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세라는 것이 입금되었다. 사정 좋은 이들의 한달, 천박한 세상의 기준으로 별볼일 없는 이라면 두 달 일해 벌 돈이다. 이런 일은 이제껏 없었다. 어차피 여러분이 보실 때에는 한철장사 같은 거겠지만, 관심 가져주시고 언급해주시고 사주시고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평일에는 하루에 4시간 이상 자는 일이 거의 없다. 화요일을 제외한 나머지 날들은 늦게 끝난다. 낮에는 잘 잘수가 없다. 자고 일어나면 두통이 심하다. 그러니 밤에 빨리 자야 한다. 이제 뭐가 덧나면 잘 낫지 않고, 눈도 잘 보이지 않는다. 자는 것만이 살 길이다.
그런데 오늘은 이런 저런 생각에 더욱 잠을 이루기가 어렵다. 지난 세월 뭘 했나, 난 뭘 하고 있나… 그런 거. 얼마 전에 김선생님과 인터넷 방송을 함께 했다. 끝나고 집에 가면서 그냥 말했다. 요즘에 제일 많이 하는 생각이 ‘왜 이렇게 됐나’, ‘왜 이렇게 사나’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그러게 말입니다.
이제 진보라는 사람들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 정의당을 뭐 어떻게 하자는 건지도 잘 모르겠고. 뭔 라디오 프로에 중궈니횽이랑 갑자기 사퇴마니아 정모님이랑 나와서 입씨름을 벌이는데 왜 저러나 이해가 잘 안 되고… 혹시 나 빼고 자기들끼리는 말이 통하나? 찬반을 떠나서 말이다.
그래도 옛날에는 소속감이 있었어요. 여기서 소속감이라는 거는 당원이라거나 뭐 그런 멤버십을 말하는 게 아니고, 우리는 진보니까 대체적으로 이런 입장을 가져야 돼… 이런 거 있잖아. 당원이든 아니든. 더블민주당에 박용진 씨는 당적과 관계없이 이 바운더리 바깥으로 나가면서부터 진보가 아니게 된 거지. 근데 특별히 어딜 나간 적도 없는데, 진보들을 하나로 묶는 울타리 같은 게 점점 희미해지면서, 각자 막 사방으로 튀어 나가는 거야. 이거는 변절이라거나 이런 거하고는 또다른 개념이라고. 그래서 점점 더 말이 안 통해.
근데 사람들이 답답하고 그러면 다시 모여서 얘기도 하고 뭐 그러면서 태세를 가다듬고 할텐데, 이게 더 답답한 거는 SNS라는 게 있거든. 여기서 지 잘난 얘기 누가 쓰면 댓글 달고 좋아요 누르고 이러면서 자기들끼리 뭔가 소통을 하고 뭔가에 합의를 하고 행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근데 이 짓을 10년 넘게 하면서 아직도 몰라요… 그거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걸… 그냥 친구 쇼핑 팔로잉 쇼핑 좋아요 쇼핑 같은 건데… 사람들이 막 좋아하니까 쓰는 사람도 자기가 뭘 한다고 생각해. 다 쓸데없다니깐.
님들이 SNS에서 열심히 읽고 퍼다 나르고 좋아요 눌르고 댓글 단 그 수많은 얘기들 중에 지금까지 기억나는 게 몇 개나 되는지, 그 중에 지금 당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건 또 몇 개인지 한 번 세보시오. SNS 활동은 뭐가 될 수가 없어. 그냥 뭔가를 발산하고 표현하고 뭐 똥 싸지르고 하는 수단일 뿐이지. 동물들이 모여서 서로 털 골라주고 뭐 그런 거 비슷한 거지.
야 그럼 이렇게 다 망했는데 뭘로 진보할래, 그렇게 물으신다면, 건 모르지요. 내가 걸 모르니까 이렇게 살고 있지. 그걸 모르니까 왜 이렇게 됐는지도 모르지. 단 하나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아주 질려버렸어. 이념 노선 철학에 질린 게 아니고, 사람들의 그 얄팍함에 질려버림. 꿘이라고 뭐 다르겠어? 사람 사는 게 다 똑같지.
이렇게 뇌까리면서도, 어디 방송 같은데 나가서 가뭄에 콩나듯 진보는 어떻게 해야 되나요 라는 질문이 나올 때, 역시나 민주당과의 관계를… 블라블라 이런 얘기나 해야 하는 신세다 이것이다. 민주당과의 관계 밖에 할 말이 없을 때… 그것이 벌써 망한 증거이지. 자기가 뭔지는 설명을 못하고, 자기 묫자리는 어디여야 한다 이거만 갖고 승부보려고 하는 게 다 망한거지 뭐냐.
물론 뭐 나도 조금 정도는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요. 그래서 책도 쓴 거 아니냐. 관심들 없겠지만. 야 그러고 보니 이거, 책으로 시작해서 책으로 끝나는 얘기가 됐네. 다시 잠을 청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