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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양아치'의 시대에서 '건달'의 시대로?

조회 수 902 추천 수 0 2003.10.10 14:19:00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 파문 직후 쓴 글이다. 읽어보니 여기서 한 말은 여전히 지금의 내 생각이다. 진보누리의 아흐리만이 올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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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씨는 그저 '꼰대'들한테 땡깡 부리겠다고 대통령 출마 했나?"


'재신임 발언' 파문을 접하고 처음으로 든 생각이다. 노무현과 지지자들을 '철부지 젊은이'로 보는 적대자들이 그들을 심하게 흔들어 댄 건 사실이다. 거기다 대고 "내가 안하면 어떻게 되겠어?" 라고 협박을 해대니 어쩌면 지지자들의 입장에선 통쾌할 듯 하기도 하다.


하지만 정말이지 아무리 좋게 봐줘도 "쌩-날-공갈-협박"이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의 시스템 자체를 조롱하고 있는 것이다. 사춘기 청소년들이 부모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팩 내지르고 나가는 모습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 자식이야 부모가 달래줄 의무가 있다지만, 도대체 우리가 대통령을 달래줄 의무가 어디 있단 말인가.


서프라이즈에 잠시 들어가보니 벌써 이 문제로 대문에 올라온 글이 대 여섯개다. 그러나 분명히 말하건대 노대통령의 이번 행동은 그 어떤 논리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아닌 말로 인도네시아 잘 다녀와서 이 무슨 망발인가. 이 푼수-왕자병-삐짐쟁이 '어린이'가 이번엔 도대체 무슨 일로 '삐쳤단' 말인가?


뉴스의 분석을 보니 최도술 씨가 원인이라고 한다. 수십 년간 자신을 도와줬던 '은인'이 여론의 표적이 되자 마음이 상한 모양이다. 그러고보니 자신의 최측근들이 한명씩 비리의혹에 시달릴 때마다 '왕오버'를 한 기억이 난다. 지난번엔 비리의혹 사건에 연루된 '은사'를 옹호하려고 이멜을 뿌렸다가, 유인태 청와대 비서관이 "그러지 말자"고 하자, 뭐라고 그랬다더라? "넌 서울대 나와서 그렇게 야박한 거고, 난 상고 출신이라 그러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던가?


이 말의 본질은 대충 이런 뜻인 것 같다. "나 양아치 아니야. 건달이야~" 영화 <친구>의 케케묵은 대립이 여기서 재현된다. 노무현이 전형적인 경상도 싸나이라는 항간의 속설이 확인되는 듯 하다. 그것도 권력에 타락한 '경상도 싸나이'가 아니라 진짜 진짜 '의리'의 '경상도 싸나이'인가 보다. 도대체 우리 국민은 무슨 지은 죄가 있어 경상도 남성들의 문화적 지체를 돌봐줘야 하는 걸까. '양아치' 몰아내고 합리적인 시스템 만들어 보라고 사람을 뽑아줬더니 고작 대립항으로 제시하는게 '건달'?


물론 '건달'의 추종자들은 '건달'에겐 '인간적 매력'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양아치에게도 장점이 있다. 최소한 양아치는 쓸데없는 짓, 영 손해보는 짓은 안 한다. 도마뱀 꼬리를 잘라버릴 줄도 안다. 그런데 노무현은? 요새 노무현이 하는 짓 중에 쓸데있는 짓이 몇개나 있나? 조중동과 불화하면 무조건 쓸데 있는 건가?


유비는 관우가 죽었을 때 자신이 양아치가 아니라 건달임을 과시하려다가  촉나라 군사를 수십만이나 죽였다. 그래서 뭐가 생겼는데? 양아치나 건달이나 공사 구분을 못하는 건 매한가지. 우리에게 필요한 건 경상도 마초문화의 개선이나 진화가 아니라 공적 영역의 구축이다. 노무현 씨에게 '땡깡'부리려면 제발 그 동네가서 부리라고 충고하고 싶다. 그의 인격의 미성숙함은 우리 국민의 책임이 아니라 그 동네 '꼰대'들의 책임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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