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들의 계산
지난 토요일에 라디오 방송에서 한 얘기를 오늘 아침에 글로 썼다.
이른바 ‘제3지대’가 총선에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들 한다. 첫째, 하나의 조직으로 재편돼야 한다. 둘째, 기호 3번을 확보할 수 있는 숫자의 현역의원이 합류해야 한다. 정의당 상황으로 보면 그 숫자는 대략 6~7명 정도다.
시작점에서 가장 유리한 입장에 선 것은 ‘미래대연합’ 창당을 추진하는 더불어민주당 출신 3인방이다. 시작부터 현역의원 3인을 갖고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우리가 앞서가니 우리 중심으로 모이자”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 입장에서 보면 이낙연 전 총리가 시작부터 함께하는 건 메리트가 없다. 미래대연합이 ‘이낙연 신당’으로 비춰지면 확장성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낙연 전 총리는 현역의원도 아니고, 움직일 수 있는 현역의원을 확보한 상태도 아니다. 호남에서의 여론도 그다지 호의적인 것 같지 않다. 그러니 “나중에…” 라고 하는 거다.
그런데 이낙연 전 총리 입장에선 정치를 그만둘 것도 아니고 대선까지 가는 과정에 자신이 뭔가 역할을 할 거라고 생각하기에 이번 판을 그냥 무시하고 지나갈 수는 없다. 그러나 ‘현찰’은 없는 상태이므로, 판에 끼려면 실제 창당을 해서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니 독자 창당을 감행하며 “나 아직 안 죽었어!” 하는 거다.
어쨌든 속도를 내는 모양새가 뚜렷한 민주당 계열 신당에 비하면 이준석 전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은 속도조절에 가까운 모양새인데, 여기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한다. 첫 번째는 지지층의 존재이다. 다른 정당과 비교하면 이준석 전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은 뚜렷한 대중적 지지층이 있다. 이들은 개혁신당의 당원 상당수를 차지할 것인데, 이 때문에 다른 세력과의 연대 연합 논의를 이준석 전 대표 혼자서 이끌어 나가기가 쉽지 않다. 지지층을 설득할 시간이 필요한 거다.
두 번째는 여당 내 공천 파동의 가능성이다. 이준석 전 대표는 여당 내 공천 학살 등의 가능성을 시사해왔다. 이 경우 공천을 받지 못한 현역의원이 개혁신당에 추가 합류하는 시나리오가 있을 수 있다. 만일 이 규모가 충분히 크다면 개혁신당은 단숨에 제3지대 안에서의 헤게모니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어쩌면 단독으로 기호 3번을 확보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개혁신당이 누구 밑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나머지가 개혁신당 밑으로 들어가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는 거다.
이준석 전 대표는 연일 최소한 대선까지는 동행할 수 있는 세력에 동의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는데, 이는 총선 후 다시 국민의힘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개혁신당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한 목적도 있겠지만 이른바 ‘마크롱 모델’을 지향하겠다는 절반의 진심도 있어보인다. 원래 당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대선을 경유해 최소 양당 중 하나를 대체하는 세력이 되는 것을 꿈꾸겠다는 거다. 문제는 이 경우 누가 ‘마크롱’ 역할을 할 것인지의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거고, 그 경쟁이 이미 시작된 측면도 있다는 거다.
이런 조건들을 보면 일각에서 얘기하는 ‘가치관과 노선의 차이’는 오히려 통합 문제에서 핵심이 아닐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결국 누가 어떻게 주도권을 잡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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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에… 정의당. 내외의 여러 이유를 의식해… 연동형 비례제 인질로 잡고 하는 정치적 수작엔 굴하지 않는다, 선거제도 퇴행은 오직 양당 책임… 이라고 말하지 못하고 계속 방어적으로 저쪽이 우리랑 할 생각이 없어보이던데요 우리 책임 아닙니다 하는 비대위원장의 태도 내지는 처지가 안타깝다.
◎ 진행자 > 만약에 비례연합정당이 구성이 된다고 가정을 해봐요. 정의당은 상관없는 얘기입니까? 그거는 끝까지.
◎ 김준우 > 현재까지는 상관이 없는데 어제 용혜인 의원이랑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열린민주당 세 당이 원래 본인들이 개혁연합 신당을 출범시킨다고 11월 말에 발표를 했잖아요. 근데 갑자기 어제 비례연합정당을 하자라고 세 정당이 공동 기자회견을 한 거란 말입니다. 그래서 거기 백브리핑이나 이런 기사 올라온 것들을 보니 진보당 정의당 민주당 조국 전 장관까지 열어놓겠다 이렇게 얘기 하더라고요. 그래서 나머지 가치에 기반한 이야기나 구호들은 사실 저희랑 크게 다른 바는 없는데 저희랑 같이 하고 싶어 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솔직히 말씀드려서 저희가 조국 전 장관이랑 같이 하기에는 어렵지 않을까요.
◎ 진행자 > 그런 점에서.
◎ 김준우 > 그런 점에서 저희한테 다시 문호를 여는 것처럼 얘기하시다가 저희한테 이미 닫으신 게 아닌가.
(…)
◎ 김준우 > 아니 정책연대도 가능하고 후보단일화도 가능하고 그 다음에 마지막 위에 높은 단계가 현재는 합당 직전 단계가 비례 명부를 공유하는 거잖아요. 제가 한겨레21 인터뷰에서 제가 얘기한 것은 저희가 비례명부 공유하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럽다.
◎ 진행자 > 그건 아니다.
◎ 김준우 > 상당히 부담스러운데 다만 준연동형을 유지하는 병립형이 아닌 상황에서 준연동형 유지는 당연히 어떤 연대연합의 필요조건이고 그 다음에 무엇인가가 있다면 민주당에서 당론으로 접수가 된다면 우리 안에 토론을 한다라고 하는 것인데 막 물밑에서 이런 거 어때 막 이러면서 자칭 제갈량이 여의도에 몇 천 명 있지 않습니까. 그런 귀 쫑긋쫑긋하고 팔랑일 수는 없는데, 당 차원에서 어떤 제안이 들어온다면 저희가 충분히 검토해 볼 것이고 민주당이랑 왜 갑자기라고 얘기하시는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그리고 2중대야 이런 또 질문 또 우리 앵커께서 또 준비하시지 않겠습니까?
◎ 진행자 > 조금 이따 할 거예요.
◎ 김준우 > 예, 그럼 제가 말씀드리면 이번에 노란봉투법 같이 정책 공조했죠. 쌍특검법 했죠. 법안 발의는 누가 했습니까? 다 정의당이 했죠. 민주당 보고 정의당 2중대라고 하면 사람들이 뭐라고 하나요. 그러니까 저희 보고 2중대라고 얘기하는 것보다는 뭐 하는데에 집중을 해 달라. 자꾸 이렇게 낙인찍기가 저희를 항상 늘 20년 동안 괴롭히는 것 같습니다.
◎ 진행자 > 저는 지금까지 유도질문은 들어봤는데 질문을 유도하는 출연자는 또 처음 봤습니다.
평론가는 편하지? 요즘 일본 사극 계속 보는데 중반쯤 되니까 슬픈 얘기가 많다. 주인공이 우리는 이미 과거의 우리일 수가 없다라고 하고 혼자 현타와서 울고 그러는데 그게 뭔지 좀 알겠더라. 그게 한 천년 전 얘긴데 그때나 지금이나 정치라는 거는 비슷한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