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더 정글! 아니 자팡
얼마 전 이경혁 선생의 원고 청탁 전화를 받고 딱끄띡스 오가 얘기를 하면서 아시나요 했더니 잘 모르신다고… 왜냐면 게임애호가라는 것도 기본적으로는 친미파 친일파가 좀 갈리기 때문에… 이경혁 선생은 친미파라는 거다. 이게 어디서 갈리냐면 어린 시절에 심취한 게 PC게임이냐 콘솔게임이냐이다. 콘솔은 일본이니까 아무래도 이쪽이 친일파다. 근데 저는 워낙 가난하게 자라 콘솔이 NES의 수입판인 현대컴보이 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거는 결국 기본적인 어떤 마인드 차이인 걸로… 노래도 일본 노래만 듣고 드라마도 일본 드라마만…
아무튼 이런 내가 볼 적에… 정부가 병존적 채무 인수 어쩌고라고 얘기하는 강제징용 문제 해결 방안이 확정돼가는 것은 거의 우리가 일본이 된 거나 마찬가지다 라는 생각이다. 이야… 친일파인 내가 아주 2022년도에 조국을 되찾았구만? (2023년이지… 잘못 썼네)
정부 안에 따르면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까 기본 이런 구조다. 법원 판결에 의해 피해자들에겐 일본 기업으로부터 받아야 할 돈이 생겼다. 채무관계인 것이다. 근데 정부가 기금을 만들어 이 채무를 인수해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 대신 받아야 할 돈을 갚아준다. 그러면 정부의 기금과 일본 기업 사이에 채무 관계가 생기는 거지.
그렇다면 이 기금은 일본 정부를 외교적으로 압박해 일본 기업에 대한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할 것이다. 근데 애초에 그걸 안 하려고 만든 방안이잖아. 일본 기업 자산을 현금화 해갖고 압류하고 이럴려면 애초에 이 난리를 왜쳐? 그니까 구상권 청구는 안 하지. 권리는 있지만 행사는 안 하는 걸로 하는 거지.
그러면 최소한 기금 조성에 일본 기업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책임을 지우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근데 이건 장담 못한다는 거야. 일단 한국 기업이 내는 돈으로 기금 조성을 한다고. 한국 기업이 왜? 1965년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받은 돈을 박통께서 포항제철 등에다가 투자를 하셔갖고 경제를 일으키시고… 수혜를 받았잖아! 책임져야지! 알겠어? 근데 일본 기업은 올지 안올지 몰라. 오는 방향으로 우리가 설득을 해보겠습니다 정도라고. 이게 뭐냐?
그러면 백보 양보해서, 일본 정부나 기업이 책임 인정과 사과라도 하는 거냐? 이것도 앞으로 설득을 해본대. 다만 어느 수준을 설득하는 거냐면, 일본이 과거에 밝힌 바… 고노담화나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통절한 사죄와 반성 정도 입장을 재확인하는 정도… 이게 웃긴 얘기가 뭐냐면 일본 정부가 기본적으로 담화라든가 선언이라든가 하는 거에 대해선 특별히 “계승을 안 합니다!”라고 하지 않는 한 계승을 하는 걸로 본단 말야. 그게 디폴트라고. 그니까 우리가 요구하는 바에 비추어 보면 일본 정부는 가만히 있기만 해도 사과가 되는 가성비 최고의 놀라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종합하면 뭐냐, 이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 1) 모든 것은 65년도 청구권협정으로 해소됐음 2) 당시 강제동원령은 적법 3) 사과는 이미 많이 해서 더 안함… 전부가 관철되는 거다. 오히려 일본이 지금 그런다는 거 아냐. 당신들 안은 괜찮은 거 같은데 근데 님들은 늘 골대를 옮기잖아… 이거 불가역적인 거 맞지요? 이런대잖아. 그러면 여기가 일본이지 한국이냐?
저는 한일이 사이좋게 지내야 하고 언제까지나 과거에 매여 살 순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임. 그러나 이런 해결책을 전혀 인정할 수 없는데, 한미일의 전쟁놀이를 하기 위해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피해 사실을 철도 레일 위에 떨어진 짐짝으로나 취급한 결과이기 때문. 전 정권이 우리 별것도 없는 놈들의 여러 불행을 수단화했다면, 이 정부는 그것조차도 아니고 그냥 치워야 될 장애물로나 생각하는 거야. 모든 영역에 대해서 그래. 이태원 참사도 마찬가지지. 참을 수 있겠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