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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당원교육과 기관지의 문제에 대해

조회 수 2568 추천 수 0 2011.12.07 19:44:09
요즘 기관지나 교육사업을 말하면 경기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구좌파라는 둥, 권위주의적이라는 둥, 당원을 가르치려고 하는 오만한 태도라는 둥... 그런데 이런 이야기는 불과 10년 전만 해도 '상식'에 속하는 얘기였습니다. 그리고 그 '상식' 때문에 당이 망한 것은 아니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오히려 당이 망하게 된 계기는 이 '상식'이 작동하지 않게 된 것이 원인이라고 봅니다.

저의 생각을 잘 전하기 위해서 일단 당의 위기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당의 위기는 리더십의 문제로부터 비롯됩니다. 여기에는 당적 권위와 규율에 대한 문제도 당연히 포함됩니다.

진보신당의 당원 다수가 내가 지금 왜 이 당에 속해있는지를 속 시원히 이야기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야 말로 당 조직의 리더십 부재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내가 진보신당의 당원이라는 것을 왜 잘 설명할 수 없을까요? 그것은 지금까지 이 물음에 대한 우리의 대답이 '노회찬, 심상정'이라는 키워드로 설명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당을 나갔습니다. 그렇다면 잘못된 것이 무엇일까요? 우리의 대답이 '노회찬, 심상정'이던 거기서부터 뭔가 잘못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물론 누구나 훌륭한 정치인인 노회찬, 심상정이 좋아서 당에 입당을 할 수는 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당은 이런 사람들에게 노회찬, 심상정이라는 훌륭한 사람들이 하려고 했던 진보정치가 무엇이고, 현실에서 진보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어떤 방법들이 존재하며, 다른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이런 것들을 어떻게 사고했는지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이것은 당의 사상을 일방적으로 주입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진보신당에 입당한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기회를 원했고 요구했습니다. 이것에 대한 당의 응답은 대단히 미약한 것이었습니다.

당의 권위는, 물론 유력한 어떤 명망가에 의해 형성되기도 하겠지만, 보다 일반적으로는 이러한 과정에 의해 세워지는 것입니다. 단지 기관지가 있었다면 심상정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를 사퇴하고 당 내의 상당수의 활동가들이 이로 인한 혼란에 몸을 맡길 수 밖에 없었던 사건들이 없었을 것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기관지와 당원교육에 의한 당적 권위가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었더라면 모든 사태가 그렇게 최악의 상황으로만 흘러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두 번째 당의 위기는 당원들이 공유하는 공통의 인식적 토대가 전무하다는 점에서 비롯됩니다. 당 게시판에서 줄기차게 벌어지고 있는 여러 허망한 논쟁들이 그렇습니다. 진보정당 내에 존재하리라고 상상할 수 조차 없는 주장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게시판에 오르내리는 현실의 책임은 그러한 주장을 담은 글을 쓰는 사람들만이 져야 할 것이 아닙니다. 과거 세상을 호령할 기세로 다양한 논쟁을 하던 좌파 활동가들은 이제 페이스북이나 자기 블로그에 틀어박혀 정담을 나누는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도대체 우리는 왜 이런 처지가 되었을까요?

대중정당의 시스템에서 소위 '한심한' 사람이 당원이 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러한 것은 언제나 권장되는 것입니다. 우리의 진정한 문제는 그러한 사람들이 당 내에 존재한다는 그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들의 의견을 변화시키고, 다양한 사람들에게 이러한 문제를 온전히 알리며, 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당의 바람직한 의견들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점입니다.

이것의 대안으로 홈페이지의 개편을 주로 이야기 합니다. 제 의견은 홈페이지를 백날 개편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홈페이지의 게시판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으며 여기에는 '편집권'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무조건 글 많이 쓰는 사람이 여론의 다수를 차지합니다. 당 홈페이지를 '당 기관지 홈페이지'로 변경하는 기획을 하지 않는 이상 이러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문제의 바람직한 해결책은 이러한 '돌발적인' 문제제기들이 공론의 장에서 논의되고 해소되는 과정, 즉, 매체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물론 다시 강조하지만, 기관지를 만들면 당 게시판에 늘 상주하는 사람들이 없어질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에게 없는 것은 이러한 문제제기들을 '돌발적인' 것으로 간주할 만한 일정한 '기준'과 그것을 합의할 공간이라는 것이지요.

세 번째 당의 위기는 당의 새로운 세대가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 부재하다는 점입니다. 민주노동당 시절 지금의 저와 같은 나이였던 당 내 이데올로그들이 이제 40대의 나이에 진입했지만 아직도 이들은 '젊은' 활동가들로 불리며 당 활동가의 평균 연령은 높아져만 가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 당에는 젊은 당원들이 존재하고 이들 중에는 당 내의 주요한 활동가로 성장할 수 있을만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소위 '몸빵'만 하며 자기 존재를 키워나가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한 일이 못 됩니다.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진보정당의 당적 권위, 규율, 리더십의 형성은 사람들의 관계에 의해서 형성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세계 진보정당운동사의 경험과 이론으로 만들어지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장석준, 강상구 등의 소위 당 내 이데올로그들도 젊은 시절 기관지에 글을 기고하며, 자신들의 주장과 의견을 가다듬으며 성장해왔습니다. 오늘날 미래의 이데올로그를 꿈꾸는 젊은 활동가들에게 당은 자신의 사상과 의견을 검증받을 공간과 이를 통해 앞선 세대로부터의 소중한 이론적 경험을 전수받을 공간조차 제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진보정당의 앞 날은 불 보듯 뻔한 것입니다. 이미 젊은 활동가들은 기성 세대로부터 유리되어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지고 있습니다.

저는 기관지나 당원 교육이 반드시 종이로 된 신문이나 무차별적인 지역 순회형 강연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늘 당의 사업이라는 것은 재정 여력이나 조직적 역량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요. 하지만 위에서 열거한 당 위기의 원인을 제대로 인식한다면 이러한 '취지'를 잘 살리는 사업을 기획하는 것이 한가한 일만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기관지와 당원교육의 중요성을 자꾸 되풀이 하는 이유입니다.

댓글 '9'

황상

2011.12.07 19:59:41
*.134.216.211

기관'지'라고 하니까 자꾸 종이책자를 연상하게 되어서 좀 장벽이 있는 것 같은데.. 어쨌건 '당의 구심이 되는 매체, 미디어'라는 뜻으로 쓸 수 있는 적절한 명칭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놀이네트

2011.12.08 12:54:45
*.110.78.130

잘 읽었습니다.
내용에 100% 수긍이 가진 않지만 님하가 큰스승이라는 점은 확실하군요.
저도 어린이 관련하여 우리 당의 정책이나 비젼을 채울 내용을 가지고 있으니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고 좋습니다.

24601

2011.12.08 17:40:20
*.249.146.46

전체적으로 공감합니다만, 강상구ㆍ장석준이 기관지에 기고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했다는 것은 별로 타당해 보이진 않는군요. 그리고 10년 전에도 기관지와 교육을 강조하면 구닥다리 취급받았었고요.

이상한 모자

2011.12.08 17:50:08
*.208.114.70

그러기도 했다는 것이지 제가 그들의 모든 커리어가 그것만으로 이루어졌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10년 전의 분위기와 지금 분위기가 다른 측면도 있는 것이고요.. 이런 댓글은 왜 다시는지.. 싸우자는 건가??

24601

2011.12.08 18:02:59
*.249.146.46

아, 싸우자는 건 아닙니다. ^^;; 말씀하신 당원교육과 기관지(꼭 종이 매체가 아니라)의 필요성엔 100% 동감하고요. 단, 그 사례로 강상구와 장석준을 드는게 좀 아닌 것 같아서 말한 겁니다.

안티

2011.12.08 22:57:43
*.131.60.31

안녕하세요. 지나가다가 좋은 글이어서 읽고 갑니다. 좋은 고민을 안겨주는 글인데요. 당내 리더쉽 부재가 발생시킨 여러 문제가 쏟아질만큼 쏟아진 현 상황에서 당기관지가 이 당의 당원들에게 어느 정도 권위를 가질 수 있을지 의문(라기보다 걱정?)입니다.
당기관지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당의 유력한 활동가들이 외부기고나 활동으로서 당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있었다고는 생각하는데요. 그런 활동들이 일부 파쇼(라고 생각해요, 저는)들의 일부만 따와서 왜곡하는 행위나 도돌이표를 찍는 논쟁참여로 망가질대로 망가졌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형식이든) 당기관지는 그들의 놀이감 내지 먹이감이 돼서, 당이 가져야 할 가치를 무분별하게 공격하고 왜곡하는 상황이 반복될까 걱정입니다. 일례로, 저는 진보신당이 여성주의적 정당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낙태논쟁의 구성을 참담할 정도였지요.
아무튼 당기관지라는 것이, 그들에게 또다시 평당원 민주주의라는 허울 안에서 권력자들의 횡포로 포장되어 공격받고 무너지는 상황을 생각하면 아찔하고 절망스럽네요.
제 친구가 이상한 모자님을 스승을 꼽던데 친구한테 이상한 모자님 글에 댓글 달아봤다고 자랑하러 가야 겠습니다.

이상한 모자

2011.12.09 13:19:31
*.208.114.70

그렇기 때문에 기관지를 당의 공식적인 기관이 만들어야 하고 여기에 '편집권'이 작동해야 하는 것이죠.

백수

2011.12.09 23:17:47
*.244.177.23

이런 우려야 시기상조겠고, 현재 진보신당 내엔 기관지를 선전도구로 이용할 세력이 없겠습니다만, 편집권이 정쟁에 휩쓸릴 가능성을 막을 정치가 있을까요? 늘 최악을 고려해보는게 나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야 사전에 대비도 할 수 있을테고)

이상한 부자

2011.12.10 00:58:29
*.77.151.165

편집권이 항상 정쟁에 휩싸여 있는 상태가 정상이겠죠. 그런게 없다면 그야말로 당권파의 '선전도구'인 셈이니까요. 기관지의 역할은 당원 전체적으로 합의할만한 틀을 만드는게 아닐까 싶네요. 내부에 정파가 있다 하더라도 일정한 틀 안에서 움직일 수 잇도록 편집권이 행사되어야 겠죠. 진보신당 기관지에 노무현 찬양이 실리지 않게 한다던지 이런 역할을 말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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