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한 때의 열성적 진보이다 부동층으로 튕겨져나간 상태인 분과 잠시 말씀을 나누었는데 야권이 단일화를 하면 그 후보를 찍겠다는 거였다. 내가 그랬다. 그게 그렇~~~게 욕하던 비판적 지지랑 뭐가 다르냐. 그랬더니 그러는 거다. 심이 마음에 안 들어서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내가 다시 답을 했다. 당신이 뭐 좌파입니까? 사회주의 철밥통 후보 찍는 사람입니까? 이런 저런 얘기하다가 마지막으로 나온 얘기가 이거였다. 그래도 심이 마지막 소임이라는데 3%로 끝낼 순 없다는 마음도 있긴 있다…
절실함이 안 보인다는 게 이런 거다. 정말 배수의 진을 치고 이 선거 망치면 심도 정의당도 끝이다, 이런 개념이 있어야지. 그래야 하다못해 동정론이라도 등에 업지. 지금 심이 하는 선거전, 저거는 메이저 전략인데 뭔 절실함이 보이겠냐. 그렇다면 왜 절실하지 않은가? 다른 선거, 당선가능성 있는 선거를 또 나가실건가보지! 이번 선거 망해도 그게 심 혼자일지 정의당까지일지 모르지만 인생은 계속된다 뭐 이거 아니야?
재명대장이 ‘나를 위해’라는데, 더블민주당이 촛불시위 따라 춤추다가 이렇게 된 이유가 저의 신간에 다 써있다.
촛불시위의 시각에서 나라를 망친 ‘비정상’이란 보수적 정책과 사익추구의 결합인 셈이다. 따라서 이를 ‘정상화’하려면 진보적 정책과 사익추구의 방지를 결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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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 사회공공성 강화와 각자도생은 비정상화를 반대하는 맥락에서 한 바구니에 담긴 셈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으로 비정상에 반대하는 캠페인은 1차적으로 완료됐다. 그러니 사회공공성 강화와 각자도생이 함께 들어있던 바구니는 그 형태가 희미해질 수 밖에 없고, 이에 따라 양쪽이 분리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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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젊은 세대는 성장 과정에서 경쟁을 통한 성과와 보상이라는 체제를 내면화했다. 게다가 기성세대는 이런 체제의 원리를 더욱 전면적으로 세상만사에 적용하는 것이 곧 ‘진보’라는 논리를 주입해왔다. 앞서 묘사한 것과 같이 이 논리는 ‘보수’가 초래한 비정상적 이익배분 시스템이 ‘나의 이익’을 훼손하고 있다는 인식을 전제하는 것이다. 이런 인식에 따르면 ‘보수’가 만든 체제적 왜곡을 바로잡고 ‘공정한 경쟁’과 이 결과에 따른 보상이 주어지는 체제로 ‘회귀’할 수 있다면 ‘나의 이익’ 또한 정상화될 것이다. 그러나 이 서사에서 생략된 것은 여기서의 ‘나’는 경쟁이 공정하기만 하면 반드시 승리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가? 승자가 있으면 패자도 있는 법이다. 따라서 공정한 경쟁의 질서를 확립하는 게 중심인 ‘진보’와 ‘나의 이익’이 언제나 양립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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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와 각자도생이 ‘정상화’라는 한 지붕 아래 더 이상 공존할 수 없다고 하면, 갈라서게 될 둘 중 어느 쪽이 ‘정상화’의 타이틀을 가져가는지가 중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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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젊은 세대에게 가르쳐온 것은 실제로 진보가 아닌 시장원리였다. 실상 이 사회가 ‘진보’라고 불러온 이념과 사상의 어떤 덩어리들은 독재에 반대하고 개인의 자유를 쟁취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표현해왔다는 점에서 보다 엄격한 시장원리의 구현이라는 요구에 편승해 온 측면이 있다. 따라서 젊은 세대가 진보와 ‘손해’ 사이의 부조리한 연결고리를 발견한 것은 ‘정상화’의 이름을 각자도생 쪽이 가져갈 확률이 높게 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책에 이렇게 쓴대로의 결과가 ‘나를 위해’라는 재명대장의 슬로건인 것이다. 그러면 진보는 어떻게 해야 하나? 그 ‘나를 위해’에 포함되지 않는 ‘나’들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면서 그들을 대변하겠다는 행보를 적극적으로 밀어 붙이면서 그 지워진 ‘나’를 더욱 확장된 ‘우리’로 만들어 가자는 메시지를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제는 진보라는 사람들도 이런 저런 ‘나’들이 좋아할만한 얘기를 하며 윙크를 보내는 게 ‘정치’고 ‘전략’이라고 생각하는 듯 보인다.
할 말이 정 그런 것만 남아있다면, 진보를 그만하면 되는 거다.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나! 막 화를 내는 분들이 있을 거다. 여러분이 희망이다. 진보의 미래? 걱정하지마. 남아있는 사람들이 100년 내로 어떻게든 하겠지. 그러니 할 말이 더 이상 없는 분들은 진보를 그만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