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책임도 아니라는 게 진실일 때
말장난 하자는 게 아니고, 책임져야 할 사람은 늘 있지. 그게 뭐든. 그런데 실체를 따져봤을때, 일이 잘못되면 다들 할 말이 있고 다들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다고 해. 그게 변명이지만 또 따지고 보면 완전 틀린 얘긴 아니야.
오늘은 임종석 씨의 인터뷰를 봤는데, 조국 씨가 왜 장관이 되었는가 그 과정을 놓고 여러 버전의 얘기를 들어왔다. 임종석 씨의 얘기는 디테일에 있어서는 또 새로운 업데이트이다.
‘조국 사태’ 국면에서 자신이 경험한 것을 직설적으로, 격정적으로 이야기했다. 그 사건과 관련된 날짜는 물론 시간까지 정확하게 기억했다. 2019년 1월 청와대 비서실장을 사임하고 8개월쯤 지난 시점이었다.
“추석 연휴 때였는데 대통령께서 전화를 주셨어요. 제가 청와대 나오고 개인 폰으로 처음으로 주신 전화에요. 대통령께서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그러시더라고요. 30분쯤 통화했을 겁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서 말렸습니다. 지금은 국민 여론을 들어주셔야 된다, 그리고 여당과 지지자들을 설득해야 된다, 늘 어려울 때마다 국민만 보고 가자고 하지 않으셨느냐… ‘잘 참고할게요’ 그러시더라고요.”
통화가 끝난 뒤 청와대 참모로부터 다음날 청와대로 들어올 수 있느냐는 전화를 받았다. 오후 세 시쯤 청와대에 가니 민주당에서 두 명, 그리고 자신과 김경수 지사를 부른 자리였다. 대통령이 김경수는 사정이 있어 참석하지 못하는 대신 ‘여기서 물러서야 한다, 한 발 더 나가면 정쟁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의견을 전해왔다며 참석자들의 의견을 물었다. 한 시간 반 정도 이야기를 하는데 당에서 온 두 명은 집요하고 강하게 조국 장관 임명을 요구했다.
-당에서 온 두 명은 대표와 원내대표였겠군요.
“아뇨. 그 두 분은 점심 때 총리와 함께 이미 하셨더라고요. 그 자리에서 이낙연 총리만 신중 내지 부정적인 의견을 내셨고 당 대표와 원내대표는 강하고 분명하게 공식적으로 임명을 요청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지금도 그 이야기는 한 마디도 안 하는 민주당 사람들에게 욕을 해주고 싶은데 누워서 침 뱉기라서 지금까지 말을 못 한 거예요. 문재인 대통령이 결심을 못 한 가장 큰 이유가 당의 이런 요구 때문이었어요.”청와대에서 나오면서 당이 이렇게 강하게 요구하면 대통령이 조국 장관을 임명할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국에게 전화를 했다.
“지금 상황이 이러저러하다, 나로서는 이런 이유로 당신 임명에 반대했다. 그런데 대통령님은 당의 입장 때문에 당신을 시킬 수밖에 없을 거 같은데 이제 방법은 수석님이 그만두시는 거밖에 없는 거 같다. 여기서 멈춰야 가족을 지킨다, 그리고 여기서 멈추면 국민들이 또 좋은 사람 잃었다고 애석해 할 거다, 바보 노무현까지는 모르지만 전국적으로 ‘울지 마 조국’ 부대가 당신을 지켜줄 거다. 별 이야기를 다 했어요.”
조국은 장관 욕심 없다고 했다. 검찰 개혁안만 발표하고 자기 발로 걸어 나올 것이라고 했다. 그 시간이 길어야 한두 달일 거라고 했다. 임명되는 순간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진다고 했지만 조국은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대통령 개인 폰으로 문자까지 보냈지만 결국 조국 장관 임명은 강행되었다. 이 사람은 몸살을 앓았다고 했다. 자신이 청와대 안에 있었으면 별 짓을 다해서라도 말렸을 거지만 당이 저렇게 나왔으면 다른 의사 결정을 했을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윤석열이 조국 장관 임명을 강행하면 검찰총장직을 사퇴하겠다고 ‘겁박’한 사실도 있다고 했다.
-장관 임명을 강행하면 윤석열 총장이 사퇴하겠다고 했다는 겁니까.
“사임하겠다, 그렇게 했더라고요. 그것도 참 믿기 어려운 일인데 내부적으로 그런 일이 있었더라고요. 그런데 결국 사임은 안 하고 그때부터 정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거죠. 울산 시장 사건, 원전 수사하면서 마음먹고 정치를 시작한 거라고 봐요.”
이 내용에는 임종석 씨의 의견도 있고 사실 진술도 있는데 분리해서 이것 저것 따져보면 사실을 표현한 것에 대해서는 특별히 거짓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얘기를 안 한 거는 있겠지. 나는 당시에도 조국 법무부 장관은 안 된다고 글을 썼고, 이후에도 이 정권의 실패는 조국 임명부터 시작된 거라고 여러차례 말해왔다. 민주당 쪽 사람들은 그간 털보스토리로 일관하다 지난해 정도에야 사과하지 않았느냐 라고 얘기를 했는데, 그 때마다 내가 한 얘기가 있다. 조국도 피해자라는 둥, 한 일에 비해 과도한 비난을 받은 것도 사실이라는 둥, 죄가 있느니 없느니 이런 얘기는 이제 필요 없고 그만해라… 유권자가 정치권력에 조국 문제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거는, 조국 씨와 친인척들이 진 죄들 자체에 대한 사과가 아니고(그거는 조국 씨 일가가 하면 된다), 조국을 장관으로 임명한 그 결정에 대해 사과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그걸 사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니까 정치적으로 책임을 진다라는 거는 그런 거야. 정말로 누구의 책임도 아닐 수 있어. 그거는 책임을 진다라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거지. 오늘도 검수완박 뉴스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한다. 수요일인지에 그랬다. 첫째, 한동훈 씨가 억울한 것과 별개로, 그런 식으로 입장 낼 거면 사표내라. 둘째, 민주당은 검수완박 해봤자 변하지 않는다는 인상만 줄 뿐이니 그만둬라… 그러나… 사람들은 누가 이런 소리를 하면 그냥 상대편 얘기라고 생각한다고. 그러니까 최악의 경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