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대 존립 근거를 헌법에 넣는 것의 의미
애초 국방군 설치였던 자민당 개헌안과 비교하면 지금 하자는 건 암것도 아닌 거 아니냐, 아베는 신중한 매파이다… 이런 평가를 신문에서 보았다. 신중이라기 보다는 주도면밀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자위대 얘길 헌법에 넣는 것만으로는 별 일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이게 다른 퍼즐조각들과 하나의 큰 그림을 완성하는 순간 문제의 성격은 달라진다.
우익 입장에서 헌법 9조를 개정하는 건 어렵다. 하지만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자위대 운영 근거를 넣자는 건 우회로다. 일단 헌법에서 합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헌법 외의 부분에서 자위대가 할 수 있는 일을 군대나 다름없는 걸로 만들면 된다. 그 길은 이미 착착 진행돼왔다. 적극적 평화주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그 연장선인 ‘반격능력’의 보유는 사실상 해석개헌에 가깝다. 언젠가 아소 다로가 나치의 예를 들면서 이미 말한 바도 있다. 아소 다로의 능력은 다른 사람이 했으면 큰일이 날 말을 ‘망언’으로 보이게 함으로써 오히려 은근슬쩍 넘어갈 수 있는 얘기로 만든다는 데에 있다. 안보법제 어쩌구 하는 난리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자위대 얘기를 헌법에 넣는 건 그래서 이 모든 일의 종착점이다.
이게 용납되는가? 안 되지. 그런데, 용납이 안 되는 이유는 뭔가? 여기에 문제가 있다. 시간은 일본 우익의 편이다. 전쟁을 기억하는 사람의 층이 엷어지면 왜 일본만 보통국가가 되면 안 되는가란 의문은 커질 수밖에 없다. 대만에 경향적으로 독립을 원하는 사람의 숫자가 많아지는 것과 비슷하다. 일본의 미래 세대에게 너희는 전범이니까 특별한 취급을 해야 한다랄지 하는 얘긴 그래서 별로 소용이 없다. 그래도 지금까진 옆집 독일이는 지금도 틈만 나면 반성하고 잘 사는데 넌 왜 그모양이니 라고 면박을 줄 수 있었으나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때린 이후에는 그렇게만 말할 수도 없게 되었다.
내 생각에 보편타당하게 제시할 수 있는 유일한 논리는 이런 거다. 전세계가 모두 군축을 해야 하지 않겠어? 그래야 평화가 오지 않겠어? 너희는 과거에 뭔 일을 했든 군축을 해야 되는 나라가 이미 돼있는데 그걸 굳이 바꿔야 될 이유가 있겠어? 우리도 군축할게, 너희도 하던 거 계속 해… 그래서 우리 좌파들이 한일 간에 나아가서는 동아시아의 평화군축 세력이 손을 잡고 뭔가 연대투쟁을 해야 한다고… 내가 이런 얘기 하면 웃지? 그만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