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글 수 52
나는 2001년도에 대학에 들어왔다. 학생정치조직에 소속된 이들을 흔히 '운동권'이라 칭했다고 본다면, 운동권도 아니었다. 어떤 이들은 나 역시 운동권으로 분류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90년대 후반에 대학에 들어와 학정조에 소속되었던 대부분의 '운동권'들과 나 사이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간단히 말하면 그네들은 '가투 경험'이 있고, 나는 그렇지 않다. 나는 쇠파이프도 화염병도 만져 본 적이 없다. 이 두 사물은 내게는 소설 속에서만 접했던 물건들처럼, 머리 속에 개념과 양태는 입력되어 있으되 질감의 기억은 수반되지 않는 추상적인 물건들일 뿐이다.
일인시위나 촛불시위 같은 것은, 가투가 사라진 (물론 전체 사회에서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어떤 공간이나 어떤 영역에서) 곳에 나타난 새로운 시위 양식이라 볼 수 있다. 물론 참여정부 시절 집시법은 개정되기는커녕 개악되었고, 촛불시위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은 일종의 '환상'이었다고 폄하할 수도 있겠지만, 촛불시위가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간 것은 분명하다. 비록 그 문화가 만들어지면서 그 이전의 집회문화를 지나치게 폄하한 것은 공정하지 못한 일이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원래 새로운 것이 생겨날 때엔 이전 것들을 부정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학부모와 여중 여고생들을 포함한) 여성들이 유입된 최근 한달 간의 '촛불문화제'는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들을 많이 던져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사과 아닌 사과를 하고, 조중동은 그 사과를 감동적으로 포장하고, 이명박의 지지율은 다시 조금 높아지는 가운데, 실망한 시민들의 움직임은 촛불시위 정국을 또 한번 변화시켰다. 행진을 시작했고, 저지가 있었고, 충돌이 발생했다. 주류언론과 인터넷 알바들은 촛불시위가 폭력시위로 변질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참여자들은 단지 행진을 의도했을 뿐이라고 한다. 물론 행진 자체가 불법이긴 하지만 말이다.
일요일 새벽부터 갑자기 철지난 가투가 벌어졌고, 시민과 경찰의 대치가 있었다. "거리가 90년대로 돌아갔다."고 어느 90년대 학번이 말했다. 그런데 차이가 있는 것은 그 90년대의 거리에 서 있는 시민들이 가투 경험이 있었던 그 90년대 대학생들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연행조가 뻔히 있는데도 들이밀자고 하고, 경찰이 의도하는 대로 휩쓸려서 뺑뺑이 돌다가 토끼굴로 몰려간 다음 토끼몰이를 당한다. 좀 아는 사람들이 방향 조정을 하려고 하면 의견충돌이 생겨 한참 동안 의사진행이 마비가 된다고 한다. 집회 참여자들끼리 충돌이 있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지금 '거리의 정치'는 2000년대의 문법과 90년대의 문법 어디에도 안착하지 못하고 헤매는 중이다. 이러다가 더 큰 일이 생기지나 않을지 걱정이 된다.
우리의 '시민'들은 대개 자신들을 '운동권'과 구별짓고자 했다. 경찰조직에 저항하기 위해 스스로를 강하게 조직화시켜 온 그 집단을 혐오하고, 자신들은 다른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시민들이 우리의 국가권력을 유순하게 길들여 놓은 후에 나온 인식이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겠지만, 실상은 사자 몸통 위에 얹어 놓은 양의 머리를 쳐다보며 웃고 있었을 뿐이다. 사자 몸통은 김대중-노무현 시절에도 여기저기서 발톱질을 하고 있었는데, 이제 머리마저 다시 사자 머리로 바뀌어 이빨을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고 다시 이전 시대의 가투로 돌아가자고 말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렇게 해서 해결될 일도 아니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시민들의 자발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집회 참여자들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는 방책을 강구해야 할 터인데, 워낙에 급작스러운 일이다보니 진보신당 등에서도 아직 어떻게 해야 할지 입장을 정하지 못한 것 같다. 뭘 정한다고 해서 시민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일 터이고. 매정하고 무력하게 말하자면 십중팔구 이 사태는, 모두의 손을 떠나, 흘러가는 대로 흘러갈 것이다. 혼란스러운 나날들이다.
P.S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렇게 대충 넘어가면 된다고 믿는 정부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디시에서 거리 시위에 관한 지침을 보고 있자니, 굉장히 생경하다. 남한의 모든 게시판이 시위 얘기를 하고 있다. ㄷㄷㄷ 이래도 이명박이 이길까? 어디 한번, 두고 볼 일이다.
andante
저는 해외라 싸이트들을 둘러봅니다.평소엔 주로 명품들 얘기가 오가는 한 싸이트(주로20~50대여자) 분위기를 전하자면,어머니들이 고시날짜에 많이 조급해져 있었습니다.고시되면 끝이라 인식하고 있고,내자식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시간이 없으니, 많이들 안절부절입니다.시위 경험이 없는 스스로를 잘들 알고 있어서, 어떻게 해야 효율적일지를 알려줬으면 하는 바램이 큽디다.
(진중권님이 시위참석했단 글에 ,진교수께는 미안하지만 진교수님이,그 정도되시는 분이 제발 잡혀갔으면 하는 바램도 올라옵디다;;;.사실여부는 모르지만,진보신당 변호사 덕분에 잡혀가시지 않았다는 글이 있었거던요.)
이번건으로 평소에 대선때 그렇게 말해도 마이동풍이던 회원들이 조중동을 끊겠다 끊었다라는 글들이 자주 오릅니다.;;
(진중권님이 시위참석했단 글에 ,진교수께는 미안하지만 진교수님이,그 정도되시는 분이 제발 잡혀갔으면 하는 바램도 올라옵디다;;;.사실여부는 모르지만,진보신당 변호사 덕분에 잡혀가시지 않았다는 글이 있었거던요.)
이번건으로 평소에 대선때 그렇게 말해도 마이동풍이던 회원들이 조중동을 끊겠다 끊었다라는 글들이 자주 오릅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어제와 같은 토끼몰이를 당하게 될 뿐입니다.
이 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어제도 5천~1만 사이의 시민들이 있었는데 우왕좌왕하다가
슬슬 꼬리부는 잘려나갔습니다. 그리고 1000여명만 남아서 신촌 로터리에서 연좌하다
사방에 전의경들에게 포위돼서 진압당했습니다.
무슨 교육을 받았는지 몰라도 살기를 띄고 시민들을 찍어내더군요.
시위현장에서 전통적 운동권이라곤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시위대들이 '깃발'의 정치를 거부하기 때문에.
답답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시민들은 지금 겁에 질렸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이런 강경진압이 이어질 때 시민들은 더욱 더 거리로 뛰쳐나왔습니다.
일단 수라도 더 많아졌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