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얼마 전에 무슨 방송에 갔는데 할머니 화 내는 영상을 틀고는 어떻게 생각하냐, 이러는 것이었다. 여러 문제가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해야 된다 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건 쉽지 않고 피해자가 반대한다고 해서 합의도 파기했는데… 어쩌고… 그 대목에서 뭐라고 한 마디 하려다가 방송 중에 진행자 말을 끊을 수 없어 가만히 있었다. 아마도 야당 패널엔 북한 얘기로, 여당 패널(아무래도 이렇게 살다 보니 방송 나가선 그런 포지션이 된다…)엔 정의연 얘기로 균형을 맞춰보려고 한 듯 했다.

피해자가 반대하는 합의는 안 된다더니, 피해자가 제대로 자기를 대변하지 않는다잖아… 이 지겨운 얘기를 이렇게 돌리고 저렇게 돌리고.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다… 그건 맞을 수 있다. 반성해야 한다. 그런데 그 말씀 하시는 분도 10억엔 수령 거부했고 수요일 집회에도 열심히 나오셨다. 애초에 관심도 없다. 그냥… 균형을 맞춰야 되고, 까야 되니까 까고, 쉴드쳐야 하니까 쉴드치고… 지겹다.

2015년 합의의 문제는 단지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았다는 것만 있는 건 아니다. 그리고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았다’는 것에는 단체가 피해자를 대변하고 있다는 게 아니고 법적인 문제가 있다는 의미가 있다. 가령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서도 드러난 개인청구권 문제다.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합의된다는 뉘앙스 그대로 하려면 개인청구권을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건 국가나 무슨 누가 합의한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포기되는 게 아니다. 유일한 방법은 개별적으로 각서라도 받는 것이다. 뭐 각서라는 것도 나중에 아니라면 아닌 거지만.

맥락은 다 어디로 없어지고 뭔 유튜브들만 시끄럽고… 아저씨 할아버지들은 다 거봐라 하고… 보수들은 대통령이 위안부 운동 폄훼 말라고 하니 바로 무슨 우리가 회계 문제를 제기했지 언제 위안부 운동을 깎아내렸냐~~ 이러고… 방귀 뀐 놈이 성낸다더니 뭐냐?

이러면 이제 왜 쉴드치냐 이러는데, 문제가 뭔지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는 여러 글과 여러 지랄을 통해 여러 번 얘기했다. 특히 안성쉼터는 해명 안 된다고 본다. 윤미향 씨가 얘기하는 거 보고 해명할 능력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그 외에는 거의 집단괴롭힘이다. 문제의 핵심은 그런 것들이 아니다. 나 혼자만의 얘기가 아니고 아래 말씀을 봐라. 대략 틀린 얘기 없다. 마지막에 기자의, 전체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 어떻게든 윤미향 씨가 자기 먹고 살려고 운동을 이용하다 이렇게 됐다는 식의 코멘트 빼고는.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00610/101439193/1

그러고 보니 중앙일보가 다시 또 진보들이 다 갖다 해먹은 거라고 난리 난리던데, 장투닷컴에서 깃대를 사는 그 상황을 상상을 해본 일은 있나. 누굴 설득할 자신도 없고 잘 정리해서 말할 자신도 더 이상 없다.

매일 방송에서 뭘 떠든다. 보는 사람 듣는 사람으로 치면 방송의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다. 거기서 뭘 얘기하면 3초 안에 어떤 ‘성향’의 사람으로 규정된다. 진영논리를 따라가는 거 아니면 단순하게 말을 쳐내기도 어렵고 이해를 시키기도 어렵다. 다들 그림이 되는지 아니면 잘 들리는지에만 관심이 있다. 그렇게 해서는 시사평론가로 성공할 수 없다, 뭐 그딴 얘기나 한다.

내가 평론가인지 뭔지 모르겠으나 제대로 뭘 주장하려면 글로 해야 된다. 이런 얄팍한 방송 등을 보고 듣는 사람은 부지기수지만 글을 읽는 사람은 손에 꼽는다. 문제는, 양자간에 교집합도 별로 없다는 거다. 우리는 참 여러 방식으로 소외되었다. 분리되었다. 각자의 외딴 섬에 갇혔다. 페이스북 맨날 해봐야 소용도 없다는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