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 기질

어제는 점심 때 일어나 바로 약속 장소로 갔다. 운동권들이 왜 모이는지 모르는 그런 모임에 간 것인데, 표 계산들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비례대표인지 뭔지… 뭐 40명씩 나왔는데 그 중에 현실적으로 누가 당선권에 들어가냐 이런 건데… 나는 뭐 별로 관계가 없기 때문에 그들이 하는 대화의 태반을 잘 알아듣지 못해 그냥 앉아만 있었다.

나에게 있어서 관심사는 눈 앞에 놓인 생선회였는데, 과연 이걸 먹고 괜찮을 것인가. 속이 안 좋은데.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하지만 좋아하는 음식이 눈 앞에 있다면 과연… 몇 점을 집어 먹었다. 초밥이라고 나온 것도 한 개 먹었다. 뭔 무침 같은 것도 몇 젓가락 집어 먹고. 매운탕도 국물 몇 숟갈 떠 먹었다. ‘몇 점’, ‘몇 젓가락’, ‘몇 숟갈’ 다 글자 그대로 ‘몇’이다. 괜찮은지 아닌지 애매한 것 같아 밥은 먹지 않았다.

아무튼 이 자리에 함께 한 정 편집장님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유튜브 콘텐츠에 최근 김 선생님이 출연한 걸 지나가듯 보았기에 어떻게 섭외했느냐 물었다. 별 답은 안 했는데, 역시 사람은 생긴대로 해야지 어쩔 수 없는 거 같다.

시키는 일을 해야 되는 팔자인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보스 기질에 끌린다. 그래서 보스 기질이 중요하다. 보스 기질이란 거는 단순하게 생각하면 자기 사람 챙기면서 나만 믿어! 이런 건데 이걸 계산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원래 그런 속성을 말하는 거 아닌가 한다.

우리 윤 총장님 보스 기질 있다 그러는데 마찬가지다. 밑에 검사들이 총장님 이거 해야 됩니다… 이거 아주 나쁜 놈입니다 그러면… 그거 확실해? 아유 확실하죠… 알았어 그럼 내가 책임질테니까 해… 이런 스타일이란 거거든. 이게 자신의 이해득실 이런 것과는 관계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따르게 되는 것이다.

보스들의 단점은 남의 밑에 있으면 꼭 사고를 친다는 거다. 검사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 요즘 유승민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 나 불출마 할테니 통합하자 한 거는 내가 그만 개길테니 우리 애들 좀 살려주시오 한 거랑 똑같은 거였다. 해피핑크당 출범할 때 안 나타났다고 불만을 드러냈니 어쨌니들 썼는데, 난 그렇다기 보다도 괜히 나타나서 안 좋은 그림 만들기 싫었다고 보는 쪽이다. 지난 주였는지 월요일이었는지 라디오에서도 그렇게 얘기했다. 실제 정병국 등이 들고 일어났는데, 그 자리에 유승민 있었다고 생각해봐. 친박이니 태극기니들이 어떻게 했겠어. 내가 유승민이어도 안 간다. 기왕 통합을 하기로 했는데… 이제와서 되돌릴 것도 아니고 들이받을 것도 아닌데…

이혜훈 문자라는 것도 그런 거다. 유승민이 김형오를 공격한 듯이들 썼지만 그거는 이혜훈을 달래는 내용에 가깝다. 내가 살려달라고 김형오한테 했으니까 너무 불안해하지 마라… 김형오 그 양반 참 이상하네… 걱정하지 말구 알었지? 이렇게 보낸 거다. 그리고 김형오한테는 제발 살려주십시오… 문자 공개되니까 전화해서 또 형님 아시잖아요 우리 식구들 좀 살려 주십시오… 보스가 불출마 하고 이렇게 식구들 구하려고 눈물 콧물 짜는 모습이 있어야 또 충성심들이 발동하는 것이다.

아무튼 보스들은 남의 밑에 있어면 뻗대서 이렇게 된다는 얘길 하려던 건데. 윤 총장이든 유승민이든 우리가 뭐를 해야 된다라는 게 있으니까 보스도 될 수 있는 거거든. 윤 총장은 검사는 어때야 된다 이게 있는 거고, 유승민도 보수는 뭐를 해야 된다 이게 있는 거지. 버니 샌더스도 그런 거 있지. 사회주의자 어쩌고 하지만 경선지니까 쿨하게 힐러리 지지해주고. 폴 크루그먼이 글 썼던데. 버니 샌더스는 사회주의자가 아니니 민주당 지지자들이여 안심하자 라고… 세상 오래 살고 볼 일…

아무튼 뭐를 해야 된다 라는 거가 있어야 된다고… 우리도 그게 있긴 있지. 근데 그걸 시작할 수조차 없는 늪에 빠져 갖고… 우울하기만 하고… 가끔 뭘 하자고는 해요. 근데 그게 결국 무슨 또 선거야. 선거를 계기로 뭐를 어쩌구 한다구. 그거 한 두 번 해보는 것도 아니고 나름 효과도 있지. 근데 끝이 좋았던 적도 별로 없고.

더 하고 싶지만 일하러 가야… 2월의 마지막 글쓰기 수업. 이 스타벅스는 왜 모든 음식류가 없어졌니. 머핀 하나 남아있어서 결국 당류 폭탄 음식을 먹고야 말았다. 이게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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