳이 이니셜까지 동원할 건 없었는데 말이죠^^ 탄방, 삼천중 이야기였습니다. 유성도서관에서 모르는 사이에 몇번은 서로 지나쳤을법도 하네요.

하뉴녕

2010.11.17 23:37:43
*.149.153.7

아하 탄방중 말씀이셨군요 ㅎㅎㅎㅎ 오랜만에 동네 얘기 하니 반갑습니다 ㅋㅋㅋ

지나가던 행인

2010.11.19 03:57:13
*.46.209.134

ㅋ 어떤 소년에게는 님이 책 속에 나오는 인물이었습죠. 진중권씨의 <시칠리아의 암소>에서-물론 읽은 건 출판된 지 몇 년 후입니다만-모 신문사가 협찬한 논술대회에서 대상을 타고도 양심에 따라 인터뷰를 거부한 고3 이야기는 어느 중딩에게 엄청난 감동을 줬습니다아~

하뉴녕

2010.11.20 07:51:43
*.149.153.7

옛날 얘기하시면 쑥스럽습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61 리영희 선생님 별세 하뉴녕 2010-12-05 2048
1260 [미디어스] 쇠 젓가락 들고 강간하면 무죄? [4] [1] 하뉴녕 2010-12-02 2524
1259 위키리크스 [18] [1] 하뉴녕 2010-12-01 2458
1258 NL의 승리 [24] 하뉴녕 2010-11-27 3851
1257 [경향신문] 비둘기와 매의 시간 [13] 하뉴녕 2010-11-26 4324
1256 반MB진영의 연평도 삽질 [19] 하뉴녕 2010-11-26 3322
1255 북어국 file [8] 하뉴녕 2010-11-25 3260
1254 북한의 연평도 군사공격에 대한 각 신문 사설의 반응 비교 [9] 하뉴녕 2010-11-24 3781
1253 [한겨레hook] 곽노현의 정신혁명, 올바른 개혁의 방법인가. [10] 하뉴녕 2010-11-23 3728
1252 정용진, SSM, 그리고 단골술집 [19] 하뉴녕 2010-11-22 3665
1251 추적 6분, 그리고 천안함 음모론 [37] 하뉴녕 2010-11-20 3748
» [기획회의] 책도둑의 욕망 [18] 하뉴녕 2010-11-15 4595
1249 기륭, "골목에서 만나다" 행사 홍보 file 하뉴녕 2010-11-11 3181
1248 '세대론' 관련 글 정리 [9] 하뉴녕 2010-11-08 5239
1247 조선일보의 자존심 [9] [1] 하뉴녕 2010-11-04 4260
1246 기륭, "골목에서 만나다" 티저 포스터 file 하뉴녕 2010-10-31 3678
1245 [위클리경향] 20대 담론의 굴곡, 그리고 새 희망 [1] [1] 하뉴녕 2010-10-28 4715
1244 [경향신문] 프로게이머의 인권 [10] 하뉴녕 2010-10-23 11181
1243 [펌] 홍진호의 등장을 기다리며 file [6] 하뉴녕 2010-10-21 4073
1242 [한겨레hook] 황장엽과 리콴유, 어떤 반민주주의자들의 판타지 하뉴녕 2010-10-12 3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