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한국 기준으로 나이를 한 살 더 먹고 이제 좀 더 성숙한 사람이 될 때이다. 그래도 유치한 질문을 떨칠 수가 없다. 지금 나는 왜 이러고 있나,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소용이 없는 일을 너무 오랫동안 붙잡고 있는 것은 아닌가. 어차피 손에 잡히는 무엇도 없는 일을…

인간관계에는 여전히 서투르다. 이제 한 살 더 먹었으니까 여전히 라는 말은 더 이상 쓰지 않으려고 한다. 오랜만에 모친과 통화를 했는데 환갑이었다고 한다. 나처럼 생년이 여러 개시라 무엇을 기준으로 따지고 있는지 잘 모른다. 아무튼 결국 돈 얘기로 갈 수밖에 없는… 그런 통화를 하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상태가 되었다.

그러다 사람의 잘못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세대의 문제인지 교육의 문제인지,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머릿 속에 박혀있다. 잘못을 하더라도, 그 순간 만큼은 다시 잘못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이해할 수 있다(물론 잘못을 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같은 잘못을 저지르는 것은 피해야 겠지만 사람은 상품이 아니고 불완전한 존재이니 같은 잘못을 또 저지를 수도 있다(물론 같은 잘못을 다시 저지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하여간 중요한 건 노력을 하는 것이다. 그저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다시는 잘못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사람과, 거듭 진심으로 결심하지만 결국 같은 잘못을 저지르게 되고야 마는 것은 질적으로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굳이 둘 중 한 사람에 기회를 줘야 한다면 후자이다. 하지만 요즘은 노력한다는 말은 안 믿는 시대가 됐기 때문에, 또 기회를 준다는 개념에 대단히 인색한 시대이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것보다는 나의 고통 나의 피해 나의 어려움을 당장 해소하는 것이 더 급한 시대이기 때문에, 이런 말 해봐야 곁눈질이나 당한다.

가장 믿기 힘든 사람은 애초에 책임지지 못할 말은 안 하는 사람이다. 잘못을 다시 저지를 것이기 때문에,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말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이것은 애초에 의지가 없는 것이다. “잘못을 안 한다고는 한 일이 없다”면서 스스로에 대한 비난을 회피하는 것보다 다시는 잘못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실패를 무릅쓰고라도 노력을 반복하는 것이 더 나은 사람이 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넓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살면서 잘못을 많이 했다. 앞으로도 할지 모른다. 아니, 앞으로도 분명히 잘못할 것이다.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그것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여전히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또 결심하면서, 더 나은 사람이 돼야 할 책임을 피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책임의 무게를 다 짊어진 채로 계속 앞으로 걸어가야 한다. 물론 책임은 쌓이면 무겁다. 그래서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비겁해 질 수밖에 없다. 깔려 죽더라도 덜 비겁한 사람이 되고 싶다. 2020년은 그런 한 해가 돼야 한다.

이제 내일 일을 준비해야 하는데… 이것도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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