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발력
오늘은 낮에 무슨 방송을 하였는데, 여기서는 상대로 국민의힘에서 오신 분이 나온다. 그러니까 지금은 오세훈 캠프이다. 신문과 방송쟁이들의 박영선 후보 초청 토론회를 보면서 무슨 얘기를 해보자는 거였다. 마침 오세훈이 안철수를 이겼으므로 사전 토크에서 발언하였다.
오세훈의 승리 비결은 국민의힘에 붙은 비호감을 LH사태가 정권심판론을 키우면서 상쇄시킨 게 오세훈 경선 승리 컨벤션 효과를 배가했고 이게 다시 선순환이 된 덕이다… 안철수의 경쟁력은 국민의힘에 비호감 딱지가 붙어 있다는 것에서 출발하는데 이 전제가 해소됐으므로 조직과 배경이 확실한 오세훈으로 쏠린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상황에서 이를 공략할 박영선의 전략은 명약관화이다. 첫째, 비호감을 다시 되살리자… 비호감의 핵심인 과거 정권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오세훈=이명박 프레임을 만들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둘째, 이걸 검증 전략으로 포장하고 정치 냉소를 유발, 정권심판으로 기울어진 중도층의 투표 유인을 날려 버린다. 셋째, 장점인 조직을 최대 가동해 빈 공간을 메꾼다. 여기에 대응하는 오세훈의 전략은 현재를 강조하는 것일 게다. 지금 이 정권에서 얼마나 살기 어렵냐? 정권심판 해야 한다. 과거와 현재의 대결. 그럼 미래가 남는데, 오세훈 쪽의 미래 전략은 심플하다. 정권교체를 위해 구태세력은 빼고 나머지가 다 모이는 선거이다, 이걸 보여주면 된다. 안철수가 꼭 필요하다. 2012년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안철수도 응할 것이다. 박영선 쪽의 미래 전략은 좀 어렵다.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이력을 살려 21분 컴팩트 도시? 수직정원? KS뭐시기코인? 더 크게 가야한다. 문재인 2.0의 예고편 같은 거? 여기서 2.0이란 하던 걸 더 세게 하라는 게 아니지. 버그는 고치고. 계승할 것은 계승하고. 근데 이게 잘 안 되겠지…
여튼 이런 뭐 말같잖은 얘기 하고 토론회 시청으로 넘어갔다.
보니까 가끔 같이 방송하던 논설우원님이 의외로? 날카로운 질문을 했다. 그리고 아마도 과거에 치킨 얘기 같은 것으로 남의 인터넷 신문에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PD님… 작년에 무슨 인터뷰 편집 논란도 있고 했는데 여튼 이 분은 좀 남의 다리 긁는 얘기를… 동아일보 기자는 왜 왔는지 모르겠고…
여튼 그걸 보고 나서 진행자의 질문에 적당한 답을 스케치북에 적어 내고 뭔가를 떠드는 거였다. 점수를 줘라 하기에 70점 줬다. 숫자가 중요하냐? 뒤에 좋은 얘기 안 나올 거 같아서 좋은 얘기를 여기서 많이 해줬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얘기를 쓰라기에 이명박 썼다. 박영선은 자기가 잘한 걸 얘기할 때도 BBK 이명박… 오세훈 공격할 때도 이명박이 연상된다 이명박… 도쿄아파트 방어할 때도 BBK 이명박… 가장 아쉬운 얘기 쓰라기에 박원순 썼다. 집토끼 전략? 이 주제만큼은 아니잖아! 임종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했더니 잘 모릅니다… 뭐냐…
그 다음이 하이라이트. 박영선의 당선 가능성을 쓰라는 거였다. 잘 봐라, 상대는 오세훈 캠프에서 왔다. 그러니 당선이 안 된다고 할 거다. 그런데 패널이 둘이 나오는데 둘 다 박영선은 끝났다 이러면 되겠어? 프로정신을 발휘해 내가 총대를 메야지. 그래서 그랬다. 60%이다… 무난한 숫자 70에서 10%를 비관적으로 봤다… 앞의 전략 등을 구사해 결과가 좋으면 박빙선거. 조직력은 여당이 우위이니 승산이 제로인 것은 아니다… 란 틀에 박힌 해설.
이게 관건은 오세훈 캠프에서 오신 분이 숫자를 뭘 적어 내냐는 건데… 관계자인데 0% 써내는 거 너무 야박하게 보일 수 있어 어렵다. 10? 20? 50? 뭘 써내도 자연스럽지 않다. 이거 어렵다. 과연 저 분이 어떻게 할까… 뭘 써낼까… 결국 나온 답을 보고 무릎을 쳤다.
21%……
그 분이 그랬다. 제가 21분 컴팩트 도시 홍보 좀 해드렸습니다. 기념할만한 순발력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