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쳐버림

아이패드를 이용해서 한바닥 썼는데 잠시 다른 것 보다가 사파리의 메모리 리프레쉬 때문에 다 날아갔다고 하면 믿어지나? 역시 제 때 OS 업데이트를 해야 한다.

몸도 마음도 지쳤다는 그런 얘기였다. 이런 때에는 사소한 것도 못 참고 사소한 것에 상처를 받고 그런다. 진짜 너무 지쳤다.

얼마 전에는 f-story라는 이상한 이름의 카페에 갔는데, 주문을 못 알아 먹는 거였다. 밀크티 한 개, 아메리카노 두 개요 했는데 다시 한 번 말씀해주시겠어요? 란 말이 돌아왔다.

말을 못 알아듣는 것은 익숙하다. 소음성 난청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웅성댄다든지 저음이 웅웅 난반사된다든지 하는 장소에서 대화 상대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한다. 특정 크기 특정 높이 특정 주파수의 소리가 안 들린다. 굳이 표현하자면 “가나다라마바사”라는 말이 “ㄱㄴ다ㄹㅁㅏㅂ사”로만 들리는 느낌이다.

이어폰과 합주가 원인이라고 생각하는데, 특히 합주는 하다 보면 남들이 다 시끄럽다고 할 만큼 볼륨을 올려 놓고도 스스로 모르는 일이 많다. 베이스와 드럼 소리들에서 기타 소리를 구분해 내는 게 어렵다. 좁은 공간에서 드럼이 꽝꽝 울리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여튼 말을 못 알아 들으면 보통 상대들은 그걸 왜 못 알아 듣느냐는 듯한 짜증스런 표정을 짓는데, 하도 그러니까 이제 익숙해졌다. 입술을 읽으려고 노력하면서 청각장애인들의 심정을 아주 약간이나마 체감한다.

아무튼, 다시 한 번 말씀해주시겠어요 하기에 밀크티 한 개 아메리카 두 개요 했다. 그랬더니 아메리카노요? 하는 거였다. 그래서 다시 밀크티 한 개 아메리카노 두 개요 했다. 그랬더니 또 한 개요? 한다. 그래서 또 밀크티 한 개 아메리카노 두 개요 했다. 그랬더니 막 신경질을 내면서 포스기에다가 밀크티 한 개 아메리카노 한 개를 입력하는 거였다. 그래서 아메리카노는 두 개요 했는데, 짜증을 내면서 카드를 긁더라. 너는 소음성 난청이 있든지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거 같다고 하려다가 말았다. 전에 온 손님이 스트레스를 줬거나 그랬겠지. 나중에 차를 가져다 줄 때도 빨리 안 받고 뭐 하느냐는 투였다. 이 카페 장사 잘 되나? 완전 f-story다. 다신 안 갈 거다.

이런 식으로 앙심 품어서 좋을 것이 없는데… 사실 사람들에 대한 기억은 온통 앙심 투성이다. 그것부터가 잘못됐다. 다들 자기들 좋은 데 이용하려고만 든다. 어른이니까 그런 일도 인정하는데, 정확히 뭘 원하는지를 모르겠다. 말을 해봐야 소용이 없는 것 같다. 기대하고 실망하고의 영원한 반복이다. 아예 처음부터 기대를 하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점점 태도가 방어적이 돼간다. 늙는 것이다.

사람들을 대하는 게 너무 어려워서 이제는 처음 보는 상대에게 무슨 성격장애가 있을지부터 생각한다. 아예 책을 산 적도 있다. 상처받기 싫어서 정신병 탓을 하는 건가? 탓? 척과 탓? 우울증인가? 우울증인 마음의 감기라고 했다. 별것도 아닌 병이라는 게 아니고, 그냥 그렇게 갑자기 오고 간다는 거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내 인생이 쓸모가 있었으며 좋겠다는, 도착적인 욕망에 사로잡혀 있지만 실제로는 모든 사람에게 무가치할 뿐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누구의 무엇도 되지 않는 삶! 저술가? 평론가? 내일도 털보아저씨 방송은 조국들이겠지. 이 염병을 그만해야 한다. 그만하자! 떠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