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매너

일 때문에 전화가 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전에 살던 데보다 집이 넓어져서 그런가 전화가 오면 전화기를 어디다 뒀는지 찾느라 받는데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요즘들어 그 사이에 전화가 끊어지는 경우가 많은 거 같다. 전화가 울리는 시간 자체가 줄어든 기술적 문제인지, 아니면 어차피 콜백할 건데 시간낭비 말자는 마인드인지 그건 잘 모르겠다. 그런데 또 정신 놓고 있다 보면 나도 콜백을 안 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이래저래 난감하다.

좀 더 정신이 또렷했을 때에는 전화든 문자든 답을 나름대로 성실히 했는데 한 해 한 해가 갈수록 답을 잘 안 하게 되는 거 같다. 정신없이 있다보면 잊어버리기도 하고… 요즘은 선거가 끝나 이제 또 일이 없어지는 추세인데, 곧 또 다 없어질 거 같다. 그러다보니 걱정이 많고 우울하여 더 그런 듯도 하고…

나이 때문인지 수면부족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원래 그랬던 건지, 요즘 생각대로 안 되는 게 많다. 자잘한 것들이 괜히 그렇다. 전화를 받고 나서 먼저 끊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아이폰의 경우 빨간색 큰 버튼을 눌러서 끊어야 하는데 끊고 나서도 한동한 똑같은 화면이 유지가 된다. 그냥 잘 보고 있으면 되는데, 가끔 ‘잘 눌렀나?’하는 생각에 다시 한 번 빨간색 큰 버튼을 눌러보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가 통화목록에서 전에 통화했던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버리게 되는 거다. 그런 일로 순간 놀라 얼른 끊고는 문자로 ‘잘못 눌렀습니다’라고 보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오늘은 새벽에 아이폰으로 신문을 보다가 순간적으로 졸았다. 전화기가 손에서 미끄러지면서 후다닥 고쳐 잡았는데 어찌된 것인지 또 통화목록으로 들어가 남에게 전화를 걸어버린 것이었다. 4시 44분인가 그랬다. 다행히 알림을 꺼놓고 주무시는 듯 했다. 새벽인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 어차피 알림은 끈거 같으니 또 사과 문자를 보냈다. 죄송합니다…

이러한 와중에 살은 조금씩 더 찌고 있어 더욱 슬프다… 라고 쓰는 도중에도 다카페인커피를 사러 나가야 하지 않나 커피만 사야 되나 뭘 같이 살까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