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다 얘기 했잖아

가끔 사람들이 어디 글 쓰고 이런 거 보면 옛날에 나 또는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 했던 얘기거나 그랬던 거 아닌가 싶은 게 많다. 이 중에 어떤 경우는 반갑고 어떤 경우는 화가 나고 그런다. 그 차이는 어디서 왔을까 생각해봤다.

일단 생각이 같다는 게 확인되는 경우는 반갑다. 박선생님이 쓴 글 같은 경우가 그런데, 주로 이러저러하게 생각해야 한다거나 이러저러하게 하자는 투이다. 그 외에도 반가운 여러 경우가 있다. 이런 반가움을 주는 논조의 글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막 하게 된다.

반성도 좀 하게 된다. 평소에야 나름 열심히 말해왔다. 중요하지 않은 문제는 없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다”가 아니고, 반대하는 이유 자체가 중요한 문제이다 라고 나름 강조하려고 했다. 그런데 일상 생활에서는 “그게 뭐 중요하냐”고 늘 말하게 된다. 피곤해서 어쩔 수 없는 거 같다. 하여간..

그런데 “왜 안 하는지 모르겠다”는 투의 글을 보면 화를 내게 난다. 했잖아… 왜 안 했다 그래… 정치적 문제와 연관되면 화가 더 많이 나게 된다. 정치적으로 너무 소수파였는데(지금도 그렇지),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았고, 그것 때문에 내 나름의 꿈이 좌절됐다고 생각하는데, 이제와서 보니 사람들은 그때 그 소수파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도 안 하고,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똑같은 말 또 하는데 환호하고, 그런 걸 보는 기분이 아주 드럽다. 왜 환호하는지도 나름 알겠는데, 그게 의제의 파급력이 아니고 그냥 냉소사회 아니냐 라는 게 내 생각이다.

이 글을 보고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는데, 사회진보연대가 옛날에 사회연대전략 논쟁 할 때 뭐라고 했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고, 옛날에 다 한 얘기고 그 중에는 틀린 것도 있고 한 것도 사실이지만, ‘왼쪽 초심’이 아니고 ‘왼쪽’이 아예 망하고 무너진 게 문제 아닌가? 지금 정부의 우클릭 걱정하며 대중운동을 자처하는 사람들은 죽지 못해 사는 거나 비슷한 처지이다. 뭐 이 글 쓴 분도 우울과 분노 속에 글을 쓴 게 아닐까 하면서 마음을 다스려 본다.

앞에 박선생님 글의 “장기적 대처”나 “더디지만 함께”(함께란 무엇인가?)란 대목에 대해서도 나름 진보들의 고민이 과거에 있었다. 물론 이제와서는 그 얘기를 잘 안 한다. 얼마 전 어느 자리에서 포퓰리즘을 두고 엘리트가 대중을 이끄는 게 아니고 대중이 엘리트 그 자체가 되는 틀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가 우리가 말하는 진보정치의 핵심 아니겠느냐고 말했는데, 그게 문혁인데 실패하지 않았느냐는 답이 돌아왔다. 그만해야 되지 않나?

얼마 전에 술자리에서 누가 “이제 그만해야 된다”고 했는데, 순간 동감하면서도, 이미 하고 있는 게 없어서 그만 할 것도 없다는 현실에 더욱 좌절하게 되었다. 죽을 수도 없고 살 수도 없는데… 오직 끝나지 않는 고통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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