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하는 대통령
어제 정치하는 대통령이란 말을 조선일보에서 보면서 처음 한 생각은… 놀구들 있다… 지금 이렇게 해놓구선 뭔 정치하는 대통령이냐…
정치를 하겠다 하니까, 그간 정치가 실종됐다 하던 사람들 입장에선, 그래 정치하십시오 하게 되는 게 있는데, 애초에 정치를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는 게 중요하다. 각하, 정치란 게 뭡니까? 사실 윤통이 해온 것도 다 정치다. 정치 없는 정치… 자기는 나라를 다스리는 대통령인척 하면서 정치는 여당이 하는 그림을 만들지만 실제로는 자기가 정치를 하는 효과를 포기하지 않기 위해 체리따봉 공세와 일상적 비대위, 김기현의 비극을 연이어 만든 거 아니겠나.
근데 뭔 새삼스럽게 정치하는 대통령이냐. 내가 이걸 보면서 뭘 연상했냐면, 옛날에 여기 진보쓰에 운동 말고 정치하자는 분들 있었다. 운동 말고 정치! 그럼 운동은 정치가 아닌가? 그렇진 않지. 운동을 포괄하는 정치가 있는 거고, ‘운동이 아닌’ 뭔가를 추구하는 정치가 있는 거지. 그리고 대개 ‘운동 말고 정치!’라는 구호는, 물론 다 그런 건 아닌데, 대개는 어떻게 됐냐면… 우리가 특정한 맥락에서 ‘정치’라고 부르는 무언가의 기술적 측면으로 경도되는 걸로 결론이 났다고. 예를 들면 정의당이 조국과 선거법을 맞바꾸는 그런 느낌. 여기서는 그러한 도의 끝이 지금 이준석과 함께 있는 분들인 거 같고… 그러니까 흔히 저 녀석 저거 정치하네, 그렇게 말할 때의 ‘정치’는 어떤 느낌이냐. 어떤 영리한 술수를 통해서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어 나가는 일련의 기술적 조합에 가까운 거지.
지금까지 윤통의 발언이나 통치 스타일을 보면 정치에 대해 어떤 깊숙한 이해를 바탕으로 정립된 가치관을 갖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래서 “난 이제부터 정치하는 대통령이 될 거야!”라고 했을 때의 그 ‘정치’라는 것의 맥락도 앞서 속류적 차원의 ‘정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그건 기껏해야 ‘정치하는 대통령이라고 스스로를 칭하는 정치’라는 차원이랄까? ‘정치하는 대통령’이라는 워딩을 조선일보에 흘려 놓고 기자가 그것에 대해 물으면 함박웃음 지으면서 설명하는 게 그런 거지. ‘정치하는 대통령’이 진짜로 되는 게 목적이라기 보다는, 그렇게 말했다는 걸 보여주는 게 목적인 것, 그리고 그건 결국 ‘정치 안 하는 정치’하고 크게 다를 것도 없다는 것.
그런 식의 도구적인 술수로서의 정치라는 게, 가령 이런 거지. 공식 라인을 통한 체계적인 의사 결정이 아닌 내가 마음에 드는 사람 혹은 믿는 사람 위주로 의사 결정을 하고, 총선 패배로 자세를 낮추는 시늉을 하지만 실제로는 그걸 통해서 주류 세력 내외의 리스크 관리를 하고, 그러면서 동시에 민심을 듣는다는 핑계로 ‘용산로펌’을 100명 짜리로 만들어서 법적 대비를 하고, 의견을 듣겠다며 홍준표를 만나 차기 대선 구도를 ‘관리’하는 게 아니라 구도에 ‘개입’하고, 여당은 또 장악하고… 이게 정치냐? 이건 ‘정치하는 대통령’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정치를 냉소하는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지.
재미있는 건 그런 속류적 차원의 ‘정치’ 개념을 이 정권의 영혼을 나눠 갖는 삼두마차인 윤, 김, 한이 모두 공유하는 거 같다는 거. 그러고보니 동아일보는 대놓고 이제 비선을 김여사 측근이라고 쓰더라. 아래는 오늘 사설 일부.
정식 라인은 경위를 잘 모르는 의사 결정이 이뤄질 경우 ‘비선 라인’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최근 김건희 여사와 가깝다는 참모들로 인해 빚어진 ‘박영선 총리-양정철 비서실장’ 언론 보도 소동이 단적인 사례다.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40422/124604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