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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엘리트주의

뉴스가 피곤해서 글 썼다

2021년 1월 8일 by 이상한 모자

한겨레21이라는 잡지에 목요일에 쓴 글.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776.html

무슨 일이 일어나면 다들 사상초유라고 하고, 세상 처음 보는 사건인 것처럼 말하고, 세상이 갑자기 최악이 된 것처럼 말하는데, 아니다. 세상은 처음부터 원래 밑바닥이었고 최악의 형태가 달라질 뿐 앞으로 단 한 발짝도 못 나아가는 것 뿐이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사당에 난입… 사상초유… 사실 따지고 보면 그렇지도 않다. 이게 뭔지 아냐? 영화 조커예요. 조커의 결론에 대해 이 블로그에 이렇게 쓴 일이 있었다.

오히려 이 영화가 동일시하는 대상은 민주당 엘리트이다. 영화의 결론은 더 이상 착한 척 하지 말자는 거다. 이유없는 저항에는 무자비한 탄압 뿐. 그래서 이 영화가 ‘정당화 해주는’ 것은 관종 조커들의 저항이 아니라 배트맨이라는 초법적 엘리트 독재 권력의 탄생, 즉 반정치주의이다. 그리고 이게 오늘날 인터넷-엘리트주의자들이 원하는 바다.

그러니까 우리는 배트맨과 조커가 서로 자리를 바꿔가며 벌이는 끝도 없는 싸움을 새로운 버전으로 다시 관람한 것에 불과하다. 하품이 나오나요? 그만합시다. 웰컴 투 고담!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배트맨, 엘리트주의, 조커, 트럼프, 트럼피즘

책을 써야

2020년 11월 9일 by 이상한 모자

얼마 전에 출판사 사장님을 만나 일본 라면과 커피를 대접 받았다. 책을 내자는 얘기를 한 게 어언 2년, 사장님은 최후통첩을 했다. 더 이상은 어렵다…

사실 나도 쉬운 상황은 아니다. 책은 사실 좀 쓰다가 몇 번 엎었다. 집중할 시간을 벌기 위해 다른 글을 좀 쉬기도 했었는데, 번번이 좀 쓰다가 처음부터 다시 쓰자는 생각이 들어 어쩔 수 없었다. 최근에는 다행스럽게도 일이 많다. 일이라는 건 많을 때 많은 거고 언제 없어질지 모른다. 그러니까, 계약금이라는 돈의 문제는 아니지만, 어쨌든 계약금을 돌려주고 기약없는 출판의 희망고문은 끝내는 게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었을 수 있다.

그러나, 왠지 이걸 마무리 해야만 한다는 그런 생각이 있다. 어쨌든 해야 할 말이 있지 않는가. 두 괴물 중 반드시 하나를 편들고 하나를 적대해야만 한다는 이 환상을 깨야 한 발짝이라도 나아갈 수 있지 않느냐는 그런 메시지를 전하려는 본격적인 시도를 뭔가 해볼 필요가 있지 않는가, 라는 이상한 소명의식에 사로잡혀…

마침 적당한 때인지도 모른다. 워싱턴 주류정치가 싫어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든 미국은, 다시 트럼프라는 아웃사이더가 싫어서 워싱턴 주류의 상징 조 바이든을 대통령으로 만든 것이다. 이건 과거에 쓴 조커라는 영화의 감상문을 한 번 찾아보시라. 귀찮지요? 링크입니다.

[월요칼럼] ‘조커’가 드러낸 엘리트 권력의 민낯

어찌됐건 책을 쓰는 일에는 다시 최선을 다해볼 생각이다. 될지 안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하루살이 같은 생활 속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오해의 근거로만 착실히 쌓여가는 현실 속에 뭔가 숨쉴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숨쉴 공간! 그렇다! 나는 내가 뭘 쓰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어쨌든 가보겠다는 것이다. 주류가 싫어서 비주류를 지지해놓고는 다시 비주류의 구호에 속았다며 주류를 지지하다가 다시 예정된 실망을 하는 이런 한심한 태도가 왜 세상을 바꾸지 못하는지에 대하여… 그리고 그게 현대민주주의 정치의 본질이라는… 이런 팔릴리도 없고 내가 쓸 필요도 없고 비웃음이나 살 주제의 책을 쓰는 게 무슨 의미인가 고민하다가도… 살기 위해서는 책을 써야만 한다. 냉소사회는 읽어봤니?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민주주의, 엘리트주의, 책, 포퓰리즘

웬 안중근

2020년 9월 16일 by 이상한 모자

이 사건은 이제 코미디의 영역으로 가는 것 같다. 개그콘서트가 망한 이유가 있어요. 나는 순흥 안씨는 또 무엇이며… 윤봉길 의사 손녀는 뭐고… 고부군수 조병갑 이런 거 또 얘기해야? 최근 이 분야의 괄목할만한 성과는 중앙일보 조강수 씨의 글인데 지난 번에 링크했지만 다시 한 번 인용해본다.

지난 24일 조연행 한양조씨대종회 부회장과 통화해 심경을 물었다.

조국을 조광조 선생에 비유했는데

“급이 다르다. 현실 정치인들이 조국을 끌어올리려고 갖다 붙인 것이다. 양측에 항의해 정식 사과를 받았다.”

이런 일은 처음인가.

“그렇다. 망발이다.”

그는 한양조씨 종중회원은 6개파 35만명이고 정암 선생은 양절공파라고 했다. 요샌 ‘n번방 사건’ 주범, 심지어 조선 좀비 드라마 ‘킹덤’의 간신까지 ‘혜원 조씨’라서 ‘조씨 전성시대 같다’고 눙쳤더니 이런 답이 왔다.

“조씨라고 다 같은 조씨인가요?”

추신. 당일 가족묘에 참배하러 갔다가 큰 충격을 받았다. 묘비명에 ‘양절공파’라는 글귀가 뚜렷했다. 내가 조광조의 직계 후손임을 이번에야 알았다.

조강수 사회에디터

https://news.joins.com/article/23764584

여당은 나라를 다스리는 일을 거의 포기한 건가? 이 사건 관련 글을 세 개나 썼다. 일주일에 한 번 쓰는 잡지 글 주제를 뭘로 해야 되나 고민인데, 일주일 내내 이 얘기 뿐이니 또 써야 할 것 같다.. 어차피 다 똑같은 내용인데… 아래는 지난 주에 낸 글이다.

엘리트의 대중 지배는 합의된 통치 방식을 대중이 수용함으로써 정당화된다. 의혹이 제기되면 물의를 일으킨 것에 일단 사과하고 수사에 적극적으로 임해 명예회복의 길을 찾겠다고 하는 것도 이런 행태의 하나다. 그러나 여당 의원들의 태도는 이런 ‘합의’가 무너졌다는 걸 보여준다. 합의된 통치가 아니라 양대 엘리트 파벌의 아귀다툼에 모든 사회적 자원이 동원되는 것이다.

…

이런 사건은 개혁이란 명분이 대립을 정당화하는 근거로만 쓰이는 현실을 드러낸다. 하지만 바람직한 것은 그 반대, 즉 개혁하기 위한 대립이다. 이걸 위해선 개혁을 위해 포기하는 것도 있어야 한다. 다 가질 순 없다. 정치적 책임이란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포기할지 정하는 게 본질이다. 여당 사람들은 정치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221.html

추가. 메이저 언론의 좀 더 진지한 접근으로 한겨레의 아래 두 글을 특별히 이어 붙인다.

추 장관 부부 중 누군가 국방부 민원실에 전화했다는 건 논외로 해도 될 듯하다. 민원을 받는 곳에 청탁할 바보는 없다. 민원실에는 청탁을 들어줄 사람도 없다. 그냥 민원 전화다.

보좌관의 전화는 문제가 다르다. 그는 집권여당 대표의 지시를 받는 신분이다. 보좌관과 통화했다는 상급 부대 장교는 수화기 너머 아른거리는 집권여당 대표 추미애를 의식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렇지 않았다면 직접 부대까지 찾아가 휴가 연장 처리를 하라고 당직병에게 지시했을까 하는 의심은 합리적이다. 보좌관의 전화는 문의도, 민원도 아닌 청탁 전화다. 추 장관이 아닌 아들이 직접 보좌관에게 전화를 부탁했더라도 상급 부대에 청탁했다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아들이 여당 대표 보좌관이라는 ‘청탁 루트’를 활용할 줄 알았다는 사실만 도드라질 뿐이다.

법적인 책임 문제는 뒤늦게 발동을 건 검찰이 따지면 된다. 그렇다고 추 장관이 지금처럼 “제가 (보좌관에게 전화를) 시킨 사실이 없다” “(보좌관에게) 확인하고 싶지 않다”라는 무책임한 태도를 유지하면 민심은 더 나빠질 것이다. 뻔히 보이는 잘못에 그저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버텨 상황을 더 험악하게 만든 경우를 우리는 너무 많이 봐왔다.

공정의 기준이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억울해할 일도 아니다. 추 장관은 검언유착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이나 인사권·감찰권 행사 등을 통해 전보다 훨씬 높은 기준을 검찰에 요구하고 있다. 중요한 기준을 엄격하게 높인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도 그러한 기준이 적용되는 게 자연스럽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62453.html

휴가를 연장하는 과정에서 보좌관이 개입했다면 군 입장에선 그를 추 장관의 대리인으로 볼 수밖에 없다. 설사 추 장관이 여기에 개입하지 않았다 해도 마찬가지다. 결과적으로 추 장관이 아들에게 ‘엄마 찬스’를 제공하려 했다는, 이른바 갑질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더욱 문제 되는 건 추 장관을 비롯한 일부 여당 인사들의 일반 정서와는 동떨어진 언행이다. 추 장관은 “소설 쓰시네”라는 거친 말로 논란을 증폭시켰고, 여당 의원들은 “카투사는 편한 군대” “국민의힘에 군대 안 간 사람이 더 많다” “제보 사병은 단독범”이라는 등의 막말로 국민 정서를 자극했다. 추 장관 아들을 안중근 의사에 비유한 여당 대변인의 궤변은 낯뜨거울 지경이다.

이처럼 ‘불법이 아닌데 뭐가 문제냐’ 식의 생경하고 뻣뻣한 대응은 자칫 진보의 오만이나 독선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거친 대응은 일시적으로 지지자들을 불러모아 위기 국면을 벗어나는 수단이 될지 모르지만 길게 보면 국민들로부터 멀어지는 길이다.

지난 주말 추 장관이 페이스북 글에 “기필코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고 적은 대목도 논란거리다. 추 장관은 검찰개혁을 흔들려는 악의적인 의혹 제기에 쐐기를 박겠다는 뜻이겠지만, 자칫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자신에게 쏠린 의혹을 피해 가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국민들은 첨예한 이슈에 대해 누가 말하지 않아도 직감적으로 사안의 성격과 무게를 감지한다. 모든 사안을 불법과 합법으로만 볼 수는 없다. 불법 여부 못지않게 소중히 여겨야 할 기준과 가치가 있기 마련이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62474.html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안중근, 안철수, 엘리트주의, 조광조, 조국, 추미애, 피플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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