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도 불안해?
며칠 전에 용인에 가서 대학 후배들을 만났다. 지젝의 저질 농담 대상이 되기도 했던 투썸플레이스에 앉아 기다리는데 심 의원실의 신 보좌관님과 마주쳤다. 신 보좌관님은 ‘네가 왜 여기있냐’는 표정을 잠시 내비치고 이내 반갑다는 인사를 해왔다. 나는 오랜만에 뵈었는데 하나도 안 변하셨다, 요새 뉴스에도 많이 나오시고 고생 많이 하신다… 이런 얘길 건네며 화답했다. 사람이 변한다는 건 뭘까? 내가 게임 중독이 되면 사람이 변한 건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여간 이 날 만난 한 5살 아래 후배가 9급 공무원이 된지 2년 정도 됐는데, 공부를 4년 했다. 고향인 창원에서 장기간 두문불출했다. 그 고생해서 공무원이 됐지만 행복해보이진 않았다. 로또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입버릇 처럼 했다. 지금 네가 여기서 가장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 했더니 월급이 얼마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은 그럴지 몰라도 시간은 무조건 너의 편 아니냐 했더니 그건 그런데 윗세대들과 비교해서 연금도 줄고 어쩌고 했다. 그래서 헬조선에 행복한 사람이 하나도 없다, 이렇게 죄다 불행해서 어떡하나 싶다 이런 답을 하면서… 꼰대같은 사람이 되었다.
사실 무슨 말인지 모르는 바도 아니고… 다 자기가 피해자고 가장 불행한 사람인 세상사를 또 한 번 확인했다. 다들 자기 위만 바라본다. 아래를 충분히 볼 수 있으면서 외면한다. 그러다가 가끔 ‘아래’와 이해관계가 겹쳐지면 자기도 그 ‘아래’라고 한다. 이게 사람들이 말하는 민주주의고 공정성이며 세대론이다. 2010년에 보편적 복지가 흥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던 게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