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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허경영

조회 수 1693 추천 수 0 2009.10.21 04: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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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생각을 잊기 위해 세간의 화제인 그것이 알고 싶다 허경영 편을 보았다. 새삼스레 정리할 부분은 3가지. 아, 그 전에, 요새는 허경영에 대해 진지한 얘기를 하면 괴상한 취급을 받던데, 여긴 내 홈페이지고 내가 내 맘대로 말하겠다는데 님이 무슨 상관? 그리고 저는 허경영에 대한 이런 진지한 코멘트를 처음 남깁니다. 뭐 어쩔? 뭐 그건 그렇고.

 

1.

 

당연히 허경영에게는 정신병이 있다. 그리고 그의 정신병은 악화되고 있다. 그의 병과 대중들의 그에 대한 인기가 상호작용을 하여 그의 병은 더욱 더 깊어져갈 따름이다. 그가 이 나라가 아닌 미국이나 유럽의 발전된 국가에서 태어났다면 그는 제때에 치료를 받고 훨씬 더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이 자리를 빌어 불쌍한 허경영씨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표한다. 사업수완도 좋은 사람이었는데...

 

2.

 

분석은 당연히 허경영이 아니라 허경영을 받아들이는 대중들의 반응에게 필요한 것이다. 사람들이 숱하게 말했듯이 이는 정치적 냉소주의의 표현이다. 허경영의 말은 대부분 다 거짓말인데 도대체 왜 그것을 즐기고 자빠졌냐고 묻는 이들에게 이들은 '허경영이 말하는 것을 정말로 제가 믿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라고 대답하지만 바로 그 대답이야말로 냉소주의의 징후다. '나는 내가 하는 일을 아주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다'는 것이다. 냉소주의에 대한 지젝의 코멘트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보라.

 

"냉소적인 주체는 이데올로기적인 가면과 사회 현실 사이의 거리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가면을 고집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그것을 하고 있다.' 냉소적인 이성은 더 이상 순진하지 않다. 그것은 계몽된 허위의식의 역설이다. 냉소주의자는 그것이 거짓임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이데올로기적인 보편성 뒤에 숨겨져 있는 어떤 특정 이익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러한 냉소적인 입장은 슬로텔디즈크가 키니시즘(kynicism)이라고 부른 것과 엄격히 구별해야 한다. 키니시즘은 공식문화를 아이러니와 풍자를 통해 통속적이고 대중적으로 거부하는 것이다. 고전적인 키니시즘은 공식적인 지배이데올로기의 비장한 문장들을 일상적인 진부함과 맞딱뜨리게 함으로써 그것들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종국엔 이데올로기적인 문장들의 숭고한 귀품 뒤에 가려진 이기적인 이익들과 폭력과 권력에 대한 무지막지한 요구들 등을 폭로하는 것이다. 따라서 키니시즘은 논증적이라기보다는 실용적이다. 그것은 공식적인 명제를 그것의 언표행위 상황과 대면시킴으로써 전복시켜 버린다. 그것은 인신공격적인 방법인 것이다(예를 들어, 정치가가 애국적인 희생의 의무를 설교할 때, 키니시즘은 그가 타인의 희생을 통해 얻은 개인적인 이득을 폭로한다).

 

냉소주의는 이러한 키니컬한 전복에 대한 지배문화의 대답이다. 그것은 이데올로기적인 가면과 현실 사이의 거리와 이데올로기적인 보편성 뒤에 가려진 특정 이익을 알고 있으며, 계산에 넣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여전히 가면을 유지할 핑계들을 찾아낸다. 냉소주의는 직접적으로 부도덕한 입장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그 자체로 부도덕성에 봉사하는 도덕성에 가깝다. 냉소적인 지혜의 모델은 청렴함, 완전함 등을 불성실함의 최상의 형태로, 도덕을 방탕함의 최상의 형태로, 진리를 거짓의 가장 실질적인 형태로 간주하는 것이다. 따라서 냉소주의는 공식적인 이데올로기에 대한 일종의 도착된 '부정의 부정'이다. 정당하지 않은 부의 축적과 강탈 앞에서 냉소적인 반응은 합법적인 부의 축적이야말로 더욱 실질적인 재산이고 게다가 법으로부터 보호까지 받을 수 있으니 더 좋은 것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냉소적인 이성 앞에서 전통적인 이데올로기 비판이 더 이상 힘을 쓸 수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우리는 더 이상 이데올로기의 텍스트를 '증상의 독법'으로 읽을 수 없다. 증상의 독법이라 함은 이데올로기로 하여금 스스로가 구성되기 위해서, 즉 자신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억압해야 했던 어떤 것을, 다시 말해 자신의 빈 구멍을 대면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냉소적인 이성은 이러한 거리를 미리부터 고려하고 있다.

 

냉소적인 이성은 자신의 아이러니한 초연함으로 이데올로기적인 환상의 근본적인 수준을, 이데올로기가 사회적인 현실 자체를 구조화하는 수준을 손대지 않고 그대로 남겨놓는다. 사람들은 더이상 이데올로기적인 진실을 믿지 않으며, 이데올로기적인 명제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데올로기는 근본적으로, 사물들의 실상을 은폐하는 환영의 수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사회적인 현실 자체를 구조화하는 (무의식적인) 환상의 수준에 있다. 냉소적인 거리두기는 단지 이데올로기적인 환상이 지니고 있는 구조화하는 힘에 대해 눈을 감아버리는 여러 방식 중 하나일 뿐이다. 우리가 아무리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가 아무리 냉소적인 거리를 유지한다고 해도 우리는 여전히 그것을 행하고 있는 것이다."


허경영씨에게 사기를 당한 김노인은 "내가 죽기 전에 저런 사람 한 번 정치 하는걸 보았으면" 이라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것은 허경영의 대통령 당선이 자신에게 어떤 물질적, 유물론적, 계급적 이득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뒤에 이어지는 "모두가 공평하게 살고.." 라는 말은 그저 '좋은 말'이다. 사실 이러한 멘탈리티가 오랫동안 한국의 정치를 지배했다. 진보진영은 이러한 멘탈리티와 항상 싸워왔다. 여하튼 김노인의 바람은 그저 그의 즐거움이다. 누가 뭐라고 하든 다른 썩어빠진 정치인은 안되는거다. 이것이 바로 김노인이 자식들에게 구박받아 가며 평생 모은 돈으로 마련한 집을 저당잡히고 사채로 마련한 돈을 허경영에게 줬어도 후회가 안되는 이유다.

 

3.

 

이렇든 저렇든, 냉소주의의 정치적 결과가 파시즘이라고 말하는 것은 여전히 틀린 말이 아니다. 사람들은 이명박을 자꾸 얘기하는데, 분명히 말하지만 이명박과 그의 친구들이 경찰을 이용해서 사람들을 패고, 집회, 출판, 결사의 자유를 제약하고, 대운하를 하지 않고 4대강 정비 사업을 한다고 해서 파시즘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정권에 실망해서, 이 정권에 대항하지 못하는 모든 정치세력에 실망해서, 허경영 같은 사람이 정치를 했으면 좋겠어서, '콜 미'가 좋아서, 걍 재밌어서, 하고 싶은대로 하고 싶어서 허경영에게 정치적 성과를 남겨주는 것이야 말로 파시즘이다.

 

1차 관문은 5%. 2차는 10%, 3차는 15%다. 1차 관문은 단순히 심리적인 것이지만 2차, 3차는 선거비용 보전을 통해 실제로 정치인 허경영에게 물적 토대를 제공하는 수치다. 그 때가 되면 "내가 대통령이 안 될 것 같지?" 라면서 화를 내는 허경영의 모습이 더 이상 우습게만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이렇게 진지하게 말하니까 웃기겠지? 내 말이 틀릴 것 같지? 물론 틀린 말일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님들이 1930년대에 독일에 살았더라면 나치를 찍었을 것이 분명하다는 것만큼은 단언할 수 있다.


제자

2009.10.25 03:55:00
*.50.87.231

베를루스코니도 해설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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