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장이사장님이 이준석의 ‘이준석이 돌아오는 꼴 보고 싶지 않으면 윤석열 정부 여러분들끼리 성공시켜 봐라’라고 한 말에 대해 경끼를 일으킨 기록을 보았다. 그 얘기에 그런 반응 정도 밖에 안 나오는 것도 실력이다. 오히려 ‘물러나 계시고 두고 보시라, 그렇게 하겠다’고 하면 될 일이다.
사실 이준석이 저런 얘기 하기 전부터 나 같은 놈들 역시 비슷하게 말해왔다.
아래는 지난 8월 15일에 쓴 글 일부이다.
즉, 윤석열 정권과 그 주변 인물들이 여당의 내홍이라는 리스크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면 이준석 대표와는 다른 처방을 통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을 스스로 증명하면 된다. 그리고 그것은 이준석 대표의 것과는 다른, 적어도 중도적이고 국민통합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아래는 같은 날 방송에 나가서 한 말이다.
그래서 이런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분명히 윤석열 대통령이 지금 말씀하신 대로 갈등 유발적인 그런 정치가 아니고 민생과 경제를 위해서 국민통합적이고 민생,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양보할 수 있다. 이런 태도를 내비쳐야 되는데 여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게 당내 내홍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윤석열 대통령이 힘으로 짓누른다든지 이른바 당내에서 윤핵관 이렇게 불리는 사람들이 충성 경쟁을 통해서 이것을 회복하려고 한다든지 그렇게 해서는 회복되는 게 아닌 거고요. 오히려 이준석 대표가 얘기하고 있는 지금 대통령실이 뭔가 잘못 가고 있고 그것이 지지율의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그것을 바로잡으려면 당이 쓴소리를 해야 되는데 쓴소리를 하지 않고 자기를 밀어냈다 이렇게 얘기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그런 얘기가 안 맞는 얘기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 만큼 윤석열 대통령이 스스로 내가 이만큼 변화했다, 내가 이만큼 잘할 수 있다. 이걸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는 거죠. 그래서 27일날 나올 100일 기자회견의 메시지가 굉장히 중요하고 거기서 정말 국민의 기대를 다시 불러일으킬 만한 메시지가 나온다면 당 내홍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상당히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윤석열 대통령이 다른 것에 대해서는 당의 여러 가지 사정에 대해서 일일이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하지만 메시지에 대해서는 풀고 가야 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권성동 원내대표한테 메시지를 보낸 것이 공개가 돼서 논란이 된 거잖아요. 그런데 국민들 입장에서는 그 메시지는 대통령이 보낸 건데 그것이 뭐였는지에 대해서는 직접 설명을 들은 바는 없는 거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런 부분들은 설명을 하는 게 좋고 그다음에 나머지 문제들, 이준석 대표가 기자회견을 하고 책을 쓰고 이런 것들이 지금 서 교수님은 폭로성 출간이 될 수도 있고 그다음에 여러 가지 극언이나 이런 것들이 나올 수도 있다고 전망하셨지만 이게 저는 폭로라든지 국민의힘이라는 당을 이준석 대표가 망하게 한다든지 그런 데 초점이 맞춰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렇다기보다는 아젠다 세팅을 하겠다는 거거든요. 그리고 그 아젠다를 중심으로 해서 당이 어떤 전략을 취하는 게 더 좋은가를 중심으로 지금 주장하겠다는 거에 가까워요, 이준석 대표의 얘기는. 그런데 그 주장을 하면서 여러 가지 이준석 대표 스타일의 여러 가지 정제되지 않은 이런 표현들이 아마 나오겠죠. 그런데 그런 거에 일일이 반응할 필요는 없고. 이준석 대표가 중도층을 잡아야 되고 스윙보터를 잡아야 되고 젊은층을 잡아야 된다고 얘기하는 것 자체는 틀린 얘기는 아니지 않습니까?
다만 그 방식에 있어서는 이준석 대표의 전략이라는 것도 갈등유발적인 전략이거든요. 방향이 다를 뿐인 거지. 그래서 제가 볼 때는 오히려 이준석 대표 변수에 대해서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나서가지고 풀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보기보다는 윤석열 대통령이 훨씬 더 포용적으로 가더라도 중도층 잡을 수 있다는 그런 정권의 흐름을 스스로 창출하면 되는 거죠. 그런 점에서 보면 지금 다소 주호영 비대위도 그렇고 대통령실의 분위기도 그렇고 9월, 10월달에 국정감사라든지 그다음에 검찰수사라든지 굉장히 이전 정권이나 민주당 인사들에 해당하는 여러 가지 변수들을 놓고 상대편 때려가지고 우리 편 단결시킨다는 그런 전략을 상정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하는 언론의 지적이라든가 전망이라든가 평가들이 나오고 있는 거거든요.
그런 것들은 여전히 갈등유발적이고 혼란을 초래하는 그런 방식의 전략인 겁니다. 그런 식으로 해서는 오히려 이게 상관없어 보이지만 이준석 대표와 계속 저렇게 가는 것에 대해서는 대비효과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부분에 대해서 포용적으로 가는 전략이 필요한 건데. 그런 전환을 할 수 있느냐가 굉장히 관건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날만 얘기한 게 아니고 계속 주장해왔다. 아래는 8월 8일에 쓴 글 일부이다.
이준석 대표의 저항은 본격화될 조짐이다. 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선 그러한 저항을 주변화하고 비대위를 통해 지도부를 안정화시켜야 한다. 그런데 비대위 활동 기간을 놓고 벌써부터 힘겨루기 양상이다. 비대위가 언제까지 활동하느냐에 따라 9~10월 전당대회냐, 내년 1월 전당대회냐의 시점이 갈리고 여기에 국회 내외와 내각에 걸쳐 있는 당권주자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비주류 일각에선 이준석 대표의 반발이라는 변수를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내부 갈등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안정화는 당분간도 어려운 것이다.
여당이 유일하게 믿는 구석이 ‘이재명의 민주당’이라는 점은 앞으로도 갈등의 한가운데에 서는 국정운영이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임을 예고한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분위기는 ‘어대명’을 넘어 ‘확대명’이 되고 있다고 한다. 이재명이냐 아니냐 외에는 별다른 쟁점이 없어 이러한 상황은 충분히 예고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재명 대표가 탄생하면 더불어민주당은 검경수사에 전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고, 그것은 ‘검수완박’ 국면에서 여당이 얻었던 효과를 발휘할 거라는 기대의 근거가 될 거라는 전망이다.
검경수사에 대한 이재명 의원의 대응은 문제라고 본다. 오히려 빠른 결론을 요구해야 할 때에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전당대회 개입설 등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원 및 지지자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중도층에서 볼 때는 ‘떳떳하지 않다’는 태도로 비춰질 수 있고 이는 전당대회 이후 민주당에 대한 평가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은 양당 정치가 서로를 비난하면서 서로에 대한 반대전선만으로 정치적 위기를 돌파해 나가는 전형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구도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이 이미 커질 대로 커진 상황이라는 걸 인식해야 한다. 악순환을 먼저 끊는 쪽이 장기적으로 승자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정권으로서는 바닥까지 내려온 지금이 오히려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기회를 잡은 것일 수도 있는 거다.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지 지나가면 소용없다. 취임한 지 얼마나 됐다고 그러느냐는 볼멘소리도 있지만 초반이기 때문에 매몰비용이 크지 않다는 장점을 잘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8월 1일에 쓴 글의 일부이다.
물론 어떤 상황에서든 이준석 대표는 정치적 영향력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전당대회에서 자기가 원하는 리더십의 대표가 당선되도록 하는 정도의 노력은 멈추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일본 정치에서 말하는 ‘야미쇼군’이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사태는 장기간 친이, 친박으로 나눠 다퉜던 보수정치가 본격적인 계파 갈등의 국면으로 다시 들어왔다는 걸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전반전이야 지지율 20%대라고 해도 여전히 ‘그립’을 쥘 힘이 있는 대통령에 가까운 쪽이 이길 수밖에 없지만, 후반전으로 들어가면 그 반대편에 섰던 사람들에게 기회가 주어질 확률이 높아진다.
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서 이게 바람직할까? 그렇지 않다. 과거와 같은 계파 대립은 실패한 정권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단기적으로는 당내 대립이 불가피하더라도 일정 시간이 흐른 후에는 안정적 국정운영이 가능한 체제를 구축하는 건 그래서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필요한 건 명분을 취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해야 할 일을 하고 여당은 이를 뒷받침하는 모습이 중요하다. 그래야 갈등이 주변화된다. 여기서 중요한 건 ‘해야 할 일’을 무슨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냐이다. 보수정권이니 보수정치적 지향을 가져야 하겠지만 적어도 그것은 국민을 편가르는 것이거나 일방적으로 밀어 붙이는 통치여서는 안 된다. 그걸 잘한다고 여길 국민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여당이 최근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해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에서 여당의 메시지는 구태한 것들뿐이었다. 경찰국 신설 논란은 이전 정권에서 승진한 경찰대 출신들이 부풀린 것이며, 경찰위원회는 사상이 불순한 민변 출신들이 장악했다는 주장이 그렇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 강경진압을 사실상 주문한 것이나 언론노조가 공영방송을 장악해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태도가 반대파들에 명분을 안겨줄 뿐이다.
언론 보도를 보면 대통령 주변에선 모처럼의 휴가 기간 동안 구상을 가다듬고 여권 전반에 걸친 인적쇄신과 조직개편을 도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모양이다. 중요한 건 방향이다. 국민 여론을 통합해 위기에 대응하고, 그걸 위해 모든 것을 양보할 자세가 돼 있다는 걸 보여주는 국정운영으로 바뀌어야 한다.
물론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도 통합적 리더십의 가능성을 보여준 일이 없다. 그래서 기대할 게 없다는 체념도 나오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5년은 길고 지지율 20%대 정권은 모두에게 불행이다. 이걸 방치하는 건 무책임이다. ‘심리적 무정부’ 상태가 계속되어선 안 된다. 대통령의 인식이 바뀌어야만 한다면, 그걸 바꾸도록 할 책임도 집권 세력에겐 있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이 애초에 중도화 전략으로 가야 길이 있다는 얘기는 저만 하는 얘기가 아니다. 대부분의 제정신 박힌 평론가들이 다 한 말씀이다. 그럴려면 다들 들고 일어나서 석열왕을 방어하는 게 아니고 그런 방향으로 가겠다는 비전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가령 조금 전 올라온 신동아의 기사 같은 걸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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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열왕 쪼대로 해서 문제인 걸 이준석이든 뭐든 다른 데다 책임을 떠넘겨선 안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