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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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가 "냉장고에 크런키 (이 초콜릿은 내가 중고등학생 시절 좋아한 유일한 초콜릿이다.)나 잔뜩 넣어줄까?"라고 얘기했을 때 나는 분명 거절의 의사를 표명했다. 그게 아니라 좀더 공식적인 선물의 형식을 취하겠다고 했을 때도 그 의사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2월 13일 저녁, 무언가 캥겼던 그 애는 나에게 이상한 얘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오빠, 이 집에 귀신이 있어."
"무슨 소리야?" (난 이런 얘기에 잘 쫀다.)
이 얘기를 듣는 데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나는 겁이 많은 남자아이인 만큼 '귀신'에 민감하다. 군대에서 귀신 얘기를 덜 들었던 것도 아니고.
"내가 요리를 하고 있을 때였어. 저 옆에서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나는 거야."
"...뭔 소리야. 넌 내일 대전 내려가지만 난 계속 혼자 자야 돼." (여전히 순진하다.)
"그게 말이야. 에에, 그래서 내가 요리를 하고 있었어. 그때 부시럭 소리를 내더니 뭔기 이상한 소리를 내더니 웬 처녀귀신이 냉장고 문을 여는 게 아니겠어! 그래서 내가 냉장고 문을 열어봤더니..."
(나는 이쯤에서 상황을 눈치채고 냉장고 문을 열었다.)
"...초콜릿이 있었더라는 개소리를 하려는 거겠지?"
"...으응."
"......죽고 싶냐?"
그게 사실이라면 난 그 처녀귀신과 친하게 지내고, 다음달에 냉장고에 사탕을 넣어야 할 판국이다. 내가 알기로 동생은 AA라는 남자와 BB라는 남자에게 초콜릿을 주기로 되어 있었다.
"...너 솔직히 말해봐. BB와 못 만났지? -_-;;"
"아냐. BB랑 못 만나긴 했지만 그 초콜릿은 미리 사둔게 아냐. 정말 오빠 주려고 산 거라구......"
정말 엄청난 신빙성이 느껴진다.
"...그래 알았다."
하지만, 내가 군인이던 06년 2월에 부대로 내게 동정성 초콜릿이라도 보낸 건 내 여동생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별 수 없이 열심히 먹어줘야겠지. 그래도 올해는 여동생말고 '동정성 초콜릿'을 보낸 사람이 또 있기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