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들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이거 갖고 말장난 하는데 내가 볼 때는 그냥 여태 그대로인 나라에 더 가깝다. LH 직원들 땅에다가 나무 심어 충격! 이거 1면에 사진 나오고 할때 좀 웃기다고 생각했다. 맨날 나오는 거 이제와서 뭐냐. 근본적인 얘길 해야지. 농업경영계획서에는 고구마를 심는대구선! 이런 거 뭐 일도 아니다.
민원의 최전선에서 근무하던 2009년부터 2011년까지 허구헌날 업자들이 들고 오는 게 토지거래허가신청, 농지취득자격증명 발급 신청, 지목변경 등등이다. 내가 처리하는 건 아니고, 접수를 하지. 컴퓨터 프로그램에 입력을 한다 이거예요. 근데 첨부돼있는 서류를 보게 되잖아. 그냥 다 형식적인 거야. 이 나라에 이미 경자유전은 없어! 쌀직불금 사태 몰라? 그게 왜 그렇게 됐냐구. 알면서 맨날 뭐냐, 라고 하는데 경향신문이 그래도 1면에 썼다. (다른 신문도 어딘가에 쓰기는 했다.)
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2103102100005&code=920202
링크 누르기 귀찮으니까 핵심 대목을 아래에 발췌.
1987년 헌법에 경자유전 원칙이 규정된 뒤 농지 구입 시 6개월간 거주해야 하는 의무가 부과되기도 했고, 거리에 따라 농지 취득이 제한되는 통작거리제한도 있었다.
하지만 1994년 농지법이 제정된 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거주요건, 통작거리제한이 사라졌고, 농업법인의 농지 소유 허용 범위도 확대됐다. 농지법은 이후 수차례 개정되면서 상속 예외, 주말농장 예외, 기업연구소 예외, 대학생 체험영농 예외 등 비영농인의 농지 소유를 허용하는 수많은 예외를 양산했다.
각종 예외뿐 아니라 지나치게 포괄적인 ‘농민’ 규정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행 농지법은 연간 90일 이상 농사를 짓거나, 1000㎡ 이상 규모의 농사를 지을 경우, 또는 농지에서 연 120만원의 수익을 거두기만 하면 1000㎡보다 큰 농지를 소유할 수 있는 농민 자격을 준다. 이번 LH 사태처럼 벼를 심던 논에 다년생 조경수를 심어놔도 농업경영으로 인정될 정도로 기준이 느슨하다. 농업회사 출자자 기준이 완화되면서 기획부동산업자들이 농업회사를 차려 땅을 산 뒤 지목을 전용, 지분을 쪼개 파는 사업모델을 탄생시키는 꼼수도 가능해졌다. 사실상 ‘원하면 누구나 농지를 소유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거봐 다 알면서! 옛날에도 장관 후보자님이 농지 취득하려고 나무 몇 그루 알량한 거 심어놓고 그런 거 나오고 그랬어. 물론 보상을 노린 거하고 다를 수 있겠지. 그건 좀 이따가 얘기하고.
이제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보자. 이 문제가 웃긴게 LH직원만 단속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거다. 이미 개발과 투기는 비공식적인 어떤 경제의 일부이다. 옛날에 덤프트럭 아저씨들하고 일할 때, 스데바라고 있어요. 포크레인이 땅을 파고 그 흙을 덤프한테 싣고 갖다 버리라고 하는데, 공사장에 따라 좋은 흙이 나오기도 하고 안 좋은 흙이 나오기도 하거든. 정해진 사토장이 있지만 거기까지 가는데 기름값이 너무 들어요. 그러면 흙을 암암리에 업자한테 팔기 시작해. 이게 가능한 건 덤프아저씨가 특수고용이기 때문임. 업자는 이걸로 논을 메우고 사실상의 개발행위를 하지.
이런 식으로 연결돼있는 게 덤프뿐이겠니. 하물며 덤프도 이런데… 이런 생태계가 이미 조성돼 있는데 구청 공무원이든 LH직원이든 나랏님이든 미공개정보를 어떤 식으로든 습득하면 활용하는 방식은 무궁무진하다고. 이해충돌 얘기하는데 그걸로 되겠어? 지난 번에 집값 오른다고 토지공개념 막 얘기했잖아. 지금 이게 공정을 댈 일입니까? 이 사건의 공정론에 대해선 어제 라디오에서도 얘기했지만 오늘 잡지에다가 글로 써냈어. 보고 싶으시면 나중에…
아무튼 사태가 이렇게 된 것에는 정부 정책의 측면이라는 점도 있는데, 이건 아래의 글을 보시라. 아래 글의 핵심 논지가 맞다는 게 아니고, 그간 과정에 대한 설명만 걸러서 보시라고. 제발 좀.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10310/105821292/1
또 눌르기 싫으니까 발췌할게.
국토교통부는 2014년 택지개발촉진법(택촉법)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택촉법’은 택지 개발 및 신도시 조성을 활성화하기 위해 1980년 제정됐다. 주택 수급이 어느 정도 해결된 상황에서 시대에 맞지 않는 법이라는 판단이었다. 대규모 택지 개발은 강제수용으로 원주민을 내몰고, 투기꾼의 이익만 키운다는 비판이 많았다. 인구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신도시 개발이 계속되면 구도심의 공동화와 슬럼화를 낳는다는 목소리도 컸다. 택촉법은 국회에서 관련 논의가 지연되며 살아남았지만 정부는 이후 신규 택지 지정을 사실상 중단했다. 정부 주택 공급의 방점은 대규모 택지 개발보다는 공공임대주택에 찍혔다.
신도시가 없으니 신도시 투기도 불가능했다. 특히 땅 투기 의혹이 나온 광명·시흥지구는 택촉법 폐지 방침이 나온 이듬해 보금자리주택지구에서 해제됐다. 신도시 개발을 하지 않는다는 정부 정책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었던 셈이다. 사망선고를 받았던 신도시 정책이 다시 살아난 배경에는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있다.
이 다음은 바로 민간재개발재건축 정당성 얘기로 가니까 요까지만. 우리가 봐야되는 건 이것도 공급만능론의 함정이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애초 이 정권이 처음에 들고 왔던 청사진, 민간임대시장 활성화 이게 왜 어떻게 엎어졌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또 하나 대토보상… 이건 처음부터 나온 얘기고 한겨레가 어제 잘 지적했지만 좀 더 단순하게 서술하고 있는 동아일보를 발췌인용하겠다.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10311/105821796/1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부터 신도시 토지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대토보상을 활성화하고 토지주에게 주어지는 혜택을 다양화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3기 신도시 추진 속도를 높이는 한편 현금으로 보상할 경우 이 돈이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가 집값을 자극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취지였다.
일례로 정부는 거주민에게 우선 공급권이 주어지는 택지 종류에 단독주택 용지 외 공동주택 용지를 추가했다. 거주민들끼리 조합을 꾸리는 등의 방법을 통해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 현지에 거주하지 않는 토지주에게 우선 공급되는 협의양도인 택지에 단독주택 용지 외에 아파트 특별공급 자격을 주는 방안도 도입했다.
한 토지보상 전문 감정평가사는 “토지 자체에 대한 보상액은 시세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생각보다 이익이 크지 않아 일반인들은 토지 투자를 결심하기 쉽지 않다”며 “투기 의혹이 있는 LH 직원들은 협의양도인 우선공급 택지 등 관련 규정과 정부 정책 변화를 빠르게 포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제 이 대목에 대한 서울대 인류학과… 구국학생연맹 출신 김기식 선생의 진단을 보자.
▶ 김기식 : 아니, 땅은. 잠깐 들어보시면 예를 들어서 사람들이 지금 부동산 투기를 하는 거는 토지 보상금만이 아니라 분양주택 아파트의 분양권을 얻기 위해서 지금 이 투기를 하는 거거든요. LH 공사 직원들도. 그러니까 LH 공사 같은 데가 임대아파트만 담당하게 되면 LH 공사 직원들이 부동산 투기를 할 이유가 없는 거예요. 왜냐하면 거기다 땅 사봐야 토지보상금이라는 건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 최경영 : 본인들한테 수익이 하나도 없으니까.
▶ 김기식 : 하나도 없으니까 할 이유가 없어지는 게 되니까.
▷ 최경영 : 그러네.
▶ 김기식 : 아예 LH 공사는 이제 분양 아파트 공급에서는 손을 떼고 공공임대주택 업무만 담당하도록 하면 아예 근원적으로 투기행위를 발생할 수 없게 만들어버리는 거고요.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미 주택보급률이 이렇게 높은 나라에서 정부가 공공 차원에서 분양아파트를 공급하는 방식은 아예 근본적으로 폐기할 필요도 있고요. 또 하나는 이런 겁니다. 지금 LH 공사라는 게 원래는 과거에 토지공사하고 대한주택공사가 2개가 따로 있었습니다. 그래서 토지공사가 소위 택지를 만들 수 있는 땅 매입 작업을 하고요. 그 땅 중에서 주택공사가 골라서 주택을 짓고 분양하고 공급해주는 역할을 했었는데 이게 이명박 정부 2009년에 2개를 합쳐서 지금 LH 공사가 만들어진 거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LH 공사가 처음에 땅의 매입부터 아파트를 짓고 분양하는 일까지 다 하다 보니까 여기가 정하면 그냥 무조건 이익이 되는 거죠. 그런 점에서 LH공사의 이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할 거냐. 과거처럼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로 분리해서 토지 매입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과 아파트를 짓고 그것이 임대든 공공임대든 간에 분양이든 간에. 임대든 분양이든 이거를 짓고 공급하는 조직을 분리하는 그러니까 토지 담당 업무 조직과 주택 건설 및 분양 임대 담당하는 조직을 분리하면 이런 LH 공사 시스템 자체를 아예 근본적으로 재검토 해서 조직적 대안을 만드는 것도 이참에 근본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거죠.
좋은 말씀 감사하고, 공공분양은 그만하자 이거는 일리가 있다. 근데 토지공사 주택공사 분리돼 있을 때는 뭐 사건이 없었나? 그러니까 우리는 영원히… 효율성이 필요하니까 이걸 이거랑 합치자고 했다가, 또 문제가 되면 나눴다가 이것을 계속 반복하는? 이거 참 출구가 없는 것 같고요.
분양 얘기 나왔으니까 말인데, 우리 좌파들이 맨날 그러거든. 집을 꼭 소유를 해야되냐, 나는 집값이 얼마로 떨어지든 집을 소유할 돈이 없다… 그래서 임대주택 얘기하고 막 이러잖아. 여기에 대한 미국 교수님 말씀을 봐봐.
https://sovidence.tistory.com/1137
앞에 한참 이러쿵 저러쿵 그거는 참고하시고, 마지막에 ps가 중요한데 이렇게 돼있다고.
미국에서 20세기 초반에 노동자는 집을 소유한다는 개념이 없었다. 집은 워낙 비싼 물건이라 월급으로 월세사는게 노동자의 당연한 삶이었지 자가 소유는 걍 꿈이었다. 그게 금융의 발전과 소득의 증가로, 그리고 정책적 선택에 의해서 상황이 바뀌어서 20세기 중반서부터 자가 소유가 미국의 문화가 되었다.
이게 우리 처지랑 같은 거지. 우리가 집을 소유하지 않으면 금융이 안 굴러가고, 금융이 안 굴러가면 산업이 안 되고 성장이 안 된다고. 경제적 성장을 위해서 우리는 집을 소유해야만 해. 자 여기까지 했으면, 이제 이 문제의 본질은 뭡니까? 혁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