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타

그냥 이런 저런 얘길 떠드는 걸로 먹고 살고 있는데, 말하는 게 아무 의미가 없는데 왜 이렇게 아등바등 사는지 모르겠다. 예를 들면 아무도 내가 무슨 얘기를 했는지에는 관심이 없다. 맨날 쓰는 얘기지만, 방송 들었다는 사람들 봤다는 사람들 하는 얘기 보면 그런 느낌이다. 자기들이 원하는 얘기, 익숙한 얘기가 아니면 이해를 안 하려고 든다. 뭐 주관적인 생각일 수 있다.

분명한 것도 있는데, 이래 저래 떠들다 보면 진행자도 제작진도 말을 빨리 끝내고 다음 주제 했으면 하는 생각 뿐이다. 그런 태도를 보고 있으면 애초에 말을 그러면 왜 시키는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심지어 내가 한 얘기를 듣지 않고 있다가 그대로 반복하는 진행자도 있다. 가령 내가 “오늘은 대통령이 짬뽕을 먹었다고 합니다”라고 했는데, 바로 이어서 진행자가 “그런데 대통령이 오늘 짬뽕을 먹었다는 보도도 있지 않았습니까?”라고 하는 식이다. 열받는다. 결국 나는 그냥 그럴듯한 형식으로 시간 때우는 기계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오직 청취율과 유튜브 구독자 수, 조회 수가 모든 것의 기준이다. 입으로는 이런 저런 공자님 말씀을 얘기 해도 결국 저 숫자가 잘 나오면 아무도 문제삼지 않고, 저 숫자가 안 좋으면 군식구 취급 짐짝 취급이다. 이런 판에 굳이 무슨 의미를 담아서 말을 하려고 하는 녀석이 바보일 것이다.

어떤 분들이 방송 패널 이름을 놓고 파란색 빨간색 까만색을 칠해 놨는데 채널A 아나운서 출신도 팩트신문 대표도 파란색깔이 칠해져있다. 신한국당 공채 출신 평론가는 까만색인데 천아용인의 김용태씨는 또 빨간색이다. 이걸 들고 흔들면서 박대출 박성중 이런 분들이 이런 저런 얘기를 한다. 장담하는데 저 분들은 라디오 안 듣는다. 이 색깔 칠한 분 역시 사람들이 무엇에 대해서 무슨 말을 어떻게 했는지에는 별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나름대로는 이런 저런 것을 고려하고 또 이상한 사명감도 갖고 떠들어 왔다. 얼토당토 않은 오해도 받고 별꼴 다 보면서 그래도 그냥 의미가 없지는 않다고 생각하여 이렇게 살아왔다. 어떤 말이 문제였다고 하면 설명도 하고 사과도 하고 그럴 것이다. 그러나 쓴 책 제목에 특정 단어가 들어가는 게 문제라든지, 민노당 출신인게 문제라든지 하면 내가 뭘 어떻게 하겠는가. 뭘 그런 것을 갖고 이렇게 용을 쓰는가. 그냥 진행자가 바뀌거나 프로그램이 없어지면 끝나는 파리 목숨 인생일 뿐이다. 섭외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주 내에선 이미 없다. 모두가 자기 편이 아니라 ‘남의 편’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무슨 섭외를 왜 하겠는가. 계속 강조하지만 어차피 다 얼마 안 남았다. 돈 없으면 굶으면 되는 세상이다. 굶는 것 이미 익숙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