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폐수라고 하면 왜 안되냐?
어제 정부가 자기들이 처리수라고 잠시 말했던 게 문제라면 유념하겠다고 했는데, 그러면서 핵폐수란 말은 쓰지 말라고 했다. “지나치게 자의적 해석을 하거나 국민께 근거 없는 불안감만 주는 내용은 적절치 않다”는 이유다.
첫째, 정부가 공식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중요하다. ‘오염수’가 공식 용어다. 그러므로 정부는 공식석상에서 ‘오염수’라고 해야 한다. 그러나 공무원도 사람이기에 말하다 보면 헛갈릴 수 있다. 그러니 지적을 하면 그냥 받아들이면 된다.
둘째, 그런데 언론이나 정당 혹은 단체에서 무슨 용어를 쓰든 그건 정부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처리수, 오염수, 핵폐수 뭐라 쓰든 그게 다 무슨 상관인가? 핵폐수가 왜 문제인가? 핵발전에 관계된 작업에 쓰고 남은 물인데 핵폐수라고 부르는 게 뭐 문제인가?
그러고 보면 우리 멋진 자유민주주의 국가 사람들은 다 ‘처리수’라고 쓰고 ‘오염수’라고 쓰는 건 중국이나 러시아 놈들이다(따라서 오염수 방류 반대하는 놈들은 친중이다) 라는 취지의 기사를 쓴 신문도 있었는데, 놀고 자빠졌다. 얼마 전에 네이처 인터넷 사이트에 실린 기사를 인용한 일이 있다. 거기서 “Fukushima wastewater”라고 쓴다. 내셔널지오그라피 기사도 마찬가지다. BBC 들어가서 Fukushima로 검색해봐라. 이 말 저 말 되는대로 쓴다. 당연히 wastewater도 쓴다. nuclear water도 있고 radioactive water도 있다. 뭐라고 쓰든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 되는 거다.
마찬가지 의미에서 라파엘 그로시가 water라고 한 게 그것 자체로 문제라고 생각 안 한다. 뭘 설명하러 온 건지 알 수 없어 의아할 뿐… 원전 추종자 집단이 곧 죽어도 ‘처리수’라고 쓰는 것도 문제삼고 싶지 않다. 남에게 강요만 안 하면.
이름을 뭐로 부르냐 보다 훨씬 중요한 얘기가 많다고 생각한다. 가령 ‘과학 대 괴담’의 구도는 뭘 의도하는 건가? 원전의 최대 약점은 사고나면 수습 불가라는 점이고 이거 탈원전의 가장 중요한 고리다. 그런데 오염수 방류는 사고 원전도 과학적 일상의 범주에 집어 넣는 일이 된다. 사고나도 수습할 수 있다고 하면 원전은 (어디까지나 그들 생각에) 천하무적이다. ‘과학 대 괴담’은 그 얘길 하고 싶은 거다. 양보할 수 있겠냐? 그래서 글도 좀 썼는데 내용 이해가 어려웠던 거 같다. 제목이 마치 AI의 자동 요약처럼 돼있다. 추천 제목을 적어서 보낸다는 걸 깜빡했다. 두통 때문에…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307110300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