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한겨레의 저널리즘 책무 어쩌구 하는 좌담 기사 중 회사에서 한 얘기 중에 독자 운운 하는 얘기가 가장 거슬렸다. 대충 독자가 원하니까 이런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이런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 뭐 그런 논리인데, 물론 오직 독자 반응만 생각하고 신문을 맏는다는 얘긴 아니겠지만, 쉽게 할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건 범민주당-범개혁류가 직면한 어떤 딜레마 같아 보이기도 하는데, 저쪽이 싫어서 투표하는 민주주의에 쓴 것처럼 이런 부류들은 엘리트-기득권에 맞서 국민 시민 서민 등의 일반적 의지를 대변하겠다는 식의 인민주의적 서사로 자기 존재를 정당화해왔다. 그러다보니 독자 지지자 당원의 주장은 거스를 수 없고 떠받들어야 하는 어떤 것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의 책과 냉소사회 등에 막 쓴 것처럼 독자 지지자 당원의 목소리라는 건 돈을 낸 내가 손님이고 손님은 왕이라는 식의 소비자 논리로 대체되기 십상이다. 특히 요즘처럼 인터넷을 통해 민주주의의 수단이 확대됐다고 믿는 세상에선 이런 함정에 반드시 빠지게 된다. 그러나 이런 편리한 인민주의, 실상은 소비자중심주의가 외면하는 것은 이게 정치와 언론의 무책임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기능하고 있다는 거다.
강성지지자 어쩌꾸 하는 얘기를 할 때 늘 하는 말이다. 정치인과 정당 조직의 책임은 단지 당원의 주장을 이행하고 대변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그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것에도 있다… 그 책임을 외면해선 안 된다… 좌파적으로 말하면, 가령 마륵스가 공산당 선언을 얘기할 때 그건 자신의 정치적 후원자인 노동계급을 대변하겠다는 얘기가 아니었다. 체제를 바꿀 수 있는 것은 노동계급이라고 한 거지…
대개 이런 얘기를 하면 독자 지지자 당원들은 자신들을 가르치지 말라며 니들이 뭐 그리 잘났냐고 막 그러는데, 정치인 당료 기자가 잘나서가 아니고, 선생님들이 24시간 뉴스를 볼 수는 없는데 이 분들은 그렇게 하시잖아요… 잘나서가 아니고 그게 직업이니까, 너님들보단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을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이놈들 얘기를 좀 들어봅시다… 뭐 이런 접근을 포기하지 말아야 되는 거 아니냐.
근데 정치와 정당은 좀 이해를 할만한 대목도 있어요. 탈당하고 지지 철회하면 당장 부담으로 돌아오니까. 그런데 언론은 뭐냐? 물론 잡지는 좀 다를 수 있어. 일간지는 독자와의 갈등이 당장 내일의 생존 부담으로 돌아오는 건 아니잖아. 전화 많이 오고 욕설과 협박에 시달리고 결국 그런 문제 아닌가? 물론 그런 문제도 기자 개인으로선 심각한 일이다. 그런데 그건 또다른 조직적 대응으로 케어해야 할 일이지, 논조나 어떤 표현 수위를 조절할 건 아닌 거지.
조선일보를 맨날 욕하는데, 탄핵 국면의 행태는 인상 깊었다. 그들의 독자들도 얼마나 난리를 쳤겠는가. 물론 논조도 흔들렸던 걸로 기억하는데, 감당하지 못할 상황이 되니 일부 지면을 개방하더라. 독자제현의 글을 우리가 그냥 막 싣겠습니다… 비겁한 대응일 수도 있겠지. 그러나 기사 내용이 바뀌거나 하는 것보단 이게 낫지. 최소한 오피니언, 외부기고라는 틀로 소화한 거잖아. 뭐 암튼… 커피 마시면서 시간이 남아 몇 자 적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