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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한국 보수와 진보의 판타지

조회 수 5079 추천 수 0 2011.01.26 11:57:55

원래부터 하던 생각이지만 한일전 패배 이후 축구팬들의 반응을 보다가 조금 더 명확하게 정리된 사안을 끄적여 보도록 한다. 아시안컵 한국 대표팀의 경기에 대한 반응들에 대해서는 따로 한번 더 쓸는지도.


1.
내가 생각하는 정치는 공동체의 삶을 이성적으로 조직하려는 노력의 총체다. 개인이 자신의 삶을 관리하듯이 공동체는 자신의 삶을 관리하고자 한다. 그런데 공동체의 삶은 나만의 일이 아니기에 이런 '관리'를 위해선 타인을 통제하는 권력이 필요하다. 이 권력을 창출하는 방법에 따라 정치체제가 갈린다. 민주주의란 그 권력 창출의 과정에 공동체의 모든 성원이 개입하는 정치제도를 의미한다.


2.
사실 '자기지배'란 민주주의의 이념은 환상에 가깝다. 군주제 국가에 살든 민주주의 국가에 살든 내가 누군가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권력 창출의 과정에 공동체의 모든 성원이 개입하게 되면 되도록 모든 사람의 권리와 이익을 배려하는 명령이 창출될 거라고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모두가 남들이 만든 명령에 따라야 한다는 사실이 인지될 때, 그들은 그 명령을 좀더 보편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산출하고자 할 것이다. 그 결과 공동체 성원은 이 명령이 그들을 위한 것이라 믿을 수 있고, 오늘 따른 명령이 내일의 내 삶을 위협할 거라는 걱정없이 생활에 임할 수 있다.


3.
보수와 진보는 그런 민주주의 국가 안에서 공동체의 삶을 이성적으로 조직하려는 '정치'란 장 안에 존재하는 상이한 방법론이다. 말하자면 그것은 공동체 '관리'의 방법론이며, 그 방법론을 실현하기 위해 다수 시민의 동의를 조직하려는 하나의 운동이다. 그것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시민들의 '이념'으로 정치의 장에 '투입'되며, 전문가 집단과 활동가들의 적절한 도움을 받아 '정책'으로 '산출'되어야 한다.
 

4.
한국의 보수와 진보 역시 그와 비슷한 역할을 조금은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심히 부족하다고 생각된다.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많은 사건과 논쟁들을 살펴볼 때, 그것들은 정치의 장 안에 존재하는 방법론이라기보다는 정치의 영역에 개입할 방법을 찾지 못하는 시민들이 지닌 상이한 판타지로 여겨진다. 진보의 판타지는 민중주의다. "민중은 옳다. 혹은 민중 중엔 잘난 놈들이 있으므로, 그들을 가려내어 중용하면 사회는 발전될 수 있다. 이것을 자신의 탐욕 때문에 체계적으로 가로막는 기득권 세력의 패거리 집단이 있다. 그들을 몰아내면 세상은 좋아질 것이다." 보수의 판타지는 엘리트주의다. "많은 사람들이 알지도 못하면서 떠든다. 이때는 A라 말하고 저때는 B라 말한다. 현혹되면 안 된다. 결국 사회를 발전시켜 온 것은 아무말 없이 묵묵히 주어진 권력을 행사하며 제 일을 해온 사람들이다."


5.
따라서 진보의 판타지를 지탱하는 서사는 음모론이다. 누구누구가 패거리를 만들어 무슨 진실을 체계적으로 왜곡하고 우리들을 배제하고 있다더라는 이야기가 그들을 결집시킨다. 보수의 판타지를 지배하는 정조는 냉소주의다. 결국 그런 종류의 유언비어는 근거도 없이 창궐했다가 사그라들었고, 그동안에 묵묵히 일한 사람들에 의해 세상은 결정되어 왔다는 현실인식이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를 따질 때, 이런 인식이 들어맞는 경우도 물론 있다. 하지만 사례별로 적용해야 할 그런 인식을 '보편적으로' 적용하고자 하는 것이 한국의 진보와 보수다.


6.
그렇다면 보수의 판타지는 관료들의 것이고, 진보의 판타지는 생활인들의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진보의 판타지가 실패한 지점들 때문에, 보수의 판타지는 생활인들의 지지를 얻게 되었다. 또한 제 할 일만 하는 관료들은 생활인들의 기대보다 한국 사회에 대한 총체적인 인식을 지니고 있지 않다. 특정한 일을 하는 관료들은 자신의 영역에서만 보수의 판타지를 가지고 있고, 나머지 영역에 대해선 진보의 판타지를 지니고 있을 가능성도 높다. 이를테면 재경부 모피아라도 축구협회의 패거리주의가 한국 축구를 좀먹고 있다는 인식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반대로 모든 종류의 개혁정책을 옹호하고 이를 방해하는 기득권 세력의 준동을 엄중하게 규탄하던 사람이더라도 자신의 삶의 영역에 개혁이 틈입하면 "당신들이 언제 이 일을 해봤다고 이러냐?"라고 반응할 공산이 크다.


7.
이 두 개의 판타지는 근본적으로 탈정치적이다. 좀 단순하고 편협하게 말한다면 군주정이나 독재국가에 어울리는 정치의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탈정치적 의식이 정치의 향방을 결정하는 것이 바로 한국의 민주주의다. 이것 역시 민주주의라는 것을 인지하고 분석해야 한다. 분명 이 판타지들은 시민을 움직이며, 그 움직임은 권력을 교체할 수 있다. 이 점을 인지하지 않고 "한국 사회는 아직 왕조국가나 전근대에 가까우므로 일단 근대화."라고 인식한다면 잘못된 결론을 내리게 된다.


8.
그렇다면 이 모순적인 상황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가. 권력을 교체할 수 있다는 점에선 민주주의지만, 그 민주주의를 움직이는 정치의식이 민주적이지 않다고 표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서술은 완전하지 않다. 이 상황을 '제도 vs 의식'의 이분법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제도는 다 갖춰줬는데 의식이 안 따라주는 상황이 아니라, 의식을 키워낼 제도가 미흡한 상황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큰 틀에서 시민이 권력을 교체할 권리를 가지고 있고 그 가능성이 실현되고 있지만, 그 권력들을 통제할 제도적 방책들이 매우 부족하다. 그런데 두 개의 탈정치적 판타지에선 그 판타지를 대변하는 대표선수의 교체에만 신경을 쓰지 그런 제도적 방책들의 확보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여기서 문제는 빙빙 돌게 된다.


9.
보수의 판타지와 진보의 판타지는 기실 먼 거리에 있지 않고, 상호 보완적이다. 국가를 위해 일하는 이들을 믿고 묵묵히 내 삶을 살아왔는데 그 삶이 각박해진다면 당연히 누군가 내 몫을 뺏어가고 있다는 음모론에 빠져들게 된다. 선거에서 기득권 세력의 대변자들을 물리치고 '우리편 수호자'를 뽑았더라도 그들도 권력을 행사해야 하는 사람임은 분명하고 그 행사과정에 '민중'이 개입할 방법이 별로 없기 때문에 그들은 '또 다른 기득권 패거리'로 인지되게 된다. 한국 민주주의의 정권교체는 이 두 개의 판타지가 교환가능하기 때문에 성립하는 것이다.


10.
그러나 그 교환의 와중에서도 민주주의의 요구는 실현되지 않는다. 민주주의에서 얘기하는 정치는 군대나 축구 행정처럼 과업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삼성과 현대의 국제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정책들은 국가 주도로 만들어낼 수 있지만, 산업재해에 시달리는 노동자를 보호하는 정책을 광범위한 시민의 요구 없이 국가권력이 자본을 통제하며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통제가 가능했던 것이 과거의 독재권력이었다. 그래서 독재권력은 과업달성을 위한 최소한의 민중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그런 통제를 통해 제한적인 복지정책을 만들었다. 가령 의사의 몫을 제한하는 의료보험제도는 박정희 때에야 실현가능한 것이다. 이것은 보수의 판타지를 믿는 이들에게, 그들의 선택이 결과론적으론 오히려 더 '민중적'이라 믿게할 충분한 근거가 된다. 그들에게 진보의 판타지를 유포하는 이들이란 거기서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진보 엘리트주의자일 뿐이다.


11.
양측 판타지의 신봉자들이 팽팽하게 맞서면 진보의 판타지가 수세에 몰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보수의 판타지는 그들이 과정으로 보면 엘리트주의를 따르지만 그 결과 민중주의를 실현한다고 '일관성있게' 주장할 수 있다. 그리고 진보의 판타지는 그것이 실현될 때엔 보수의 판타지와 마찬가지로 '과정의 엘리트주의와 결과의 민중주의'를 추구하게 되지만, 그 실현태는 진보의 판타지의 내용 자체를 침해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측면에서 보수가 진보보다 더 일관성이 있다는 사실이, 그들이 더 나은 지향을 주장하고 더 나은 정책을 산출한다고 믿어야 할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12.
꽤 괜찮은 정치평론가들도 이 두 개의 판타지를 넘어서지는 못하고, 다만 이 판타지가 옳은지 그른지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판단하는 수준에 그친다. 그러나 이 정도만 되어도 매우 사려깊은 경우다.


13.
결국 현재 한국 사회를 조직하는 룰에 문제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에겐 세 가지 선택지가 가능하다. 하나는 어찌됐건 실현가능한 정책역량을 지닌 판타지의 대변자를 선출하여 룰을 바꾸는 것이다. 이것은 앞서 지적했듯 '보수의 판타지'의 내용에 가까운데, (한나라당과 민주당, 그리고 복지소사이어티 등의 시민단체를 포괄하는) 복지국가 담론과 김광수 경제연구소의 활동 등이 모두 이것에 포함된다.


14.
둘은 판타지에 기반하여 권력을 잡은 후 권력 자체를 개조하여 판타지를 해소하고자 시도하는 것이다. 노무현과 참여정부가 스스로 꿈꿨던 것이 이것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개혁 먼저"라는 그들의 노선이 말했던 그것. 그러나 그들은 정치권력이 시민들의 삶에 깊숙이 개입하는 경제개혁에 무심하거나 실패할 경우, 더 이상 시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혹은 그들이 추구했던 정치개혁('지역주의'라는 것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던)이 우리에게 필요한 정치개혁의 핵심이 아니었다고 비판할 수도 있을 것이다.


15.
마지막으로 선출된 권력들을 통제할 제도적 방책, 즉 시민들의 정치적 요구를 투입하는 기제를 만드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방법이 있다. 의심할바 없이 최장집의 노선이 이것이다. 물론 최장집의 견해는 이 세번째 노선의 유일한 방법은 아닐 게다. 그러나 이 문제에 있어 최장집의 정당정치론 이외의 견해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16.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문제해결을 위한 고민이며, 그 고민의 결과로 나온 실천이다. 세가지 방책 중 하나를 잡고 그 안에서 가장 현명한 이들과 함께 활동할 수도 있고, 세가지 방책을 모두 염두에 두고 정치적 실천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세가지 방책 이외의 다른 방책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의식없이 김광수 경제연구소보다, 참여정부의 지지자보다, 최장집이나 진보정당들보다 '왼쪽'에 있다(고 스스로 자임한다)는 이유로 급진적인 정치적 실천을 하고 있다고 믿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만일 그가 생각하는 급진좌파의 노선이 그저 '진보의 판타지'를 좀 더 과격하게 추구하는 것일 뿐이라면, 그리하여 한나라당 뿐만 아니라 민주당도 노무현도 혹은 최장집도 혹은 민주노동당도 혹은 진보신당도 엘리트 패거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딱지를 붙이고 있다면, 그는 그저 한국 사회의 탈정치성을 유지하는 두 개의 판타지 중 하나에 적극적으로 기대고 있는 것일 뿐이다.
 




  

이상한 모자

2011.01.26 12:16:00
*.114.22.131

나의 조광래를 지켜주세요!!!

하뉴녕

2011.01.26 15:04:45
*.95.182.194

오랜만에 메모를 한 건데 역시 글을 이렇게 쓰면 가독성이 별로인듯....ㅡ.,ㅡ;;

erte

2011.01.26 16:30:50
*.196.248.130

아니오 가독성 좋습니다.

개인블로그에게 바라기엔 좀 무리지만, 번호 대신에 요점을 써줬으면 (인터뷰기사처럼) 더 잘 읽혔을거 같습니다만, 이정도로도 감사하죠 ㅋ

이상은

2011.01.26 16:51:21
*.104.144.9

매우 재밌게 읽었음~ 진보와 보수 각기의 판타지에 대해서는 100% 공감.

괄태충

2011.01.26 18:09:37
*.30.45.128

흐미 이렇게 일목요연한 정리가 다 있나... 지려브렀소

지나가다

2011.01.26 20:55:26
*.50.53.121

우와~ 진보와 보수의 환타지에 저도 공감.
글 잘봤습니다~!

김대영

2011.01.27 08:23:44
*.66.49.84

캬~ 더운 날 참고참다가 생맥주 첫모금을 들이킨 느낌이구려~ 브라보~~

krinein

2011.01.27 08:39:41
*.182.196.253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역시 저의 전작 구매 저자 리스트에 올릴만한 필자라는 생각이..

hwal-in

2011.01.27 13:46:19
*.67.184.46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 많은 부분 감탄했구요 : )

진보를 민주당부터 친노, 진보신당, 민노당까지 폭 넓게 잡으신거 같은데, 이 가정하에서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보수는 저게 현실이고, 진보는 말 그대로 판타지라서, 지금의 진보(?) 세력이 이 모양 이 꼴인게 아닐까요.

다만 보수는 더럽고, 덜티하고, 치사하게 '현실적'이기 때문에 욕을 먹는거죠. (판타지 때문이 아니라) 그러나 그 현실 자체가 님이 말씀하신대로 "냉소적"이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안정적인 지지층을 구성할 수 있죠. 기대가 적으니까요. 하지만, 진보는 다르죠. 그 "판타지" 자체(음모론)가 진보의 제 살을 깍아 먹는 판타지니까요. 이유는 윤형님이 말씀하신대로, 진보의 판타지의 실현 자체가-

- '과정의 엘리트주의와 결과의 민중주의'를 추구하게 되지만, 그 실현태는 진보의 판타지의 내용 자체를 침해하는 것 - 이니까요.

그래서 결과적으로 진보(??)쪽은 지지층이 약하고 분화되는 거죠. 지역주의도 물론 영향이 있구요.

즉, 판타지를 버려야 하는 건 오로지 진보 쪽이라는 겁니다. 음모론, 안티를 버리고, 대안적 판타지를 제시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거죠.

그리고 윤형님이 늘 고민하시는 지점, 진보층이 메인 타겟으로 잡아야 하는 비정규직+자영업자들이 3번대안 (계급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에 수렴이 안되는 가장 큰 이유가, 그 사람들이 가장 '냉소적'이기 때문이죠.. 2번은 지금의 음모론 판타지로는 실현 불가하다고 윤형님이 말씀하신대로 증명이 되었구요.

결국 저는 단기적으로는 진보 측에 1번 방법 밖에는 대안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물론 음모론이라는 판타지의 내용 자체를 바꾼다는 전제하에서요- 그렇게 해서 "경험"을 하게 해야, 3번이 가능할겁니다-

하뉴녕

2011.01.27 11:36:44
*.149.153.7

꼼꼼한 독해 감사합니다.


첫째로, 말씀하신 대로 제가 이 글에서 '진보'라는 말의 의미를 넓게 잡은 것이 맞습니다. 한 사람에게도 한 용어가 언제나 같은 것을 의미하진 않지요. 저도 "참여정부나 열린우리당이 진보적인 경제정책을 펼쳤다고 볼 수는 없다."와 같은 문장을 사용하는 사람입니다만, 이 글에서의 '진보'는 그런 의미가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사람들이 흔히 '진보'라고 부르는 것" 정도의 의미로 쓰였지요. 그래서 저쪽 편에 대해서도 '수구'라는 말을 쓰지 않고 '보수'라는 말을 썼습니다.


둘째로, 판타지를 버려야 할 필요성이 큰 쪽이 진보 쪽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흔히 제가 글을 쓰면 "보수주의자들의 가장 훌륭한 주장과 진보주의자들의 가장 나쁜 주장을 비교한다."고 투덜거리는 분들이 있는데, 제가 진보 쪽에 좀더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려는 이유도 그 때문이지요. 저는 무언가를 바꾸려고 고민하는 사람이지 현상유지를 원하는 사람은 아니니까요.


마지막으로 저 대안 중 어느 쪽을 택할 수 있느냐는 논의해 볼 수 있는 영역이긴 한데, 저는 현실정치란 게 전쟁터에서의 전술과 달라서 이 순간에 무얼 해야 통한다라고 확언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이런저런 노력들이 투입되는 가운데, 그중 무엇인가가 결실을 맺게 되거나, 아니면 종시 못 맺거나...ㅠㅠㅠ 하겠지요.

이의

2011.01.27 11:48:32
*.49.14.13

진보쪽에도 더럽고, 덜티(sic)하고, 치사하게 '현실적'인 사람 많습니다. ;; '냉소적'인 사람도. 보수쪽에도 판타지 부여잡고 사는 사람 많구요. 예를 들면 내 집 마련 판타지라든지, 지속가능한 집값 상승 판타지라든지. 둘은 서로 상충하는데, 보수당은 둘 모두를 아우른다고 주장하는 정책으로 표를 얻죠.

판타지, 비전, 플랜, 청사진.... 이름은 다르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판타지 팔아먹지 않는 정당은 없죠. 사람이라면 준거현실과 기대현실은 다르기 마련이고, 보수층이라고 자신이 현재 살고 있는 사회가 100% 만족스러운 사람은 없기 때문에.

비정규직+자영업자들이 계급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에 수렴이 안되는 가장 큰 이유가, 그 사람들이 가장 '냉소적'이기 때문이라는 말씀엔 조금 갸우뚱. 오히려 가장 속여먹기 쉽고 뜯어먹기 쉬운 사람들인데.

계급이익 미끼에 포섭 안되는 사람들은 계급이익을 넘는 이익을 이미 뽑아먹고 있는 사람들이죠. 예를 들면 억대 연봉을 받는 보험 컨설턴트나, 트리플 잡으로 한달에 500만원 이상 버는 20대, 조상에게 물려받은 강남땅 2000평을 가지고 있는 백수 같은 사람들.

hwal-in

2011.01.27 13:14:36
*.67.184.46

to 한윤형님
댓글의 댓글 감사합니다.^^ 그렇죠. 되는대로 해봐야죠-ㅎㅎ

to 이의님
판타지, 냉소적이라는 단어는 사전적 의미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윤형님이 정의하신 의미를 가지고 사용한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판타지"는 윤형님이 말한 2가지개념에 대한 것이고 "냉소"는 보수의 판타지, 즉, -보수의 판타지를 믿는 이들에게, 그들의 선택이 결과론적으론 오히려 더 '민중적'이라 믿게-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한나라당의 -최대 지지층-인 저소득층&자영업자 계층이 딱 이런 이유(성장에 대한 향수, 진보에 대한 회의)로 지지한다는 것은 여러 여론조사와 연구에서 널리 알려진 바가 있습니다. (가장 속여먹기 쉽고 뜯어먹기 쉽다는 님의 얘기와 일맥상통하죠^^) 그래서 제가 3번은 '지금' 힘들다고 얘기한거구요.

좋은 논의와 토론이란, 서로, 서로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를 알고 그 컨텍스트와 가정 하에서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일반적인 사전의 의미로는 님의 주장도 충분한 타당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

좋은 하루 되세요-

ps. 더럽고 덜티함의 이야기는, 왜 같은 판타지를 가지고 있는데 진보의 세력기반이 "더 덜티한 보수"보다 약한가에 대한 논의를 전개하기 위한 예시이자 도입부라고 생각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이 역시 컨텍스트 해석의 문제겠지요.

이의

2011.01.27 13:31:52
*.49.14.54

라깡이 복소수를 성기의 은유로 재정의해 쓰는 것을 존중해서 읽어야하는 것처럼 말이죠. 효율적인 소통방법이죠. 게임의지배규칙이기도 하고. 독자가 감히 복소수=성기라는 전제에 뭔가 의문을 표하면,그땐 "님은 지금 컨텍스트를 잘못 해석했어요. 제가 사용한 맥락에 따라 번역해서 읽으셔야죠." 지적하면 되겠고요.

좋은 논의와 토론이란, 서로, 서로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를 알고 그 컨텍스트 하에서 얘기를 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동의합니다. 님의 문제는 컨텍스트 해석의 문제 이전의 문제 같지만, 더이상 제가 상관할 바는 아니겠지요. :)

hwal-in

2011.01.27 13:49:05
*.67.184.46

전 한윤형 님 글에 댓글을 단거니, 당연히 윤형님이 쓰신 용어의 정의에 부합되게 글을 써야 하지 않을까요?^^ 이건 제 글이 아니고, '댓글'이잖아요.^^ 본 글을 쓴 사람과 읽는 사람의 소통에 초점이 맞춰진 "댓글" 말입니다. : ) 그러니 제가 용어의 사전적 의미가 다른 것 까지 제 댓글에서 "또 다시" 일일이 설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본 글에 다 나와있으므로 말이죠. 제가 새로운 개념을 쓴 것도 아니구요. 그래도 사전적 의미랑 다른 윤형님만의 개념 단어에는 " " 표시는 했습니다.^^)

님이 그런데 전혀 다른 맥락으로 제 댓글의 용어에 대해서 다른 의견을 말씀하시니,저는 윤형님의 용어의 의미를 가지고 (충분히 잘 설명되어 있는) 얘기를 했다고 말씀을 드린 거구요.. : ) 님 글에 딴지를 건 것도 아니구요. 내용 자체는 충분히 동의한다고 말씀드렸는데, 왜 이렇게 삐딱하게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님의 문제는" "상관할 바 아니겠지요." 같은 문장은 감정적으로 그리 좋은 문장 같지는 않습니다..^^

이의

2011.01.27 13:59:01
*.49.14.54

있는 그대로의 님(u ass what u are)을, 타자인 제 취향에 맞는대로 수정할 의도 없이, 고스란히 존중하겠다는 의미로 썼습니다. 그럼 감정적으로도 좋은 의미 아닐까요? 설령 그렇게 생각되지 않더라도, 그렇게 쓴 제 의도(그리고 컨텍스트)도 존중해주세요.

더 쓰면 오해만 생길테니, 더 이상 쓰지 않을래요. :)

hwal-in

2011.01.27 14:08:03
*.67.184.46

넵. 감사합니당. : ) 저도 제 처음 댓글이 좀 감정을 건드린 부분이 있는거 같아서 반성하고 있습니다.^^: 여튼, 이거 이거 너무 윤형님 글과 관련 없는 댓글이 많이 달린거 같아서 죄송하네요ㅠ.ㅜ

울트라맨

2011.01.29 13:47:15
*.145.16.176

강준만교수 글을 보니깐 예전과 많이 달라졌네요.
요세 활동도 잘 안하는것 같고...
전투적 파이터 기질이 사라진것 같아요.
원래 강준만이라면 이명박 정부에 펀치를 날려도 수백번은 날렸어야 하는데
조용하게 사는것 같네요.
뭔가 있는것 같아요... 님도 그렇게 생각안하셈?

하뉴녕

2011.01.30 06:44:55
*.149.153.7

이런 저런 글들을 보면 강준만은 아군과 적군을 분명하게 가르는 글쓰기에 회의를 느낀 것으로 보입니다. 본인이 과거 그런 글쓰기를 실천했지만, 그렇기 떄문에 더 그런 회의가 들 수도 있는 것이지요.

대신 그는 자신이 모은 방대한 자료를 교양도서로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저는 이 작업들이 매우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명박 정부에 펀치를 날릴 지식인들이라... 그런 사람들이야 차고 넘치지요.

저는 강준만이 정리해준 자료로 글쓰기를 하고 있는 편이고 그에 대해서 그 사람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다만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믿는 강준만이 균형을 잡는 방식과 제가 균형을 잡는 방식은 분명 차이가 있기는 합니다.

지나가던 행인

2011.01.29 20:33:31
*.46.209.134

좋은 글입니다.
근데 한일전하고 연관관계를 도저히 모르겠어요.

ddd

2011.01.29 23:26:00
*.159.111.34

가서 경제학원론 책이나 읽으셈.

하뉴녕

2011.01.30 06:46:08
*.149.153.7

경제학원론 책을 읽어도 제 글이 경제학원론에 비추어 어떻게 어긋난지를 지적할 눈은 안 생기는 모양이군요. 그럴려면 책은 뭐하러 읽나요? 가서 백번 더 읽고 오세요.

그거 백번 읽고 온 다음에도 덧글 수준이 이럴거면 제 블로그의 모든 게시물을 열번 정독하세요. 정주행 다섯번 역주행 다섯번....

거기까지 하고 덧글이 이 수준이면 그냥 컴퓨터를 뽀개 버리세요. 낭비되는 전기가 아깝네요.

울트라맨

2011.01.30 12:35:54
*.145.16.176

영혼이라도 팔아 취직하고싶다. & 미국사산책 ..... 요세 이런책들이네요. 교양서적 만드는 사람도 차고 넘치는데 ㅠㅠ 강준만교수에 열광했던 사람으로서 아쉽네요.
강준만 교수가 활동의 포지션을 바꾸니깐 왠지 씁쓸~ 하네요.
인물과사상의 최근 강준만교수 글을 읽어보면
진보세력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세상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뭐랄까.....
그런 회의감을 강교수 자신이 느낀것 같네요.
뭐 강준만 교수 맘이니깐... 지금쯤 조국교수 같은 역할을 하고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드네요..ㅠ

하뉴녕

2011.01.30 13:29:23
*.145.136.228

그러나 강준만같은 교양도서를 쓰는 사람은 또 잘 없죠. 강준만이 정리해준 자료와 지식의 체계를 활용해서 스스로 비평을 하는게 그분을 가장 잘 대접하는 길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저는 회의주의를 질병같은 것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할 일들, 할 수 있는 일들이 있겠죠.

울트라맨

2011.01.30 13:06:31
*.145.16.176

진중권 김규항 논쟁을 보면서 아직 배워야 할것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진중권이 쓴글을 보면 진중권이 옳은것 같기도하고 김규항이 쓴글을 보면 김규항이 옳은것 같기도 합니다. 아직 지식이 부족해서 그런것 같습니다.
제가 볼때는
김규항이 논쟁 자체를 넘어서 원래 진중권을 싫어하고 같짢게 생각하는것 같습니다.
김규항글을 보면 그런 냄새가 계속납니다.
김규항-진중권 논쟁은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 구분이 안갑니다.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논쟁을 하다보니 판단이 어려운것 같습니다.

보수(박세일,전원책..) 와 개혁(강준만,진중권..)
자유주의(강준만..) 와 좌파(진중권..)
저는 지식인들의 정파적 글은 정확하게 비평하고 판단할 수 있지만

비슷한 지식인들끼리 논쟁을 하면 잘 모르겠네요..

하뉴녕

2011.01.30 13:31:20
*.145.136.228

스스로 판단하셔야겠지만 이 글이 도움이 될 듯합니다.

http://galleon.tistory.com/111

파도소리

2011.01.31 17:24:40
*.172.216.222

박노자 선생이 해적소탕 좋아할 만한 일이 아니라고 글 썼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461354.html

하뉴녕

2011.01.31 17:31:30
*.149.153.7

저는 대부분의 사안에 있어 박노자 선생님의 정서나 주장에 100% 동의하는 편은 아닙니다만 어쨌든 그분이 견해를 가지고 발언하는 행위는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의 의견이 한쪽으로 쏠려 있고, 자신들의 '정상 범주'에 어긋나는 이들을 쉽사리 재단하는 사회에서라면 더 그렇겠지요.


그래서 제가 박노자 선생님처럼 쓰지는 않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그분을 비난하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뭘 그래?"라고 말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보노

2011.02.01 19:08:02
*.186.243.26

어떻게 보면 이미 알고있었던 듯한 내용인데, 한윤형 님이 쓰시니 역시 명쾌합니다 .
계속 한윤형님 글을 읽다보니 이제, 세상에 진보, 보수 이런게 꽤 정리된 느낌이 들면서도
댓글처럼 역시 현실정치란 이순간에 뭘 해야 통한다 이런게 없다고 생각하니
한국사람 정서상(?) 답답하고 회의적인 마음도 듭니다.
회의주의가 질병이 아니라 그 순간에도 해야하고, 할수 있는 일이 있다고 하는 말에도
위로를 받고 갑니다 ㅎㅎ

역시 저의 유일하게 남은 전작구매저자님 답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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