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아 여정아
며칠 동안 많이 얘기를 했다. 글도 쓰고… 떠들기도 떠들고… 연락사무소 폭파 그 얘기도 하고… 근데 뭐 중요하냐? 내가 얘기하는 게? 전문가라고 나오는 분들 얘기가 중요하지. 근데 또 아니야. 귀담아 듣지도 않아 전문가가 얘기해도… 난 도대체 뭔지 모르겠어 이게 다. 아무튼 어제하고 오늘 아침에 떠든 얘기 요약하면 이런 거다.
하노이 회담에 이르기까지의 협상 구도를 되돌이켜보면 북한은 핵동결과 영변핵시설 등 사찰 수용 등 비핵화의 초기 단계에 해당하는 걸 내놓고 대신 정치적으론 체제보장, 경제적으로는 제재완화를 일부 보장받겠다는 거였다. 여기서 만일 미국이 뭔가를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한다면 우리 정부가 종전선언이나 남북경협으로 보충한다는 거였는데, 지금 북한은 이 구도를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하노이 회담이 노딜이 됐고, 그렇다고 이 협상 구도가 다시 복원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남한이 자체적으로 뭘 해주는 것도 아니고… 자꾸 미국은 남한이랑 얘기하라 하고(우리가 그렇게 해달라고 미국에 요청했다), 남한은 미국 때문에 아무것도 못 한다고 하고… 그러니 이 구도를 폐기하겠다는 거다.
이 얘기를 안 그래도 북한이 여러차례 했다. 근데 우리는 계속 거기다 대고… 그래서 뭘 원하는데? 미국이랑 연결해주려고 노력 많이 하고 있어, 내가 더 잘 할게, 이랬다. 그래서 연락사무소를 부셔버리고 판문점 선언 이전으로 돌아가는 거다. 다시 얘기 못 하게. 이러면 우리도 강하게 나갈 수밖에 없고, 그러면 북한이 원하는 대로 ‘중재’는 끝난다.
하여간 결국 북미대화까지 가야 되는데, 리선권이 얘기했듯 하노이 셈법으로는 안 한다고 했으면 고전적인 벼랑 끝 전술 밖에 없다. 안 그래도 트럼프는 고립주의로 밀고 가는데 남북이 충돌하든 지지고 볶든 상관 안 한다. 괜히 끼어들어 성과도 없이 발목 잡히는 건 재선에 도움이 안 된다. 북한이 자력으로 트럼프랑 얘기를 하려면 결국 레드라인 근처까지 가야 되고, 그건 결국 핵이랑 ICBM이다. 만약에 그 근처까지 가면 트럼프는 특히 재선 국면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하기 때문에 화염과 분노가 다시 등장할 수 있다.
유일한 희망은, 아직 김정은이 뒤로 물러난 상태로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다는 거다. 수뇌들끼리의 친분을 아직도 얘기는 한다. 김정은이 테이블에 등장하는 마지막 단계에 이를 때 까지 나머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미시적인, 개별 사건들에 대한 리스크 관리 밖에 없다.
오늘 김여정의 ‘말폭탄’과 북 일당들의 발언을 이런 구도에 비추어서 해석하면 답이 다 나온다. 네깟게 뭘 아냐고, 그렇게 보실 수도 있지요. 저는 그럼 못 잔 잠이나 자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