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활란 문제 등에 대하여 방송에서 한 말

아침에 티비 방송국에 갔는데 “어떻게 보시냐”며 묻는 거였다. 뭐 뻔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지만, 그래도 다음의 요지로 얘기했다.

이건 델리케이트한 문제다. 김활란은 논란의 인물이다. 자신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접대나 시중 등으로 표현되는 방식으로 주변 여성 인맥을 활용했다. 오늘날의 시각에서 ‘성접대’로 표현할만한 일이 있었다는 근거는 없다. 그러나 특정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다룰 수 있다. 여성성이 부적절하게 동원된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의 후보 발언은 이런 차원에서 나온 게 아니라, 다분히 흥미 위주의 심지어 여성혐오적 맥락에서 나왔다는 느낌마저 든다. 선거를 앞둔 상황이다 보니 논란을 일으킨 쪽이나, 문제를 제기하는 쪽이나, 이걸 이슈로 소비하는 쪽이나 모두 본질에는 관심이 없는 거 같다. 나중에라도 진지한 논의를 이어가야 할 대목이라고 본다.

이렇게 얘기했는데 당연히 뭔소린지 알아듣는 분위기는 아니고, 상대 패널로 나온 분은 역사학자가 근거도 없는 주장을 했다며 그저 분노했다.

저녁 때는 라디오 방송국에 갔는데 김준혁 양문석 문제를 거론하며 “선거에 얼마나 영향이 있겠느냐”고 묻는 거였다. 그래서 양문석보다 김준혁 문제가 영향이 더 있을 거 같다고 했다. 선거공학으로 보면 이대 출신이라는 거는 엘리트 집단이고 표심에 조직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민주당이 더 의식하지 않을까 라고 했다. 그에 비해 양문석 문제는 오늘 보니 수성구새마을금고가 대출 자체는 문제없이 실행됐으나 주택 구매용으로 쓴 것에 대해 취소를… 까지 얘기했는데 갑자기 진행자가 “그럼 지금까지 우리가 들은 건 위조라든지 하는 건 가짜 뉴스란 말씀이세요?”라면서 눈을 부라리는 거였다. “그건 정확하게는 또 확인이 필요한 거죠”라고 말했는데, 진행자가 흥분해서 자꾸 무슨 얘기를 하는 바람에 뒷얘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은행은 자기가 잘못한 게 없다는 취지 아니냐”라고 하기에 그렇다고 한 후 아무튼 판단할 여지가 남았는데 선거일 전에 결론이 나진 않는다는 차이가 있어서 아마 안고 갈 거라고 급하게 마무리를 했다.

그랬더니 상대 패널로 나온 분이, 물품구매계약서나 이런 건 위조가 확실한데 양문석 사례가 문제가 없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또 분노하는 거였다. 그렇게 또 다음 주제로 넘어갔다.

다시 한 번 강조하는데, 애초 질문은 “선거에 얼마나 영향이 있겠느냐”였다. 내 답은 “지금까지는 양문석보단 김준혁이 영향 있을 것”이다. “양문석은 문제없다”가 아니다. 만일 재반론 기회를 줬으면 이렇게 말했을 거다. 그러니까 은행은… 대출 일으킬 당시에 사업자등록증 등의 위조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텐데(사업자번호란 게 있으니까), 그런 건 문제가 없었다는 거다. 물품구매계약이나 이런 것의 위조 여부는 그때는 알 수 없었을 수 있다. 그 정황에 대해 확인하려면 결국 수사를 해야 되는 거고, 그러면 민주당도 여론이란 차원에서 대응 방법이 없지 않다는 얘기. 여기서 ‘대응방법’이란 가령 당선되면 불체포특권 포기 이런 얘기를 한다든지 이런 거다. 집 팔고 시세차익 포기하고 대출 갚겠습니다 하는 거랑 비슷한 거지.

여기서 그러면 또 그 얘기 할텐데, 그런다고 해결됩니까! 그럴텐데, 당연히 해결은 안 되지. 그런데 다시, 애초 질문이 뭐였다? “선거 영향 있겠느냐”… 선거 여론에 어떻게 대응할 거냐의 얘기잖아… 윤석열 전공의 만나라는 얘기 하는 거나 똑같은 거다(오늘 아침 티비에서 만나야 한다고 했다). 만난다고 해결되냐? 해결 안 되지. 근데 그런 야리카타라는 게 있다 이거 아니냐…

방송 편하게 하려면 그냥 여기도 저기도 다 사퇴하세요 하고 넘어가면 된다. 근데 진행자가 ‘성접대’라는 말은 아예 쓰지도 못하게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