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한 일사부재의
다들 일사부재의 얘기 하더라. 일사부재리라고도 하고. 뭐면 어때. 근데 제가 늘 강조를 하지요? 욕할 때 맞는 얘기로 욕해야 한다… 맞는 얘기로 욕을 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그냥 뭐 반대한다고 무작정 아무 말이나 막 하면 되냐?
더블민주당 당헌 개정 그거 반대다. 수십번은 얘기했을 듯. 근데 중앙위에 안건 다시 올린다는 거는 별 문제 없어. 오늘 라디오 방송에서 그 얘기 좀 했는데 반만 얘기해서 다시 정리함.
먼저 일사부재리란 뭐냐? 그건 판결을 얘기하는 거야. 지금 판결 얘기하는 건 아니지? 이건 일단 제끼고. 그럼 일사부재의인데, 이건 뭐냐면 국회에서 부결된 안건은 동회기 내에 다시 상정할 수 없다는 거다. 오케이?
이제 이걸 더블민주당의 사례에 적용해보자. 첫째, 일단 부결된 안건과 지금 논의하는 안건은 형식상 다른 안건이다. 이걸 오늘 잠깐 얘기했는데, 쉽게 얘기하면 ‘지금 카페 갈건데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를 한 잔씩 사자’는 제안과 ‘그럼 아메리카노라도 한 잔 사자’는 제안은 다르다는 거다. 믿으세요. 제가, 허구헌날 회의규칙 붙들고 이게 되니 안 되니 싸우는 게 삶의 목적이었던 인간 중 하나였습니다…
둘째, 사실상 같은 안건이라고 본다고 해도 상관없다. 왜냐면 한 번 부결된 안건을 다시 상정하면 안 된다는 게 왜 있냐면, 회의가 진도가 안 나가기 때문. 생각해보면 당연하지 않음? 중앙위에서 방금 부결된 안건을 의장이 또 상정한다고 생각해봐. 또 부결되겠지. 계속 한다 쳐봐. 그럼 집에 못 갈 것 아니냐. 집에 못 가니까 에이 씨 그냥 찬성하고 빨리 집에 갑시다… 이래서 문제가 되는 거라니까. 그래서… 한 번 부결된 안건을 영원히 회의에서 못 다루는 게 아님. 다음에 또 다룰 수 있음.
아까 국회법도 뭐라 그랬어. ‘같은 회기 내’라는 조건이 있다고 했지. 회기가 바뀌면 동일 안건도 상정할 수 있는 것임. 여러분 지난 번에 필리버스터… 쪼개기 국회 모름? 형식상 회기 내 처리 못한 안건을 다음 회기 때 처리하는 거잖아.
다만 이런 건 있지. 1+1 개정안을 1만 떼서 다시 상정했는데 또 부결됐다, 근데 그 1을 다음 회의 때 1-1로 형식만 살짝 바꿔서, 사실상 같은 내용으로 또 상정한다 그러면 정치적으로 지도부가 지도부가 아니게 되겠지. 그러나 이건 정치적 내용이 그렇다는 거고 형식상으로는 다른 문제라는 거야.
그니까 문제의 핵심은 일사부재의가 아니고, 쓸데없는 당헌 개정을 굳이 하겠다고 하는 그 정치적 이유 자체가 문제인 거라고. 그 얘기를 하면 된다고. 이거 너무 말해서 입 아프다. 뭐 쓸데없이 일사부재의 꼼수 어쩌구 저쩌구… 그냥 지겨워서 다른 논리로 기사 쓰는 거 이상의 의미가 없다. 일사부재의만 불쌍하지 뭐.