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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곽노현 문제

조회 수 23248 추천 수 0 2011.09.10 13:10:53

내가 보기에, 이 사건에 대한 가장 공평한 시선을 보여준 글은 이상한 모자 님의 것이었다. http://127thshelter.tistory.com/130

그러나 이 글은 아마도 이미 그와 같은 견해를 취하고 있는 사람에게나 이해될 것 같아서, 그의 구속을 통해 세상이 시끄러운 와중에 몇 마디 덧붙일까 한다.


1.
이상한 모자 님이 짚고 있는 부분은 선거를 둘러싼 제도의 문제, 그리고 검찰수사의 모든 것을 비난하는 입장의 난점에 있다. 먼저 첫번째  문제부터 얘기해보자면, 우리는 우리가 막연히 환호하는 '후보 단일화'라는 게 만만한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누구나 선거를 치르려면 돈이 드는데, 이 돈이 어디선가 샘물처럼 펄펄 솟아날 리 없다. 그리고 '야권후보 단일화'를 말하는 이들 중 돈이 아주 많은 후보만 선거에 나와야 한다고 믿는 정치성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다. 선거비용은 일정 수준 이상의 득표를 받아야 공제받을 수 있다. 그야 당연한 것이, 모두 다 공제해줄 경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선거에 나올 것이며 그걸 국가가 어찌 다 감당할 것인가. 그러므로 이 제도 자체는 타당한데, 다만 그 기준선에 대해서 얘기해볼 수는 있다. 현행 제도는 15% 이상 득표하면 전액 보전, 10% 이상 득표하면 반액 보전인 것으로 알고 있다. 당선을 꿈꾸는 이들에게 이 비율은 크게 중요치 않고 당락이 중요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군소정치세력의 후보들은 이 비율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그들은 돈을 꼴아 박으면서도 제 정치적 견해의 선전을 위해 선거에 나오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선거만한 선전의 장은 없으니, 어느 정도 비용을 들여 어느 정도 선전/홍보를 할 수 있고 일정 부분 보전받을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면밀히 판단하는 것이 군소정치세력 후보들이 할 일이다. 


그러므로 이미 선거에 나온 후보에게 사퇴를 권유하는 행위는 그의 선전기회를 봉쇄하는 것을 넘어 그에게 무의미한 자금 출혈을 강요하는 행위다. 가령 2010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심상정은 선거 며칠 전에 사퇴를 했는데, 덕분에 그녀가 그 순간까지 지출한 선거비용은 아무런 정치적 선전의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 채 빚으로 남았다. 물론 유시민과 김문수가 박빙으로 간주되던 당시 정국에서 그녀가 완주해봤자 반액보전이라도 받았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국민'의 뜻을 존중하여 사퇴한 심상정이 남긴 부채를 그 '국민'들이 책임해준 일 없고, 진보신당의 몇몇 활동가들이 아직도 힘겹게 갚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군소정당 후보의 사퇴를 종용하는 사람(강세후보의 지지자)들이라면 적어도 후원회에 돈을 납부하여 선거비용 일부를 보전해주겠다는 책임의식 정도는 지녀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왠지 '단일화'를 명령하는 '국민의 뜻'은 그런 책임의식을 보여주기 보다는 "그러니까 애초부터 출마를 하지마."라는 새로운 명령을 내리실 것 같다.  


교육감 선거는 이와도 약간 상황이 다르다. 이 선거는 정당공천이 개입하지 않으므로 누가 우세이고 누가 약세인지 분명하지 않고, 누구나 다 자신이 당선될 수 있다고 여길만하다. 이제 곽노현과 박명기가 단일화 협상테이블에 앉았다고 했을 때, 어느 한쪽이 후보를 사퇴한다는 건 그가 아무런 기대이익 없이 지금까지 들인 적지 않은 비용을 모두 손실로 감내한다는 걸 의미한다. 두 사람이 동시에 '완주'카드를 내밀면 기대이익이 현저히 줄어들고, 두 사람 중 한 사람만 '완주'카드를 내밀면 '완주'한 쪽의 기대이익은 극대화되는 반면 다른 한쪽은 막대한 손실 밖에 남는게 없다. 분명히 게임이론이라면 이 상황에 대한 해법을 "완주하는 쪽이 손실을 감내하는 쪽에게 기대이익에 대한 배분을 약속하는 것"으로 제시할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 해법이야말로 우리의 공직선거법이 금지하는 바다. 


그래서 제도개혁을 고민하는 쪽에선,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협상'이든 '선의'이든 간에, 충분한 선거공영제(이를테면 선거비용 보전의 하한선을 낮추는)나 단일화 압박을 피할 수 있는 제도적 방책(결선투표제?) 없이는 문제의 해결이 되지 않는다고 여길 것이다. 2억원이 '협상'이 아니라 '선의'에 의해 건네졌다 하더라도 박명기가 어려운 상황에 빠져서 그런 일이 일어났단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으니 말이다. 이것은 돈이 오가는 상황 자체를 혐오하고 규탄하는 시선에 대해서 이상한 모자 님이 환기시키고자 하는 논점일 것이다.  (그리고 이 논점은 진보성향의 논평가/누리꾼들 중 상당수가 지적한 것이기도 하다.) 


2.
그래서 이 문제를 '순결(순수)주의적인 도덕성'의 측면에서 사유하지 말라.'는 요구는 일리가 있다. 박동천이나 정희준 등이 그렇게 얘기하고 있고 꽤 많은 사람들이 이에 공감하는 것 같다. 그런데 여기에서 반대편의 편향이 발생한다. 앞에서 설명했듯 나는 돈이 오간 상황 자체에 경기를 일으켜 무조건 사람을 매장하려는 시도에도 반대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곽노현 사퇴'를 요구하는 견해가 보수진영이 진보진영에 얽어맨 (혹은 진보진영 스스로 뒤집어 쓴) '도덕성 프레임'에 갇힌 것이라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만약에 어떤 이가 "곽노현이 조금씩 말이 바뀌고 있는데, 이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의 도덕성은 파탄났다. 즉시 사죄하라. 그리고 그를 교육감으로 만들어준 지지자들 앞에 진실을 고하라."고 했다면 나는 그런 주장에 대해서는 곽노현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주장이라 보고 명백하게 반대했을 것이다. (2003년 송두율 사건 때 진보진영이 취한 태도가 대략 이랬다.) 설령 내가 범죄자라 하더라도, 나는 국가나 대중 앞에 그것을 밝혀야 할 의무가 없다. 그것을 밝혀내는 건 공권력의 의무다. 나는 나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할 수도 있고 변호사가 있다면 그와 함께 전략을 짤 수도 있다. 이런 행동을 비난하는 이는 부지불식간에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 그러나 곽노현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이 그 자체로 이와 같은 인권침해의 함의를 지닌 것은 아니다. 


또, 어떤 이가 "나는 곽노현이 법적으로는 무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진보주의자들은 보수주의자들보다 훨씬 더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므로, 그는 당장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면 이에 대해선 "도덕성 프레임에 갇혔다"란 반론이 타당할 수 있다. 사람들이 문제삼은 진중권과 조국의 트위터 발언은 이와 비슷한 것이었던 것 같은데,(물론 그들은 법적인 문제에 대해선 구태여 코멘트하지 않았다.) 설령 그들이 그렇게 말했다 하더라도 '교육감 사퇴'를 요구하는 모든 주장이 '도덕성 프레임'에 갇힌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곽노현 사퇴'란 주장을 진보에게만 차등적으로 적용되는 도덕성이란 논거를 끌어들이지 않고 전개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도덕성 프레임에 갇히지 마라!"고 주장하는 바로 그 사람들이 모든 사안을 도덕적으로 판단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이를테면 그들이 모든 종류의 '곽노현 사퇴'론을 '도덕성 프레임에 갇힌 것'으로 판단하는 것도 그 증세의 일환일 수 있다. 내 생각에 그들은 도덕성과 양심을 혼동하고 있고, 본인들의 혼동을 근거로 권력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여기는 것 같다.


가령 99년도에 어떤 후보가 공직선거법에 의해 유죄판결 받은 일이 있었다. 그는 본인의 상례에 와서 5만원 부조한 사람의 상례에 가서 5만원 부조했단 이유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공선법에 의하면 부조는 3만원까지만 허용되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는 양심의 법정에서 떳떳할 것이다. 그가 5만원의 답례부조를 한 데에, 금품제공의 의도는 없었다 추정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법적으로 유죄다. 그리고 나는 공직선거법의 규정이 이렇게 엄격한 것이 공익에 부합한다고 믿는다. (물론 공직선거법의 조항이 한 두개가 아닌 만큼 세부적인 조항에 대한 개별판단은 다를 수 있다. 박동천은 곽노현에게 적용된 '후보자에 대한 매수 및 이해유도죄가 지나치게 포괄적이라 주장한다. 링크 당연히 이런 견해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누군가는 공직선거법이 이렇게 엄격한 이유에 대해 "공직자의 업무수행은 여러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기에, 일반인들보다 더한 도덕성이 요구된다."라고 취지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설명할 때, 법적판단과 도덕성, 그리고 도덕성과 양심은 전혀 다른 것으로 구별될 수 있다. 누군가가 이런 맥락에서의 '도덕성'을 운운하더라도 그는 상대방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선의를 가졌지만 '비도덕적'이다."라는 서술도 무의미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런 용례에선 (법적판단 뿐만 아니라) 도덕성도 어떤 공적인 영역의 행위를 판단하는  잣대이지 내면의 의도에 대한 침해는 아니기 때문이다. 진중권과 조국의 말을 선의적으로 해석한다면 그가 말하는 '도덕성'도 이런 것이었을 수 있다.  누군가는 '도덕성'이란 말을 이런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을 반대할 수 있겠으나, 그렇더라도 '도덕성'이란 말이 이런 용례로 사용될 경우엔 적어도 "곽교육감이 양심에 떳떳하다는데 무슨 도덕성 운운이냐."라는 식으로 반응해서는 안 될 것이다. 상대방이 말하는 도덕성은 양심과 다른 영역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기서 도덕성의 문제를 빼고 생각하더라도, 법적판단과 양심의 영역이 별개의 것이며, 설령 양심에 어긋나지 않는 이를 처벌하는 법이라도 공직선거법과 같은 특수한 법률에선 공리에 부합할 수도 있다는 지적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이상한 모자 님이 지적한 두 번째 논점이라 생각된다.


3.
이제 이 두 번째 논점이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보기 위해 '곽노현 사건'의 핵심을 구체적으로 간단히 추려보자. 문제가 되는 건 공직선거법상 후보매수죄가 성립하느냐다. 곽노현이 후보단일화의 반대급부로 금전이나 자리를 약속했다면 죄가 성립한다. 그렇지 않다면 일단 곽노현에게는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런데 곽노현에게 죄가 성립하지 않더라도 당선무효가 되는 일도 가능하다. 공직선거법상 후보자가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거나 회계책임자가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으면 당선무효가 되기 때문이다.


곽노현 측의 주장은, 자신의 회계책임자가 동서지간인 박명기 측의 회계책임자와 후보매수에 대한 이면합의를 했지만 자신에게 보고하지 않았고, 자신은 나중에야 이 합의를 알게 되었으나 그 합의의 내용을 부정한 다음에야 박명기 교수의 어려운 상황에 대한 선의로 2억원을 건넸다는 것이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선의'는 일상용어이면서 법률용어일 수 있다. 왜냐면 법률용어에서 '선의'는 "모르면서 행하는 것" '악의'는 "알면서 행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실 곽노현의 '선의'는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선의와는 좀 다르다. 곽노현은 오직 국가와 민족을 위해 후보단일화를 했고, 그 시점까지 박명기의 어려운 사정에 무심했다. 그러다가 그는 나중에서야 박명기의 어려운 사정을 인지하고 느닷없이 선의를 가지게 되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건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선의'의 발현, 즉 "후보를 사퇴하면 님 사정이 너무 어려울테니 제가 나중에 좀 도와드릴께요."라는 약속이야말로 그 선량한 심성과는 상관없이 공직선거법의 처벌대상이란 것이다. 아마도 법이 그러한 '양심'을 인정하면, 공직선거는 돈 있는 자들이 공직을 사는 요식행위로 변질될 거라 우려해서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법률의 취지에 나는 동의할 수 있다. (굳이 이 법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첫번째 논점에서 짚은 제도 변혁의 문제와 관련하여, 상대후보에게 선거비용의 일부를 보전해주는 것은 합법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가능하다. 이렇게 법률이 개정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하기는 힘들다. 어쨌든 이런 주장을 펼칠 수는 있는데 이 주장은 검사수사 자체를 비난할 수 있는 논거는 안 된다.)  

 
그러므로 곽노현의 '선의'는 일반적인 선의와는 좀 들어맞지 않는 이상한 선의인데,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곽노현의 말이 사실일 수 있다고 믿는다. 인간은 그렇게 합리적인 동물이 아니고, 일관성이 없는 행동을 마구마구 종종 하며, 곽노현이 어려운 처지에 처한 이들을 도와줬다는 증언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이 정도의 정황이 있다면 검찰이 수사를 시작하는 것이 정상이다. 곽노현이 현 정권과 다른 진영의 사람이고 지금의 시기가 묘하단 이유로 검찰이 수사한다는 사실 자체를 어떤 정치적 의도라고 비판하기 시작하면, 김대중 정부 시절 국세청이 언론사 세무조사를 한 것이나 참여정부 시절 신문법 개정을 추진한 것을 '비판언론 탄압'이라 주장한 조중동의 논법을 규탄할 하등의 근거가 없다. 


그리고 정치인이나 시민들이 곽노현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 역시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결국 곽노현의 말이 모두 사실이며 그가 자신의 양심의 법정에서 떳떳하다 하더라도, 곽노현의 선본 차원에서 보면 후보매수 행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를테면 곽노현이 법정투쟁에서 무죄를 인정받고 그의 '양심'을 명백하게 증명받는다 하더라도, 동서지간에 후보매수를 공모한 회계책임자가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고 곽노현이 당선무효가 될 수가 있다. 이에 대해, "비록 본인이 인지를 못했다 하더라도 선본차원에서 그러한 행위가 있었던 것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라는 견해가 있을 수 있는데, 이 주장은 곽노현의 양심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정치영역은 책임윤리의 공간이라 다른 영역과는 달리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는다. (가령 우리는 모두 김영삼이 IMF 사태에 대한 정치적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선 다시 양심과 법적 판단 사이에 '도의적 책임'이란 게 개입하여 앞서 구분한 '도덕성'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데, 이 논법은 "진보주의자들에게만 엄정한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차라리 "보수도 진보도 다 지켜야 한다 믿지만 보수는 이미 내팽겨친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에 가까울 것이다. 왜냐하면 곽노현의 사퇴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보수교육감이 같은 처지에 놓였을 때 "너는 보수주의자라 도의적 책임 이딴 거 가질 자격 없으니까 그냥 법원판결을 기다려."라고 주장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도덕성'이란 잣대만을 강하게 내세우는 게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란 건 분명하지만, 이것에 반박한답시고 마치 진보세력이 자기 편 인사들에 대해서만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처럼 미화(?)하면 안 된다. 소위 진보진영은 공정택이 사학의 자금지원을 받아 선거를 뛰었다는 의혹이 터져나온 시점부터 '도의적 책임을 진 사퇴'를 주장했었다. 첫 민선 교육감 선거인지라, 그 사안을 무슨 법으로 어떻게 처벌해야 하는지도 결정이 안 된 시점이었다. 검찰이 학원 원장과 교장/교감 그리고 급식업체로부터 공정택이 선거자금을 받은 행위를 기소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지만, (공정택의 당선무효형은 이와는 다른 곳에서 나왔다.) 진보진영이 보수세력에 대해서는 그들의 '죄'가 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받을 때까지 잠자코 기다려준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곽노현을 옹호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비판하는 것은 사실 진보주의자들의 주장의 비일관성이 아니라, 그 효과다. 즉 보수(수구)진영은 자신의 '편'을 이렇게 잘 지켜내는데 우리는 이렇게 갑론을박하여 힘이 딸리니 뭐가 안 된다는 그런 인식인 거다. 나는 이걸 '조폭논리' 이외의 다른 무슨 말로 칭해야 할지 모르겠다. 좀 유화해서 말하면 '정실주의'가 되려나? 그리고 우리는 같은 이유로 무슨 사건만 터지면 "종북주의자들은 잘 뭉치기 때문에 우리는 보수세력의 허물을 감싸안아야 한다."고 외치는 아스팔트의 전사들을 발견하곤 한다.


물론 우리는 '곽노현 엄호론'에 깔린 '조직논리'를 비판할 때 이것이 과거 진보진영의 전통적인 '조직논리'와는 좀 다른 것이란 사실도 지적해야 한다. 전통적인 진보진영의 '조직논리'는 "대의를 위해 개인을 희생하자!" 쪽에 가까웠다. 다큐멘터리 <경계도시2>를 보면 송두율 사건에서 그 논리가 어떻게 구현되는지가 생생히 보인다. 하지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이 논리는 이제 "대의를 위해 우리편 개인을 보위하자!" 내지는 "착한 사람을 보위하는 것이 대의다!"로 뒤집혀진 것으로 보인다. 이게 더 소박하다거나 민중적이라고 느낄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닌데, 이번 사태에 적용된 것처럼 아무데나 끼어드는 '윤리'여서는 곤란할 것 같다. 앞서 언급했듯 정치영역에선 양심의 문제와 책임윤리의 문제, 법적판단의 문제, 제도개선의 문제 등등을 구별해야 하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4. 
유시민은 곽노현 사퇴를 요구하는 것이 무죄추정의 원칙을 어긴 것이라 비판했다고 한다. 그럴 수도 있는데, 그렇게 정확하게 들어맞지는 않는다. 오히려 무죄추정의 원칙을 제대로 어긴 사례는 '곽노현 사퇴'를 반대하는 이들이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요구한 고려대 성폭행 가해자들에 대한 출교 조치일 것이다. 내 생각으로는 고려대 측이 사건이 터지자마자 피해자가 가해자와 같은 공간에서 있는 일이 없도록 임시적인 징계조치를 한 후, 법원판결이 확정된 후에 그들을 출교시키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고려대의 행동과 상관없이 우리가 이 사건에 대해 사회에 요구해야 할 일은, 출교조치보다는 성폭력 전과자가 의사면허를 취득하지 못하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이었을 거다.(글이 너무 길어서 대충 넘어가야 하니, 더 세세한 얘기를 보고 싶은 분은  http://sovidence.tistory.com/456 을 참조할 것.) 


곽노현 교육감과 조금 더 가까운 사례를 찾아보면 어떨까? 임명직 공직자들의 경우 형사기소가 되면 직위해제가 될 수 있고 그후 법원의 판단이 나오면 다시 복권되거나 명확한 징계를 받는 것이 가능하다. 당장의 업무는 정지되지만 만일 무죄로 판명난다면 돌아올 가능성은 존재하는 것인데, 이때 직위해제되는 것을 무죄추정의 원칙을 어기는 것이라 보진 않는다. 다만 형사기소만으로 그 공무원을 돌아올 가능성이 없이 파면시키는 징계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어기는 것으로 보고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안다.  


곽노현은 선출직이기 때문에 이 테크트리를 따를 수가 없고 양자택일만 할 수 있다. 기소되기 전에 사퇴를 하거나, 기소된 이후에 법정공방을 벌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죄추정의 원칙을 따르느냐, 책임윤리를 따르느냐에 따라 다른 선택이 나오고 그 선택 모두 어떤 측면에선 타당하고 어떤 측면에선 타당하지 않다. 곽노현이 사퇴한다면 보수언론은 그가 모든 죄를 자백했다고 단정하고 그의 양심의 자유를 난도질할 수 있다. 그리고  곽노현이 사퇴하지 않는지금 보수언론은 물론 그가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검찰이 흘린 피의사실을 받아 보도를 하며 그의 죄상을 단정적으로 구성할 것이다. 그가 구속되는 것을 그가 '나쁜 놈'임을 인증받고 처벌되는 퍼포먼스로 인증할 것이다. 당연히 이런 상황 자체는 비판할 수 있다. 이런 게 말하자면 '도덕성 프레임'이다. 사퇴든 법적 절차든 모든 것을 도덕성이 훼손되었단 증거로 삼고 그 파탄을 선전하는 것 말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곽노현을 엄호해야 한다는 쪽의 입장은 어떤가? 양심의 자유와 정치영역의 책임윤리, 법적 판단이라는 상이한 영역들을 구별하지 않고, 곽노현은 양심에 거리낌이 없으니 이 모든 논란은 무용하고 검찰은 정권의 개로써 그를 탄압한다고 외친다. 이런 견해가 있다면, 이건 왜 '도덕성 프레임'이 아니란 말인가? 전자가 어떤 외적인 사건 하나만으로 '도덕성의 파탄'을 증명하는 프레임에 빠져 있다면, 후자는 어떤 사건이든 맥락이든 상관없이 선량한 사람의 '도덕성'을 믿으면 된다는 프레임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닌가? 곽노현이 자신의 양심을 주장하면서 사건 최초의 충격은 사라지고 그에 대한 믿음으로 모든 것을 극복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이상한 모자 님이 말한 '죄책감의 정치'다.


5.
곽노현이 양자택일의 선택지 중 어느 쪽을 뽑을지는 주변 사람들이 갑론을박할 수는 있지만 결국은 본인의 실존적 결단에 달렸다. 사퇴를 택하면 자신의 양심을 밝힐 기회 자체가 봉쇄당할 수 있고, 법정투쟁으로 당선무효된다면 돌려받은 선거비용을 반납해야 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두 선택지 중 한 쪽을 옹호한다는 이유로 상대편에게 '도덕성의 프레임'에 빠졌다 비난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그리고 그는 결국 법정투쟁의 영역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안쓰러운 것은, '사퇴요구'를 비판하고 그가 무죄임을 확신한 채 실존적 선택을 지지했던 이들이 검찰의 구속수사를 반인권적 탄압으로 또 한 번 규탄하는 것이다. 물론 곽노현이 불구속수사를 받는다면 그는 확정판결을 받을 때까지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따라서 구속은 그것을 막기 위한 정치적 술수라고 폄하하는 것도 가능은 한 얘기다. 그러나 곽노현의 떳떳한 양심을 믿는 것은 이쪽이지 검찰은 아니다. 검찰이 그걸 믿는다면 애초에 수사를 안 했을 것이고, 사실 어떤 정황을 수사로 검증해 보기도 전에 지레짐작으로 인품을 믿고 포기한다면 그건 검찰도 아니다. 그리고 검찰이 입증해야 할 곽노현의 죄는 그들이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이면합의에 대한 인지의 여부다.


이 사안은 다른 사안에 비해 '말 맞추기' 등을 통한 증거인멸의 우려가 존재한다고 볼 수가 있다. 모두 알다시피 구속수사여부는 혐의의 중차대함에 달려 있는 게 아니라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 여부에 달려 있다. 그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곽노현은 구속되었으니 나쁜놈!"이라 색칠하는 게 '도덕성 프레임'에 빠진 거라면, "곽노현보다 '나쁜놈'들은 구속 안 되는데 왜 곽노현은 구속?"이라고 항의하는 건 '도덕성 프레임'이 아닐까? 적어도 곽노현이 양심의 문제를 법정으로 가져가는 것을 지지하기로 했다면 검찰의 구속수사를 비판하는 것은 모순된 행위다. 검찰로서는 구속수사 없이 자신들이 주장하는 바를 밝혀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람들은 이와 비슷한 상황에서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하면 안 된다고 요구해야 한다. 공정택의 불구속수사와 곽노현의 구속수사를 비교하면서 검찰을 성토하는 것은 좋은데 이걸로 검찰이 일관성이 없다 말할 거면 둘 중에 뭐가 옳은지 양자택일은 해야 할 게 아닌가? (사실상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공정택은 구속수사하고 곽노현은 불구속수사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과거'들 때문에 오늘의 검찰이 신뢰받지 못하고 욕을 먹는다는 사실은 이해가 가지만 말이다. 


검찰수사에 대한 사람들의 반감은 "똥묻은 개가 겨묻은 개를 나무란다."와 "죽은 권력은 물고 산 권력은 물지 못한다."로 요약될 수 있다. 이런 정서를 가지는 것이 가능하고, 이해는 된다. 그러나 이 정서가 검찰수사 자체를 비판하는 타당한 근거는 되지 못한다. 모두가 똥이나 겨가 묻었다고 서로 나무라는 것을 금지한다면 우리는 그야말로 똥통에 살게 될 것이다. 다가올 권력과 현행 권력에 약하고 예전 권력에 강한 검찰의 행태가 눈꼴시려운 게 사실이지만, 그런 검찰수사라도 '죽은 권력도 안 무는' 상황보다는 공익에 기여한다. 이명박도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은 권력이 될 텐데, 우리는 검찰이 얄밉기 때문에 그 세력에 대한 수사를 금지해야 하는가? 노무현의 경우도 수사 자체가 문제였다기보다는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나 무죄추정의 원칙을 무시하는 언론보도를 어느 정도까지 금지하거나 허용할 것인가의 문제로 바라보아야 한다. 그런 문제들을 세세하게 따져보지 않고 '그냥 우리 모두 잘못했고 진보언론도 노무현에게 잘못했다.'란 결론만 내리고 지나쳐왔기 때문에 우리는 보수언론의 거울상에 해당하는 역편향을 가지게 된 것이다. 


스키너드

2011.09.10 13:42:24
*.40.203.22

그냥 읽기도 힘든데 고생했삼 -_-

르네

2011.09.10 13:46:59
*.246.70.167

한윤형님이 고시생보다 헌재 판결을 많이 알고계신 느낌.....

벤츄라

2011.09.10 22:33:40
*.145.228.135

결국 형평주의로군요. 글 중에 이런 질문이 있네요. 보수교육감이 선의로 2억을 주어도 감싸줄 것이냐? 당연하지요. 그 보수교육감이 공정택같은 비리의 온상이 아니라 청렴한 과거행적과 사회적약자를 위한 교육정책, 미친 교육현살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분이라면, 그런 분이 타후보의 어려움에 지원한다면 당연히 감싸주어야지요. 그게 사회정의를 지키고 아이들에게 물려줄 살만한 세상 만들기 아닙니까? 어쩜 그렇게 비슷한 논조로들 정치적/사회적 약자죽이기에 법에 대해 좀 아는 글 잘 쓰시는 분의 이기적이며 일관되게 주장하시는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전 이렇게 이해합니다. 법이 공평하게 적용되지 않는 게 현실이라면 당연히 정치적/사회적 강자보다는 약자에게 더 엄격하게 적용될 것이고, 이는 형평성에 어긋나므로 여론은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님은 현실을 잘 모루시는 것 같습니다...

ㅋㅋㅋ

2011.09.11 00:08:55
*.208.114.70

님수준에맞는블로그에가서 노세요
여기서이러지말고이양반아

벤츠라

2011.09.11 00:17:28
*.152.165.172

한윤형씨 저 모루시겠습ㄴ까 이제 저룰 인정해주세요!!

제라드의의지

2011.09.11 00:21:17
*.149.40.179

온정주의시네요.

가끔 이런 분들때문에
블로그 본문을 네 줄 요약이라도 해야 할 판입니다.

(2, 3번 부분을 다시 읽고 옵니다)

때로는 인정하기 싫은 사실을 인정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어른님.

하뉴녕

2011.09.11 00:24:13
*.118.59.190

당황스러워서 제 글을 다시 읽어봤습니다. 제 글 중에 " 보수교육감이 선의로 2억을 주어도 감싸줄 것이냐?"란 질문이 있다고 주장하셨는데 그런 구절 없습니다. 구절만 없는 게 아니라 그런 내용도 없습니다. 님이 별로 제 글의 1절 내용을 문제삼을 것 같지는 않으니 2절과 5절까지 펼친 주장을 요약한다면,


1) 현재 곽노현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정치적 주장이 '도덕성 프레임'에 포섭되었거나 무죄추정의 원칙을 어겼기 때문에 부당하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 (곽노현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것과 끝까지 법정에서 투쟁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제각기 일리가 있는 주장인데, 지금의 상황은 양자택일 상황이다.)


2) 검찰수사 자체를 올바르지 못한 것으로 비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리고 곽노현의 법정투쟁을 주문한 경우 구속수사에 분개하는 것도 모순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의 검찰수사가 진행되는 방식이나, 그간의 검찰수사의 불공정함에 대해서는 비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정도입니다. 님의 덧글을 읽고 나니 긴글을 미처 읽지 못할 분들이 있으니 앞에 요약본이라도 붙여야 겠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 보수교육감이 공정택같은 비리의 온상이 아니라 청렴한 과거행적과 사회적약자를 위한 교육정책, 미친 교육현살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분이라면, 그런 분이 타후보의 어려움에 지원한다면 당연히 감싸주어야지요."라고 말씀하셨는데, 만일 공정택이 선의로 누군가에게 2억을 주장했다고 칩시다. 그리고 검찰이 수사에 들어갔다고 칩시다. 설령 공정택이 비리의 온상이라도 (그는 실제로 교육감 재직시절 비리가 들통나 현재 옥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이게 죄가 될지 안 될지는 수사를 해서 대가성을 판단해서 밝혀낼 문제입니다.


아무래도 공정택이 하는 말을 우리가 신뢰하지는 않겠지만, '공정택의 그간의 비리'와 '공정택의 선거부정'은 별개입니다. 비리는 비리대로 처벌해야지, 비리가 있었던 사람은 돈을 주면 욕을 해야 하고, 비리가 없었던 사람은 돈을 줘도 감싸야 한다는 건 지나치게 편의적인 사고입니다. 그뒤엔 본인의 정치적 지향을 쓰셨는데, 저도 그러한 정치적 지향을 좋아합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면 감싸야 한다."라고 논거를 세운다면 그냥 '우리편이니까 봐주자.'라는 말과 다를 게 없습니다.


저는 '타후보의 어려움을 지원하는 선의'야말로 사실상 공직선거법에서 금지하는 후보매수죄일 수 있음을 본문에서 설명드렸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님은 그 법률이 잘못 되었으니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법률이 그렇게 고쳐질 경우 과연 사회적 약자에게 도움이 될는지도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그런 종류의 마음껏 선의를 베풀 수 있는 부자 후보가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만드는 것이 사회적 약자에게 유리한 일인가요?


그리고 곽노현에겐 선의로 2억원을 주었다는 사실만이 있는게 아니라 1) 단일화 협상과정에서 박명기 후보가 돈을 요구했다는 정황, 2) 그래서 곽노현이 이를 몇번이고 거절했다는 정황, 3) 하지만 동서지간은 회계담당자들끼리의 미팅과 합의 이후 단일화가 성사되었다는 정황, 4) 선거 이후 박명기 후보가 '약속을 지키라.' 요구했다는 정황, 5) 박명기 후보의 끈덕진 요구가 있은 후 곽교육감이 '오해를 피하기 위해' 몇 번의 과정을 거쳐 돈을 건넸다는 정황이 존재합니다. 물론 이런 정황에도 불구하고 곽교육감이 합의의 존재를 몰랐고, 알게 된 이후에도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순수한 선의에서 돈을 건넸을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저도 법을 잘 모릅니다만, 법률이 대가성에 대한 어떠한 증거도 발견하지 못한다면 그가 무죄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하는 말은, 결론이 어떻게 나든 간에 이 정도 정황이면 충분히 수사할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말씀하신대로 법은 아무래도 강자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적용됩니다. 그래서 법률의 취지는 강자를 규제하도록 이루어진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공직선거법이 왜 이렇게 엄격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법이 공직에 나오는 사람들은 굉장히 여러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강자'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시민들에 비해 그들의 행위를 더 엄격하게 규제하려는 취지에서 그렇다는 생각은 안 하십니까? 곽교육감이 뭐 엄청나게 부자는 아니지만 공직선거에 나온 이상 이 취지를 피해갈 수는 없지요. 님은 이런 정황들은 무시하고, "약자를 편드는 정치인"을 '약자'로 슬쩍 바꾼 채, 여론이 그를 비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것도 사실상 "우리편이니까 봐주자."란 말과 다를게 없어집니다...


그래서 저는 님이 말씀하시는 '현실'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네요...

123

2011.09.11 02:21:25
*.190.177.81

. 한윤형님의 글은 꼬인 머리속을 정리해주시는게 참 대단하네요. 시기를 욕하거나 무죄추정의 원칙꺼내는것은 저도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를 모르는 사람은 당연히 사퇴하라고 요구할 수 있지요. 법은 사실관계만 판단할뿐이니까..

그런데 법의 합목적성과 안정성을 위해 곽노현 교육감이 어쩔수없이 유죄를 받을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검찰이 구속까지 하는 무리수를 두고 있지만(한윤형씨는 이 사실을 정확하게 판단이 불가능하며 그것이 진보의 숙명이지 어떡하냐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만) 만약 그가 자신의 양심에 한치의 어긋남이 없다고 주장한다면, 설령 그를 믿지 않더라도-그런 사람들은 적겠습니다만-그를 지지했었다면 자기편이 손해받을 것임을 감수하고도 왈가왈부하지 않고 끝까지 그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 책임을 다하는 것이 아닐까, 솔직히 말하자면 그게 도덕적인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까 저는 한 번 지지했으면 곽노현 교육감에게 이래야 한다고 단정적으로 애기하는 사람은 비겁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발빼는게 너무 역력하게 보인,곽노현 교육감과 성향이 다른 민주당,한겨레, 그리고 진영논리에 함몰된 사회단체에 대한 진보의 분노가 김어준이 노무현드립과 함께 일명 강남좌파를 까서 상황이 이상해지더니 곽노현 교육감의 인품을 아는 교수들이 무죄를 주장하고 나중에는 비서글,부인글,친구글, 등등을 돌려 읽은 대중들이 촛불을 든다고 난리치고 결국 마찬가지로 진영논리에 빠진 구하기가 되버리는 상황이 연출되어 버렸습니다.

모든 세력들이 곽노현 교육감을 욕하는 상황에서 곽노현 교육감을 트위터리안 대중들이 옹호해준 것은 팔로잉?팔로워?가 6만명일 정도로 곽노현 교수가 트위터에 각별한 애정을 쏟았기 때문인 것 같고요.

하여튼 무언가 굉장히 "슬픈"일이 벌어진 것 같습니다. 만약 곽노현이 8년동안 교육감을 했었다면 한기총에 이어 한나라당을 도와주는 이익집단 2순위인 교총이 해체될 가능성도 있었거든요. 누가 진보가 무능하다고 했습니까? 진보가 도지사급의 수장이 된적이나 있던가요? 1년동안 곽노현 교육감이 펼친 정책은 정말 완벽했습니다. -체벌금지 실패한 정책 절대 아닙니다. 그리고 체벌금지는 가장 중요한 정책도 아니었습니다.-

어쨌거나 곽노현 교육감이 최후진술문에서 밝힌 "만약 이번 사건에서 사회적 비용을 능가하는 사회적 가치와 교훈이 도출되지 않는다면 저는 사회적 죄인에 다름 아닙니다"라는 소망이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하뉴녕

2011.09.11 14:17:22
*.118.59.190

저는 곽교육감이 정치인의 기술을 지닌 김상곤에 비해 행정가 타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부터 들었던 생각인데요. 사실 이분 이력을 보면 공익을 위한 단체에서 일하는 워커홀릭에 가깝고, 서울시 교육감 된 다음의 일련의 행동들도 그런 캐릭터를 보여주죠. 이번 사건이 터진 이후에도 인권조례 추진한다 발표하는 걸 보곤 솔직히 입을 쩍 벌렸습니다. 근데 선출직 공무원의 행동으로 이게 유권자들에게 효과가 있는지를 따진다면 좀 다른 답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상곤 교육감과 같은 분이 더 무리없이 개혁을 추진하는 인물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곽교육감의 주장이 올바르다면 검찰 역시 다른 것을 밝혀내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러면 그는 무죄를 받게 되고, 하지만 제가 본문에 밝힌대로 (곽노현 본인은 몰랐더라도)'곽노현 선본'이 실질적으로 후보 매수를 한 정황은 있기 때문에 회계담당자가 벌금형을 선고받고 당선무효가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지 않을까 예측합니다. 이렇게 되면 비록 당선무효는 되더라도 곽교육감은 재기할 수 있고, 그의 법정투쟁도 뜻깊은 것이 되겠지요. 나중에 그가 개혁정권에서 교육부장관이나 문화부장관이 된다면 정말 의미있는 일들을 할 것 같습니다.


다만 이런 결론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라도, 구속기소는 피할 수 없는 절차로 인정해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인데요. 솔직히 우리가 공정택의 선거자금 모금에 대가성이 없다는 검찰의 발표를 믿지 않는 이유가 뭡니까. 기소도 안 했고, 구속기소도 안 했기 때문이지요. 대가성을 밝히기 위해서는 말 맞추기를 막기 위해 격리가 필요하다는 그 논법이 올바르다면, (이게 올바르지 않다면 우리는 공정택이 구속기소 되지 않았다고 비판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다만 공정택의 상황에선 구속기소가 문제가 아니라 기소가 안 된 건들이 좀 있었습니다만...당시 정황을 보면 검찰이 법으로 처벌할 때 논란이 있는 것을 제끼고 다른 꼬투리가 걸리자 그걸로 당선무효가 될 벌금형을 청구한 느낌이 강합니다. 저는 검찰의 잣대가 구부러져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잘 모르고 성토하는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차라리 검찰에게 할 수 있는 것 다 해보라고 말해야 하는 것이겠지요.


저는 곽교육감의 주장이 사실이라 그가 무죄 판결을 받기 원하고, 설령 그렇지 않아 유죄가 나더라도 그를 '도덕적으로' 지나치게 비난하는 조류에는 합류하지 않겠습니다. 그 경우 그가 법을 어긴 건 분명하지만, 여하간 (일상적인 의미에서의) 악의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지는 않으니까요. 다만 그 경우 앞으로 우리는 공직자에 도전하는 주자들에게, 공직선거법의 내용을 제발 제대로 숙지한 채 도전하라는 조언을 할 수 있게 되겠지요.

123

2011.09.11 17:04:36
*.190.177.81

아는 사람은 다 알지만 김상곤의 정치력은 정말 대단했죠. 취임하자마자 전 교육감파 인물 전원을 교장으로 발령시켜서 교육청에서 경찰오고 큰 소동이 일어나고 비서진6명이 밀실정치를 해서 자기마음대로 월권행위를 하며 아랫사람들을 주무러서 지금 경기도는 부교육감이 6명이란 소리가 자자합니다. 단일화할때는 상대 선대본끼리 이간질을 시키는가 하면 일생동안 아무 관련이 없던 전교조본부랑 직접 연락을 하며 신호를 보내면서 지원을 받고(당최 인물파악자체가 안되던 시점이라) 의회에서는 민주당과는 긴밀하게 협조하면서 막상 표결때 무시하면서 조련시키고 김문수는 병신만들어버렸죠..인터뷰에서 경영학을 전공해서 완벽한 조직관리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 보고 웃음 빵 터졌습니다. 요즘은 히안하게 생태학애기를 하면서 생협과 만나고 있다고 하는데 정치격령이 없어서 그렇지 정말 무서운 사람입니다. 그리고 친구인 노현에게 나가보라고 추천한 사람도 이 사람이었죠. 곽노현은 공정택때 임명됬던 사람을 하나도 짜르지 않고 인사발령때 슬그머니 능력없는 사람 몇명만 좌천시켰습니다.

무상급식+학생인권조례+혁신학교라는 그림을 그리는 일은 정말 엄청난 혜안이었는데 개막식만 하고 사라지고 실무에 맞기는 타입입니다. 그래서 정책을 한 번 만들고는 어떻게 되는지는 상관을 안하고 현장에서는 생까서 효과가 절반도 안나오죠. 전형적인 대통령타입인것같은데 주위에 인물이 없나...특채로 뽑은 사람들이 별 역활을 못하고 독재만 하고있는 것 같더라구요. 제가 경기도교육관보를 안봐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만

곽노현은 아예 직접 정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선두지휘합니다. 한달마다 국장회의때 정책진행상황을 직접 전해듣고 반박하면서 개선방향 검토하는거 보면 무섭더라고요. 그런 윗자리에 있으면 가끔 직접 만나서 건의해야하겠다고 땡깡부리는 정의감에 찬 사람들이 있는데 비서진에게 애기해서 매일 점심시간마다 순서따라 1대1로 밥먹으면서 격론을 한 다음 명함을 건네주면서 다음부터 애기할게 있으면 직통으로 연락해달라고 한답니다. 그 외에 교육지원청 나가서 국장회의한후에도 괜찮아 보이는 사람이면 팩스랑 메일주소 가르켜줘서 손에 항상 건의사항 들어온 A4뭉치와 수첩을 들고 다니면서 속독하고 주요사항을 메모합니다. 곽노현 교육감은 취임 첫날 청소부 아주머니들과 식사를 하고 휴게실을 만들어줬습니다. 외부행사나갈때마다 사인을 수십장 한다고 합니다. 매일 새벽 2시에 트위터를 하니 그쯤 자는 것 같더라고요.

maron

2011.09.11 09:41:21
*.70.26.31

ㄳㅊㄹ의 추천을 듣고 들어왔어요. 잘 읽고 갑니다. 도덕성 프레임, 이중잣대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할 기회를 가져보았습니다.

하뉴녕

2011.09.11 18:38:48
*.118.59.190

넵 감사합니다. :)

먹구름

2011.09.12 09:22:49
*.104.89.57

1번은 좀 이상한 것 같은데요. 결과적으로 곽노현이 당선이 되었는데, 왜 곽노현을 선거에 있어서 약자로 분류하는지 모르겠군요.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말하자면 거대정당을 등에 업는 후보를 단지 두 명의 군소정당의 후보가 담합해서 뒤집을 수 있다면,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해서 당선이 되었는데 (즉 명백한 인과관계가 있고, 또한 명백한 선의의 피해자가 있을텐데) 왜 저런 관점으로 후퇴해서 생각해보아야하는지 모르겠군요. 물론 말씀해주셨듯이 자본이 선거판도를 결정하는 건 다소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지만, 그렇지만 그건 일반적으로 볼 때 그렇다는 거고요. 어쨌든 두 명이 담합을 해서 당선이 되었다면, 일반론이 아니라, "특수한 문제"가 아닐까요?

왜냐하면 말했듯이, 결과적으로 누구는 그것으로 인해 당선이 되었었고, 누구는 그것으로 인해 당선이 되지 않았지 않습니까?

하뉴녕

2011.09.11 17:45:13
*.118.59.190

이 건에 대해서는,

"교육감 선거는 이와도 약간 상황이 다르다. 이 선거는 정당공천이 개입하지 않으므로 누가 우세이고 누가 약세인지 분명하지 않고, 누구나 다 자신이 당선될 수 있다고 여길만하다."


라고 말했습니다. 제가 언제 "곽노현을 선거에 있어서 약자로 분류"했습니까? 말씀을 하시다 마시니 의도를 모르겠군요. 선거협상할 때에 한해 예외적으로 다른 후보의 부채를 갚아주는 식으로 법률개정을 하는게 좋겠다는 그런 의견이신 건가요? 아니면 그냥 일부 서술만 동의를 못한다고 말씀하신 건가요?

먹구름

2011.09.11 17:53:51
*.104.89.57

저는 선거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그러나 쉽게 생각해서 선거란 정치적 견해가 다른 후보들끼리 대결구도에 있는 것일테니, 사퇴제의가 의미하는 것은 후보단일화와 같은 맥락이라고 이해했습니다. 따라서 후보단일화의 표적은 정치적견해가 다른 후보일텐데, 그 후보가 상대적으로 유리한입지(정당, 자본 등등)에 있지 않고서는 후보단일화가 의미가 없다는 상식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문제를 제기해본 겁니다.

하뉴녕

2011.09.11 18:21:57
*.118.59.190

음 대체 뭘 주장하시는지 좀더 명확하게 말씀해주시면 좋을텐데,


제가 예측한 바로 서술하자면, 선거협상 및 단일화가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도록 (그러니까 선거비용의 일부는 타선본에서 보전해줄 수 있다든지) 법률개정을 해도 별반 강자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룰이 바뀌지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후보단일화를 하는 것은 대개 약자들을 지지하는 지리멸렬한 후보들이기 때문이다, 라는 뭐 그런 말씀이시겠죠? 일단 이것이라 생각하고 답변드릴테니 다른 의견이었다면 좀더 정확하게 써주셨으면 좋겠구요.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님의 견해와 별개로 후보매수죄의 범위를 좀더 좁혀야 한다는 의견도 타당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상식 수준에서만 말씀드리고 있는데요.


저도 후보매수죄의 개정을 주장하는 것에 반드시 반대한다는 그런 입장은 아니구요. 그러나 이런 견해에 대해서는 이러한 반론의 지점들이 있을 것 같군요.


1) 부자들을 지지하는 정당이 다수의 지지를 얻는 것은 일반적인 상황이라기보다는 한국의 특수한 현실이다. 법안을 그렇게 바꾸면 오히려 이 현실이 더 고착화되지 않을까?

2) 이와는 별개로,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어느 정파의 후보로 나오든 후보 개인의 자산이 많지 않을 때 공직선거에 도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즉 우리는 선거에서 강남극우파, 강남우파, 강남중도, 강남좌파, 강남극좌파...를 보게 될 텐데...이런 상황은 어떻게 봐야 할까?

먹구름

2011.09.11 18:41:10
*.104.89.57

1. 선거참여에 대해서 수용의 폭이 넓은 법률개정을 하면 오히러 더 불리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누구나 선거참여를 하게 되면 표가 분산되어 후보단일화가 더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죠. 이런 상황이면 잘 조직된 정당에 대항하기엔 더 악조건입니다. (근데 이런 의도로 덧글을 남긴 것은 아닙니다. 한윤형 님 덧글을 읽다보니 문득 떠오른 생각;;)

2. 제가 의도한 바는 "결과적"으로 볼 때, 선거의 승리자에게 제도적 한계와 모순점을 부각하는 것이 얼마나 타당할까? 이런 의미였습니다. 만약에 곽노현이 그럼에도 불구하고(사퇴제의와 모종의 거래가 합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패배를 했다면, 약자의 낭만으로 남을 수 있었겠죠.(그런 불합리와 제도적 모순은 더욱 부각될 수 있었겠죠) 그러나 곽노현은 그런 "수단"을 통해서 어쨌든 승리를 했습니다. 이 지점에서 인과관계가 연결됩니다.

제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돈을 통해서 선거에 승리하는 것과, 모종의 거래를 통해서 선거에 승리하는 것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선거의 승리를 담보로 하는 수단이라는 것이라죠. 이것 때문에 그것을 "특수한 문제"라고 했습니다. 좀 냉정해 보여도 어쨌든 논리는 논리이니까요

하뉴녕

2011.09.11 19:00:17
*.118.59.190

"제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돈을 통해서 선거에 승리하는 것과, 모종의 거래를 통해서 선거에 승리하는 것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선거의 승리를 담보로 하는 수단이라는 것이라죠. 이것 때문에 그것을 "특수한 문제"라고 했습니다. 좀 냉정해 보여도 어쨌든 논리는 논리이니까요."

--> 이 말이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선거에서 어떤 수단을 사용할 수 있고, 또 사용하면 안 되는지를 규정해 놓은 것이 법률이죠. 그래서 이 사건과 관련해 두 가지 차원의 논의가 가능한데, 1) 이 사건에서 곽노현-박명기 선본이 행한 것이 합법이냐 불법이냐, 2) 그들에게 문제가 된 법이 과연 공익에 기여하는가. 라는 것이겠죠.


님이 이중에서는 2)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 같긴 한데, 뭐가 됐든 수단일 뿐이라는 점에선 동등하다라는 주장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이 얘기를 통해 말씀하시려는 바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먹구름

2011.09.12 09:24:12
*.104.89.57

그 수단이 합법인지 불법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공익에 기여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도덕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지점이 남아있는 것은 분명하죠.

왜냐하면 막강한 자본력으로 선거에 승리하는 것과, 모종의 거래를 통해서(합법, 공익을 떠나서) 선거에 승리하는 것은, 그 수단 자체가 인과관계를 성립시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수단을 사용하지 않는 후보들의 입장에선(당선 가능성이 유력했든 희박했든 간에) 공정성에 어긋나는 행위였다는 사실은 분명하죠. 대중의 판단은 모르겠습니다.

하뉴녕

2011.09.11 19:07:17
*.118.59.190

"그 수단 자체가 인과관계를 성립시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 무슨 인과관계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먹구름

2011.09.12 09:24:43
*.104.89.57

1. 만약에 모종의 거래가 없었다면, 2. 만약에 그 거래가 대중에게 공개된 공공연한 사실이었다면

여기서 1번, 2번이 모두 충족된 경우라면

당선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거죠.

쉽게 말해서 "거짓말"은 합법, 불법 선의의 여하를 떠나서 거짓말 자체가 도덕적으로 나쁜 수단이었다는 사실. 그래서 다른 비도덕적인 수단으로 승리하는 것과 같은 층위에서 비판이 유효하다는 것입니다.

하뉴녕

2011.09.11 19:27:17
*.118.59.190

아, 그러니까 님은 이 합의 자체가 숨겨야 효력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도덕적으로 비판받을 만하다고 말씀하시려는 거군요.

그런데 그건 꼭 안 그럴수도 있습니다. 1) 선거에 나왔고 2) 양자 간에 단일화 합의를 할 경우 3) 물러나는 쪽의 비용을 일부 보전하는 것을 허용, 하는 룰이 허용이 된다는 건 사람들이 그런 합의 및 손실보전이 있을 법한 일이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니까요. (이 건에 대해서도 선거해서 어려운 사람 도와준게 뭐가 문제가 되냐 말씀하신 분들이 많지 않습니까?)

물론 저도 저러한 제도 변경이 현실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거나, 사람들에게 설득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네요. 그렇기 때문에 현행의 체제에서 '단일화'를 요구하는 그 '국민' 내지 '시민'들은 단일화 합의를 통해 선거를 포기하는 쪽에 대해 무언가를 지불 (꼭 돈을 말하는 건 아닙니다.)해야 한단 책임의식을 지녀야 하지 않을까 라고 말했던 것이죠. 그게 님이 문제삼은 1번 부분의 문제의식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므로 님은 곽노현을 거론하면서 1번에 대해 의구심을 표명하셨으나 사실 이 경우에 대입되는 것은 박명기이죠.

먹구름

2011.09.12 11:48:38
*.104.89.57

당선을 당첨이라는 치명적인 오타를 제가 범했군요. (아마도 로또에 대한 환상이 무의식에 남아있었나봅니다.) 시간도 넉넉하니 제가 남긴 덧글을 능력껏 보충해봅니다.

책임의식이라는 말이 참 애매합니다. 대의를 위해서 피박을 뒤집어 쓴 후보를 당선자가 사후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말과, 아직 당선이 확실치 않은 단일후보가 자진사퇴한 후보를 책임을 져야한다는 말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만약에 곽노현이 당선이 되지 않았어도 박명기에게 돈을 건내주었다면, 후보단일화(대의)에 지불하는 어떤 추상적인 사례가 될 수 있지만, 당선이 되고 나서 지불했다면, 당선이라는 결과에 지불하는 구체적인 사례가 된다는 것이죠. 그래서 이 문제에 앞서 따져봐야하는 것은 어느 시점에 돈을 건냈냐는 것과, 과연 곽노현이 낙선이 되었어도 대의를 위해서 자진사퇴한 선의의 후보에게 사심없는 선의로 보답할 수 있었겠냐는 명제이죠. 돈이 지불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곽노현이 말하는 선의의 대상이 무엇이냐가 책임의식 또는 도덕성 일반을 따지는 데에 중요한 키포인트입니다.

그러나 진위는 당사자가 아니면 영원히 알 수 없는 문제고, 돈이 지불된 시점이 만약에 당선 후라고 한다면,(아무리 검색을 해봐도 언제 지불되었는지는 찾을 수 없더군요. 선거 중에 지불된 것이라면, 선의가 유력해집니다만.) 책임의식을 어필하는 것이 매우 무색해지는 장면입니다.

예를들자면, 유도선수권대회 4강에 한국선수는 두 명 진출해 있고, 그리고 일본선수 한명, 유도변방국가의 선수 한명이 각각 진출해 있는 상황을 가정해봅니다. 먼저 경기를 치른 일본선수는 유도변방국가의 쉬운 상대를 만나 체력소신, 부상없이 일찌감치 한판승을 거둬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면서 결승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아직 경기를 치르지 않은 한국선수 둘은 실력이 비슷하기 때문에 서로에게 험란한 승부가 예상됩니다. 자칫부상이라도 당하면 바로바로 속행되는 유도경기의 속성상 일본선수에게 우승을 고스란히 헌납해야하는 상황입니다. 티비를 지켜보는 국민들과 협회 관계자, 코칭스태프들은 노골적으로 표현을 못하지만 될 수 있으면, 한국선수 한명이 기권을 해주었으면 하는 기대가 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한국선수 한 명이 기권을 선언했고, 나머지 한 명이 결승행 열차에 무임승차했습니다. 이 후의 전개는 고려하지 않고 여기까지의 전개만 짤라 봅시다.

여기서 담합과 선의의 거래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설령 담합과 선의의 거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무임승차한 한국선수가 우승을 하지 못했다면, 그 의미가 퇴색될 것입니다. 어쩌면 그것을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승을 하느냐 못하느냐지 한국선수끼리 담합과 모종의 거래가 오갔느냐 하는 사실이 아닙니다. 물론 담합과 모종의 거래가 국제유도협회에서 금지사항으로 명시된 조항이라면, 법적인 문제는 남아 있겠지만, 당사자 사이의 양심과 도덕성에 위촉되는 행위라고 보여지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우승을 한 이후에 거래가 확정이 되었거나, 우승을 전제로 담합이 이루어진 경우라면 책임의식을 어필하는 것은 매우 모양새가 이상합니다. 외관상 볼 때 "내가 금메달 땄으니 한 턱 쏜다" 이런 의미로 보여질 소지가 다분하다는 거죠. 솔직히 외관상 드러나는 의도는 책임의식이라기 보다는 사례로 보는 것이 훨씬 앞뒤가 맞겠지요. 저의 문제제기도 왜 당선자에게 책임의식을 강조해야하고, 어쩔 수 없는 제도적 불리가 왜 당선이 된 상황에서 환기 되어야 하냐는 것이었습니다. 오히러 패배를 했고 법적인 문제가 나중에 발각되었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국민 내지는 시민들의 동정과 공감을 얻어낼 수 있겠습니다만, 당선이 된 이상은 너무나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이야기 밖에 안되는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뉴녕

2011.09.12 12:20:14
*.118.59.190

글을 전혀 이해하시지 못한 것 같습니다. '당선'을 '당첨'이라 오기하신 것은 이에 비하면 사소한 실수이고, 오히려 저는 그 때문에 님이 게임이론에 입각한 모형을 만들고 있나 보다, 라고 생각하고 넘어갔습니다.


//군소정당 후보의 사퇴를 종용하는 사람들이라면 적어도 후원회에 돈을 납부하여 선거비용 일부를 보전해주겠다는 책임의식 정도는 지녀야 하지 않을까.//


라는 구절에서 제가 '책임의식'이라 말할때, (가령 2010년 경기도지사 선거 사례에서 고찰해보았을 때) 저는 그것을 유시민에게 요구한게 아니라 유시민 지지자들에게 요구한 것입니다. 단일화를 종용할 때 그것을 받아들인 군소후보가 어떤 피박을 쓰는지는 좀 알고 책임의식을 지녀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왜 유시민이 아니라 유시민 지지자들에게 요구했냐면, 유시민이 단일화 협상시 돈을 주겠다 약속하면 얄짤없이 매수죄고 선거 후에 선의로 도와주려고 해도 이번처럼 논란의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야 님이 어디에서 혼동을 범했는지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위의 서술은 분명 지지율이 높은 후보와 그 지지자들이 지지율이 낮은 후보에게 후보단일화를 요구할 경우를 상정하고 쓰여진 '일반론'입니다. 님의 말대로, 이번 교육감 선거는 이 상황과는 좀 다르죠. 저도 바로 다음 문단부터 그 사실을 지적합니다. 그럼에도 이것을 언급한 이유는, 현행제도에서 단일화를 할 경우 많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선 양자가 동일하고 따라서 법적 제도변경을 논의하거나 지지자들이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도 동일하게 성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막말로 곽노현에게 투표를 한 분들이나 단일화를 종용한 분들이 선거 후에 박명기의 어려운 사정을 알고 모금이라도 해줄 거란 기대가 있었다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 아래의 서술도 이번 사건과 제 글의 내용을 잘 파악하지 못해서 나온 지적으로 생각됩니다. 님은 선거 도중 돈이 전달되었으면 선의가 인정될 수 있고, 선거 이후 돈이 전달되었으면 선의와는 좀 별도이지 않느냐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분명히 돈은 선거 이후 6개월이 넘은 시점에 지불되었습니다. 기사 몇 개만 찾아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선거 도중 돈이 지불되었다면 합의서가 있든 없든 곽노현 교육감은 이미 매수죄로 인해 유죄판결을 받았을 것입니다.


이 경우 이 사건에서 논점은, 곽교육감이 선거 전에 돈을 준다고 약속을 했느냐 아니냐입니다. 약속을 했다면 '악의'(거래를 알고 준 것)가 되어 그는 후보를 매수한 것이 됩니다. 약속을 안 했다면 (혹은 선본 차원에서 나온 약속을 모른다면) '선의'(거래를 모르고 그와 별도로 준 것)가 되어 그는 후보를 매수한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3절의 초반부에서,


//여기서 그가 말하는 '선의'는 일상용어이면서 법률용어일 수 있다. 왜냐면 법률용어에서 '선의'는 "모르면서 행하는 것" '악의'는 "알면서 행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실 곽노현의 '선의'는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선의와는 좀 다르다.//


라고 지적했던 겁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착한 사람'이라면 후보단일화를 할 때부터 박명기 교수가 어려운 처지에 빠질 것을 알 수 있을 것이고 따라서 곧바로 도와주거나 도와준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지요. 그런데 그건 선거법이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곽노현 후보는 그때는 그런 약속이 없었고 나중에야 박명기의 딱한 사정을 알고 선의로 돈을 건넸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님이 말씀하신 지점은 본문 안에 이미 고려되어 있는 부분입니다.


이번 사태를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파악한다면 곽노현 후보는 얄짤없이 유죄입니다. 님이 말하는 '선의의 거래'야 말로 법이 금지하고 있는 후보매수에 해당하고, 사실 '담합'과 다를바가 없습니다. 당선이 되고 안 되고는, 만일 그러고도 당선이 되지 않았다면 딱히 수사할 가치가 없었다는 것 밖에 없습니다. 님은 도대체 그게 왜 금지되는지 이해를 못하실 수 있는데, 당연히 그 법엔 입법취지가 있습니다. 저는 심지어 그것에 대해서도 본문에서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미 본문에서 그 입법취지에 반대하여 법개정을 하자는 입장도 가능하다는 견해도 피력했습니다. 다만 그런 견해를 피력한다 하다면, 오히려 그 경우 이번 건에 대해선 곽노현 교육감이 법을 어겼을 경우에 당선무효가 되는 걸 감내해야 옳지요.


그리고 님이 만들어낸 예시는 황망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승을 하느냐 못하느냐지 한국선수끼리 담합과 모종의 거래가 오갔느냐 하는 사실이 아닙니다. 물론 담합과 모종의 거래가 국제유도협회에서 금지사항으로 명시된 조항이라면, 법적인 문제는 남아 있겠지만, 당사자 사이의 양심과 도덕성에 위촉되는 행위라고 보여지지는 않습니다." 라니요. 선거의 영역에서 인민의 의사를 좀 더 잘 대변하기 위해 후보끼리의 협상시 이미 지출된 선거비용의 일부를 보전할 수 있다는 식의 입법은 가능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스포츠 영역에서, 공정한 경쟁과 정정당당한 경기는 기본 중에 기본 룰입니다. 국제대회에서 저런 짓거리를 했다가는 양선수 다 몰수패를 당하는 건 물론 국제연맹에서 선수자격도 박탈당할지도 모릅니다.


물론 저런 경우가 되면 한국 선수들은 서로 '정정당당한 경기'를 하되 상대방이 크게 다칠 수도 있는 위험한 플레이는 되도록 하지 않으려고 하겠죠. 가령 한국 선수가 결승에 올라가 있고, 내가 한국선수인데 4강전에서 다른 나라 선수와 경기를 치르고 있을 때 만큼은 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는 겁니다. 다른 나라 선수들과 사람들도 이 정도는 양해해 줄 것입니다만, 이것조차도 눈에 띄는 수준으로 전개되면 스포츠맨십이 없다고 국제적으로 욕을 먹게 될 것입니다.


'당사자끼리의 선의'라는 개념은 별로 의미가 없습니다. 도둑질을 하는 당사자들끼리도 자기들끼리는 선의의 협력을 해야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요. 곽교육감이 말하는 '선의'는 법리적으로는 "선본에서 무슨 거래를 했건 난 그 거래를 몰랐고 그것과는 상관 없이 돈을 건넸다."로 해석될 수 있고, 일상적인 화법으로는 "당선된 후 대가를 지불하겠다는 약속에 의해서가 아니라, 전적으로 박명기 교수의 어려운 사정을 보고 돈을 건넸다."로 해석되어야 합니다.

먹구름

2011.09.12 12:57:26
*.104.89.57

듣고보니 생각이 짧았네요. 그러나 한가지 변호해야할 부분은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애초에 법적인 문제는 논외로 취급했습니다. 납득할 수 있을 만한 도덕성과 님이 거론한 책임의식에 대해서 견해를 말한 것 뿐입니다.

책임의식은 오독한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유권자가 아닌 지지자들의 책임의식이라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 의문입니다. 어려운 사정에 처해있는 유권자를 모금이라고 해서 도와줘여한다는 말이 현실성이 있는 말인지. 설사 그렇게 하더라도 정당차원의 후원금과 어떤 차별된 요소를 함축하고 있는지 모르겠군요.

도덕성은 법적인 문제와 별개로 만인에게 이해될 수 있는 논리로 구성해본 겁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당선되기 전에 일정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도덕성에 있어서 훨씬 타당하다는 겁니다.

진위는 법적으로든 도덕적으로든 영원히 알 수가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대가성 사례금을 도덕적으로 저울질 해본다면, 당선의 급부보다는 단일화의 급부가 보다 정당한 급부가 아닐까 생각해 본 겁니다.

물론 이것이 현 사태에 주요한 논리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아예 의미가 없다고는 보여지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차후에 제도적 개선이 요구된다면 시점의 문제도 분명히 고려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뉴녕

2011.09.12 13:06:17
*.118.59.190

1. 제가 말한 지지자들의 모금이란 건, 당연히 정당차원의 후원금과 차별된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평소에 군소정당의 후원금은 그 정당의 당원/지지자만 냈을 텐데, 그 후보가 단일화 때문에 사퇴할 경우, 단일화한 정치세력의 지지자들도 책임의식을 가지고 후원해 주어야 아니겠느냐는 지적이었습니다. 즉 유시민-심상정 사례에서는 좁게는 유시민/국참당 지지자에게, 넓게는 범야권 지지자들에게 요구하는 것이지요.

저도 투표하기도 버거워하는 유권자가 갑자기 돈까지 내는 일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리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면, 군소후보에게 무조건적인 단일화를 요구하는 자신의 자세에 대해서도 성찰해 봐야 한단 사실을 지적하는 것이 제 비평의 목적이겠지요.


2. 그리고 말씀하신 그 문제는 돈을 주고 받아도 되는 쪽으로 법이 개정되면 자연스럽게 합의가 일어나는 시점에 '거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사퇴하는 쪽에서 돈이라도 빌려 쓰고 있다면 당장이 급하고, 적어도 양쪽 합쳐서 15% 이상 지지율이 나올 후보들이 단일화했다면 선거를 뛰는 쪽의 자금은 선거 후에 보전될 것이니까요. 정 자금이 달린다 싶으면 각서라도 써줄 것이고 선거 후에 보전된 자금 중 일부를 활용해서 갚는데에도 큰 무리는 없겠죠. 다만 능력에 맞지 않는 약속을 남발했다가 나중에 송사에 휘말리는 더러운 경우도 생기겠네요. 이렇게 적다보니 이것도 후보매수죄를 폐지하기 어려운 지점이 되지 않나도 싶은데...

그래서 1) 이번 사례의 곽노현(선본)의 행위가 합법인가 불법인가, 와 2) 문제가 된 법이 어떤 점에서 공익에 부합하며 만일 변경한다면 어떤 식으로 변경해야 할 것인가, 가 문제의 쟁점이 되고 말씀하신 부분은 매우 부수적인 문제가 되는 것이지요.

먹구름

2011.09.12 15:29:27
*.104.89.57

2)은 잘 모르겠고,

1)번과 관련해서 사견을 몇자 적어보자면, (사실 법을 모르기 때문에 접근하기 어렵지만, 상식이 틀리지 않는다는 것을 믿고 좀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일단 첫번 째는 진위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두번 째는 그러한 사안이 언제 성립됬느냐는 문제입니다.

일단 진위파악은 넘어가겠습니다. 솔직히 선의인지 선의가 아닌지가 중요한 문제인지 의문입니다. 이걸 누가 알까요?

두번 째는 성립시기인데 1)선거가 끝난 시점에 곽노현이 그 사실을 알았다면 이 때부터 그 법률사안이 성립되는 것과, 2)동서지간의 회계담당자의 교섭에 의해 성립, 3)만약에 사전에 합의가 있었다면 이 때부터 그 법률사안이 성립되는 경우.

이렇게 3가지로 추려볼 수 있습니다.

1번은 무죄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선거가 끝난 시점 이후에 그 법률사안이 성립되었다는 말은 그 이전에는(선거 중에는) 아무런 법률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는 그냥 증여에 해당하는 것이겠죠.

2번은 좀 애매하긴 한데, 상식적으로 볼 때, 이 또한 무죄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물론 이 경우는 어떤 식으로든 곽노현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유효할 것입니다. 이건 잘 모르겠으니 그냥 넘어갑니다.

3번은 사전의 합의가 선거 전이냐. 선거 중이냐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라 볼 수 있습니다. 선거 전에 술자리에서 농담삼아(진담삼아) 모종의 합의를 하는 것을 법률사안이 성립된 최초의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가. 사후적으로 실질적인 거래의 성사에 의해서 그 법률사안이 최종 확정된다면, 그것을 사전에 합의된 시점으로 소급하여 성립시킬 수 있는가. 등등의 문제와 얽혀있는 것 같습니다.

상식적인 취지에서 볼 때, 선거 전에 합의되고, 선거 중에는 자발적인 사퇴만 일어났고, 선거 후에 실질거래가 오갔다면, 최초로 법률사안이 성립된 시점은 선거 전의 합의시점이고, 그로부터 인과관계가 계속 이어져 온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언제 합의가 있었냐는 중요하지 않고, 합의가 있었냐, 없었냐가 중요한 판별 기준인 것 같습니다. (물론 선거 후의 합의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1번에 언급한 선거 후에야 그 사실을 알았다는 것과 똑같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누구에게 입증책임이 있는가 하는 것일테죠. 이것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는 선의파악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에게 입증책임이 있고, 선거 중이나, 선거 전에 합의가 있었냐, 없었냐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하뉴녕

2011.09.12 17:23:03
*.118.59.190

예 대략 비슷한데 말씀하신대로 법이 사람의 마음을 파악할 수는 없기 때문에,

법에서 인정하는 '선의'적 행동이라고 함은 '합의가 없이, 혹은 합의를 모르고' 이루어진 증여이구요. 법에서 말하는 '대가성'있는 행동이라 함은 '합의 때문에, 혹은 나중이라도 합의를 알고 그것을 이행하기 위해' 이루어진 행동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공직선거법은 일반적인 사람들 간의 관계를 규정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큰 책임을 지는 사람들에 대한 규정이므로, 님이 말씀하신 '상식'보다는 좀 더 엄정한 선에서 그 틀이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회계담당자끼리 합의가 이루어진 후 선본의 사퇴가 이루어졌고 후보는 전혀 몰랐을 경우라도, (그 뒤에 후보가 알면서 지급한 돈에 대한 판단은 차치하더라도) 설령 후보는 무죄라도 회계담당자에 대해 따로 책임을 물을 수 있고 이에 유죄가 나오고 일정형량이 나올 경우 당선무효형이 나오는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후보가 무죄가 하더라도 회계담당자(굳이 회계담당자라 명시되어 있는 것은 이 사람이 선본의 금전 집행에 있어 책임있는 위치에 있다고 여겨지는 이이기 때문인듯요.)가 합의를 하지 않았다면 단일화가 불가능했을 수도 있고, 여하간 선본은 다른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생각되니까요.

이게 말하자면 이 사건에 대해 우리가 논의하는 출발선이고, 사건에 대한 기사를 몇 개만 보셨다면, 혹은 제 글만이라도 좀 더 주의깊게 읽으셨다면 이 베이스에서 논의를 시작할 수 있으셨을텐데, 조금 쓸데없이 진을 뺀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제라드의의지

2011.09.12 18:03:38
*.149.40.179

한윤형 활동량 박지성이네;

닉과 어울리는

2011.09.12 23:22:47
*.15.198.56

빵 터지는 댓글!
진중권은 발로텔리....는 좀 그렇고 아넬카 정도?

제라드의의지

2011.09.13 14:09:23
*.149.40.179

진중권은 아마 구티나 리켈메인듯...
수미들(활동가들) 없으면 뭣도 아님

파도소리

2011.09.13 21:06:50
*.41.231.30

진중권은 메시나 호날두죠. 혼자서 다 쓸고 다니는데.

들깨

2011.09.12 22:16:09
*.27.5.141

이번 글에서도 많이 배우고 정리하고 갑니다.

한윤형씨의 글을 애독하는 사람으로서 강정마을 사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답해야 할 의무는 없지만 관심이 있으시다면 평소 생각해둔 바가 있으시다면 짧게라도 듣고 싶네요. 그럼.

하뉴녕

2011.09.13 14:51:38
*.118.59.190

가끔 뉴스로 본 것 이외에 더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시다

2011.09.13 23:06:48
*.149.189.228

글은 잘 읽었고, '사퇴 찬반 다 이런저런 문제있고, 구속수사도 할 수 있다' 동의합니다. 그런데
성추행 고대생 이야기랑 곽노현 사건 엮는 사람들이 많아서 답답했는데, 한윤형 님도 그러시네요.
성범죄 전과자는 의사면허 딸 수 없도록 시스템을 정비하자는 거야 당연히 동감인데요, 그랑 상관없이 법원 판결 나기 전에 퇴학이든 출교든 시키는 게 무죄추정의 원칙에 충돌한다는 건 형법과 교칙을 혼동하는 일입니다. 학교에서 퇴학당하는 학생들 다 법원에서 유죄받는 거 아니잖아요. 학교는 학교 나름대로 교칙과 정황 판단에 의해 징계를 내릴 수 있습니다. 지금 법원에서 따지고 있는 건 형법으로 처벌해야 하는지이고, 고대 상벌위는, 지금 본인들이 인정한 사실이나 사고 정황을 바탕으로 징계를 내릴 수 있고, 다른 사건도 그렇게 합니다. 그게 형법의 무죄추정의 원칙과 어떻게 엮입니까.

하뉴녕

2011.09.14 00:40:01
*.118.61.165

원칙적인 부분은 이미 스키너드 님이 설명해주셨습니다만, 저는 그 무죄추정원칙의 취지와 한계를 생각해 보고 싶은데요. 말씀하신대로 무죄추정 원칙이 그저 형법상 원칙이라면 범죄자라 의심가는 사람을 사기업에서 예방차원에서 마구 해고해도 인권침해가 아니게 됩니다. 우리는 이런 결말을 바라지는 않겠죠.

다만 다시다 님이 말씀하신 부분 중, 교칙의 영역도 있는 것 아니냐, 란 말은 타당한 부분입니다. 그런데 고려대 측이 자신들의 징벌위원회를 가동하여 출교라는 판단을 내렸느냐,하면 그렇지는 않아 보여요. 굉장히 여론에 휘둘렸지요. 그리고 뭐랄까 정당의 차원에서는 정당의 당기위에서 출당조치를 시키는 것이 법률적 차원과 별개로 큰 문제가 없을 것 같기는 합니다. 그러나 대학이나 기업처럼 그 사람의 삶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단체에서는, 무죄추정 원칙을 지켜주는 것이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훨씬 더 온당한 일로 보입니다.

다시다

2011.09.15 14:03:16
*.124.106.137

한윤형 님이 회사 예를 드신 거 보면 계속 혼동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고용관계와 학교학생이 다르다는 건 차치하더라도요) 회사에서 '불법 행위를 이유로' 해고한다면 당연히 불법이 증명될 때까지 무죄추정으로 기다려야겠죠. 예를 들어 직원이 밖에서 절도를 저질렀다고 의심되서 해고한다, 이러면 당연히 절도범으로 확정되면 해고해야죠. 그런데 그게 아니라 회사와 관련해서 협력업체한테 돈을 받았다거나 심한 성추행이 있었다거나 하면 그거 법원까지 가지도 않고 회사에서 판단해서 사실이라 판단되면 해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게 불합리하다고 노동자가 판단하면 그 때 사법기관 가서 싸워야 하는 거죠. 다시 말씀드리지만 일반적인 어휘 '무죄추정'은 형법을 포함한 모든 죄가 될 수 있겠지만, 그 중에서 법원의 판결나올 때까지 기다려야만 하는 '무죄'는 형법에서 말하는 사법적인 죄만 말하는 겁니다. 고대가 학생들을 징계할 때 법원 판결은 참고 사유는 되도 교칙에 징벌사유가 되는 지는 고대 상벌위에서 판단하는 거고 상벌위 판단하면 되는 거죠. 그렇게 엄격하게 법원 판결에 기대서 학교가 징계할 수 있다면 이번 사건보다 강도가 낮은 성추행 학생들 대자보는 왜 붙입니까. 다 고소하고 말지.

다시다

2011.09.15 14:07:20
*.124.106.137

이게 곽노현이랑도 연결된게요. 저는 곽노현이 무죄추정이라고 보호받을 수 있는 부분은 당연히 선거법 상의 유죄 - 즉, 대가성을 띄고 돈을 주고 받았다 - 라고 봅니다. 그러면 무죄추정이니 곽노현은 무조건 법원판결 나올 때까지 버텨야 하냐? 아니죠. 김어준처럼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거고, 진중권처럼 현재 드러난 정황 - 대가성은 아직 모르더라도 돈거래가 있음 - 만으로 사퇴 사유가 된다고 판단하면, 그거 갖고 사퇴요구 할 수 있죠. 이건 생각차이지만 어느 쪽도 무죄추정 갖고 싸울 일이 아닙니다. 다만, 어떤 분들처럼 2억원이 이미 매수 뇌물인 것처럼 가정하고 곽노현의 사퇴를 요구하면 그건 무죄추정이랑 마찰이 있는 거고요.

하뉴녕

2011.09.15 20:46:48
*.118.61.187

이쯤되니 저는 님이 제게 뭘 항의하는지 모르겠네요. "이건 생각차이지만 어느 쪽도 무죄추정 갖고 싸울 일이 아닙니다." 이게 바로 제가 애초의 글에서 하고 있던 말이죠. 사퇴하란 얘기가 무죄추정 원칙 위반이란 논거만으로 철회될 수 있는 얘기가 아닌만큼, 유시민의 견해가 잘못되었다는게 제 얘기의 핵심이죠.

그리고 극단적으로 말할 때 님 얘기처럼 무죄추정의 원칙이 법원 안에서만 성립하면 그 밖에서 여론재판으로 뭐라고 지랄하든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다 자기들 맘이지. 제가 언제 이 극단편의 견해를 피력했습니까? 대자보도 붙이지 말라니, 님이 제게 거는 시비가 이 수준 아닌가요?

님과 저의 차이가 있다면, 님은 혼자만의 기준을 만들어 어떤 영역은 무죄추정의 원칙이 성립하고 다른 부븐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정'을 내리고 계신거고, 저는 그게 헌법상의 원칙이긴 하지만 언제 어디서나 실현될 수 있는 게 아니라 환경에 따라 다른 상황들이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구요. 제가 고려대 성폭력 사건을 얘기한게, 그들을 출교시키는 건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기 때문에 부당하다고 얘기한 건가요? 기껏해야 제 생각에 좀 더 나은 대책에 대해 말하고 있었는데요.

설마하니 무조건 법으로 가져가고 대법원 판결낼 때까지 아무런 판단도 내리지 말라고 제가 무죄추정의 원칙을 끌어들인 줄 아십니까? 말하는게 진짜 어이가 없네요.

그냥 대충 알아들으세요. 요새 과도하게 친절을 발휘했더니 무슨 생각으로 이런 얘기했는지 이걸 다 설명하기도 끔찍하네요. 저는 이러고 사는게 쉬워서 이럴 것 같습니까? 도대체 글을 몇 매를 쓰라고 이런 되도 않은 시비를 거는 겁니까? 어디서 싸우다 왔는진 모르겠으나 본인 상황은 스스로 해결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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