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호소인 드립
박원순 성폭력 사건 이후 다들 무슨무슨 호소인 드립들을 치는데, 마음이 좀 그렇다. 그 사건 때도 방송에서 얘기했는데, 원래 있는 말이여 그게. 그 말을 쓰는 게 맞는지 고민도 하고 그랬지만 최소한 피해호소인이라는 말을 운동권들끼리 썼을 때는 나름대로 섬세한 맥락이 있었단 말야. 너무 처음부터 확정짓지 말자 그런 차원도 있지만… 가령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공개했다가 가해자가 법적대응 할 경우에 피해가 사실이어도 사실적시명훼 그런 걸로 털리잖아. 그런 걸 조금이라도 빠져나가보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던 거지. 거짓말 같냐? 나무위키라도 찾어봐라. 2016년에 작성된 이런 기사 같은 데도 피해호소인이라는 단어가 나오잖아. 이미 쓰던 단어고, 그런 게 나온 맥락과 이유란 게 있는 거예요.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612201431455579
내가 이거 박원순 사건 때 방송에서도 여러 번 얘기했거든? 근데 뻔히 알만한 사람들이 다들 그냥 더블민주당이 지어낸 말이라고 생각하고 믿고 그렇게 주장을 해요. 대표적으로 중궈니횽. 진짜 웃긴 사람이야. 뭐 그 외에도… 예를 들면 작년 말에 정의당에 강민진 씨가 동아일보와 한 인터뷰이다.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11218/110844855/1
―정의당도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초기에는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지칭했던데.
“그 단어가… 사실 운동권이나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많이 쓰던 말이다.” (원래 쓰던 말이라고?) “시민사회, 운동권 내에도 성폭력 사건들이 있었다. 그래서 어떤 공동체적 해결이 필요할 때 피해자, 가해자, 또 공동체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에 대한 담론들이 만들어져 온 역사가 있다. 거기서 일단 피해 사실을 누군가가 이야기를 했는데, 아직은 확정적인 조사까지는 안 갔을 때는 ‘피해호소인’ ‘가해지목인’ 이렇게 불러왔다. 민주당이 그때 처음 만든 게 아니라 그들도 운동권에 있었기 때문에 그 단어를 아는 거다.”
※지난해 7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빈소에서 당시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피해호소인에 대한 신상 털기나 2차 가해는 절대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심 후보는 올 9월 정의당 대선후보 경선 토론회에서 “피해호소인은 피해자 변호인이 등장하기 전까지 당 내에서 그렇게 정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처음부터 ‘피해자’로 불렀다.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진구 기자라는 사람이 처음 알았다는 듯이 “원래 쓰던 말이라고?”라고 반문을 한다. 이렇다니깐.
근데 진짜 어이가 없는 게 뭔지 아냐? 남인순 등 더블민주당 의원들이 단톡방에서 떠든 거 나중에 공개된 걸 보면 2차가해성으로 피해호소인이란 말을 쓰자고 한 게 또 명백하게 맞단 말이야! 그니까 여기서 이전에 운동권들이 그런 용어를 쓰는 걸로 달성하고자 했던 어떤 목적 같은 거는 그냥 다 없어지는 거지. 다 필요 없고 그냥 아 피해호소인이라는 말 쓰는 새끼들은 다 위선자들이구나… 그냥 이렇게 되는 거야. 더 항변할 말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
이게 단지 피해호소인이라는 용어와 박원순 사건에만 한정된 맥락이 아님. 비슷한 게 계속 반복돼온 게 있어. 문정권이 진보도 아닌데 왜 진보가 문정권과 함께 심판을 받게 되었느냐 하는 이유가 이런 것에 있음.
정의당이 맨날 문통과 더블민주당 들이받고 괴롭히고 막 그랬으면 달랐을까? 아니라고 본다. 그건 사람들이 보기에 선거법 개정처럼 어떤 당리당략의 차원일 뿐이다. 애초에 진보의 원조랄지 본가랄지 근본이랄지 그런 것은 더블민주당의 좌측에 있는 거고, 더블민주당들은 그냥 이미지를 갖다 쓰는 존재들이다 라는 인식이 있어야 됐던 거지. 이건 선거 또는 원내 전술이나 무슨 홍보의 영역이 아니고 근본적 차원에서 대중정치의 영역인 거다.
뭐 모르리라 보지 않고. 알아도 수단이 없는 거겠지. 그래서 미래가 중요하고 지난 대선은 그런 진보의 미래를 보여주는 캠페인을 잘 했어야 했다고 보는데 뭐 모르겠다. 잘 되겠지. 근데 아무튼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호소인 드립은 하지 않게 되었다는 말을 하려고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