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의 시대
엊그제 SBS 논설위원님이 쓴 글을 읽으며, 가슴이 너무나 답답했다.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6756446
중간에 등장하는, 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를 나눠 놓은 도표는 한숨만 나온다.
https://img.sbs.co.kr/newimg/news/20220519/201665757.jpg
이 글의 가장 나쁜 점은 쓴 사람도 이게 어느 정도는 웃긴 얘기란 걸 안다는 거다. 그래서 그 도표에 ‘※이 표는 학술적 분류가 아니라 국내 현실 정치가 두 단어를 이용해왔던 행태에 따른 분류입니다.’란 단서를 붙여 놓았다.
첫째, 과연 문정권이 결과의 평등, 차등 최소화, 분배 중시 등에 얼마나 노력했는지 의문이다. 둘쨰, 노력을 했다고 본다 하더라도 그건 ‘민주주의’를 내세운 것이나 ‘자유’를 빼려고 한 것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 지금 이 구도가 웃긴 것은 글에서 ‘민주주의’라고 적어 놓은 부분을 ‘사회주의’로 바꾸면 과거 누구누구는 사회주의다 라며 뒤집어 씌울 때 매일 되풀이 하던 레파토리와 완전히 같아진다는 것이다. 결국 하고 싶은 얘기는 그거 아니냐. 결과적으로 민주주의는 자기를 ‘자유민주주의자’라고 지칭하는 세력의 것으로 그 한도가 오히려 좁혀진 것이다.
마찬가지 일이 경제에서도 일이난다. 과거에 자유란 뭔가 보편적인 것이었다. 그래서 자유무역이라고 할 때는 경제와 정치가 분리된 것처럼들 했다. 정치적 차이야 어쨌든 무역은 자유롭게 하자고 해야 자유무역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자유는 국제적으로 자유주의로 스스로를 지칭하거나 그렇게 인정받는 세력의 전유물이 되었다. ‘민주주의’ 수출을 위해서라면 전쟁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미국과 홍콩을 정ㅋ벅ㅋ하고 소수민족을 탄압하는 중국, 별로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러시아가 서로 주고 받으면서 강화하는 체제가 이것이다. 이건 예를 들어 자유주의 시험을 봐서 어느 국가가 그걸 통과했는지와는 별 상관이 없는 거다. 지금 체제가 뭐든 자유주의를 자처하는 세력의 편이냐 아니냐에 따라서 자유주의 세력의 일원으로 인정을 받느냐 여부가 갈리고, 이걸 반대하는 쪽에서는 그게 가짜라고 욕하면서 자기 정당성을 찾는 거다.
그니까 이것이 자유민주주의의 시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