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 통치의 시대
대통령이 그랬다는 거야. 공영방송을 안 봐도 수신료를 꼭 다 내야 되는 거냐? 이게… 단순한 거 같지만 엄청난 질문이야. 엄청난 철학적 배경이 있는 거라고. 예를 들어 어떤 놈이 이랬다고 생각을 해봐. 난 복지제도 수혜를 하나도 안 보는데… 세금을 꼭 내야 되나? 이게 개소리 같지? 근데 어떤 사람한테는 이게 자유민주주의겠지. 이거는 엄청난 철학 그거라고. 수신료를 일반적으로 걷지 않으면 재원은 어떻게 해? 여기도 1사1렙? 자본의 개? 근데 그렇게 할 거면 MBC는 왜 이렇게 미워해…
아무튼, 그래서 지금 국민들 의견 수렴을 한대. 뭐 수신료 징수 방식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은 있지. 옛날 방식이잖아. 오죽하면 이상한 일본인들이 NHK 개박살내는 당을 만들어. 하세요. 하시라고. 근데 이 논의의 결말은 뻔하지. 이거 갖고 막 공영방송이란… 이런 얘기 하다가 막 반발하고 이러면 노조박살~~ 이거 한 번 더 시전하고 수신료 징수 방식 개혁을 위하여 이사회를 박살내고, 사장을 박살내고, 공영방송을 박살~~ 생각해보니 굿 아이디어다. 공영방송을 박살내면 수신료 얘기는 더 이상 안 해도 되겠지.
근데 그런 맥락을 다 떠나서, 대통령이 자다가 일어나서 어느날 “근데 수신료 꼭 내야 되나?” 이래가지고 막 뭐가 굴러가고, 그 굴러가는 상황이 정책과는 별 상관도 없고, 사람들이 이게 이상하다는 생각도 안 하는 그런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을 해야 되냐? 대통령이 막 ‘건폭’ 유행어를 만들고 만족스러워 하고, 국토부 장관은 무슨 항공마일리지 얘기를 갖고 막 열내고, 건폭 때문에 집값이 오른다고 막 그러고, 은행 통신… 이거 어떻게 봐야 되나?
지난 대선 잘 기억을 해보시면 심쿵공약 소확행공약이라고 있었음. 그게 그냥 선거 전략을 넘어서서 이슈에 접근하는 방식 자체가 된 것임. 왜 이렇게 됐을까? 첫째, 큰 그림이 없어. 통치를 어떻게 해가지고 나라를 어떻게 만들겠다는 생각이 없다고. 그냥 자유민주주의 타령이랑 레미제라블로 때우면 돼. ‘비정상의 정상화’ 이거 말하면서 쳇바퀴나 굴리면 된다고. 둘째, 그럼 큰 그림이 왜 없냐? 있어봐야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야. 지금 관료들이 큰 그림 작성할 능력이 모자라서 이런 거 같나? 하라고 그러면 쟈쟈잔 다 해내지. 근데 해봐야 소용없거든. 선거전략 뭐 큰그림 쟈쟈쟌 못해서 지난 대선이 그랬겠어? 그냥 소용이 없다고 보는 거지. 소용이 없어요.
셋째, 왜 소용이 없냐? 사람들이 큰 그림 자체를 믿지 못하게 여러분들이 만들어 놨어요… 봐봐. 전 정권은 뭐 마음에도 없으면서 거창한 큰 그림 여러 개 얘기했지. 전 정권의 가장 큰 문제는 큰 그림을 내놓고 실제로는 그 큰 그림 실현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것. 큰 그림을 자기들도 안 믿어. 검찰개혁? 어떻게 됐냐! 전 정권은 이런 그림들 왜 내놨나. 보수정권에 대고 니덜끼리 해먹는다고 10년 가까이 욕하고… 탄핵을 한 이후에는 그게 또 사람들한테 먹혔거든. 그럼 지금 정권은 뭐냐, 큰 그림이란 어차피 다 사기다! 이런 여론에 편승하는 거거든. 그러니까 한 마디로 말하면 ‘자기도 안 믿는 큰 그림 말하는 녀석들’과 ‘어차피 아무도 안 믿으니까 큰 그림은 얘기 안 하기로 한 녀석들’의 어차피 똑같은 정치인 거지. 이 얘기가 더 디테일하게 저의 그 저쪽이 싫은 책을 보시면 잘 나옵니다만… 아무튼 무슨 대통령하고 장관들이 커뮤니티 게시물 올리는 것처럼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게 다 이런 영향이다 이것임.
그니까… 사람들이 이제는 무슨 얘기를 하든 다 선동이라 그러고, 선동 안 듣겠다고 막 귀 두들기면서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막 이러는 거를 중립기어라고 그런다고. 이런 세상에 무슨 얘기를 더 하는가? 오늘은 왠지 그러네… 낮에 잠만 자서 그런가… 참 이상해. 나는 잠을 잔 것 뿐인데 왜 뒷목이 쑤시지? 아무런 의욕이 없다… 의욕이 없는데도 이런 거 쓸 정도면 내가 얼마나 지금 답답한지 알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