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어릴 때 가난했으니까 무슨 장난감을 사도 뭔가 B급이었다. 메칸더V를 갖고 싶었는데, 윗집 아이는 색깔도 제대로 돼있고 팔다리가 모두 가동되고 방패가 발사되는 모델을 갖고 있었다. 그걸 사달라고 했는데 어머니가 사온 건 웬 족보에도 없는 분홍색 메칸더V였다. 관절도 어깨만 움직였다. 다리도 안 움직이고… 방패 발사 같은 거 없고… 만세랑 앞으로 나란히 정도나 하는 거다. 서러웠다. 근데 모든 게 그랬다. 자라면서 제대로 된, 뭔가 최대치에 이르는 물건을 사본 일이 거의 없다. 크리스마스 때도 남들은 유치원 산타클로스가 다 멋드러진 선물 줬는데 나는 별나라 손오공 그림책이나 주고 그랬다.
지금 생각하면 어머니 마음도 얼마나 좀 그랬을까 싶은데, 하여간 어린애 마음에도 좀 서러웠다.
저 사진에 있는 게 공중파 방영할 때 이름이 볼트론, 비디오로 나온 버전이 골라이온 로보트다. 원명은 백수왕 고라이온(百獣王ゴライオン)… 완구 이름이 킹라이온으로 나왔다. 저게 인기였는지 동네 아주머니들이 하나씩 사서 애들 줬다. 우리 어머니도 사왔다. 그런데 다른 집 애들 거는 사진처럼 별 그려진 벨트가 노란색인데 내 것은 빨간색이었다. 왜 그랬는지, 단지 뽑기운인지 아니면 뭔지 지금까지 미스터리였다. 오늘 왠지 답을 풀었다 생각했는데, 다시 미궁에 빠졌다.
물론 원작은 노란색이다.
다른 집 아이들은 외제를, 나는 국산 제품을 산 건가? 이 로보트 사진만 한 50개는 본 것 같다.
오늘 너무 바빴고 거의 목소리가 안 나올 지경인데 그만하고 빨리 자야겠다. 애가 성격이 소심하면 이런 거를 어른이 되어도 안 잊어 버리니 잘 생각들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