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없는 리본 달면 역적인가?
미디어오늘이라는 매체가 있다. 종종 본다. 우리처럼 언론 욕하는 게 직업인 사람들 그러니까 언론욕쟁이들은 꼭 보게 될 수밖에 없는 매체이다. 저도 유사 매체에 잠시 근무도 하고 그랬습니다만…
아무튼 딱 들어가니까 마빡에 왜 방송사 뉴스 앵커들이 검은 리본달고 있느냐, 엠비씨만 근조인 이유는 뭐냐… 이런 거를 써놨는데, 사실 근조가 있으면 있고 없으면 어떤가. 정부의 그 지침이 없다고 하면 이게 무슨 논란거리가 되겠는가. 답답하다.
그 와중에 우리 맛자랑멋자랑 황선생님 코멘트가 나오는데, 환장한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KBS 앵커와 기자들의 글자 없는 검은 리본을 패용을 두고 “정부의 지침에 따라 글자가 없는 까만 리본을 달았다”며 “KBS 종사자들은 스스로 정부의 한 구성원이므로 정부의 지침을 따라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KBS는 공영이라지만 사실은 국영이라고 스스로 믿고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겠죠”라고 주장했다.
어제 장이사장님도 그러더니 이 분도 국영 얘기를… 뭐와 뭐는 통한다더니…
나도 월요일 밤에 라디오 방송하러 갔더니 검은 리본 달겠느냐고 묻더라. 마음은 열 개라도 달고 싶었으나 정부의 방침에 대한 기사를 본 터라 그냥 안 달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걸 달고 있는 사람 마음이… 절대 참사라고 해선 안 돼… 꼭 그런 거겠어? 제가 출연하는 라디오 진행자도, 또 출연자도 그거 달고 정부의 그 방침을 비판하였단다. 정부의 방침을 비판 비난하는 것은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검은 리본을 다 숙청할 필요가 있는 거냐?
참사가 아닌 사고라고 말한 사례도 막 찾아내고 그러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사실 댓글창 이런 데서 몇 번 봤어. 이게 말하다 보면 막 섞여 나오기도 하거든. 그런데 참사라는 말 자체가 ‘비참한 큰 사고’라는 뜻이란 걸 고려하면 사고라고 말할 수도 있는 거 아니냐. 참사라고 말하는 사람한테 굳이 그러지 말고 사고라고 표현하시오 라고 하는 것은 문제지만, 사고라고 말한 사람에게 왜 참사라고 안 하느냐고 멱살 잡는다고 하는 거, 전형적인 SNS 시대의 정의구현방식이지. 넌 SNS야. 넌 완전 SNS라고. 넌 SNS 인간이야.
요약
1) 글자 없는 검은 리본 달기 -> 문제없음
2) 근조라고 써있는 리본 패용하지 말라고 강요 -> 큰 문제
3) 글자 없는 검은 리본 단 사람 적폐로 몰아 비난하기 -> SNS
1) 이태원 사고라고 표현 -> 문제없음
2) 이태원 참사라고 하지 말고 꼭 사고라고 표현하라고 강요 -> 큰 문제
3) 이태원 사고라고 말한 사람 찾아내 비난하기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