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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어떤 행동에 쾌락이 따르는가 혹은 고통에 따르는가 하는 것은 그 사람의 성품의 표적으로 보지 않으면 안 된다. 즉 육체적 쾌락을 멀리하고 이렇게 하는 사실 자체에 기쁨을 느끼는 사람은 절제있는 사람이요, 이에 반하여 육체적 쾌락을 멀리함으로써 괴로워하는 사람은 방탕한 사람이다. 그리고 무서운 일들을 견디면서 거기에 기쁨을 느끼거나 그렇지 않으면 적어도 고통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용감한 사람이요, 이에 반하여 고통을 느끼는 사람은 비겁한 사람이다. 도덕적인 탁월성 즉 덕은 쾌락과 고통에 관계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나쁜 일을 하는 것은 쾌락 때문이요, 우리가 고귀한 일을 멀리함은 고통 때문이다. 그러므로 플라톤이 말하고 있는 바와 같이, 우리는 마땅히 기쁨을 느껴야 할 일에 기쁨을 느끼고 마땅히 괴로워해야 할 일에 괴로워할 줄 알도록 아주 어렸을 적부터 어떤 방법으로 교육을 받아야만 한다. 이것이야말로 참으로 올바른 교육이다.”


한 평론가가 <디 워>의 서사구조를 아리스토텔레스의 용어로 비판했다 하여 그것이 적절한 일인가 아닌가를 두고 누리꾼들의 설왕설래가 있었다. 위 인용문도 그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에 나오는 것이다. 물론 이 철학자는 2천 5백년전 사람이다. 하지만 그 사실이 그의 논의가 가지는 설득력을 감소시키진 못한다. 그의 윤리학은 지난호에 인용구로 언급했던 칸트의 윤리학과 함께, 서양윤리학사의 가장 위대한 전통을 대표한다. 아직까지도.


그런데 아마도 그리스인들은 이 논의를 윤리에 국한시키지 않았을 것 같다. ‘좋은’ 문화적 컨텐츠를 보고 ‘쾌락’을 얻는다면 그 역시 ‘좋은’ 일일 테고, 그것도 교육의 역할이니까. 최근 어떤 평론가는 한 평론가의 <디 워> ‘비판’을 반박하기 위해 어느 잡지에 <타인의 취향>이란 글을 기고했다. 물론 다른 사람의 취향을 공공연히 경멸하는 건 민주시민의 자세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영화평론가의 비평행위가 곧바로 대중의 취향에 대한 경멸이 된다고 믿는 태도는 문제가 많다. 평론가의 의무 중에 다음 세대에 남길 텍스트를 선정하는 교육자의 의무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면, 그의 ‘취향’론은 교육적 관점에 의해서 거부될 수밖에 없다. 그게 아니라면, 청소년에 대한 독서지도도 ‘취향’을 무시하는 일일 터. 잊었을까봐 덧붙이자면 <디 워>는 12세 관람가였다. 게다가 현대사회는 ‘평생교육’의 시대다. 


-한윤형 (드라마틱 27호,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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