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열받아 죽겠네 진짜 그만 진정하고. 너무 열받아서 그런지 어제 안경을 벗는데 안경 다리가 부러졌다. 다른 건 없고 그냥 안경을 벗는 동작을 한 것 뿐이다. 그런데 다리가 부러지다니… 가뜩이나 눈이 안 좋은데 안경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당장 안경점으로 달려갔다.

안경점 아저씨는 친절했다. 날 ‘민하씨’라고 불렀다. 보통 안경점에 가면 오른쪽 눈의 시력측정이 잘 안 된다. 다들 고개를 갸우뚱 한다. 오른쪽 눈은 지멋대로다. 어떤 때는 초점이 맞고 어떤 때는 맞지 않는다. 수시로 그런다. 요즘은 비문증도 심해졌다. 시력측정이 잘 되겠는가? 걱정이 컸다.

예상대로 안경점 아저씨는 당황했다. 어떻게 해야 되나 막 그러더라. 하지만 금방 이성을 찾고, 몇 번의 재검사를 하고 나서 언제나 듣던 얘기를 했다. 난시가 심한데 지금 쓰는 안경에 난시 교정이 덜 들어가 있다… 맨날 이 얘기를 하는데, 그래서 새로 맞출 때마다 난시 도수를 올리거든. 아무튼. 좀 호소를 했다. 오른쪽 눈이 초점이 잘 안 맞아요… 그럴거다 라면서도 하시는 말씀. 그런데 조절력은 좋고 수정체도 아주 깨끗하네요! 흠… 난 조절력에 큰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아무튼 큰 돈을 쓰고 난시 도수를 올린, 테가 메탈 소재인 안경을 착용하니 조금은 시원해진 느낌이 들었다. 이제 오른쪽 눈 초점도 잘 맞겠지… 기대를 했는데, 지금 이거 쓰는데 초점 안 맞음… 안 되는 구나… 나이를 먹었구나… 이렇게 나이를 먹을 동안 뭘 했으며, 진보는 왜 이렇게 됐으며…! 그만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