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언론도 더블민주당도 백선생 추모를 한다고 하는데 뭘 추모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뭘 추모해야 되냐? 백선생님이 12살 때부터 통일운동을 했다 이런 거는 레닌이 8살 때 마르크스 원전을 깨우쳤다는 얘기랑 비슷한 거 같고… 운동의 역사성을 봐야 한다. 백선생 운동의 시작은 어찌됐든 김구 장준하 등 우파 민족주의 계열이다. 좌익은 여운형은 암살되고 박헌영 등은 북으로 가고 이러면서 남한에 사실상 없었다.
근데 또 운동이라는 건 변하는 거여서, 예를 들면 김건우 씨 저작을 보면 장준하는 애초에 김구보다도 반공주의적 인물이었다고 돼있다. 하지만 6.3 즈음에 이르러 통일론자가 된 거고 백선생과의 공통분모도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장준하는 암살당했으므로 그의 변화는 거기서 멈추었다.
백선생은 계속 나아갔다. 1987년 대선의 양김단일화 촉구 사퇴는 오늘날 보면 독자적 진보 노선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얘기로 느껴진다. 그러나 1992년 대선 완주는 그럼에도 독자적 진보를 모색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세대의 문제겠지만 당시 운동권들이 귤을 팔았다든지 부모님에게 곧 아빠가 되게 생겼다는 뻥을 치고 돈을 타냈다든지 등록금을 빼돌렸다든지 하는 얘기를 숱하게 들었다.
백선생의 이후 행로는 더 보탤 것도 없다. 애초 자기 문제의식을 지키면서도 타협하지 않고 낮은 곳으로 시선을 확장해 나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독자적 진보의 사표였다. 나는 그것을 추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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