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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경향신문] 프로게이머의 인권

조회 수 11170 추천 수 0 2010.10.23 04:58:58

지난번 칼럼에서 ‘프로게이머 이윤열의 명예’에 관해 썼다. 이윤열의 스타크래프트2 전향에 대한 일각의 어처구니없는 비판을 반박하는 글이었다. 이제 e스포츠팬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유명한 ‘테란의 황제’ 임요환마저 스타크래프트2 리그로 넘어와 맹활약하니, 조금 다른 얘기를 할 때가 되었다.


블리자드의 저작권 협상을 대행하는 그래택(곰TV) 측과 한국e스포츠협회 간의 지적재산권 협상이 점입가경이다. 협상 결렬에도 불구하고 협회 주관의 프로리그가 강행되어, 법적 대응이 예상될 지경에 이르렀다. 한국의 언론들은 기본적으로 이 문제에 관심이 없는 상황에서 대기업 스폰서로 구성된 협회 측의 입장을 반영한 기사를 내놓는다. 가령 한겨레21은 이 문제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독소조항으로 알려진 투자자-국가소송제와 결부시켜 기사를 썼다. 한·미 FTA를 찬성하는 입장의 한나라당 의원이 투자자-국가소송을 유발할 수 있는 ‘e스포츠 진흥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 것은 분명 비판받을 만한 일이긴 하다. 하지만 이 문제가 현재의 지적재산권 협상을 설명하는 근본적인 부분은 아닌 것 같다.


공청회에 나온 한 교수는 “스타크래프트는 공공재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나는 그의 주장에 함의가 있다고 보지만, 그는 협회가 그간 그 ‘공공재’의 저작권료를 게임방송국에 요구해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걸까? 블리자드에 대한 협회의 항의는 비유컨대 수도요금을 내고 물장사를 하라고 요구하는 국가에 “왜 대동강물을 파는 내 권리에 시비를 거는가? 물은 공공재가 아닌가?”라고 봉이 김선달이 항의하는 것과 같다. 그래택 측은 협상 결렬 후 자신들의 요구조건을 공개했는데, 팬들이 보기에 그리 무리한 요구는 아닌 것 같다. 그래택의 요구조건에 따르면 게임방송국들은 협회에 내던 것보다 적은 저작권료를 내고 스타리그 방송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붕괴하는 것은 단지 협회의 e스포츠 시장에 대한 독점적인 권리다. 게임 개발에도, 리그 탄생에도, 리그 진행에도 기여하지 않고 ‘가짜 저작권’을 요구하던 이 스폰서들의 모임은 이렇게 스타리그에 대한 팬들의 애정을 지렛대 삼아 다른 이들을 겁박하는 중이다.


물론 이들에겐 게임단을 운영하고, 소속 게이머들에게 ‘연봉’을 주는 ‘공로’가 있다. 그리고 게임단의 홍보효과가 운영비만큼도 나오지 않을 때 ‘e스포츠 시장’에서 퇴각하는 것은 그들의 영업 자유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블리자드나 방송국에 큰소리칠 만큼 프로게이머를 대우해왔는지 모르겠다. 현존하는 10여개의 게임단에 소속된 100여명의 ‘1군’ 프로게이머는, 서너 명의 억대 연봉자와 연 500만~1000만원을 수령하는 이들까지 층층상하다.


같은 숙소에서 하루에 10시간 이상을 함께 연습하는 ‘2군’에겐 대개 숙식만 제공될 뿐이다. 연습시간 규정이 철저하고 1년 365일 합숙을 기본으로 하는 이들의 ‘감금노동’을 최저임금으로 환산하면 1년에 2000만원은 족히 나올 것 같은데도 그렇다. 극소수의 스타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지망생의 열정과 미래를 갈취하며 대우도 해주지 않는 한국형 엘리트스포츠의 전형이 여기에도 살아 있다. 협회는 이런 짓을 하면서 정부로부터 e스포츠 육성기금마저 받아 왔다.


그러느니 ‘산업’의 형태는 미진하더라도 ‘취미’로 게임하고 잘 되면 ‘상금 사냥꾼’이 되는 블리자드 방식의 리그가 더 낫지 않을까? 스타2 리그로 건너간 왕년 ‘스타’들의 성공이 새로운 롤모델이 되길 바라는 것은 그래서다. 지적재산권 협상에 대한 언론 보도의 홍수 속에 프로게이머의 인권에 대한 언급이 없는 현실이 서글프기만 하다.




기린아

2010.10.23 06:04:47
*.94.134.18

이미 늦었다고 봐요. 낭만주의 시절로 돌아가기에는.

그리고 윤형님께서는 현상금 사냥꾼 시절을 '낭만'적으로 이야기 하지만, 실제로는 다 알잖아요. 그 '낭만주의'시절에 사람들은 'PC방'에서 훼인질을 했을 뿐이지 근본적으로는 연습생이랑 다를게 없는 생활을 했다는 거. 그 시절에도 '잘'하려면 팀 만들고, 합숙하고, 집나오고, 내 아는 후배중에도 1년인가 휴학을 하고 게임만 한 녀석이 있었죠.

그리고 '취미'로 하는 리그에 블리자드가 1억의 상금을 건다고 하면 그것도 웃기겠죠? 1등 상금 1억, 총상금 2억, 코드S는 못 이겨도 100만원, 이런 컨셉은 명백히 '프로화'를 지향하는 것이죠. 게임단의 형태가 아닐뿐. 이렇게 되면 게임단의 연습생이 아닐뿐 어떤형태로든 게임폐인을 지속적으로 만드는 것이 되겠죠.

아시겠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은 그 생활을 '자의적'으로 선택했어요. 그들이 '게임단'에 있는 이상 '최저임금'을 챙겨줘야 한다는 이야기가 성립이 될지 모르지만, 그들이 '게임단'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은 그냥 '자기시간 쏟는 아마추어'에 불과하겠지요. 어떤 법적 권리도 쟁취할 수 없는.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미 이판에 아마추어적인 감성으로 연습하는 사람은 다 떨어지고, 스타1판에서 퇴물 소리 듣던 멤버들이 화려하게 다시 나타나고 있지요. 결국은 프로들에게 아마추어들은 이길수 없어요. 연습량도, 마음가짐도, 겪어온 시스템도 다르니까요. 결국은 더 가난하게 동일한 시스템이 돌겠지요. 1억원의 상금을 노리고.

게이머의 인권은 중요하지만, 아마도 '리그'를 바꾸는 방식으로는 해결되지는 않을거라고 보는게 맞지 않나 시프요.

ㅡㅡ;;

2010.10.23 12:05:29
*.41.254.50

2군생들도 일종의 직업으로 하는 것 이잖아요.. 자의적이라고 해도 저 노동시간에 저 임금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하뉴녕

2010.10.23 12:58:56
*.149.153.7

1)'취미 리그'에서도 팀, 합숙, 폐인 연습이 존재한다.

2) '취미 리그'에 대규모 상금을 거는 것은 우습다. 상금을 거는 것은 프로화를 지향하는 것이다.

3) 그들은 자발적으로 그 생활을 선택했다. 오히려 지금은 '최저임금' 얘기를 할 수 있지만, '기업화'를 거부하면 아무런 권리주장을 할 수 없다.

4) 한번 '프로화'가 진행된 바닥에서 승리자는 프로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될 것이므로, 낭만주의 시절로 돌아가기엔 이미 늦었다.

정리하자면 이런 말씀들인데, '오해에서 비롯된 지적' + '숙고할만한 부분'을 포함하고 있는데다, 일반적으로 이 논의를 들으면 느끼게 될 회의를 잘 정리해주신 것 같아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일단 엘리트스포츠와 반대되는 의미의 생활스포츠에서도 '프로'는 존재합니다. (이 논의를 이렇게 시작하는 것은, 다른 스포츠 장르에서도 엘리트스포츠를 이탈하여 생활스포츠로 향하는 지향의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것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건 '관변 논의'에서도 반복되는 테제죠.)


1. 누구나 취미로 운동을 하고, 대회에 나갈 수도 있지만, 대회에서 상금을 받아서 생활이 될 정도의 랭커가 되어 전업으로 거기에 매달리면 '프로'가 되는 것이지요.(혹은 집이 잘 먹고 잘 살거나) '프로'와 '아마' 사이에 '협회의 인증'과 같은 부자연스러운 넘사벽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GSL엔 맹덕어멈처럼 디시에서 놀다가 GSL도 진출하는 캐릭이 존재하는데, 스타2는 지금 자연스럽게도 그런 상황이라 볼 수 있겠죠. 게임이 출시된지 시간이 좀 지나면 e스포츠에 대한 블리자드의 이해관계가 사라지기 때문에, 그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대기업 스폰을 끌어들이고 한국적 엘리트스포츠 체제를 (우리에게 문화적으로 자연스러운 것이므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도입한 것이 현재의 스타1리그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2. 말씀하신 대로 '취미 리그'(정확히 말하면 '취미-프로의 경계가 라이센스가 아니라 본인의 상금획득 능력에 따라 결정되는 리그)에서도 자발적인 팀결성과 '폐인 연습'은 존재할 것이고 기업스폰이 끼지 않으면 이 경우엔 과다연습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수조차 없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엔 '프로게이머'란 직종에 대한 유입인구가 현재보다 현저히 줄어듭니다.라이센스제를 유지하고 '노동예비군'을 운용하는 체제에선 '희망'으로 자발적 착취를 감내하는 수백명의 청소년들이 생깁니다. (조사 결과 팀의 2-3군만 문제가 되는게 아니라 게임단의 테스트를 중개해주는 '클랜'에서도 청소년들을 대규모로 합숙시키고 있었습니다.) 청소년 시기에 학업을 그만두고 몇 년동안 건강을 그르칠 정도로 '과중노동'으로서의 게임 연습을 하다가 그걸 그만두게 되면 기회비용이 너무 크지요. 이런 경우엔 언제나 유입인구를 줄이는 것이 해결책입니다. 막말로 피시방/편의점 알바를 해도 그거보단 낫거든요.


3. 현존하는 게임단 체제의 경우, 누군가 "이건 감금노동이다."라고 소송을 걸면 '백퍼센트' 스폰서측이 질거라는 법조인의 답변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한 프로게이머가 인터뷰에서 말했는데, 예전부터 게임단측도 그 사실을 알고는 있었다고 합니다. 다만 '그걸 지적하면 이 판이 망하니까' 모두 쉬쉬한 것이지요. 스타2를 통해 변혁이 일어나는 이 시기에 이런 문제들을 전면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4. 스폰서가 끼어서 시간을 정하고 연습을 시킬 경우에 이들은 '노동자'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말씀하신대로 스폰서가 철수하면 문제가 달라지지요. 이건에 대해 "이쪽 노동시장 유입인구가 준다."는 점 말고 또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프로게이머의 '시연권'입니다. 이를테면 임요환의 플레이를 곰티비가 중개하여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았을 때, 거기서 발생하는 수익의 일부를 임요환이 분배받을 권리가 있다는 논의인데요. 프로게이머를 노동자로 보지 않을 때 제기될 수 있는 이슈입니다. 아마 'e스포츠'란 것이 계속 출몰한다면 계속해서 제기될 논의가 아닐까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스타크래프트 공공재' 드립을 치신 교수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다는 겁니다. 협회로서도 사실 프로게이머의 권리를 말하지 않고서는 블리자드의 공세를 이겨낼 방법이 별로 없거든요. 이에 대해 블리자드 쪽 변호사는 "프로게이머의 수익은 시연권을 통해 보장되는 것은 아니가 블리자드와의 적절한 계약을 통해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요.

한편 베틀넷 시스템을 보면 유저가 맵제작 등의 2차 창작을 하여 다수의 유저에게 공유되었을 경우 블리자드측이 소액의 창작료를 지급하는 방식도 존재(한다고) 합니다.(제가 게임에 정통한게 아니라 들은 얘기라서;) 뭐 그래봤자 알라딘 TTB2 광고수입 정도이겠지만, 게임이란 창작물에 유저가 추가하는 요소가 있다면, 그 유저가 수익에 대한 권리를 요구할 수 있다는 개념이 점점 더 생겨나는 추세라고 볼 수 있겠죠.


5. 이게 다 귀찮고 싫으면 공산주의 고고씽. 공산주의자들은 그냥 "기술발전이 극에 달하면 사유재산의 경계가 애매해져서 자연스럽게 인민이 공산주의를 요구하게 될 것이야~ 하핳하핳"라는 드립을 칠 수 있으니까요. 일단 자본주의 틀을 유지하려는 사람이라면 훨씬 더 복잡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고보면 "마르크스는 먹물을 위한 아편"이란 고종석 아찌의 발화는 참 절묘했어요. ;;

기린아

2010.10.25 08:57:43
*.122.14.92

제 입장에서는 답변의 지향점이 잘 이해가 안되기는 합니다만...

1. 이 판이 엘리트스포츠인건 애초에 엘리트들만이 TV 앞에 나올 수 있기 때문이지 다른거 없습니다. 블리자드가 1억의 상금을 걸면 당연히 엘리트들이 피나게 연습해서 나오겠죠. 이미 블리자드의 게임은 '일반인'들도 많이 하고 있고, 꼭 프로게이머들만이 하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생활 스포츠'에 가장 가까운 형태를 띠고 있는게 스타크래프트 아닐까 합니다만...

2. 영입되는 '사람의 숫자'를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는 얼핏 보면 맞는 이야기 같지만, 결국 뛰어든 사람들은 중고등학교를 포기하게 된다는 점에서 딱히 더 '인권적인' 내용은 아닙니다. 인권적인 내용이 되려면 '그들에게 공부를 시키면서 게이머질을 하게' 해줄 필요가 있는건데, 이거야 말로 협회와 게임단등을 통해서 '강제력'을 발동해야 해결할수 있는 문제겠죠.

3. 전면화 한 결론이 '게임단만 없어지고 폐인은 유지'되는 결과일수도 있죠. 지금 분위기는 솔직히 그렇다고 봅니다만...

4. 시연권은 시장논리로 보면 대신 '연봉'에 포함이 되기 마련이죠. 그리고 어떤 대회라고 해도 '내 시연권을 따로 계산해서 받겠다' 이런게 성립하는 대회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압니다. 타이거 우즈가 '내 플레이를 보는 댓가를 따로 챙겨주지 않으면 이 대회에는 나가지 않겠다' 라고 말하는거는 못 본 것 같습니다만. 블리자드의 계약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이건 '블리자드와의 계약'이 아니라 그 '대회'와의 계약의 문제거든요.

5. 공산주의 이야기는 꽤 뜬금 없습니다만... 프로게임단이 현재 블리자드의 저작권을 어기고 있다고 해서 공산주의는 아니죠. 그냥 저작권을 도둑질 하고 있을 뿐이지.

하뉴녕

2010.10.25 09:35:37
*.149.153.7

1. 우리가 생활스포츠라고 칭하는 체제도 상금으로 먹고 살 수 있는 잘하는 놈들만 티비에 나오는 건 변함없습니다. 다만 그런 놈들이 아니면 다 제 할일 해가면서 운동하니 폐해가 적다는 것이죠. 말씀하신대로 다른 스포츠에 비해 스타크래프트는 일반인이 접근하기 쉬워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단 점에선 '생활스포츠'입니다만, 그렇기에 더더욱 닭장 체제를 유지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죠. 금메달 따서 국위선양하자는 국가주의적 요구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2. 숫자가 줄어드는 것만으로도 분명 효과는 있습니다. 사실 협회와 게임단을 강제하는 것도 하나의 해법이긴 한데, (합숙 프로게이머를 '노동자'로 규정하고 거기에 입각한 권리를 부여하는 방법이죠.) 지금 상황은 기업 스폰서들이 'e스포츠'를 그런 대가를 지불해야 할만큼 안정적인 것으로 여기지도 않는 것 같아요. 블리자드의 지재권 소송이란 사건이 닥쳐와 있는 상황에서 프로게이머의 권리가 좀 더 잘 보호받는 다른 시스템을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그래서겠지요.


3. 일리있고 뾰족한 방책은 없습니다만, 앞서 말한대로 합숙인구가 줄어드는 측면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친구들의 폐인생활을 주선하면서 뜯어먹는 브로커 구조가 붕괴한다는 측면도 있겠구요.


4. 시연권을 연봉에 포함시키는 것이 하나의 해법이죠. 그리고 그렇게 주장할 때 협회도 블리자드에게 '말빨'이 서게 됩니다. "당신들은 시연권을 무시하지만, 우리는 시연권을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창출하고 있는 수익은 저작권과 다른 차원에 있는 권리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우리의 활동은 정당하다." 그런데 그렇게 주장할 수 있을 정도로 프로게미어 대우를 해준 것이 있느냐는 반문이 이 글 후반부의 논지입니다.


5. 블리자드의 e스포츠에 대한 고민이 녹아들어가 있는 것이 베틀넷2.0 시스템이고, 시연권이란 건 요즘에서야 나오고 있는 말이니 (논리적으로 도출될 수는 있어도) 당연히 선례가 없지요. 그래서 이 문제가 계속 논의되고 체제가 고민되어야 한다는 말 아니겠습니까?


6. 그런 고민을 생략하는 가장 단촐한 해법이 공산주의 드립이란 얘기였죠. 협회가 그저 도둑질을 하고 있다는 데엔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내세운 논리가 '공공재' 운운이란 것, 그 논리의 근거가 프로게이머의 시연권에서 연유한다는 것도 분명하지요.

기린아

2010.10.25 10:27:51
*.122.14.92

1. 생활스포츠라고 해서 닭장 시스템이 딱히 문제가 있는건 아니죠. 아시다시피 축구는 상대적으로 야구보다 사회 저변이 훨 넓었지만 (조기 축구회도 있고...) 닭장인건 매 한가지니까요.

2. 숫자가 줄어드는것은 그냥 산업의 사이즈를 줄이겠다 이상도 이하도 아니죠. 그건 프로게이머의 권리를 보호한다기 보다는, 보호해줄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그냥 손 떼세요, 라고 말하는 것과 동일한 이야기라서, 그 자체로는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습니다.

3.최근 임요환 김원기 블리즈컨 인터뷰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결국은 연습을 위해서는 '팀'이 필요한 법입니다. 이 사실 자체를 무시하고 이야기를 진행하기는 어렵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이 팀에는 여전히 인권이 보장이 안되는 사람들이 넘치겠죠.

4, 냉정하게 말하면 연봉에 시연권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는게 맞겠죠. 물론 현재는 그런 조항이 없지만. 그건 향후 계약시에 문서 한줄 더 집어 넣으면 될 일에 가깝다고 봅니다. '표준 시연 계약'이 따로 있게 된다면 또 이야기가 달라지기는 하겠습니다만 서도...

6. 공공재 드립에 대해서 정부가 손을 들어줄 가망성은 사실상 없지 않습니까? 아시다시피 블리자드라고 해서 시연권에 딱히 큰 가치를 부여해 줄 이유는 없으니까요. 이런건 임요환이나 김원기 급의 선수들에게나 의미가 있는거겠죠.

하뉴녕

2010.10.25 11:22:00
*.149.153.7

흠...논의가 좀 의미없이 퍼져버린 꼴이 되었네요.

기술진보가 기존 매체에 대한 위협은 되지만 자동적으로 정치적인 진보를 가져다주지는 못하는 것과 비슷하게, 말씀하신대로 블리자드가 협회를 고소하는 일이 그 자체로 프로게이머(+지망생)들에게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팬들의 행동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면이 있다면, 이렇게 무언가가 변화하는 시점이겠죠.

그래서 문제는 이 변화의 시국에 기존 체제의 문제를 드러내고 새로운 시스템에서 프로게이머의 권리를 어떤 식으로 보호할 수 있겠는가에 대한 고민이겠고, 그것을 요구하는 행동일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 문제의식의 일환으로 블리자드에 대한 협회의 비난을 다시 비판하며 프로게이머의 권리 문제를 환기한 건데, 뭐 이러나 저러나 어차피 문제는 똑같다란 식의 비평을 납득하긴 어렵습니다.

혹 이 문제엔 개별적인 해답은 불가능하고, 사회 전체적인 레벨에서의 복지의 향상을 통해 완화시킬 수 있을 뿐이라는 견해를 가지고 계시다면 그건 하나의 가능한 견해로 납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린아

2010.10.25 12:47:34
*.122.14.92

"그러느니 ‘산업’의 형태는 미진하더라도 ‘취미’로 게임하고 잘 되면 ‘상금 사냥꾼’이 되는 블리자드 방식의 리그가 더 낫지 않을까?"

사실 이 구문에 대해서 논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것 같습니다. 무언가 지금이 바꿀 타이밍이라는 것은 저도 동의하는 바 입니다. 단지, 현재 스타판에서 동일한 내용을 오직 협회까기를 위해서만 동원되고 있다는게 좀 당혹스러워서 제 논의가 좀 퍼진것 같기도 합니다.

사실 인권 보호를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경쟁체제가 유의미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뉴녕

2010.10.25 15:21:53
*.149.153.7

이게 일반적인 스포츠의 문제라면 게임단에 대한 부당노동 법적 대응 등의 위협전략을 구사하면서 선수협과 같은 주체를 만들어 내부에서 협의해 나가는 전통을 만드는 게 정론일 것 같습니다. '인권' 보호에 더 유리한 건 현행체제가 아니냐는 말씀은 그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이해됩니다.

다만 1) 게임회사의 저작권 문제 2) 축구/야구 같은 게임과 달리 게임은 시간이 지나면 '후진 것'으로 보인다는 문제 (지속가능한 체제를 고민하기 힘들다는 것) 등이 있어서... 실연권과 같은 논의가 필요한 건 앞으로 게임 흥행작들이 계속 나올 테고 그것들에 대해서 이 비슷한 문제들이 계속 생길 것 같단 예감 때문이지요...;

hannwip

2011.01.05 19:36:09
*.155.48.184

글 잘 읽었습니다.
스타리그를 재밌게 보아 온 사람으로서 스타1 리그가 흔들리는게 매우 안타깝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스타2의 등장과 그로인한 지각변동을 틈타서 스타1 리그도 좀더 지속가능하게 바꾸는게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스타가 어디까지나 일대일로 기량을 겨루는 경기고, 축구나 농구처럼 팀플레이를 기본으로 하는 경기가 아닌 이상(물론 팀플도 가능하긴 하지만 사실상 일대일이 주류가 되었으니까요), 지금처럼 프로게임단을 유지하는 체제는 불필요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게임단들과 그들이 참여하는 리그제는 유럽 축구리그를 연상케 하는 체제(거기에 온게임넷과 엠비씨게임의 토너먼트가 끼어 있는 모습이죠)지만, 사실 스타의 경기 성격상 오히려 모델로 삼아야 하는 건 현재의 프로 테니스나 골프가 아닐까 싶습니다. 상금을 건 토너먼트가 여러 차례 열리고, 게이머들이 개인 자격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요. 어떻게 보면 상금 사냥꾼 체제가 되는 거라고도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 게임단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이 현재 들이는 돈을 상금으로 걸고 토너먼트 하나씩만 열어도 어느정도 규모는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요. CJ배, STX배 이런 식으로.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프로게임단 연습실에 감금돼서 인권을 유린당하는 청소년들의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친구들하고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그러면 결국 소수의 잘하는 선수들만 상금을 독식하게 될 것이라는 반론을 듣습니다만, 사실 지금 선수들 간의 연봉 차이를 생각하면 큰 차이가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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