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방송을 하는데 진행자가 물었다. 조성은씨 이 발언 어떻게 생각하냐? 내가 뭐라뭐라 답을 하니 진행자는 “조성은과 박지원의 회동 사실을 안 이상 뉴스버스도 보도하지 않았을 수 없었을 것”이란 취지의 얘길 했다. 정리하면…
1) 조성은이 “9월2일이라는 날짜는 우리 원장님이나 제가 원했거나 제가 배려받아서 상의했던 날짜가 아니거든요”라고 했다.
2) ???
3) 그러나 뉴스버스는 조성은과 박지원의 회동 사실을 안 이상 자체적으로 보도 시점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당연하다.
여기서 2)에 들어갈 자연스러운 말은 뭘까? “조성은의 말은 조성은과 박지원이 뉴스버스에 특정 보도 날짜를 요구했음을 증명한다”일 것이다. 근데 사전에 그렇게 짠 일도 없고 3)을 진행자가 뭐라고 말할지 난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얘기하지 않았다. 그냥 생각대로 했다. 그래서 내가 한 얘기는 이렇다.
1) 조성은의 발언은 박지원과 논의해 특정 보도 날짜를 뉴스버스에 요구했으나 거부됐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2) 하지만 인터뷰 답변 전체 맥락을 고려할 때 “박지원과 논의하거나 특정 보도 날짜를 뉴스버스에 요구한 일이 없다”는 말을 하려던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3) 정확히 하려면 조성은 씨나 SBS(편집을 했으니까 무슨 판단으로 했는지)의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
말을 하면서도, 다들 못 알아들을 거라고 생각했다. 조성은 씨는 말주변이 없는지 입장문이라고 올린 것도 그렇고 아침 라디오 나와서 말하는 것도 그렇고 막 횡설수설하고 있는데, 저 설명을 하려고 시도하는 거라고 본다.
아무튼 저렇게만 얘기하고 끝낸 건 아니고, 이어지는 대화에서 백보 양보해서 보도 시점을 음모론적으로 해석한다고 해도 뒤늦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조작할 순 없다고 했고, 국정원장이면 처신을 신중하게 해야지 정치권 인사들 함부로 만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이미 사람들이 A는 이렇게 말할 거고 B는 이렇게 말할 거다란 선입견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A나 B가 아닌 말을 해야 한다는 게 매우 힘들다. 그 말을 해서 양쪽에서 욕먹고 이런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말 자체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에 계속 실패한다. 운명이려니 하기엔 가혹하다.
Comments are closed, but trackbacks and pingbacks are op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